[칼럼] DDO 종료를 앞당긴 문제의 3가지 이벤트

칼럼 | 공민환 기자 | 댓글: 32개 |
던전앤드래곤즈 온라인(이하 DDO).
미국의 유명 온라인 게임 개발사 터바인사가 개발하고 한국에서는 2006년 말부터 ㈜렛츠게임이 퍼블리싱했던 게임이다. DDO는 굉장히 독특한 시스템을 선보이며 많은 기대감을 모았던 온라인 RPG게임.







2006년 12월 1일 시작된 1차 CBT에 무려 10만명 이상의 유저들이 신청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리에 오픈된 게임이 바로 DDO이다. 그러나 2007년 1월 10일 OBT의 시작부터 국내서비스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발표가 나올 때까지의 기간은 불과 약 9개월여. 2007년 9월 30일을 기해 DDO를 퍼블리싱 했던 렛츠게임이 더 이상 서버 운영을 지속할 수 없다는 발표 아래 DDO의 한국서비스는 종료된다.

1년도 못 채운채 상용화 조차 해보지 못하고 한국시장 철수한 원인이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굵직굵직한 여러가지가 이유가 있겠지만 어이없게도 게임을 퍼블리싱한 렛츠게임의 홍보수단이였던 이벤트도 한 몫 했으니..



■ 유저들의 소리 없는 불만 – 2월 스트레스 테스트 감사 깜짝 이벤트


파격적이다 못해 경이로운 이벤트 상품을 선보였던 첫 깜짝 이벤트. 이벤트에 당첨되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에 원하는 옵션 한가지를 추가할 수 있는 보상이 상품으로 주어졌다.

이 이벤트 보상이 왜 문제가 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서 DDO의 독특한 아이템 옵션 체계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DDO에서는 데미지를 비롯한 몇몇 기본 옵션 외에 DDO만의 '특수 옵션'이 존재한다. 이 특수 옵션은 상황에 따라 절대적인 능력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보팔’ 이라는 옵션은 대상이 머리가 있는 몬스터일 경우 치명타가 발생하면 한번에 몬스터를 즉사시키는 옵션이다.







대상의 체력량과 무관하게 치명타 한방이면 원샷원킬이 가능해지는 궁극의 옵션인 셈. 머리가 없거나 머리가 사라져도 상관없는 일부 몬스터에게는 의미 없는 옵션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몬스터는 머리를 달고 다녔으므로 그 효과는 경이롭다. 일반적으로 사냥으로 ‘보팔’ 옵션이 붙은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확률 자체도 굉장히 낮거니와 ,보팔 옵션이 붙은 아이템이 있더라도 옵션 자체가 가지는 레벨이 아이템의 착용레벨을 확 끌어올리기 때문에 실제로 해당 옵션의 아이템을 사용하는 유저는 극소수였다.

그런데 이 강력한 옵션을 이벤트 보상으로 자신의 아이템에 원하는 옵션을 붙여 준다고 하니 그야말로 이벤트로 지존 무기를 만들어 주겠다는 말과 진배 없는 이야기. 물론 각 서버에서 이벤트에 당첨된 3명의 유저만 이 혜택을 받게 되며, DDO라는 게임의 아이템 내구도 시스템 때문에 아이템을 무한히 사용할 수는 없다는 제약이 붙기는 하지만, OBT 초반부터 밸런스를 무시하는 파격적인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이벤트는 비당첨자들에게는 한없는 허탈감을 주게 되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분명 이벤트 당첨자 발표 공지가 있었는데 그 이후에 처리 과정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전혀 없었다는 것. 강력한 옵션일수록 해당 옵션이 붙은 아이템의 레벨 제한이 상승하게 되는 기본적인 룰을 지키면서 이벤트가 진행되었는지, 아니면 룰을 무시한채 덜컥 옵션을 부여해 주었는지의 여부도 알 수 없었고, 당첨된 유저가 어떤 아이템에 어떤 옵션을 받게 되었는지 등의 공지도 일체 없었다.

이벤트에 당첨되지 않은 많은 유저들은 ‘사기적인 아이템을 받은 사람이 있을텐데.. 아 배아퍼’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고, 게임 내에 보이지 않는 형평성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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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난이도 급하강 – 4월 부활 젤리를 사방에 뿌려! 보물찾기 이벤트


간혹 게임 내에서 게릴라성 이벤트로 특정 아이템들을 유저들에게 풀어놓기도 한다. 이렇게 게임 중에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는 기대 심리를 노리는 인게임 라이브 이벤트는 유저들의 접속률을 높이는데 쏠쏠한 도움이 주기도 한다.

2007년 4월 DDO에서는 바닥에 특정 아이템들을 뿌려 놓고 운이 좋으면 그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게릴라성 보물 찾기 이벤트를 진행했었다. 그리고 이 이벤트로 지급했던 아이템 중 하나가 죽은 동료를 부활 시킬 수 있는 ‘소생 젤리’였다.

‘그래서?’ 라는 의문을 가지는 분들을 위해 DDO에서 부활이라는 주문이 가지는 가치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DDO는 게임 특성상 던전에 들어갈 때 그 던전에서 사용할 마법 몇개를 미리 정해서 들어가야 하는데, 부활을 사용할 수 있는 클레릭의 경우 치유 및 회복 관련 주문들로도 갯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부활 주문을 아예 빼버리고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배운 모든 주문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운 주문 중에서 선택한 몇개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던전에 한번 입장하면 마나 회복이 극도로 제한적이다. 던전 내에서 마나를 다 사용하면 자연적으로는 회복되지 않고 성소라고 불리우는 곳에서 1번 ~ 2번 정도만 회복할 수 있으며, 마나를 회복시켜주는 물약은 극히 소량만 던전에서 얻을 수 있다. 때문에 모든 주문은 극도로 효율적이고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클레릭이 부활 주문을 배웠다 하더라도 실제로 마나를 써서 사용하는 일은 극히 드물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마나 사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게임속의 소모품인 스크롤과 완드를 통해서 일부 주문들을 사용할 수 있는데 죽은 파티원을 살리는 부활 주문서는 가장 값비싼 소모품 중의 하나이며, 클레릭이 아닌 다른 직업이 이 주문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UMD라는 기술을 투자한 캐릭터만, 그것도 100%가 아니라 낮은 확률로만 성공시킬 수 있는 까다로운 제한이 존재한다. 결국 DDO라는 게임에서 부활은 매우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쉽게 사용하기 힘든 기술인셈.

여타 MMORPG에서와 같이 1~2분 기다려서 마나가 차면 뚝딱 부활시켜 언제 죽었었냐는 듯 게임을 진행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파티원 한 명이 죽으면 느껴지는 압박은 장난이 아닌 것. 그렇기 때문에 파티원 간의 호흡과 전략이 매우 중요해지고 팽팽한 긴장감이 자연스럽게 유저를 게임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런 긴장감은 DDO에서 굉장한 몰입감을 가져오는 재미 요소 중 하나이다.

이렇게 가격도 비싼데다 일부의 유저들만 사용할 수 있는 부활 스크롤보다 상급의 레어 이벤트 아이템인 소생 젤리를 마구 뿌리다시피 했다는 것이 문제다. 소생 젤리는 부활 스크롤과 다르게 직업과 기술에 관계없이 누구라도 부활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매우 강력한 소모품이다. 더군다나 한두장도 아니고 수만개를.. 그야말로 뿌렸다.





▲ 부활 스크롤은 비싼 가격과 높은 난이도 제한으로 쉽게 사용할 만한 아이템이 아니었다.





▲ 로키세트 블로그에서 발췌 [ 원문 바로가기 ]



결국 젤리를 사용해서 반복되는 부활로 게임 난이도는 급격히 추락했고, 파티플레이의 긴장감이 사라지자 파티원들이 함께 고생하며 클리어 해냈다는 성취감 또한 급감했다. 게임 내의 편의를 위해 시작된 이벤트가 게임의 근간을 뒤흔들게 된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 Power overwhelming 라는 치트키를 치고 절대 죽지 않는 갓모드로 게임을 하면 재밌던가? 게임 퍼블리싱이 게임 치트키를 제공하라는 뜻은 아닐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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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생각이야 대체 - 4.1 모듈 업데이트! DDO로 돌아오면 지존 아이템을 드립니다.


‘빨리빨리 대한민국 게임 유저’들은 DDO 역시 빠른 속도로 먹어치워 버렸다. 퍼블리싱사의 파격적이다 못해 경이적인 ‘유저 편의 지향적’ 정책은 순식간에 수많은 만렙을 찍어냈고, DDO의 최상위 컨텐츠들도 힘없이 단물을 뽑아먹혔다.

그리고 유저들은 더 할 게 없어서 DDO를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한다. 불과 오픈 4개월여 만에 게임에서 더 할 게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굵직굵직한 컨텐츠들이 선보이는 모듈 4.1이라는 새로운 대규모 패치가 북미에서 진행되었고, 한국에서도 이 패치가 적용되면서 DDO는 재도약을 꿈꾼다.

그리고 이 패치와 함께 DDO를 떠났던 유저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휴면 계정 유저들이 DDO로 돌아오면 추첨을 통해 드래곤 스케일 아머를 주겠다는 극강의 이벤트였다.

도대체 드래곤 스케일 아머가 뭐길래?
DDO 4.1 모듈에서 새롭게 추가되는 지역에서 등장하는 강력한 용을 처치하면 보물 상자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보물상자에서 낮은 확률로 드래곤 비늘을 얻을 수 있는데, 이 드래곤 비늘을 모으고 모아서 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이 바로 드래곤 스케일 아머이다.








4.1 모듈에서 최상급의 방어구이며, 매우 강력한 성능과 멋진 외형을 보여 주는 소위 지존급 아이템이다. 이 아이템을 정상적으로 제작을 하기 위해서는 파티원들과 수십차례 도전을 하며 많은 시간이 필요한 아이템인 것이다. 그런데 DDO로 돌아오기만 하면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아이템이 중요한 게임에서 더 좋은 아이템은 유저들의 선망의 대상이며, 그 아이템을 얻기 위해 유저들은 끊임없이 시간을 투자한다. 아이템을 업그레이드 시켜나가며 자신의 캐릭터를 더 강력하게 만드는 과정 자체가 게임을 즐기는 큰 요소이며 목적이 된다. 그런데 그 과정 다 생략하고 돌아오면 최고의 아이템을 준단다.

최고의 아이템을 줄 테니 새로운 컨텐츠를 쉽게 즐겨보라는 친절한 배려인가. 아니면 더 얻을 것도 없는 던전이라 해도 몇 번이고 도전하며 매번 새로운 파티원들과 새로운 전략을 시험해 보며 모험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이해하기 힘들다.

WOW버전으로 바꿔서 풀이해보면 이렇다.

‘리치왕의 분노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기념으로 1년 동안 노력해야 쓰러뜨릴 수 있는 리치왕이 드랍하는 최고의 아이템을 드립니다. 자, 리치왕의 분노에 도전하세요.’



■ 게임을 서비스하기 전에 그 게임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

DDO라는 게임은 현재까지 나온 온라인게임 중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시스템을 가진 게임이었고,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가 많았던 수작이다. 아직도 DDO를 재밌게 했었다는 유저들이 꽤나 많고, 국내 서비스가 종료된 이후에도 DDO를 즐기기 위해 적지 않은 한국 유저들이 북미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물론 게임의 특성상 컨텐츠의 추가시에 최적화가 까다롭기 때문에 업데이트가 매우 늦은 편이었고, 한국 게이머들의 성향이 매우 빠른 속도로 컨텐츠를 소모해 가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는 큰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게임인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을 퍼블리싱하고 서비스하는 회사에서 자사의 게임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서비스를 진행했다는 점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이벤트의 진행 의도는 조금이라도 유저들이 게임에 관심을 갖게 하자는 것이었겠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게임의 생명력을 결정하는 컨텐츠를 깎아먹는 제살 파먹기식의 이벤트였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컨텐츠가 바닥나버린 게임을 떠나는 유저들을 보며 DDO가 실패작이였다고 말하기 이전에, 바로 앞만 내다보는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말도 안되는 운영을 꼬집어볼 필요가 있다.

곧 2009년 새해가 시작된다.
에이지 오브 코난, 워해머 온라인 등 굵직굵직한 해외 게임들의 한국 퍼블리싱사가 결정되었고, 국내 서비스가 시작될 것이다. 대작이라고 평가받던 해외 게임들이 한국에만 들어오면 힘도 써보지 못하고 픽픽 쓰러져갔던 것은 그 게임 자체가 한국 게이머의 성향과 코드가 맞지 않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자신들이 서비스하는 게임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한채 단기적인 이익에 눈이 멀어 상식 밖의 운영을 해왔던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볼 문제이다.

해외에서 대박을 쳤다고 한국에서도 무조건 성공한다는 공식은 절대 성립하지 않는다. 해외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첫 번째 조건은 그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고, 유저들이 오래동안 게임을 재밌게 즐기려면 어떻게 서비스 해야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닐까.



Inven Ntter - 공민환 기자
(Ntter@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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