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8] 뭐든지 똑같이 나눠야했던 '다키스트 던전'의 두 대표, 그들이 말하는 파트너쉽

게임뉴스 | 허재민 기자 | 댓글: 23개 |


▲레드 후크의 타일러 시그만(좌)와 크리스 부라사(우) 공동 대표

강연자 소개: 타일러 시그만(Tyler Sigman)과 크리스 부라사(Chris Bourassa)는 '다키스트 던전'을 개발한 인디 스튜디오 레드 후크(Red Hook)의 공동 대표이다. 횡스크롤 로그라이크 게임 '다키스트 던전'은 독창적인 그래픽과 뛰어난 사운드로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간단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게임플레이가 특징이다. 대중과 평단에게 모두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고, 2015년 상반기 얼리엑세스로 출시된 후 판매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많은 유저들에게 '멘붕'과 즐거운 스트레스를 안겨주었던 횡스크롤 로그라이크 게임, '다키스트 던전(Darkest Dungeon)'. 모험가의 심리적 스트레스에 중점을 둔 게임인 '다키스트 던전'에서 플레이어는 영웅을 고용해 가문을 재건하기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다키스트 던전'은 특유의 중독성으로 2015년 상반기 얼리억세스로 출시된 후 판매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다키스트 던전'을 개발한 레드 후크(Red Hook)는 크리스 부라사(Chris Bourassa)와 타일러 시그만(Tyler Sigman)이 함께 설립한 인디 스튜디오다. 개발단계부터 출시 이후까지 똑같이 50대50의 결정권을 가지고 파트너쉽을 유지해온 두 사람은 파트너쉽을 '양날의 검'으로 표현한다. 두 사람은 파트너쉽은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점, 정신적인 지지자가 되어줄 수 있다는 점 등 장점도 많지만, 그만큼 어려웠던 점이 많았다며, 그들이 겪었던 우여곡절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들의 파트너쉽을 보여주듯 동시에 단상에 올라 동시에 마이크를 잡은 레드 후크의 공동 대표 크리스 부라사, 타일러 시그만. 그들의 마지막 PPT는 순서가 계속 뒤바뀌는 그들의 연락처로 마무리됐다. 크리스가 위였다가, 타일러가 아래였다가. '다키스트 던전'만큼 멘붕의 연속인 두 사람의 파트너쉽은 어떤 난관을 마주했으며, 그들이 전하는 조언은 무엇일까?

타일러
우리는 모든 것을 함께 합니다. 모든 결정을 함께한다는 것, 두 명의 보스를 가진다는 것은 좋기도 하고, 가끔은 정말 끔찍하기도 한 일이에요!



■ 50대50 동등한 파트너쉽, 양날의 검 - 2명의 보스, 장단점은?


파트너쉽은 이전부터 서로 알던 두 개발자가 모여 시작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 인연을 이어가기도 한다. ‘다키스트 던전’ 개발사 레드 후크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 부라사와 타일러 시그만은 스튜디오 Backbone에서 만나 친해졌고, 서로 각자의 일을 하고 있다가 파트너쉽을 시작하게 되었다.

타일러
우리가 꼭 주기적으로 함께하는 것이 하나 있어요. 포커에요. 한 달에 한번 꼭 포커를 함께 치면서 시간을 보냈고, 서로의 야망을 이야기하다가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됐죠.


게임 디자이너인 타일러 시그만과 아티스트인 크리스 부라사. 두 사람은 서로의 스킬셋이 달랐던 만큼 함께 일하는 것이 아주 간단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생각보다도 더 두 사람은 서로와 달랐고, 이는 게임의 디자인, 사업, 마케팅 등등 모든 분야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뜻이었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장점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타일러
함께 일하는 것은 전혀 간단하지 않았어요. ‘다키스트 던전’은 우리가 함께 개발하는 게임이었고, 우리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 이게 내 역할이고, 내 정체성이지”라고 말이에요. 여기서 나오는 긴장감이 함께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옷을 비슷하게 입긴 했지만(웃음), 우린 서로 정말 다른 사람이에요. 포커 이야기를 해보죠. 크리스는 사람과 상황을 잘 읽어내요. 상황에 온도를 읽을 줄 알죠. 이건 정말 큰 장점이에요.


크리스
타일러는 언제나 문제를 바라볼 때 자신감있게 대처해요. 언제나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는 언제나 논리적으로, 계산적으로 옳은 결정을 내려요.


문제는 관점이 서로 다르다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게임 개발사 레드 후크를 설립하고 ‘다키스트 던전’ 개발을 시작하면서 두 사람은 의사 결정권자, 단순히 말해 누가 ‘보스’냐는 문제에 직면했다. 어느 쪽도 그 결정권을 가져가는데 양보하고 싶지 않았고, 두 사람은 결국 정확히 반반, 50대50으로 영향력을 나누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누가 보스야?

타일러
어떤 한 쪽이 더 잘 내릴 수 밖에 없는 사항들도 생겨요. 이런 부분에서 독단적으로 경정하면 반대쪽은 소외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죠. 크리스가 음악 파트를 전부 결정해버리고 나면 어느 순간, ‘난 더이상 음악 담장이 될 수 없는 거야?’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들이 직면한 문제는 파트너쉽 외부에도 있었다. ‘다키스트 던전’이 얼리억세스 단계에 들어가기 전, 레드 후크가 재정 문제에 빠지게 된 것이다. 당시 크리스는 이때, 한 퍼블리셔가 그들에게 일정 금액을 제시했고, 이를 받고 의사결정권 일부를 넘길 것인지, 아니면 돈을 받지 않고 지금까지 그들이 해왔듯, 그들이 직접 모든 것을 결정해 나갈 것인지를 정해야 했다. 크리스는 직관적으로 돈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그의 직관을 믿지는 못했다. 열정적이고, 믿음을 가진다고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는 모두가 재정적인 문제에 빠져있는 상태에서 그의 직관과는 다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크리스는 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타일러는 받지 않고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
자신이 믿고 열정적으로 말한다고 모든 게 되지 않아요. 당시 저는 얼리억세스까지 3개월을 버티기보다는 돈을 받아야 하고, 그 이유를 아주 열정적으로 설명했지요. 아, 게임 개발할 때 아이를 낳지 마세요. 힘들고, 둘째까지 낳는다면… 아주아주 고통스러워요(웃음).


결국 그들은 갈등을 거쳤지만 같은 결론을 내릴수 있었다. 얼리억세스까지 3개월만 버티자고. 물론 결정을 내린 후에도 상황은 정리되지 않았다. 크리스에게 아이가 힘든 요소였다면, 타일러에게는 연이은 가족의 죽음이 이유였다. 삶과 일에 있어서 정리가 필요했고, 서로에게 의지해야 했다.

타일러
그때 당시에는 정말 상황이 잘 풀리지 않고 있었어요. 삶에서도 게임에서도. 그래서 전 잠시 떠나있을 수밖에 없었고, 크리스가 당시에 더 부담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크리스
그리고 아주 잘했죠!


두 사람이 함께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감 또한 절반이 된다는 뜻이다. 모든 것을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크리스 부라사는 ‘등 뒤를 지켜줄 동료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역할을 나누는데 밸런스를 맞추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했다. 서로가 똑같이 책임감을 가지고 진행하는 만큼 어느 한 쪽의 수고는 보답 받지 못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맡아서 하게 되기도 하고, 두 사람은 각각 파트너쉽이 균형을 잃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타일러
나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비즈니스 부분을 담당하고 있어요. 이건 시간이 진짜 많이 걸리는 부분이에요. 왠지 어느 순간 내가 좀더 일을 하게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어요. 커뮤니티가 커지고, 계약할 항목이 생겨나고… 아무도 감사히 여기지 않죠.


50대50 파트너쉽은 책임감이 절반이 되지만 그만큼 그들이 받는 스포트라이트도 절반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똑같이 절반으로 나뉜다면 좋겠지만, 책임감과 역할이 그랬듯, 이도 똑같이 나뉘지는 않는다. 가령 인터뷰를 할때 한 사람이 제외된다든가, 누군가 한 역할이 다른 사람이 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된다든가, 사람들이 한쪽만을 치켜세운다든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스포트라이트를 나눈다는 것이었어요"

타일러
게임 속에서 고통에 빠진 캐릭터는 주변에 나쁜 영향을 미치죠. 현실도 똑같아요.


크리스
왠지 제외되는 기분이죠. 어느 순간 이메일이 모두 타일러에게만 오더라고요. 아, 그래, 그래도 참조되면 좋더라(웃음). 모든 것을 함께 하되, 솔로 인터뷰에나가면 꼭 서로의 공로를 언급해요. 뭐, 지금도 우린 함께, 동시에 나와 있잖아요? 누가 말할까, 타일러?



■ 파트너쉽의 '골든 룰' 세 가지


그럼 그들은 어떻게 50대50 파트너쉽을 유지해올 수 있었을까? 이어 크리스 부라사와 타일러 시그만은 파트너쉽을 위한 골든 룰 세 가지를 소개했다.

■ 내버려 두지 마라



▲골든 룰 1: 내버려 두지마라

첫번째 룰은 ‘내버려 두지 말라’는 것이다. 누군가와 동업을 한다면 분명 어느 순간은 기쁘지 않은 상황이 올 수 있다. 레드 후크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그들이 만든 룰을 소개했다. 만약 불만족스러운 기분이 하루 이상 지속된다면 무조건 불만족스러움을 느끼는 ‘피해자’는 그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
불만족스러움에 대해서 인내심을 가진다는 것은 지속해서 계속 다쳐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같아요. 계속해서 피를 흘리게 되겠죠. 기분 나쁜 일은 조금씩 쌓여가고요.


그들은 나쁜 감정을 쌓지 말라고 조언한다. 지속해서 쌓인 감정은 나중에 그 사람에게 왜 기분이 나빴느냐를 설명할 때 장황한 백그라운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상황을 만든다. 하지만 바로바로 이야기를 꺼낸다면, 한눈에 무슨 일을 잘못했는지, 혹은 실수였는지 알 수 있고, 두 사람 다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털어낼 수 있는 것이다.

■ 거부권



▲골든 룰 2: 거부권

두번째룰은 거부권이다. 두 사람은 동등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어느 한 쪽이 정말로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사안은 통과될 수 없는 것이다. 거부권은 동시에 결정에 대해 여유로움을 준다.

타일러
마치 핵무기 열쇠를 서로 쥐고 있는 것과 같아요. 우리 둘 다 그 열쇠를 돌려야 하죠.



■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골든 룰 3: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조언하는 것은 파트너쉽도 변화하며, 이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을 두고 원하는 것은 변하며, 삶과 시간에 따라서도 변화한다. 두 사람은 이에 맞춰 파트너쉽도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
파트너쉽은 결혼과 같아요. 전 제 아내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죠. 자기야, 나 왠지 타일러랑 결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으악!”

언제나 당신은 65퍼센트를 일하고, 20퍼센트정도의 고마움을 받을 거에요. 항상 받는 것에 비해 더 준다고 느낄 수 밖에 없죠. 중요한 것은 파트너와의 친밀감을 꾸준히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뭐, 데이트하기도 해요. 게임에서 좀 거리를 두고 같이 스테이크를 먹고…이야기도 하고… 우습게 들리겠지만 이건 정말 좋은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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