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8] 지극히도 의도된 오픈월드,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댓글: 4개 |


▲ 조쉬 셔(Josh Scherr) 너티독 라이터

강연자 소개: 조쉬 셔(Josh Scherr)는 '언차티드4: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 및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의 공동 각본가로, 현재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의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2001년 너티독에 입사한 이래로 약 16년동안 언차티드 시리즈의 첫 두 작품의 스토리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으며, DC코믹스와 함께 언차티드 코믹북을 감수, 공동 저작하기도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중인 GDC 2018의 둘째 날에는 언차티드4와 스핀오프 작품인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의 공동 각본가인 조쉬 셔(Josh Scherr)가 단상에 올라 오픈월드 형태의 게임 디자인에서 선형적으로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발표를 했다.

선형적 구조로 게임이 진행되는 기존의 '언차티드' 시리즈와 달리,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은 서고츠 산맥이라는 거대한 필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만큼 플레이어에게는 자유도가 주어지지만, 마치 영화같은 스토리와 연출이 장기인 너티독에게 있어 플레이어들에게 이러한 자유를 허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과연, 이들은 오픈월드 형태의 서고츠 산맥에서 자유롭게 탐험하는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어떤 방법을 사용해 선형적으로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을까? 미리 말하자면 강연을 듣고난 뒤의 소감은, '역시 너티독 다운 방법'이라는 생각 뿐이었다.



▲ 플레이어의 선택을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선형적으로 내러티브를 전달할 수 있을까?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조쉬 셔는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의 주인공으로 클로에 프레이저와 나딘 로스를 선택하게 된 이야기를 먼저 소개했다.

'언차티드' 시리즈가 4편인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 후, 스핀오프 타이틀을 만들 기회가 생겼을 때 너티독은 기존의 주인공인 네이선 드레이크 대신 다른 등장인물을 주인공으로 하기로 했다. 그렇게 선택된 것이 2편에서 등장한 인물인 클로에 프레이저로, 네이선 드레이크와 같은 보물 사냥꾼이지만 네이선보다 자기 보호적 성격이 강한 인물이다.

기존 언차티드 시리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주인공과 함께하는 동료 캐릭터는 내러티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함께 고난을 겪어 나가는 과정이나 대화 등 동료와의 관계를 통해 캐릭터를 보다 명확히 만들기에 좋기 때문인데, 이러한 역할을 할 동료로는 언차티드4에서 메인 악역을 맡았던 나딘 로스를 택했다.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클로에와 나딘이 스토리가 전개됨에 유대를 보여주는 것을 연출하는 것은 '잃어버린 유산'의 스토리텔링의 주된 목표이기도 했다.



▲ 반대 성격을 가진 주인공, 클로에와 나딘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의 스토리는 간단하게 두 주인공인 클로에와 나딘이 가네샤의 황금 상아를 찾기 위한 모험을 떠나는 것을 그린다. 서고츠 산맥에서의 목표는 세 개의 요새에서 장치를 작동시켜 할레비두에 위치한 문을 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해당 지역이 오픈 월드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너티독의 디자인 기조는 '능동적인 시네마틱 경험'으로, 게임플레이 도중 거의 모든 환경에서 영화적인 느낌을 줄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곧 너티독이 지금까지 오픈월드 형태의 디자인을 피하고 선형적인 게임을 개발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오픈월드 디자인에서는 플레이어가 더 많은 통제권을 쥐게 되며, 주어진 스토리를 따라가지 않거나 특정 장면에서 주인공의 감정에 제대로 이입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오픈월드 형태의 '서고츠 산맥'을 무대로 진행되는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에서 플레이어들의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선형적인 내러티브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했을까? 조쉬 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해야할 일들(to do list) 목록을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해야할 일 목록에는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고, 어떤 배경 스토리들이 플레이어에게 전달되어야 하는지와 같은 목록들이 나열되게 된다. 가령, 클로에와 아버지의 관계에 대한 것이라든지, 나딘이 자신의 동료들에게 배신당하게 된 배경 등 게임플레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줄 스토리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 장치를 작동시키는 순서에 따라 동일한 컷씬의 배경이 달라진다

다음으로는 이러한 목록을 가지고 어떤 방법으로 플레이어에게 전달할지를 고민하는 단계, 조쉬 셔는 가장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컷씬에서부터 가장 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레벨 구간 별 대사까지 네 단계로 나눠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먼저 컷씬의 경우 상호작용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온전히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감정을 플레이어들에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조쉬 셔는 컷씬을 플레이어가 3가지 요새의 장치를 하나씩 작동시킬때마다 보여주는 것으로, 클로에와 나딘의 관계가 점점 좋아지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하고자 했지만,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바로 서고츠 산맥이 오픈월드 형태의 디자인이라는 것. 플레이어가 어떤 요새부터 발견하고 어떤 순서로 장치를 작동시킬지 모두 예측하기에는 경우의 수가 많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너티독은 같은 스토리를 포함한 컷씬을 세 가지 장소로 나눠 전부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다시 말해, 어떤 요새의 장치를 작동시키든 같은 스토리의 컷씬이 재생되지만, 플레이어가 장치를 작동시킨 장소만 달리 해서 보여주도록 한 것이다.



▲ 중요도에 따라 나뉘어진 운전 중 대화

다음으로 조쉬 셔는 지프차를 몰고 가면서 클로에와 나딘이 나누는 대사를 통해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운전 중 대화 내용을 통해서 플레이어에게 나딘과 악역인 아사브의 관계, 클로에와 나딘의 배경 스토리 등을 전달하고 했지만, 이 또한 플레이어가 갑작스레 운전을 멈추거나 할 경우 스토리 전달에 방해를 받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해결을 위해서는 운전중 대화 역시 컷씬과 마찬가지로 구간을 나누는 식으로 작성해야 했다는 것이 조쉬 셔의 설명이었다. 또한, 서고트 산맥의 전체 지도를 가지고 플레이어들이 한 번에 운전하는 평균치의 시간을 염두에 두고 대화의 길이를 맞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나의 대화는 세 구간으로 나뉘어지게 된다. 첫 구간의 대화를 통해서는 플레이어가 가장 중요한 정보와 배경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했으며, 두 번째 구간에서는 대화를 놓쳐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는 클로에와 나딘의 배경 이야기를 담았다. 마지막 세 번째 구간에서는 플레이어의 게임 속 선택으로 인해 무시받아도 괜찮은 보너스 정도의 대화를 담는 것으로 플레이어에게 최대한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했다.




레벨 구간별 대사 또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을 살리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각각의 장소에서 발생하는 대사는 주로 클로에와 나딘의 잡담을 통해 잔잔하게 관계를 쌓아가는 역할을 하고, 때로는 관계를 발전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를 부각시키고자, 조쉬 셔는 특정 장소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대사라도, 그동안 클로에와 나딘이 함께 해 온 시간에 따라 다를 수 있도록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 이유 또한 명확했다. 바로 플레이어가 어떤 순서로 모험을 진행할 것인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처음으로 요새를 찾았을 때와 해당 요새를 다른 요새를 모두 클리어한 이후 마지막으로 찾았을 때 클로에와 나딘의 대화가 처음보다 친근하게 변화한다. 처음에는 둘 사이의 친근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대사지만, 둘의 모험이 진행될수록 더 친근한 대사들로 바뀌며 더 깊은 관계를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획한 부분인 것이다. 조쉬 셔는 이러한 이유로 오픈월드 형태인 서고츠 산맥 전체의 대사를 만드는 데는 '언차티드4' 내에게 가장 큰 지역의 레벨 구간보다도 3배 이상 많은 대사가 필요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강연을 마무리하며, 조쉬 셔는 비선형적인 상황에서 캐릭터성을 개발하는 방안으로 핵심 레벨 목표를 일찍 정하고, 해당 키 목표에 캐릭터 개발 과정을 나란히 놓은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언제나 시작은 중립적인 대사로 하는 것이 이후 관계의 발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좋은 방안이라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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