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과열입찰은 이제 그만! 워해머에 대한 우려

칼럼 | 오의덕 기자 | 댓글: 9개 |
근 EA가 연말실적 발표에서 한화 8천억 원 이상의 손실이 났다고 발표했습니다. 회사 규모가 규모인 만큼 일반인이 좀처럼 가늠할 수 있는 없는 수준입니다. 이와 동시에 다옥(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을 개발한 미씩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수년 동안 엄청난 투자와 함께 야심 차게 준비했던 MMORPG 워해머 온라인의 성적도 공개했습니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총 300,000 유료 계정. 작년 9월 첫 출시 후 발표했던 750,000 유료계정에 비해 무려 절반이 줄었습니다. 적절한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경쟁작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1,100만 유료계정에 비하면 솔직히 말해 참담한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워해머 온라인 자체가 중박 (현재를 중박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만)을 기대하고 만든 게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EA, 6억 달러 이상 손실, 워해머 온라인 성적은..



어차피 EA가 소규모 개인기업도 아니고 세계적인 거대기업인 만큼 쟁쟁한 주주들을 상대하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대표작들의 구체적인 실적을 감출 수도 없었을 테고, 워해머 온라인의 초라한 성적도 본의에 상관없이 공개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 상황에서, 미씩의 CEO 마크 제이콥스도 침묵 만을 지킬 수는 없었나 봅니다. 최근 워해머팀의 대규모 해고에 관련한 루머 등을 무시하거나 정면으로 반박하던 마크 제이콥스는 EA가 연말 실적을 발표한 다음 날 결국 공식 홈페이지에 글 하나를 올리게 됩니다.





[ ▲ 워해머 온라인 공식홈페이지에 올라온 마크 제이콥스의 글 ]


☞ 워해머 온라인 공식홈페이지 원문글 바로가기



워해머팀의 감원은 사실이며, 이는 단순 감원이 아니라 전체 인원 규모를 '정식 출시 규모'에서 '출시 후 규모'로 조정한다는 설명입니다. 정식 출시 전에는 MMORPG 특성 상 순간적으로 몰려드는 유저들을 위해 추가적인 인력이 필요했었고, 지금은 출시한지 꽤 되었고 그런 대규모 인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팀을 축소한다는 거죠.


하지만, 마크 제이콥스는 이러한 인원 조정이 있더라도, 앞으로 있을 워해머 온라인의 무료 확장팩: 콜투암즈를 비롯해서 컨텐츠 업데이트나 고객 서비스는 지장이 없다고 약속했습니다. "비록 지금 출시 전 보다 개발팀 수가 줄었지만, 현재 워해머 개발팀은 다옥 시절 때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라는 당황스러운 멘트까지 남깁니다. 미씩이 그 방식이야 어쨌든 워해머팀의 인원 감축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겁니다.


더군다나, 같은 날에는 북미 매체인 조이스틱(www.joystiq.com)에서는 미씩에서 60에서 130 명의 인원이 대규모 해고를 당한다는 루머성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믿을 만한 정보통에 의하면 정리해고의 대상에 수석 개발자 급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겁니다. 조이스틱은 현재 EA를 통해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히며, 기사를 읽는 독자 중에 미씩 직원이 있다면, 부담 갖지 말고 조이스틱에 제보해달라는 과감한 요청까지 했습니다.





[ ▲ 북미매체 조이스틱, 미씩 개발팀 60~130명 대량 해고 ]


☞ 조이스틱 원문 기사 바로가기



주변 정황으로 볼 때 최근 EA와 미씩이 곤경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 명의 게이머로써 기대하던 대작에 대한 이런 소식은 개인적으로도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을 그냥 먼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워해머 온라인이 올해 NHN을 통해 국내에 서비스되기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씩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개발팀 축소를 밝힌 현 상황에서, NHN이 발표했던 국내 유저들만을 위한 컨텐츠와 캐릭터 외모 등을 포함한 워해머 온라인이 완벽한 현지화가 가능할지 강한 의문이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구조조정 이후에 미씩에 남은 개발팀은 현지에서 앞으로 6월까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해야 할 확장팩 콜투암즈 준비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테니까요.


국내 업계에는 NHN이 다른 국내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워해머 온라인 국내 배급권을 따내기 위해 과열 입찰을 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어떤 매체에서는 NHN이 제시한 금액이 100~150억 원에 달한다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 금액이 얼마든 간에 다른 경쟁사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해 배급권을 따냈다는 것은 NHN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 ▲ 워해머 온라인 무료확장팩, 콜투암즈, 앞으로 6월까지 단계별로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




만약, 워해머 온라인의 국내 배급에 큰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오직 NHN만 입게 되는 것이 아니라, NHN이 국내 산업에 행사하고 있는 영향력을 고려해 볼 때, 현재 환율, 실업 등 다양한 경제적 난관에 처해있는 국내 경제에, 그리고 지속적으로 해외 게임 의존도를 높여온 국내 게임 업계에 다양한 형태의 악영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또, 한 가지 걱정은 워해머 온라인이 국내 참패가 안 그래도 좁은 국내 게임 시장을 더욱 축소시키는 역효과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에버퀘스트2부터 던전앤드래곤 온라인, 그리고 반지의제왕 온라인까지 수많은 대작들이 반짝하다가 이내 사라져야 했습니다.


퍼블리셔가 가진 운영 능력과 그 결과로 입게 된 퍼블리셔 자신의 피해를 논외로 하더라도, 대작 외산 MMORPG들이 국내에 출시될 때마다 실망감을 느꼈던 유저 층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 두 달도 아니고 몇 년에 걸쳐 믿고 기다리던 게임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과정을 실제 유저들 뿐 아니라 잠재적인 유저들도 간접적으로 체험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또한, 일부 유저들 사이에는 "앞으로 절대 MMORPG는 기대하지 않는다."는 여론까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워해머 온라인이 선배 외산 MMORPG들의 전철을 밝게 되면, 과거 아타리 쇼크와 유사한 MMORPG 불감증 시대가 도래해, 현재 국내 게임계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MMORPG라는 장르 자체가 한꺼번에 동반 추락하지는 않을지 크게 우려됩니다. 현재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아이온도 각각 서버와 렉, 그리고 오토사냥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난 1월 NHN은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한게임 인비테이셔널 2009를 대대적으로 개최했습니다. 4개의 대작 중에 워해머 온라인이 포함되어 있었고, 미씩에서 프로듀서까지 직접 참석해 게임 소개를 했으며, 기자들과 참석한 유저들에게 한글화된 워해머 온라인을 실제 플레이까지 허락할 정도니 워해머 서비스의 국내 서비스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급박하게 돌아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NHN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자사 뿐 아니라 국내 게임계 전체를 위해서, 굴지 게임사 및 퍼블리셔로서의 자세를 끝까지 잃지 말고, 워해머 온라인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을 유지해, 그 결과를 앞으로의 행보에 적극 반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한 게임의 성공이 자회사 혹은 퍼블리셔가 가진 돈만으로는 해결 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학수고대 했던 워해머 온라인이 자신을 통해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 ▲ 지난 한게임 인비테이셔널 2009에서 발표된 워해머 온라인 ]







Inven Vito - 오의덕 기자
(vito@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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