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e스포츠산업법 공청회, 우리가 진흥해야 할 것은?

칼럼 | 이동원 기자 | 댓글: 12개 |
e스포츠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법이 제정될 전망이다. e스포츠의 종주국이자 선진국인 우리나라지만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e스포츠산업 진흥정책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허원제 국회의원이 준비 중인 ‘e스포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안)’은 e스포츠산업기반의 조성과 경쟁력 강화 및 진흥을 목적으로 ▲ 문화부 차원의 e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 ▲ e스포츠산업진흥자문위원회 신설 ▲ e스포츠산업 전문 인력 양성기관 지정 ▲지방자치단체에 e스포츠산업시설 지정 ▲ 대학 등을 e스포츠산업지원센터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 없던 법을 새롭게 제정하려는 것이니만큼 앞으로 다양한 논의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최종법안이 확정될 것이고, 법 제정 이후에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게 될 것. 23일, e스포츠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e스포츠산업 진흥법 제정 공청회’는 이렇게 새로운 법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이날 공청회는 청강문화산업대학 e스포츠학과 김효남 교수의 사회로, 명지대 e스포츠연구센터 이장주 소장, 문화체육관광부 유병채 게임산업과장, 한국게임산업진흥원 홍유진 정책연구팀장, 한국e스포츠협회 최원제 사무총장, 한국게임산업협회 장현영 실장, SKT 스포츠단 오경식 팀장, 온게임넷 위영광 제작팀장, 권오용 스포츠칸 기자가 참석해 e스포츠산업 진흥 법안에 대해 토론했으며, 대부분 e스포츠만을 대상으로 한 법적,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는 것에는 기대감을 보였다.


발제를 맡은 명지대 이장주 소장은 ‘e스포츠가 산업으로써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면서 ‘돈 되는 아이템이라는 관점에서 e스포츠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디지털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간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될 때’라고 강조했다. e스포츠의 정식 체육 종목화는 디지털 가치를 아날로그로 돌리는 퇴행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유병채 게임산업과장은 e스포츠가 체육종목으로 편입될 경우 국민체육진흥법, 체육시설의 이용, 설치에 관한 법률 등 기존 법률 상 규정된 시스템을 활용하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했다.


온게임넷 위영광 제작팀장은 e스포츠가 게임, 선수, 관객의 3요소가 방송을 통해 전달되면서 발전했음을 언급하면서 e스포츠 방송이 ‘오락물’로 분류되어 제약을 받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e스포츠 방송을 ‘스포츠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최원제 사무총장은 개발단계에서부터 e스포츠게임을 전제로 한 게임을 만들어 대회를 개최할 때 지적재산권이나 사용료 지급에 대한 분쟁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한국게임산업협회 장현영 사업실장은 프로 e스포츠는 특정 게임이 아닌 다양한 게임의 시도가 필요하며, e스포츠의 장기적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생활밀착형 e스포츠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게임구단 SK 스포츠단 오경식 팀장은 e스포츠 구단에 대한 재정지원과 e스포츠 전문인 육성, 정식체육종목화, e스포츠 수익의 구단 공유, 선수 병역 혜택 등의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하지만 토론이 진행될수록 근본적인 의문은 커져만 갔다. 과연 우리가 진흥할 ‘e스포츠’의 정체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였다.


사실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e스포츠산업은 불안정한 상태다. 우선 e스포츠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돈이 되느냐 마느냐’에 머물러 있다. ‘e스포츠의 시장규모가 1천억 원이 넘을 것’이라거나 ‘스타크래프트의 고용창출 효과가 1조8,500억 원’이라거나 하는 접근방식은 이를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CPL, ESWC, CGS 등 글로벌 e스포츠 대회가 속속 중단되는 등 e스포츠 시장은 정체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장 인기가 있는 종목인 스타크래프트의 대회가 아니면 게임 대회를 여는 데 스폰서를 구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나마 게임사가 마케팅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회 운영비를 대주지 않으면 대회의 존속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또 블리자드사의 스타크래프트에만 의존하고 있는 구조적 결함도 여전하다. 몇몇 게임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긴 했지만, 게임 대회는 게임사의 마케팅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수준이다.


억대 연봉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선수들도 위태롭기는 매한가지. 뛰어난 실력의 나이 어린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20살 전후가 되면 예전 같은 성적이 나오지 않게 된다. 병역문제도 있다. 그나마 게임구단이 있는 공군에 입대를 해 선수생명을 이어갈 수는 있지만, 군대를 마치고 나오면 선수로 활동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작 20대 초반에 선수 생명이 끝나버리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프로게이머를 양성하는 학과가 생겨나고, 중학생들이 억대 연봉의 프로게이머를 꿈꾸며 사설 학원에서 스타크래프트를 맹렬히 연습한다.


e스포츠산업이 스타크래프트에 치중되어 있다 보니, 블리자드의 지적재산권 문제 제기에도 소동이 났다.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채 2년 넘게 논의만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보니 e스포츠산업의 재기를 ‘스타크래프트2’ 출시에 걸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이번 법 제정은 이런 여러가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e스포츠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광안리에 10만 관중을 동원한 화려했던 ‘스타크래프트 산업의 지속’은 아닐 것이다. 정녕 진흥해야 하는 것이 ‘스타크래프트 산업’인지, ‘e스포츠 산업’인지 아니면 ‘e스포츠’ 그 자체에 있는지 이번 기회에 밑바닥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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