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 '로보토미 안 해도 빠져들 수 있어요'

인터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17개 |



처음 게임을 낸 규모가 작은 곳이나, 아직은 자신들의 색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곳을 소개할 때. 참신함이나 새로움, 기대감 등을 적당히 돌려 적어낸 조금 뻔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대표하는 게임이 있는 곳을 다루는 건 꽤 편한 일이죠. 그 게임만 이야기해도 어느 회사인지 다 알 테니까요.

프로젝트 문은 그 편한 회사 중 하나입니다. SCP 재단이나 영화 '케빈 인 더 우즈' 속 괴물을 떠올리게 하는 환상체 관리 시뮬레이션 '로보토미 코퍼레이션(로보토미)'은 프로젝트 문의 이름을 제대로 알렸죠. 그리고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도서관 배틀 시뮬레이션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라오루)'가 곧 출시를 알리며 프로젝트 문의 세계를 한층 깊게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쯤 라오루의 얼리 액세스를 시작했던 프로젝트 문이 게임의 출시 빌드 완성을 끝냈습니다. 이제 콘솔 버전 출시에 맞춰 정식 판매로 전환하는 일만 남았는데요. 김지훈 대표를 만나 정식 출시까지의 라오루. 로보토미부터 세계관을 확장하는 프로젝트 문. 그리고 회사의 미래까지 함께 들어봤습니다.




▲ 프로젝트 문 김지훈 대표


= 라오루가 작년 5월에 얼리 액세스를 시작했으니 딱 1년 만에 정식 출시 빌드가 완성된 셈입니다. 지난 개발 기간을 돌이켜 보면 어떤가요?

전체적인 스토리는 얼리 액세스 발매 전에도 완성되어 있었어요. 반면에 계속 테스트하면서 바뀌어온 플레이 스타일이 확정된 건 작년 1월 정도였죠. 그래서 처음 얼리 액세스 게임을 내놓았을 때 게임이 불안정했어요.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 같아서 죄송스럽기도 했죠. 어떻게든 빨리 정상궤도로 올려놓고 싶었고 한두 달간을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출시 후 3, 4개월이 지난 9월쯤에야 게임이 정상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했어요. 완성본이 아닌 게임임에도 그 상태로도 구매해 주신 분들도 있었고, 또 응원해주신 분들도 있어서 힘이 됐죠. 그래서 더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고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 흥행작 하나 남기기 쉽지 않은데 첫 작품인 로보토미가 프로젝트 문의 이름을 알린 게임이 됐어요. 후속작을 만드는 데 부담감은 없었나요?

부담스럽기보다는 힘이 됐죠. 로보토미가 더 사랑받고 유명해질수록 저희 다음 게임, 그리고 게임뿐만 아니라 웹툰이나 소설 같은 것도 자연스럽게 홍보도 되고요.



▲ 괴물과도 같은 환상체 관리라는 독특한 설정과 재미를 줬던 로보토미


= 도전과제 추가 등 출시 버전으로의 게임 완성은 됐지만, 콘솔 버전의 출시에 맞춰 발매 버전으로 변경하는 것만 연기됐어요. 라오루 출시와 관련해 지금은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지금은 XBOX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MS 쪽에서 먼저 연락해주시고 게임을 통과시켜주셨어요. XBOX 마켓 출시와 게임패스 입점까지 준비했죠. 8월쯤 정식 발매되면 그때 맞춰서 스팀 버전도 정식 발매로 전환돼요.

그다음에는 이제 후속작 개발을 본격적으로 들어갈 예정이에요. 그런데 이번에도 후원을 받을지는 아직 고민하고 있어요. 후원을 받으면 금전적인 부담은 덜하지만, 후원 보상들도 손이 많이 가는 편이거든요. 거의 한 달 이상을 보상 준비로 보내야 하죠.

(라오루의 펀딩 보상도 슬슬 배포 예정일텐데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라오루의 리워드는 거의 다 준비가 됐어요. 아트북만 남았으니 이제 80% 정도? 아트북이 지금 500~600 페이지 정도 돼요. 그래서 한 권이 아니라 분권을 했고 이게 편집 중에 있어요. 인쇄에 들어가고 물품이 나오면 되는 일이라 후원해주신 분들께서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될 것 같아요.


= 그럼 게임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정식 출시가 되며 게임을 접하는 플레이어도 많을 텐데 게임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최근 메인 업데이트가 끝나고 정식 출시만 남은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는 배틀 시뮬레이션을 표방한 턴제 RPG입니다. 덱 빌딩 요소가 가미됐고 이 과정에서 액션성을 좀 더 살린 턴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문의 세계관의 서막을 여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 게임의 기본적인 바탕은 바벨의 도서관 개념을 많이 빌렸어요.

제가 대학생 시절부터 환상문학을 많이 좋아했어요. 그중에서도 바벨의 도서관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작가의 단편 중 하나인데 특히 인상적으로 봤었죠. 대학 교양 강의 중에 창의적 글쓰기 수업 중에 바벨의 도서관을 주제로 책 사냥꾼을 다룬 시를 쓴 적도 있었어요.

로보토미 출시 후에 세계관을 좀 더 확장해나가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졌을 때 지식의 축적과 도서관이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됐고 지금까지 이어졌죠.

* 단편 소설 바벨의 도서관은 책들이 가득한 방을 탑처럼 무한히 쌓아올린 가상의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다. 무수한 도서관 내 책들은 대개 의미 없는 문자들의 나열이지만, 그중 일부는 예언이나 천사의 자서전 등 귀중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 전투에서도 색다른 모습을 살리려고 하셨다는 게 많이 느껴졌어요. 덱 빌딩 장르 게임이 유행하며 많아졌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편이에요.

전투에서 제일 원했던 전투 방식은 소년 만화 같은 데서 나오는 액션신이라고 할까요? 지켜보는 재미가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격투 만화에서 서로 공격을 맞대는 합을 게임에 구현했죠. 보통 턴제 게임에서는 한 번 공격하면 상대는 계속 맞아야 하잖아요. 라오루에는 그것보다는 액션성을 살리기 위해 이 합 개념을 꼭 넣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시작했고 합이나 회피 같은 만화적인 액션 요소를 넣고. 이 정도가 바탕이었죠. 덱 빌딩은 여기에 어울리는 것들을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나중에 추가된 거죠.








= 도서관이라는 컨셉에 맞게 적을 없애면 책으로 변하는데요. 이 책이 캐릭터 장비가 되기도 하고 공격 카드로 쓰이고 스토리를 진행하는 소모품으로도 쓰여요. 파고들기 요소가 되기도 하는데 그에 따른 일장일단이 있을 거 같아요.

책장을 얻는 파밍 난이도 요소에 대해 유저분들의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아요. 제가 의도했던 건 옛날에 게임했을 때, 그러니까 2000년대쯤 RPG를 돌아보면 반복 파밍을 하고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희열을 느꼈어요. 바로바로 좋은 보상이 나오는 것 보다는 어느 정도 반복 플레이를 통해서 좋은 보상이 나오는 방식이었죠. 10번 만에 원하는 게 나올 때도 있고 한두 번 만에 나오는 건 오래 기다렸다 나오는 것과는 다른 기쁨을 주잖아요.

그런데 그런 부분에 아쉬움을 전해주신 팬들이 있으니 '제가 너무 예전 게임 스타일로 접근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 당장 라오루의 게임 설계를 모두 바꿀 순 없지만, 다음 게임을 만들 때는 조금 더 요즘 게임 문법에 맞춰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 처음 얼리 액세스를 공개하고 최근까지 몇 번 정도 새롭게 플레이를 했는데 그때마다 게임 시스템이 참 많이 바뀌었어요.

얼리 액세스의 좋은 점이라고 할까요? 소규모 개발사일수록 게임의 QA를 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저희끼리 피드백을 주고받는 데도 한계가 있죠. 그런데 얼리 액세스는 일종의 테스팅 환경을 마련하니까 그런 부족한 점을 대체할 수 있어요. 얼리 액세스는 언젠가 끝나는 단계여야 하기 때문에 출시를 위한 책임감도 생기고 피드백 받은 내용으로 게임을 옳은 방향으로 수정해나가죠.

아직도 많은 분이 얼리 액세스 개념을 생소하게 느끼고 계세요. 어떤 마음인지 저도 이해하고 공감하니까 죄송스러운 마음이기도 해요.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얼리 액세스로 출시해 개선해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긍정적인 방향으로 얼리 액세스 시스템이 널리 퍼져서 개발자들이 더 쉽게 게임을 개선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얼리 액세스 상태에서 완성이 되지 못하는 게임들의 사례가 많이 알려지고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어서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 스팀 뉴스 허브. 스크롤바만 봐도 얼마나 꾸준히 업데이트했는지 알 수 있다


= QA 등이나 마케팅 등을 위해 퍼블리셔를 알아보는 곳도 많아요.

로보토미 출시 이후 중국이나 일본 쪽의 퍼블리싱 제의가 많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퍼블리셔들의 요구사항과 커뮤니티 과정에서 부수적인 업무가 너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런 경험담을 듣기도 했어요.

또 저희가 모바일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게 아닌데 인디 패키지 게임에 이런 마케팅이 필요할까 싶기도 했고요. 디볼버 급이 아니라면 바이럴을 통한 마케팅이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했죠.

해외 유명 게임사나 몇몇 대형 게임사와 미팅을 하기도 했는데 대부분 전략적 투자 성격이 강해 게임사 입맛에 맞춰질까 투자로 많이 배제해왔어요. 이번에 데브시스터즈 벤처스를 통해 투자를 받았는데 이쪽은 재무적 수단의 투자였어요. 사실 이번 투자로 궤적시리즈를 만든 팔콤처럼 하나의 게임 스튜디오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개발자들은 똑같이 열심히 하지만 '인디니까 이 정도만 해도 돼'라든가, '인디라서 이 정도밖에 안 돼'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일부 계세요. 그런 타이틀 없이 하나의 창작 스튜디오로 존재하고 싶어요. 또 거기서 오는 상업적 가치나 비전도 인정받을 계기로 투자를 유치한 것도 있고요.

인재 영입에도 대우나 연봉 등에서 꺼릴 것 없는 재정적으로 탄탄한 스튜디오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 피드백을 받을 때는 개발진이 의도한 것과 유저 피드백의 방향이 다를 때도 잦을 것 같아요.

유저분들이 많이 주는 피드백이 크게 스토리 부분과 플레이 부분으로 나뉘는데요.

스토리 부분에서 초반에 많이 들었던 건 손님으로 오는 캐릭터들이 너무 빨리 죽는다는 거였어요. 캐릭터 소모가 심하다는 뜻인데 사실 이건 앞으로도 많은 손님이 나올거고 또 어떻게 정리될지 이미 다 계획해놓은 상태이기에 쉽게 바꿀 수 없는 부분이었죠. 그래서 큰 부분들은 예정대로 진행했어요. 스토리 부분에서 피드백 주신 내용은 일종의 감상으로 여기고 다른 작품을 구상할 때나 게임 개발에 더 참고하고,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반면에 플레이 부분에서 주신 피드백은 적극적으로 찾아봤고 반대로 많이 의견을 주시기도 했어요. 고민이 많았죠. 우리가 봐도 맞는 말인데 그 의견들이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길거나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는 반영하기 힘들었어요.

또 저희가 생각했던 게임의 재미 방향성이 정해져 있었는데 그것과 다른 방향으로 주신 내용을 따르면 그것들이 혼재되어버리기 때문에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 부분에 대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못한다고 여기실까 걱정도 됐죠.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그런 부분의 중심을 잡는 게 쉽지 않았던 거 같아요.





= 이용자 연령대가 높긴 하지만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관에 등장인물들이 다 안쓰러워질 지경인데 이런 이야기들은 어떻게 구상하시나요?

디스토피아 세계관이라고 하는데 현실에서 차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심층 보도 프로그램 같은 걸 보면 '어떻게 저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지'싶은, 창작물보다 더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웃음). 그런 것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도 해요.

여기에 희망을 그리는 인간 찬가라는 주제도 관련이 있어요. 빛이라는 건 어두울 때 더 잘 보이잖아요? 진흙 속에 핀 꽃이나 절망밖에 없는 곳에 퍼지는 한줄기 빛. 아무래도 이런 스토리와 테마를 위해서 더 어둡고 무거운 배경을 설정하는 것 같아요.


= 프로젝트 문 작품들의 세계관으로 봤을 때 라오루는 그럼 어디쯤 왔다고 생각하나요?

하나의 큰 세계관으로 본다면 초반부에 가까워서 아직은 어둡고, 풍자적인 면들이 많이 보이는 상태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작품 하나하나마다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희망이 조금씩 뿌려지는 단계예요.


= 매력 넘치는 인물들이 많은데 이미 책이 되어버리거나 리타이어한 경우가 많아요. DLC 등으로 뒷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는 분들도 많았죠.

후일담 DLC 개발은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DLC는 결국 본편의 판매량을 넘어설 수 없잖아요? 라오루 같은 경우도 내부에서 목표로 하는 판매치가 있는데 정식 출시 이후에 이게 달성이 안 되면 DLC 보다는 새로운 작품이나 시도를 할 수밖에 없어요. 대신 라오루에 등장한 손님들의 이야기는 다음 작품에서 직접 등장하거나 간접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DLC가 없다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





= 그렇다면 현재 라오루에서 이런 점은 더 넣고 싶었다던가 하는 부분은 없나요?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건 있었어요. 라오루는 인간과 인간의 대결을 그리고 있는데 환상체만 있는 던전에 용사나 손님들이 들어오는 그런 게임이요. 플레이어가 환상체를 이렇게 저렇게 구성하고 용사들이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궁금증에서요.

('던전 키퍼' 같은 느낌으로요?)

네. 딱 그런 설정으로요. 환상체 같은 경우에 기믹과 고유 특수성을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로보토미가 끝나고 팀 일부는 다른 회사에 취직하고 학교에 복학해서 라오루 시작할 때는 6명이었죠. 그때는 소규모 인원으로 만들 수 있게 기획이나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 부분은 최대한 배제했어요. 이제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새 작품에서는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프로젝트 문만의 세계관 확장에 많은 힘을 쏟아오셨어요. 라오루의 큰 개념은 로보토미 제작 당시 어느 정도 생각하신 건가요? 아니면 로보토미의 좋은 평가와 함께 확장하고자 하신 건가요?

시점을 꼭 집을 순 없겠지만, 라오루의 이야기는 로보토미 개발 단계에서부터 계속 고민했었던 부분이에요. 로보토미의 뒷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자기 전에 상상해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떠올리면서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 같은 걸 생각해왔어요.



▲ 로보토미 기반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 원더랩


= 세계관이 같으니 로보토미를 꼭 해야만 라오루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최대한 라오루만 하셔도 흐름이나 문맥을 이해하실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구성했어요. 실제로 라오루만 하신 분들이 로보토미 안 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해주세요. 로보토미를 하신 분들은 전작을 아는 만큼 보이는 게 더 많으셔서 라오루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새로 게임을 즐기실 분들이라면 굳이 로보토미를 안 하시고 라오루만 하셔도 충분히 즐기실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둘 다 하면 더 많은 게 보이겠지만 라오루만 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 최근에는 새로운 웹툰 작가를 모집하는 등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IP를 확장하고 있는데 이것도 지향하는 바가 있을 것 같아요.

웹툰은 웹툰대로 접근성이 높고 감상도 게임보다는 편해요. 이걸 통해서 로보토미에 대해 알게 되는 분들도 계시고 세계관이나 이야기를 더 깊게 알고 싶으신 분들은 저희의 다른 콘텐츠를 찾아보며 더 깊은 재미를 느끼실 수도 있어요.

가볍게 즐기든, 깊게 즐기든 관계없이 다양한 콘텐츠들을 마련해서 저희 세계관에 스며들 수 있게끔 해보고 싶었죠. 또 알게 모르게 여러 작품의 인물들이 얽혀있어 '이게 이렇게 이어지네'라고 감탄하며 즐기는 재미를 좋아해서 이런 콘텐츠는 계속 만들고 싶어요.


= 게임 속 카페와 이름이 같은 햄햄팡팡도 바로 사무실 앞에서 운영 중입니다. 최근에는 확장도 하고 해외에서도 관심 가질 정도로 반응이 좋아요.

학생 시절부터 이른바 '덕질'을 하면서 해외나 일본 이런 데서는 콜라보 카페 같은 게 있는데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나중에 행사나 일 때문에 일본에 갔었고 그런 카페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는데 팬들과 이벤트도 하는 그런 모습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재미도 있고 부러웠고. 그래서 나도 이런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던 상태였고요.

또 사무실을 지금 위치인 광교로 옮기면서 간혹 바람 쐬러 나갈 때 지금 햄햄팡팡 위치가 보였어요. 그때는 빈 상가였는데 편의점이나 카페 같은 게 예쁘게 좋겠다는 즉흥적인 마음도 햄햄팡팡을 만든 한 이유인 것 같아요(웃음).



▲ 마침 확장 준비로 휴무일이어서 외부만 찍을 수 있었던 햄햄팡팡과 햄팡키친

사실 사업적인 수지타산은 크게 안 따졌어요. 지금처럼 크게 할 생각도 없었고 인건비와 월세만 나오면 팬서비스 차원에서 운영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죠. 요식업도 잘 모르다 보니까요. 그러다 해외에서 경력이 있는 지금 매니저분을 만났어요. 처음에는 토스트나 음료 정보만 했는데 스테이크나 그림도 그린 오므라이스 같은 요리도 선보이고 싶었죠.

지금은 생각보다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예약제로 운영하는데도 이렇게 확장할 수 있었어요. 포털 사이트에서 올해의 라이징 식당으로 꼽히기도 했고요.


= 굿즈 같은 것도 함께 구매할 수 있어서 더 관심이 커요.

사실 일본에 가서 이런 카페들을 봤을 때 아쉬웠던 건 공식 일러스트레이터를 붙여 상품으로 파는 거였어요. 똑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굿즈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가 있어야 팬들도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모든 굿즈가 그럴 순 없겠지만, 그런 점을 최대한 고민하며 굿즈를 내고 있어요. 물론 퀄리티야 항상 신경 쓰려고 하고 있죠.


= 지금 작품에 주는 큰 애정만큼이나 후속작에 대한 팬들의 기대도 큰데 개발 방향은 어떻게 되나요?

전에 한 번 공개한 신작은 로보토미 엔딩 이후 하나의 던전이 된 상태의 로보토미 사 지부에 해결사들이 들어가 탐험을 해가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이 과정에서 환상체들이 가지는 특징이나 특별한 공포감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로보토미 팬분들도 그런 점을 많이들 좋아해 주셨고요. 고민이 되는 부분은 출시 플랫폼인데 7월이나 8월 즈음이 되어야 결정될 것 같아요.

별개로 제가 가지고 있는 꿈 중 하나는 모바일 게임이에요. 모바일 게임의 좋은 점은 기본적으로는 프리 투 플레이다 보니 대중적이고 진입 장벽이 없어 자연스럽게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에요.

또 라오루의 얼리 액세스를 진행하면서 스토리 업데이트를 해가며 팬분들의 감상과 반응을 지켜보는 게 큰 즐거움이었어요. 그런데 패키지 게임 자체는 결국 엔딩이 있고 끝이 나잖아요? 팬분들도 스토리가 끝나다 보니 다음에 더 이야기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많이 주셨어요.

그래서 모바일 게임 하나를 제대로 만들어서 계속 이어지는 스토리라인을 선보이고 콘솔 등 패키지 게임들을 만들어가면서 서로 연계되는 사이클도 구상하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문의 방향과 미래 계획에 대해 들려주세요.

지금은 그냥 먼 미래의, 거대한 꿈이긴 하지만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게 꿈이에요. 비유하자면 미쉐린 가이드에 올라간 별 세 개 식당은 음식 맛을 보기 위해 그 나라를 방문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곳이잖아요?

전 세계에서 한국의 오타쿠적인 게임 콘텐츠를 말할 때 프로젝트 문이 떠오르고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햄햄팡팡도 방문하러 오고. 그런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싶은 게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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