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2의 나라는 정말 '특별한 게임'일까?

리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135개 |

연출은 참 좋은데...


넷마블의 제2의 나라는 장단점이 아주 확실한 게임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장점이 생각보다 매우 뛰어나서 아깝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래픽과 사운드는 말할 것도 없이 고퀄리티이며, 거기에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연출은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장점을 정말 잘 섞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강화 요소’는 이 게임을 뻔하게 만들어버렸다. 최근 모바일 RPG들은 전투력 강화 시스템을 도대체 뭐가 뭔지 이해하기도 힘들 정도로 세분화하는 편인데, 안타깝게도 제2의 나라 역시 이를 그대로 답습했다.

요건을 달성했을 때 곧바로 메뉴를 띄워주는 알림 시스템이 없었다면, 내가 과연 스스로 강화와 도감과 전투를 진행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뭔가가 ‘많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많은 시스템을 한 번에 오픈하지 않고 천천히 알려준다는 정도다. 하긴,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튜토리얼 과정에서 강화 시스템을 몰아쳐서 질리게 만들었던 모 게임에 비하면 양반이다.

그렇다면 제2의 나라 역시 그냥 그래픽만 다른 흔한 모바일 RPG일까?




게임명 : 제2의 나라: Cross Worlds
장르명 : RPG
출시일 : 2021.06.10.
개발사 : 넷마블네오
서비스 : 넷마블
플랫폼 : 모바일(iOS / And)



‘지브리 감성’은 확실하게 잡아내다






▲ 지브리 느낌이 물씬 나는 그래픽

제2의 나라를 지브리 감성을 씌운 흔한 무언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아니 분명 ‘흔하다’는 말 자체는 맞다. 하지만 지브리의 동화적 감성을 가져왔기에 제2의 나라는 그 나름의 개성을 챙겼다.

분명 퀘스트 이동, 전투, 완료, 잠을 잘 때도 켜놔야 하는 자동 사냥 등 기본적인 골자는 수없이 등장하는 모바일 RPG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여기에 지브리 특유의 그림체, 애니메이션을 옮겨온 듯한 스토리 라인과 연출, 그리고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합쳐지니 분명히 지겨울 정도로 익숙하면서도 마치 초면 같은 그런 게임이 나왔다.

그래봤자 자동 게임인데 그래픽이 뭐가 중요하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은 어쨌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손으로 조작하는 ‘놀이’다. 그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아쉬움을 느끼고, 그 모든 것이 뛰어나면 수작, 명작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제2의 나라는 일단 눈으로 보는 시각적 요소와 귀로 듣는 청각적 요소가 모두 꽤 괜찮은, 아니 뛰어난 편이다. 눈에 확 띄는 밝은 색상의 그래픽과 통통 튀는 음악, 너무나 귀여운 캐릭터들과 성우들의 열연까지. 시청각적으로 뭐 하나 부족함이 없다.







그렇기에 조작의 재미가 빠져있더라도 나머지 두 가지를 통해 어느 정도는 다른 시점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지브리 느낌의 투박한 듯하면서도 서정적인 그림체는 뛰어난 카메라 워크와 합쳐져 애니메이션과 게임 그 사이를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여기에 지브리 작품 속에서 본 듯한 익숙한 캐릭터들은 그 경계를 좀 더 흐리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친근하면서도 독특한 그래픽을 통해 누가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느낄만한 게임의 첫인상을 만들어 냈다. 이는 원작을 전혀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물론, 플레이의 지속은 게임의 시스템에 달려있다. 아무리 그래픽이 좋더라도, 아무리 사운드가 좋더라도 결과적으로 시스템이 지루하다면 그 재미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작은 친구



뛰어난 연출과 평범한 시스템의 괴리

제2의 나라의 시스템 자체는 길드의 위치인 킹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제외하면 그닥 새로운 것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 분명 9시간 만에 삭제해버린 비슷한 시스템의 모 게임보다 훨씬 흥미로웠고 할만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1층 해안 광장에서 열심히 자동 사냥을 돌리며 한참을 고민했다. 분명 평소 같으면 아 진짜 너무 지겹다를 외치며 종료 혹은 삭제를 눌렀을 시간인데, 이상하게 재미..있는 건지 관성적인 건지 여튼 계속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

개인적으로 그 상충하는 느낌은 다름 아닌 스토리의 진행 방법에서 온 것이라 생각한다. 제2의 나라는 모바일에서 주로 쓰이는 자동 시스템을 채택했지만 정작 스토리와 함께 진행되는 게임의 흐름은 패키지의 그것을 가져왔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흐름’이다.



▲ 하나의 장면을 다양한 카메라 워크로 표현

직접 모든 것을 조작해서 플레이하는 패키지의 ‘방식’을 가져왔다는 것이 아니다. 제2의 나라는 게임의 모든 흐름이 스토리의 진행과 함께 자연스럽게 엮이는 패키지 식 ‘연출’을 활용했다.

비록 퀘스트를 수락하고, 요청을 해결하고, 보상을 받고, 다음 퀘스트로 진행하는 그 과정은 자동으로 진행되지만, 중심에 있는 스토리 라인의 연출법이 아주 독특하고 뛰어나다.

단순히 성우의 목소리가 들리고 텍스트는 누구보다 빠르게 훅 지나가며, 게임 화면과 동떨어진 컷신이 흘러가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 대부분의 모바일 RPG들이 자 지금부터 스토리 들어간다 스킵 준비해! 라고 어딘가 붕 떠있는 것에 비해, 제2의 나라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몰입도를 높이는 연출을 사용했다.

메인 퀘스트는 컷신 뿐 아니라 일반적인 대화 장면에서도 다양한 카메라 워크를 활용해 단순함과 지루함을 방지했고, 게임 화면과 컷신, 화면 전체를 활용하는 텍스트 대화와 캐릭터 초상화가 작게 등장하는 대화창을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깨지 않고 연결했다.



▲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장면들

그 중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바로 카메라 워크다. 하나의 대화 장면에서도 계속해서 시점이 변경되기에 마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와 같은 영상매체를 보고 있는 듯한 경험을 전달하며, 그만큼 화면 너머 유저가 느끼는 몰입감과 재미 역시 크게 올라간다.

또한 흔히 그냥 멍하니 보게 되는 자동 이동 구간에서도 터치할 필요 없는 자그마한 대화창을 활용해 퀘스트 사이의 구간이 뚝 하고 끊어지지 않도록 연출했다. 텍스트를 주르륵 읽고 자동 이동을 하고, 또 읽고 이동하고 이런 방식의 단순한 연출 대신 전체적인 스토리를 연결해서 쭉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재미있게도 이러한 연출은 스토리만 흥미롭게 만들어주는데 그치지 않고, 게임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효과를 가져왔다. 흔한 자동 게임이 아니라, 스토리라는 커다란 줄기 하에 모든 게임 시스템의 서사가 포함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흐름이 제2의 나라라는 게임 자체를 어딘가 이질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연출과 구조의 괴리에서 오는 이질감이랄까. 스토리 연출은 패키지인데, BM을 비롯해 시스템 구조는 전형적인 모바일 RPG다 보니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어딘가 어색하고 맞지 않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 몇 번째인지 모르겠을 정도로 많은 강화 시스템


깔끔하게 적용된 편의성

제2의 나라를 플레이하다 보면 분명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개발한 흔적이 끊임없이 여기저기서 묻어나온다. 특히 이는 편의성을 제공하는 부분에서 많이 드러나는 편이다.

일단 세분화된 그래픽 조정 수치를 들 수 있다. 제2의 나라는 그래픽이 정말 중요한 게임이다. 영상의 느낌을 주는 뛰어난 연출을 좀 더 제대로 느끼려면 최대한 높은 품질의 그래픽으로 플레이해야하기 때문.

이에 각자의 기기 사양의 범위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즐길 수 있도록 설정 창에서는 해상도와 프레임, 그리고 PC 게임만큼이나 세부적인 옵션의 온오프를 지원하고 있다.

UI 배치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시스템을 모두 분류화해서 깔끔하게 수납했다. 물론 지금 보여지는 메인 화면이 아주 깨끗하다고는 할 순 없다. 하지만 50개 가량 되는 세부 시스템 버튼을 생각해보면, 이 역시 최대한 그래픽을 깔끔하게 살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걸 알 수 있다.



▲ 메인 화면 역시 그렇게 지저분한 편은 아니다



▲ 보조 화면에 배치된 10개의 대분류

스토리 진행 중 작은 대사창이 자주 뜨기 때문에 만약 메인 화면에 이보다 더 많은 버튼이나 텍스트가 나와있었다면 오히려 연출상의 몰입감을 깨는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직관적인 파티창의 UI와 시스템은 그 중 가장 유용하며, 눈에 띄는 요소다. 근처에 있는 파티를 찾는 기능부터 파티장이 있는 채널로 한 번에 이동하는 것, 반대로 파티원을 소환하는 것, 여기에 홍보나 가입 모두 터치 한 번으로 쉽게 진행할 수 있다. 토벌 퀘스트나 필드 사냥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30레벨대 부터는 이런 간편한 파티 시스템이 아주 쾌적하게 다가온다.



▲ 간편하고 직관적인 파티 시스템

별개로, 자동 시스템을 채택한 만큼 그에 최적화된 조작 역시 제공하고 있다. 이제는 익숙해진 자동 물약이나 이동 범위, 우선 순위 등은 당연히 설정할 수 있으며, 하루에 정해진 시간 동안은 아예 게임 자체를 끄더라도 자동으로 사냥을 진행하는 AI 모드까지도 지원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투 화면 위를 덮는 팝업형 UI가 뜨더라도, 심지어 뽑기를 위해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더라도 캐릭터는 끊임 없이 전투를 진행한다. 그냥 자동 전투를 진행하며 게임 내에서 다른 작업을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다.

뭐랄까, 이왕지사 자동 전투 시스템을 넣었으니 최대한 매끄럽고 편리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느낌이다.



▲ 이제는 게임을 켜놓지 않아도 자동으로 사냥을 한다



▲ 세분화 되어있는 자동 전투 옵션들



자동 플레이 게임에서 유저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조작의 비중이 줄어들수록 정작 그 중요도는 상승한다. 유저는 잠시 잠깐 주어지는 조작을 통해 재미를 찾고자 하기에 게임은 그동안만이라도 볼 거리 들을 거리 즐길 거리를 확실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제2의 나라는 정확하게 그 부분을 캐치했다. 감성과 연출, 뻔하고도 흔한 요소지만 새로운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을 시도했다. 이미 모든 부분에서 익숙한 시스템일지라도, 연출의 방향이 확실하면 된다는 걸 보여줬다.

그렇다고 제2의 나라가 엄청나게 신선하거나 대담한 게임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체적인 만듦새 자체나 익숙함 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그래픽과 사운드, 연출이라는 기본적인 요소를 활용한 건 분명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특별한 게임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은, 글쎄 과연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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