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VS 워해머, 당신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칼럼 | 오의덕 기자 | 댓글: 81개 |
▶ 에이지오브코난 VS 워해머 온라인


2010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작 MMORPG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테라, 아키에이지, 블레이드앤소울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이는 국산 게임들도 즐비하지만, NHN 한게임의 워해머 온라인과 네오위즈 피망의 에이지오브코난, 이 두 외산 게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대작’입니다.


사실, 워해머 온라인과 에이지오브코난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투(PvP or RvR)가 핵심 컨텐츠 중에 하나라는 점, 두 번째는 이미 북미에서 상당 기간을 서비스 해오고 있었으나 그 성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는 것, 세 번째는 첫 번째 이유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는 의외로 크게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 네 번째는 그렇기 때문에 국내 퍼블리셔인 NHN과 네오위즈가 단순 한글화에 그치지 않고, 일명 '한국화'를 완성하기 위해 장시간 동안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공식 국내 퍼블리싱 발표가 있은 지 한참이 지나도 별 다른 소식이 없다가, 에이지오브코난은 국내 최초로 작년 12월에 4일간 1차 CBT를 진행했고, 워해머 온라인은 작년 9월 스페셜 FGT를 진행한 후 상당한 뜸을 들이다가, 지난 15일부터 매 주말마다 진행되는 1차 CBT를 드디어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워해머 온라인과 에이지오브코난




아무래도, 국내 유저들의 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 게임이다 보니, 퍼블리셔는 퍼블리셔대로 고칠 것은 고치고, 더할 것은 더해서 최대한 좋은 컨텐츠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에 애가 탈 것이고, 두 게임 모두 2010년 오픈을 목표로 하기에 아직까지는 그 규모 자체가 협소해 적자생존의 논리가 여실히 적용되는 국내 게임계에서의 피 튀기는 경쟁을 피해갈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자신들이 출시하는 또 다른 게임, 특히 MMORPG들의 일정과도 조율해야 하는 고민이 더해집니다. 제 살 깎아 먹는 상황은 절대로 나와서는 안되겠죠.


이런 다양한 요인들로 말미암아 NHN과 네오위즈, 모두 오픈 일정을 ‘쿨’하게 발표하지 못하고, 마치 예전 고3 대학원서 접수장을 방불케 하는 살벌한 눈치작전을 펼치는 듯 한데요,


문제는 유저들 사이에서도 그 동안 간헐적으로 쌓아온 두 게임의 이미지와 짧은 CBT 등에서의 단편적인 체험들이 마구 뒤섞이면서 만들어 내는 '카더라 통신'에 의해 유저들의 플레이 욕구가 애초에 차단 당하거나, 이유 없는 비난과 험담들이 서로에게 쏟아지는 비극적인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제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체험한 워해머 온라인과 에이지오브코난의 특징들을 비교, 정리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더불어 두 게임을 체험해 본 인벤가족분들의 냉철한 평가들을 서로 주고 받는 진지한 토론의 장까지 함께 열어 봤으면 합니다.


그럼, NHN의 워해머 온라인부터 한번 시작해 보겠습니다.






워해머 온라인은 다옥(DAoC)으로 유명한 미씩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MMORPG로, 게임스워크샵의 판타지 보드 게임 ‘워해머’를 기반으로 한 25년간 쌓여온 방대한 세계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옥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는 미씩의 전매특허 “수백 명이 모여도 렉 하나 없는 전쟁”을 더해 그 어떤 MMORPG 보다도 PvP에 특화된, 즉 진정한 RvR (진영 대 진영)을 구현해 낸 것이 워해머 온라인의 가장 큰 컨셉입니다.


PvP와 PvE 컨텐츠가 뚜렷하게 나뉘어져 있는 여타 게임과는 달리 워해머 온라인은 이 둘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기 위해 소소한 퀘스트부터 전장의 위치, 전체를 아우르는 맵의 구조와 같은 게임 내 시스템 등을 고민해 왔고, 그 결과 유저들은 플레이 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진영에 대한 소속감과 함께 상대 진영과 대립해야 하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일반 필드에서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RvR 플래그와 인스턴스 공간을 활용하는 시나리오 전장까지 워해머 온라인은 PvP에 대한 동기 부여와 그 보상이 가장 적절하게 제공되고 있는 MMORPG라고 볼 수 있습니다.





▲ RvR에 특화된 MMORPG 워해머 온라인




PvE에서도 꽤 주목할만한 컨텐츠가 있는데, 특정 지역에 진입하게 되면 그 주변의 유저들과 함께 필드 레이드 형식의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퍼블릭 퀘스트’가 바로 그것입니다. 3단계 최종 단계까지 마치게 되면, 참가한 유저들의 기여도와 주사위 굴림 순위에 따라서 아이템이 자동으로 배분되는데, 그 재미가 상당해서 이미 수행하고 있던 다른 퀘스트는 잊어버리고 자신도 모르게 퍼블릭 퀘스트를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하나 둘씩 특징들을 읽어오면서 눈치를 채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워해머 온라인의 단점 중에 하나는 전체적인 게임의 구조가 각 단계마다 존재하는 유저의 수가 일정 수를 충족하면서 유저 간의 상호관계가 끊임 없이 발생해야만 본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런 경향은 다른 게임들도 마찬가지지만, 초반 지역부터 RvR 전장과 퍼블릭 퀘스트로 빠듯하게 채워진 워해머 온라인에서는 그 정도가 상당히 심하다는 평입니다.


그리고, 미씩이 RVR에 과도하게 집중한 결과일까요? 그 외 컨텐츠들은 상당히 부실한 편입니다. 대규모 전쟁을 위해 다운그레이드된 그래픽과 타격감, 이펙트는 물론이요, 제작, 채집 시스템도 대충 구색만 맞춘 느낌이며, 그 외 커뮤니티 관련 시스템들도 전무한 상황입니다.


한 가지 더 우려가 되는 것은 북미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유저들을 잡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작년 6월 업데이트한 무료 확장팩 콜투암즈가 유저들로부터 RvR 시스템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를 냈다는 점입니다.


게임을 만드는 주체인 개발사, 즉 미씩의 힘이 크게 약해졌고, EA 마저 지속적인 매출 감소로 인해 워해머 온라인과 미씩을 더 이상 보호해주지 못하는 상황인 것을 감안해 보면, 퍼블리셔인 NHN이 워해머 온라인의 이런 부분들을 국내 시장에 맞게 어떻게 처리해낼 지도 크게 관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 북미 서버, 실제 RvR 플레이 장면




에이지오브코난도 워해머 온라인만큼 WoW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경쟁작으로 큰 관심을 받은 게임입니다. 여담입니다만, WoW를 개발한 블리자드 내부에도 에이지오브코난 동호회가 만들어질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2008년 5월 북미 출시 때는 40만 유저를, 두 달이 지난 7월에는 70만 유저를 돌파하면서 각종 게임차트를 뒤흔들기도 했습니다.


차세대 콘솔 게임과 견주어도 꿀리지 않는 그래픽 퀄리티와 액션감은 타 MMORPG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키보드 방향키를 통해 공격의 방향을 지정하면서 실시간으로 전투할 수 있는 부분과 각 방향키를 성공적으로 입력했을 때 발동되는 콤보 시스템은 계속 반복되면서 자치 지루해질 수 있는 MMORPG의 전투를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정 조건을 만족했을 때 발동되면서 적에게 잔인한 마무리 일격을 날릴 수 있는 페이탈리티(Fatality) 시스템도 압권입니다.


퀘스트나 스토리텔링에서도 꽤 신경을 썼습니다. 롱기스트 저니 등으로 유명한 펀컴이 제작했기 때문에 단순히 NPC 클릭 후 퀘스트를 수락하는 방식이 아닌, NPC에게 말을 걸면 다양한 대화문을 선택할 수 있고, 선택한 대사에 따라서 적절한 대사가 출력되는 NPC 대화 인터페이스는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을 높였습니다.





▲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향상된 전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에이지오브코난




리얼 하드코어를 표방한 게임이기에, PvP에 제한도 없습니다. 마을에서도 경비병 NPC 눈만 피하면 다른 유저를 학살할 수 있고, 특유의 방향키 액션 시스템 덕분에 유저의 컨트롤에 따라서 PvP에서도 다양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죽이고 또 죽이는 살육의 현장이 모니터에 그대로 펼쳐집니다.


하지만, 이 모든 특징들이 서비스 초반부터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심각한 버그들에 묻혀지기 일쑤였고, 그것을 버텨낸다고 해도 코난 특유의 무제한 PvP 시스템 안에서 학살당하는 일부 유저들은 게임을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가장 심각했던 문제는 상당한 자본과 개발기간을 투입했는데도 불구하고, 실사와 같은 그래픽과 주변 환경, 필드와 인스턴스를 오가며 진행되는 밀도 깊은 퀘스트 같은 극한의 퀄리티를 구현해내느라 힘이 크게 부쳤는지, 정식 출시 때의 전체적인 컨텐츠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그 이후 유저들은 급속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2008년 11월에는 메인 디렉터가 사직하고, 가용되는 서버를 대폭 폐쇄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펀컴의 대처에 불만을 품는 유저들의 수도 상당했으며, 사실 몰락하는 속도는 그나마 꾸준했던 워해머 온라인보다 더 심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EA와 미씩과는 사뭇 다르게 개발사인 펀컴이 에이지오브코난에 대한 줄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2009년 6월에는 알려진 버그를 대폭 수정하고, 모자랐던 컨텐츠를 대거 추가하는 업데이트로 기존 유저들은 물론 신규 유저들의 환영까지 받았고, 같은 해 8월에는 독일에서 열린 GC2009에서 동방의 나라 키타이 제국을 주요 무대로 하는 확장팩 ‘신을 죽인 자의 등장’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펀컴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국내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가져볼 수 있지만, 반면 퍼블리셔인 네오위즈가 MMORPG 서비스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PvP에서 발생하는 '유저 간 분쟁' 같은 게임의 존망을 결정 지을 수 있을 정도의 중요한 업무들을 잘 처리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주위의 우려도 큰 상황입니다.





▲ 확장팩 '신을 죽인 자의 등장' 스크린샷








근 게임계 지인들을 만나는 자리에는 워해머 온라인과 에이지오브코난에 대한 이야기가 꼭 빠지지 않습니다. 각자 두 게임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려 보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올해 성적까지도 예상해 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사실 긍정적인 기대 보다는 부정적인 예측이 조금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두 게임 모두 북미 시장에서 별로 좋지 않은 성적을 냈다고 해도, 완성도 면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나타났다 이내 사라져간 수 많은 MMORPG보다는 분명 우위에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유저들이 특히 선호하는 ‘전쟁’과 ‘PvP’ 파트에서는 WoW 조차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향상되고 발전된 컨텐츠를 담아 내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퍼블리셔의 역할과 의지가 아닐까 합니다. NHN과 네오위즈가 얼마나 잘 국내 유저들의 입맛에 맞도록 현지화 작업을 이루어낼 것인지, 또한 안정적인 운영과 업데이트 로드맵을 충실히 제공해 줄지에 따라서 국내 시장에서의 가능성도 열릴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WoW 외에 국내 시장에서 참패한 대부분의 외산 MMORPG가 게임성을 떠나 운영에서 먼저 무너졌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인벤가족분들께 여쭤보겠습니다. 2010년, 절대로 피해갈 수 없는 치열한 레이스를 시작한 두 대작, 워해머 온라인과 에이지오브코난. 당신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당신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께는 추첨을 통해 문화상품권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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