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온라인 게임이여, 모바일 시대를 준비하라

칼럼 | 이동원 기자 | 댓글: 14개 |
2009년을 지나며 게임계에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세 가지 흐름이 있다. 소셜게임, 아이폰, 웹게임이 바로 그것이다. 아직 주류라고 부르기는 이르다. 하지만 웬만해서 성공하기 힘든 우리나라 게임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많은 게임사들과 개발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세 가지 모두 '성장가능성을 가진 새로운 플랫폼으로 대박 사례 후, 우리나라가 뒤늦게 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는 소셜게임이 이미 대세다. 페이스북 기반 소셜게임 팜빌(Farmville)은 하루 이용자가 3천만 명에 육박하고, 팜빌의 개발사 진가(Zynga)는 작년 한 해만 3천 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앱스토어를 통해 대박을 낸 게임 개발자들은 연신 화제도 되고 있다. 헤비마흐(Heavy Mach)를 만든 변해준씨가 억대 수익을 거둔 이야기는 전설 아닌 레전드로 게임 개발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작은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등에 업고 들어온 웹게임은 엔씨소프트 같은 대기업에서부터 유니아나 같은 콘솔업체까지 누구나 동참하는 시장이 되었다.





[ 페이스북 기반 게임으로 작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팜빌 ]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수익성'이나 '시장성'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이 왜 하필 비슷한 시기에 조명을 받고 있을까. 그것은 어떤 시대의 흐름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보면 서로 다른 이들 세 가지가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웹에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환경과의 궁합.


이제 당신은 퇴근 또는 방과 후 집에 들어가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싸이월드 방명록에 누가 글을 남겼나 볼 수 있다. 1촌 친구가 새로 나온 소셜 게임을 같이 하자고 글을 남겨놓은 것을 보게 된다. 이제 당신은 게임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고 설치하고 하는 번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전세계의 게임개발자들이 만든 기발한 게임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도 설치해 플레이 해볼 수 있다. 웹게임도 마찬가지. 2시간씩 끊어 자며 병사를 생산하느라 방에 틀어박혀 있지 않아도 된다. 언제든 모바일로 접속해 적절한 명령을 내려줄 수 있다.



모바일 시대를 미리 맞이한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은 모바일-웹을 중심으로 한 최근의 이런 흐름들과 전혀 무관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게임사의 정책이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이와 같은 모바일-웹 흐름을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이를 활용하고 있는 게임사들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블리자드와 엔씨소프트.


블리자드는 이미 게임 내 캐릭터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애플 앱스토어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전투정보실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어플을 이용하면 캐릭터가 착용한 아이템과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업적을 얼마나 달성했는지, 캐릭터가 속한 길드의 레이드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아이템 검색을 통해 앞으로 획득하게 될 아이템 데이터를 미리 살펴볼 수도 있으며 특성계산기가 내장되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캐릭터의 특성을 미리 투자해 볼 수 있다.





[ 블리자드가 제공하는 모바일 전투정보실 ]


엔씨소프트는 한 술 더 뜬다. istory 라는 아이폰 어플 리뷰 사이트를 런칭할 정도로 앱스토어 시장에 관심을 보였던 엔씨소프트는 아이온과 관련된 어플을 이미 두 개 출시했다.


아이온 파워위키는 아이온 공식홈페이지가 운영하고 있는 게임정보를 아이폰으로도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 아이템이나 맵의 정보, NPC의 위치, 퀘스트, 제작, 채집 정보, 네임드 몬스터 위치 등 아이온에 대한 정보들이 총망라 되어있다. 파워위키를 보느라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오늘 저녁에 어떤 퀘스트를 할 것인지 어떤 몬스터를 잡을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워볼 수도 있겠지만, 게임에 대한 워낙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아이온 유저에게는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 아이온 파워위키 어플리케이션 ]


아이온 파워위키가 게임을 하지 않는 시간에 게임과 관련된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면, 아이온템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온라인 게임 자체와 연결되어있다.


아이온에는 위탁판매소라는 일종의 경매장이 있는데 보통 이곳을 이용하려면 NPC를 만나 클릭을 해서 거래창을 띄우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아이온템 어플을 이용하면 이런 과정 없이, 게임에 접속하지 않고도 모바일 기기를 통해 위탁판매소에 접근할 수 있다.


아이템이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 또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 통계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이 거래된 아이템이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또 특정 아이템의 1달 동안의 거래 동향을 그래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유저가 위탁판매소에 판매를 위해 올려둔 아이템이 팔리면 푸시 기능을 통해 자동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면서 어제 위탁판매소에 등록해 두었던 아이템이 팔렸는지 확인할 수 있고 게임 내 우편함에 새롭게 들어온 편지나 아이템이 없는지 게임에 접속하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 언제 어디서나 위탁판매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일본에서 서비스중인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이보다 더 나아가 게임 내 플레이의 일부를 모바일로 제공하고 있다.


대항해시대 @모바일 서비스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모바일 페이지로 접속, 친구들이나 길드원들의 접속여부를 확인하거나 우편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능이 기본이다. 눈여겨 볼 것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게임에 접속하지 않고도 배를 목표항구로 이동시키는 기능. 물론 자동항해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 게임 내에서 선단을 조종하며 가는 것보다는 느리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는 제약이 없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비효율은 충분히 감수할 만 하다.


대항해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인 교역품 시세도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동안 핸드폰으로 다음 교역을 위한 도시들의 시세를 확인하고 미리 자동항해 기능을 이용해 해당 도시에 선단을 도착시켜 놓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면 게임에 접속해 바로 그 도시에서 교역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멀고 먼 이집트까지 항해를 마치고 다시 리스본으로 회항해야 할 때. 직접 항해를 하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해 자동항해를 시키고 잠자리에 들 수 있는 것도 이런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 일본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모바일 서비스 소개 페이지 ]



온라인 게임의 실현 가능한 미래


와우나 아이온의 예와 같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단순히 열람하게 만들거나, 독립적으로 구동되는 경매장과 같은 시스템의 일부를 제공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겠지만, 온라인 게임의 모든 플레이를 모바일로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모바일을 통한 온라인 게임 플레이가 부자연스럽지 않고, 또 그런 플레이가 다른 유저들이 보기에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면 플레이의 일부분을 모바일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대항해시대의 예처럼 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레이드 약속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 컴퓨터를 켜 와우를 실행시키고 그리폰을 타고 목적지까지 이동시켜야 한다. 물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는 멍하니 기다려야 한다. 어차피 그럴 것, 집으로 오는 동안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해 미리 캐릭터를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켜놓을 수 있다면 어떨까.





[ 이동하는 시간이 늘 즐거운 것은 아니다 ]


제작이 중요한 컨텐츠인 게임이라면 모바일로 제작을 제어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어차피 제작의 과정은 재료 아이템을 소모시키고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게이지바가 올라가는 것을 가만히 서서 그저 지켜보는 행동의 반복이지 않나.


제작 숙련 올린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 NPC 앞에 서서 일정한 간격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며 화면을 쳐다보느라 시간을 쓰는 바에야, 게임에 접속했을 때는 사냥이나 전투에 집중하고 모바일로는 경매장에서 아이템을 구입해 바로 제작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유저들은 굳이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원하는 때 적절한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어서, 단순한 반복작업이나 지루한 플레이를 굳이 컴퓨터 앞에 앉지 않아도 수행할 수 있어서 좋다. 게임사는 유저들이 게임에 연결되어 있는 경험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그리고 모바일 서비스를 또다른 수익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 한 자리에서 숙련 올리는 것도 일일 때가 있다 ]


아이폰의 한국 출시로 촉발된 모바일-웹으로의 전환은 이미 결정된 미래다. 만년 2위 KT가 아이폰과 함께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는 모습에 위협을 느낀 SK텔레콤이 이제까지 손에 틀어쥐고 내놓지 않던 모바일을 무료로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정도다. KT는 네스팟 존을 5만 곳으로 확대하는 데 올 해 2천 억 원을, SK도 무료 Wi-Fi 망을 구축하는데 1천5백 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데이터요금에 손을 벌벌 떨어야 했던 것은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웹에 접속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리고 모바일 환경으로의 급격한 변화는 이와 궁합이 잘맞는 웹게임이나 소셜게임, 앱스토어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성장을 더욱 강화시켜 줄 것이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플레이하는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에 이런 흐름을 외면해선 안된다. 게이머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즐겨하는 게임의 정보를 접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적절한 수준에서 게임사가 제공하는 편의를 이용할 용의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하나다. 당신의 온라인 게임은 모바일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가.





[ 이 사람들이 손에 들고 보고 있는 것이, 온라인 게임이면 안 될 이유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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