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 바하 빌리지를 덜 무섭게 만든 이유는?

게임뉴스 | 윤서호 기자 | 댓글: 10개 |



지난 1996년 처음 출시된 '바이오하자드' 이후,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쭉 캡콤의 대표 프랜차이즈이자 전세계적으로 히트친 공포 게임 시리즈로 자리잡았다. 시리즈를 거치면서 호러 게임보다는 액션에 가깝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바이오하자드7은 시리즈 근본인 호러를 다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5월 7일 출시된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는 바이오하자드7의 장점을 계승, 발전하면서 5월 27일 기준으로 4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공포 게임은 마이너로 손꼽히는 상황, 그럼에도 어떻게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는 호평과 매출 두 토끼를 잡을 수 있었을까? GDC2021에서 캡콤의 개발진들이 직접 개발 과정에 대해서 설명했다.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개발은 2016년 8월부터 시작, 2021년 5월 7일에 출시되면서 마무리됐다. 그때 한창 2017년 출시된 바이오하자드7이 서바이벌 호러 루트 게임이라는 시리즈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취지로 개발 중이었으며,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역시 그 기조를 따라가면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

한편으로는 공포 게임은 무서워서 구매하지 않는다는 피드백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조율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렇게 조율하다가 바이오하자드 특유의 느낌이 죽어버리는 참사가 일어나서도 안 됐다. 즉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제작 과정에서 바이오하자드7의 그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어려운 개발 과제가 생긴 셈이다.



▲ 바이오하자드7은 서바이벌 호러로 복귀에 성공했지만, 너무 무서워서 안 사겠다는 유저도 있었다

여기서 사토 모리마사 디렉터는 스케일을 키우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와 같은 결정을 할 때 '에이리언'과 '에이리언2'가 참고가 됐다. '에이리언'은 우주선이라는 작고 폐쇄된 공간에서 한 마리의 정체불명의 생명체, 에이리언이 승무원들을 습격하는 그런 공포를 살린 작품이다. 에이리언2는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사람들을 노린다는 그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유지하면서도 등장인물의 수와 설정, 배경 모든 것을 확장하면서 모범적인 후속편의 사례가 됐다.

그래서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에서는 하나의 집에서 마을로 공간을 확장했다. 바이오하자드7의 실사 같은 그래픽으로 마을을 만드는 게 쉽진 않았지만, PS5의 SSD 성능이 뛰어났기 때문에 크게 무리는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 에이리언 시리즈처럼 스케일업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



▲ 배경이 집에서 마을로 확장됐다

그 다음 고민은 아름다우면서도 끔찍한 마을이 어떤 것일까 하는 점이었다. 아름다움과 무서움, 끔찍함을 어떻게 해야 같이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이와 함께 어떻게 콘텐츠를 확보해야 할까하는 고민도 찾아왔다. 의미없이 콘텐츠를 늘리면 오히려 공포게임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포는 모르는 것에서부터 오는 만큼, 계속 플레이했던 그 느낌 그대로의 것을 가져오면 공포가 희석될 여지가 있었다.

그는 테마파크에서 영감을 얻어 각기 다른 경험과 '감정'을 각 구역에다가 넣는 방향을 택했다. 일례로 성 구간은 에로티시즘을 담았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알치나 드미트리스쿠와 그 딸들이었고, 그 테마에 맞게 성을 디자인했다.



▲ 감정선에 따른 플레이를 위해 테마파크처럼 마을을 디자인했다



▲ 괜히 드미트리스쿠와 딸을 그렇게 디자인한 게 아니었다

보통 게임들은 주인공의 시각에서 시나리오를 읽어가면서 진행하게 되거나, 혹은 게임플레이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재미에 끌려서 플레이하게 된다. 그러나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는 그보다는 여러 감정을 느끼면서 플레이를 이어가게 하는 방향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바이오하자드7에서 여러 피드백을 받았다. 어떤 씬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으며, 어떤 설정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 하나하나 따져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에서는 아버지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워나간다는 감정을 넣었고, 그리고 초현실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예측불가능함까지 한 층 더했다. 이를 단순히 집어넣기만 할 뿐만 아니라, 사토 디렉터가 직접 몇몇 씬을 연기해보면서 그 씬의 감정선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체감했다.



▲ 감정선을 잡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타카노 토모노리 아트 디렉터는 그러한 씬들의 비주얼과 배경 비주얼, 분위기를 내기 위한 여러 효과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해왔다. 가장 시급한 일은, 앞서 언급한 '아름다우면서도 끔찍한'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했고, 눈이 내리는 데다가 천만 단위의 유닛이 들어갈 마을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또 다른 조건들이 더해졌다. 캐릭터의 수와 설정이 더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호러하면서도 고어한 느낌은 조금 줄여야 한다는 점, 그래픽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는 점 세 가지였다. 이번 강연에서는 그 중에서 두 가지에 대해서 언급했다.



▲ 아트팀의 목표는 세 가지였다

바이오하자드7에서는 등장인물이 NPC와 적을 포함해도 15명밖에 안 됐지만,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는 마을을 배경으로 한 만큼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유닛이 등장한다. 그 괴물을 디자인할 때 단순히 무서워 보이게 만든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괴물들이 유니크하면서도 무서운 비주얼을 가져야 하고, 더욱 생생한 공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래픽 퀄리티도 따라줘야만 했다.

그래서 다이나믹 렌더링, 레이트레이싱을 도입해서 괴물들을 더욱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아울러 디테일을 더 살리고 풍부한 그래픽을 보여주기 위해 미드 레인지 라이팅을 도입했다. 그러나 그래픽이 단순히 좋은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몰입감을 줄 수 있는 스타일도 뒷받침해줘야만 했다.



▲ 전작보다 등장하는 유닛의 수도 많아졌고



▲ 규모도 더 커졌다

개발진은 포토리얼리즘 스타일의 그래픽이 아닌, 마치 그린 듯한 느낌을 주는 그래픽 렌더링 방안을 선택했다. 그렇게 테스트해본 결과 좀 더 유니크하면서도 몰입감 있고,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었기에 이런 렌더링 스타일을 채택하고 그에 맞춰 레이트레이싱 및 각종 효과를 가미, 그래픽을 구축해나갔다.

다만 그렇게 하면서 최적화 및 로딩 타임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레이트레이싱을 쓰게 되면 모든 면의 매초 반사되는 빛을 계산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자연히 프레임 레이트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부 플랫폼에서의 최적화를 위해서 레이어 셰이더를 썼는데, 레이어 셰이더에는 레이트레이싱이 적용 안 되는 문제도 있었다.



▲ 그림 같으면서도, 또 사실적인 퀄리티의 그래픽이 요구됐는데



▲ 그러다보니 각종 문제에 봉착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고치기 위해서 개발진에서는 전 구간을 살펴보면서 레이트레이싱이 필요 없다고 생각된 부분들을 찾았다. 그 부분이 레이트레이싱 기능이 적용되지 않게끔 설정하면서, 그 부분에는 톤을 써서 부자연스러움을 줄였다. 4K/HDR도 지원해야 하는 만큼, 더 높은 해상도의 텍스처를 사용하고 게임 내 장면을 좀 더 밝게 만드는 등 여러 가지 비주얼적으로 추가로 검토해봐야 할 부분도 있었다. 아울러 멀티플랫폼 대응도 결정된 만큼 그에 따라 애셋 조정 과정도 거쳐야만 했다.



▲ 4K/HDR에 적용하기 위해선 해상도도 높이고, 실제 어떻게 적용되나 계속 검토해봐야 했다

마지막으로 개발자들은 "바이오하자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좀비, 과학, 크리스나 레온 같은 영웅들의 이야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핵심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괴기스러운 적들 사이를 뚫고, 공포를 극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비록 이번에는 감정선에 따라 흘러가는 게임플레이로 바뀌었을지라도, 그 핵심 자체는 바뀌지 않은 것이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의 개발 방향이었다고 덧붙였다.



▲ '공포를 극복해나가는 것' 그것이 바이오하자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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