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게임하이, 왜 매각 루머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칼럼 | 서명종 기자 | 댓글: 11개 |
지난 주말 저녁, 게임하이 홍보팀으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IT 웹진 한곳과 H 증권사를 통해 게임하이의 매각설이 흘러나왔는데, 이에 대해 문의가 오기 시작하자 아예 홍보라인에서 각 매체들에게 연락, 설명을 한 것입니다. 게임하이의 인수주체로 떠오른 곳은 중견게임사인 W 사와 CJ인터넷, 이렇게 두 회사였습니다.

주말에는 그럭저럭 잠잠했는데, 월요일 아침 대다수의 증권사와 경제지들이 일제히 기사로 올리기 시작했고, 결국 증권감독원은 CJ인터넷이 게임하이를 인수한다는 것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게임하이는 "당사는 씨제이인터넷(주)로의 피인수에 대하여 검토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습니다."라는 내용으로 답변했습니다.

CJ인터넷의 공시도 나왔습니다. CJ인터넷은 "당사는 게임 개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법으로 게임하이(주) 인수에 대해 검토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습니다."라고 공시했습니다.

일단 공시 자체를 풀이해보자면, 'M&A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입니다. 검토를 한 적이 있고,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과거 일부 게임사가 M&A 될 때, 검토한 바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공시가 나온지 불과 몇주도 지나지 않아 M&A 가 이루어진 선례가 있었습니다. NHN 게임스가 웹젠을 인수할 당시, 웹젠이 올린 공시가 그러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게임하이와 CJ인터넷이 주인공일까요?


  • 1. 왜 '게임하이'인가?

    2008년 7월경, 게임포탈을 서비스하는 두 회사가 M&A 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CJ인터넷이고 하나는 엠게임이었습니다.

    당시 CJ인터넷 정영종 대표는 2008년 7월 29일 있었던 컨퍼런스 콜에서 M&A 에 대해 묻는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대해 "적절한 매출규모와 수익성 및 해외진출의 성과가 있는 업체를 M&A 하여 CJ인터넷의 외형과 수익성을 키우려 한다"는 내용의 답변을 한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엠게임의 권이형 대표는, 2008년 7월 23일 있었던 신작발표 간담회에서 상장 이후의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양질의 게임을 퍼블리싱하고 개발하는데 쓸 생각이다. 그 외에 개발사 인수 등도 고려하고 있다. 회사의 양적인 확장 역시 필요한 시기"라는 답변을 한 바 있습니다.

    ☞ 2008년 7월, 엠게임 신작발표회, 권이형 대표와의 QnA (2008.07.23)
    ☞ 2008년 7월, CJ 인터넷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 (2008.07.29)

    두 대표의 공통 내용중 하나는 'M&A를 함으로써 자사의 외형을 한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중소규모의 개발스튜디오가 아니라, 히트작을 개발하고 서비스한 경험이 있고 매출액도 최소한 연간 수백억 이상으로 M&A 시 자사의 규모를 키울 뿐만 아니라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는 업체를 그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도 '조이맥스, 게임하이 등 중견 게임사들이 그 대상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들이 많았습니다.

    히트작에 대한 개발이나 서비스 경험, 연간 매출액이 일정 규모 이상, 게다가 해외진출도 용이한 업체를 꼽아보자면 몇개 되지 않습니다. 실크로드 하나로 코스닥 상장에 도달한 조이맥스, 서든어택과 데카론을 개발한 게임하이 등 이 조건에 어울리는 회사는 게임계에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게임하이의 2009년 매출을 살펴보면, 3분까지 누적 매출 295억을 달성했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09년 한해 매출이 400 억 정도일 것입니다. 그리고 신작들이 나오고 해외 서비스까지 확장되는 2010년에는 연매출 600억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데카론은 2008년 한해동안 국내매출만 100억원을 기록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게임하이의 장점중 하나는 다른 회사들에 비해 게임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서든어택과 데카론으로 대박과 중박을 쳤으며, 장르도 MMORPG 와 FPS 두가지입니다. 그리고 메탈레이지는 국내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일본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해외 진출과 매출 상승을 이루어낼 수 있는 유력한 게임입니다. 개발중인 게임도 MMORPG, FPS, 웹게임 등 10여개가 넘고 있어 개발력 측면에서도 매력적입니다.

    한마디로 M&A 를 생각하고 있는 업체들에게는 매출, 개발, 해외, 경험 모든 측면에서 게임사들중에서 첫손가락으로 꼽을만한 회사가 게임하이일 수 밖에 없습니다.






    [ ▲ 게임하이가 개발하고 CJ인터넷이 서비스하는 FPS 서든어택 ]




  • 2. 왜 'CJ인터넷'인가?

    CJ인터넷이 인수 1순위로 거론되는 이유중 하나는 바로 사업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하이의 대표적 히트작인 서든어택은 CJ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고, 서든어택2 의 서비스에 대해서도 이미 CJ인터넷과 게임하이가 합의를 한 상태입니다. 그 외 게임하이가 개발하고 있는 여러 신작들의 퍼블리싱이나 채널링 등 다양한 제휴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CJ인터넷과 이미 논의가 되어 잇는 상태입니다.

    그만큼 사업적으로도 밀접한 관계이기에 '게임하이를 매각한다면 그 1순위는 CJ 인터넷이지 않겠는가' 하는 추론입니다. 반대로 게임하이가 다른 회사에 매각이 될 경우 사업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CJ인터넷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지 이 이유때문만은 아닙니다. CJ인터넷의 최근 상황 역시 게임하이에 대한 인수를 유력하게 검토할만한 상황입니다.

    CJ인터넷의 주력게임은 서든어택과 마구마구입니다. 그 외 게임들이 여럿 있지만 매출면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지 못한, 고만고만한 게임이 여럿 있는 상황입니다. 2008년 야심차게 밀었던 프리우스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고, 최근 밀고 있는 드래곤볼 역시 전망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덕분에 2009년부터는 매출과 수익면에서 직접적인 경쟁상대였던 네오위즈게임즈에 밀려서 게임사 순위 5위로 한단계 내려앉았습니다.

    스페셜포스와 슬러거 뿐만 아니라 피파온라인2, 그리고 해외에서 대박을 친 크로스파이어가 네오위즈게임즈에 있는 것을 고려하면, 매출을 한단계 올려줄 수 있는 CJ인터넷의 신작 확충에 대한 열망은 가히 짐작할만 합니다. 몇년간 뚜렷한 히트작을 내지 못했던 넥슨이 네오플을 인수하면서 매출을 대폭 끌어올렸던 사례를 생각해본다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CJ인터넷의 자체 개발력 역시 만족할만한 상황은 못됩니다. 자체 개발작중 좋은 결과를 낸 게임은 아직 없을 뿐만 아니라, 개발 스튜디오인 CJIG 역시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던 상황입니다. 따라서 우수한 개발력을 외부에서 수혈하고 싶은, 애니파크처럼 히트 게임을 개발할 수 있을만큼 역량이 검증된 개발사를 하나 추가하고 싶은 열망은 충분히 있습니다.

    게임하이가 준비중인 신작은 10개가 넘으며, 여기에는 서든어택2 뿐만 아니라 데카론2 등 CJ인터넷이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했던 MMORPG 장르도 여럿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외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게임계의 Big5 (엔씨소프트, 넥슨, NHN 한게임, 네오위즈게임즈, CJ인터넷) 중에서 해외 시장에서 아직 제대로 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유일한 곳이 바로 CJ인터넷입니다. 그랬기에 2008년 당시 정영종 대표가 '해외 진출의 성과가 있는 업체'를 M&A 대상의 조건중 하나로 언급을 했을 것입니다.

    게임하이의 경우, 데카론의 해외 수출 말고도 메탈레이지의 일본 성공, 웹게임의 해외 수출등으로 해외 시장을 확장하고자 하는 업체에게는 매력적인 회사입니다.

    결론적으로 게임하이는 사업적으로 가장 밀접한 회사임과 동시에 CJ인터넷이 현재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요소들, 즉 매출의 확장, 해외 시장의 교두보, 라인업 확충과 개발력 확보 등을 한방에 해결해줄 수 있는 업체인 것입니다.



  • 3. 게임사의 대형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

    아마 이번에서야 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물밑으로 그런 이야기들이 오갔을 것입니다. 그리고 단지 게임하이와 CJ인터넷 뿐만이 아니라 각자 다른 곳과도 비슷한 논의를 했을 것입니다.

    설사 이번 인수건이 무산되어도, 앞으로도 게임하이는 계속해서 M&A 관련 루머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상위 게임사들에게 게임하이만큼 매력적인 M&A 대상은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최종 결정은 CJ인터넷의 인수제안금액을 게임하이의 최대주주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일 것입니다. 게임하이의 경우 최대주주인 김건일 회장이 54.79% 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순전히 김건일 회장의 판단만으로 매각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고려해보아야 할 것은, 2~3년 전부터 계속되어온 게임사의 대형화 추세입니다. 넥슨의 2009년 한해 매출액이 7,000 억에 달하고, 엔씨소프트는 6,000 억을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2월 9일 실적발표 예정) 만일 각 회사의 목표대로라면 몇몇 언론사를 통해 기사로 나온 Big5 합계 2010년 매출 3조원 달성이 그리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글로벌 경쟁력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개발비, 갈수록 어려워지는 대박의 조건 등을 고려했을 때 일정 규모 이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게임사는 경쟁에서 밀리게 되고, 이는 상위 게임사들이 규모의 확장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현재의 Big5 중에서도 강중약이 구분되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지금의 루머는 Big5 중에서도 약의 위치에 처하지 않기 위한 대형회사의 해결책이자,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중견게임사에게 들려오는 유혹의 목소리가 잠시 그 모습을 드러낸 것 뿐입니다. 아마 밑에서는 여러 회사들끼리 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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