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은 문제 해결의 연속" - 애니팡 시리즈 개발 스토리

게임뉴스 | 신연재 기자 |



  • 주제 : 한국에서 3매치 퍼즐 게임 만들기
  • 강연자 : 이현우 - 선데이토즈 / 이사
  • 발표분야 : 개발
  • 강연시간 : 2021.11.19(금) 11:00 ~ 11:50
  • 강연 요약 : 애니팡1~4 시리즈를 개발하게 된 배경과 개발 과정, 그리고 출시 후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담았다.


  • 애니팡은 한때 국민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을 정도로, 엄청나게 흥행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장르에, 소셜 플랫폼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과 하트를 주고 받거나 경쟁할 수 있다는 특징이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2012년 출시된 애니팡1부터 2020년 선보인 애니팡4에 이르기까지, 이현우 선데이토즈 이사는 모든 시간을 애니팡과 함께 했다. 1인 기획자로서 홀로 고뇌하던 시절도 있었고, 동료들의 아이디어를 더해 혁신적인 기믹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현우 이사는 이번 강연을 통해 애니팡 시리즈의 개발기를 소개하며,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깨달은 점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 애니팡1 - 개발 기간 단 4개월, 그리고 대히트





    사실 카카오톡으로 출시한 애니팡이 최초의 애니팡은 아니었다. 2009년도에 네이트 앱스토어에서 이미 애니팡을 서비스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1년부터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네이트와 싸이월드에서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나면서 플랫폼이 힘을 잃은 것이다. 당연히 거기에 붙어서 서비스하는 앱도 타격을 입었다.

    그래서 선데이토즈는 카카오톡으로 눈길을 돌렸다. 당시 카카오톡은 전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고, 아이폰 4S와 갤럭시 S3가 출시되면서 모바일이 대세가 되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카카오에서 게임 플랫폼을 곧 오픈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선데이토즈는 캐주얼한 게임을 빠르게 개발해 유저를 모은 뒤 아쿠아스토리로 유저를 보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렇다면 어떻게 유저들을 긁어모으느냐. 고민 끝에 세가지 키워드가 나왔다. 바로 매치3, 소셜 그래프, 바이럴이다. 기존 애니팡 서비스로 검증된 매치3 게임에다가 카카토옥 소셜 그래프로 유저 간의 경쟁과 협력을 유도해 바이럴을 입히자는 목표였다.




    애니팡1의 개발 기간은 단 4개월이었다. 기획자 1명, 클라이언트 개발자 2명, 서버 개발자 1명에 아트는 외주로, 인원도 매우 적었다. 그렇게 탄생한 애니팡1은 선데이토즈의 의도대로 바이럴이 작동하며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다. 소셜 기반 매치3 경쟁으로 하트가 많이 필요해져 유저들이 서로 메시지를 보내게 되었고, 게임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면서 유저 수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된 것이다.

    사람들이 몰리자 자연스럽게 이슈도 터지기 시작했다. 서버 장애가 제일 대표적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서버 점검을 했다. 카카오 플랫폼 역시 워낙 초창기였기 때문에 서버 장애를 피할 수 없었다. 또한, 게임 내 버그들이 있었는데, 이걸 다 면밀히 수정하고 업데이트 할 여력이 안 됐다. 굉장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게임을 만들고 업데이트 하던 시기였다.

    그래도 애니팡1은 어려운 상황을 잘 버텨내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DAU(데일리 액티브 유저)는 무려 1000만을 넘었고, 동시접속자 수도 300만을 찍었다. 최대 일매출은 2.8억 원이었다. 업데이트나 이벤트도 꾸준히 진행됐다. 그럼에도 경험이 부족하고, 개발 기간도 짧았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당연히 나왔다. BM 측면에서 봐도 최초에는 아이템이 없어서 오로지 하트에만 의존하는 등 상품성이 없었다.



    ■ 애니팡2 - 스테이지 방식 도입, 그리고 또 한 번의 대성공

    2012년 8, 9, 10월에 매출 1위를 찍은 애니팡1은 2013년이 넘어가면서 뚜렷하게 하락 추세를 보였고, 선데이토즈는 다음 신작을 준비할 타이밍을 맞이했다.




    당시 페이스북 캔버스앱에는 캔디 크러쉬 사가라는 굉장히 강력한 매치3 게임이 있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식에 특수 블록 조합 시스템, 소셜 연동까지 담고 있었다. 지금은 당연해 보이지만, 당시로써는 퍼즐 장르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볼 수 있기에 캔디 크러쉬 사가는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그래서 애니팡2를 스테이지 방식으로 만들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이후 프로토 타이핑을 통해 동물 블록과 특수 블록, 월드맵을 보완했고, 열기구를 타고 하늘섬을 여행하는 비행사 애니 콘셉트가 탄생했다. 또, 블록이 지나치게 작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맵 크기를 9*9에서 8*8로 바꾸었다. 당시 스마트폰 사이즈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했던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 대신 매칭 가능한 경우의 수가 줄어 블록의 색은 4, 5색을 주로 썼다.

    한창 개발 중에 캔디 크러쉬 사가가 카카오 게임을 통해 국내에 출시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선데이토즈 입장에서는 이래도 저래도 걱정이었다. 잘되면 시장을 선점 당할 것이고, 잘 안 돼면 사가류 형태의 매치3가 한국에서 경쟁력이 없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개발 9개월 만에 애니팡2가 출시됐다. 캔디 크러쉬 사가가 매출 2위라 꺾기 힘들 것으로 봤지만, 다행히 소셜 기반 경쟁형 퍼즐 게임이 없어서 메시지를 통한 바이럴이 잘 통했다. 또한, 크로스 프로모션이 잘 작동해 흥행으로 연결됐다. 서버와 플랫폼, 클라이언트 모두 안정적으로 잘 준비돼 이슈도 별로 없었다.

    덕분에 애니팡2는 결과가 금방 나왔다. 일주일도 안 돼 탑10 진입에 성공하고, 얼마 안 가 매출 1위를 찍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식이 성취감도 더 크고, 이어하기 BM이 강력하게 작동해서 과금이 잘 발생했다. 최대 일매출은 8억 원대를 돌파했고, 2013년 2, 3, 4월에 매출 1위를 기록했다. 5월부터는 타 장르의 강세에 약간 밀렸으나, 탑5 안에는 꾸준히 들었다.

    오픈 후에는 맵 추가와 난이도 관리에 힘썼다. 레벨 디자이너를 충원해 정기적으로 새로운 월드와 기믹을 업데이트했다. 아쉬운 점으로는, 이탈자 관리가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초반 허들이 높고, 후반으로 갈수록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1인 기획의 단점으로도 볼 수 있었다. 혼자 기획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시야가 좁고, 편협해진 것. 그래서 개발 초기부터 기획자가 여럿 있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나왔다.



    ■ 애니팡3 - 새로운 아이디어로 뒤덮인 신작




    애니팡2에서 애니팡3로 넘어갈 때의 상황은 애니팡1에서 2로 넘어갈 때와는 조금 달랐다. 애니팡2는 순위를 잘 유지하고 있었고, 심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캔디 크러쉬 소다가 새로운 자극제가 됐다. 소다는 액체를 활용해 블록의 중력을 뒤바꾸는 새로운 기믹을 담고 있었다. 이를 보면서 혁신적인 기믹을 활용한 새로운 매치3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애니팡3에 대한 개발로 이어졌다.

    애니팡3은 개발 초기 대각선 매치, 새로운 특수 블록, 바뀌는 맵이라는 세 가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했다. 먼저, 대각선 매치는 조작이 힘들고 너무 많은 경우의 수로 인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프로토 타입에서 탈락했다. 새로운 특수 블록은 터치로 원하는 곳을 파괴할 수 있는 회전팡이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맵에서는 조건부 타일을 생성하거나, 스크롤 기능을 넣거나, 지하수 기믹을 합쳐 참신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했다.

    개발 중간에는 카카오 프렌즈 IP를 사용하겠냐는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 최종적으로는 불발 됐으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탄생시켰다. 카카오 프렌즈라는 좋은 IP를 더 잘 노출하기 위해 캐릭터가 인게임 블록 사이를 돌아다니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카카오 프렌즈 IP와의 계약이 무산된 후 이는 애니팡 캐릭터로 적용됐다.




    이처럼 개발 기간 8개월 동안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했고, 이를 적용시키기 위한 심층 작업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월드맵 방식을 탈피해 건물의 층을 오르고 문으로 들어가는 방식은 고충이 많아 결국 월드맵으로 돌아왔다. 맵 스크롤은 자연스럽게 만들기 어려워 작업을 많이 했고, 캐릭터 시스템도 만들어 본 적이 없어 고민을 엄청 했다. VIP 시스템은 게임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최종 탈락했다.

    애니팡3 출시 당시에는 RPG가 워낙 강세였고, 퍼즐 게임에 대한 수요도 예전만큼 높지 않았기 때문에 이현우 이사는 매출 20위 정도만 해도 다행이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중박 정도를 쳤다. 부정적인 요소로는 게임 메시지에 대한 피로도가 확실히 있었고, 캐주얼 시장에서 경쟁자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흥행력이 약화됐다.

    아쉬운 점은 새로운 요소가 너무 많이 들어가 과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었겠다는 점이다. 몇 개만 적용하고 게임의 내실을 다지는데 투자를 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았겠냐는 피드백이 나왔다. 초반 이탈자 관리도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애니팡3는 개발자 입장에서 해보고 싶은 것은 원 없이 해본 재미있는 프로젝트였다.



    ■ 애니팡4 - 레드오션에서 거둔 유의미한 성과




    애니팡3이 출시되고 약 2년이 지난 후, 이현우 이사는 회사의 제안으로 애니팡4에 대한 로드맵을 그리기 시작했다. 당시 트렌드는 가든스케이프나 홈스케이프 같은 매치3 매쉬업 스타일이 대세였고, 선데이토즈 역시 매쉬업 타이틀을 출시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매치3 매쉬업 스타일은 개발 리소스가 많이 들어 신작으로 시작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또다른 트렌드는 빠른 템포였다. 캔디 크러쉬 사가는 2017년 인게임 스피드를 약 두세 배 가량 올린 뒤 매출이 대폭 상승했고, 토이 블라스트나 툰 블라스트 형태의 간단하고 빠른 2매치 장르가 시장에서 흥행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매치3 게임은 많은데 플레이 할 시간이 부족한 시대가 되었다는 결론을 얻었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애니팡4는 빠른 템포와 화력에 집중하게 됐다.

    소셜 그래프에 대해서도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 카카오톡으로 게임 메시지를 보내는 게 스팸으로 인식이 돼 예전 같은 바이럴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하트를 주고 받는 건 핵심 요소였기 때문에 대안을 고민하다 클랜을 도입하게 됐다. 이미 많은 캐주얼 게임에서 클랜을 활용하는 추세여서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클랜을 만들고, 채팅을 구현해 보니 채팅 시스템을 활용해 실시간 콘텐츠도 개발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렇게 등장한 게 실시간 대전이다. 바로 프로토 타입을 개발해 사내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정식 기능으로 탑재하게 됐다.




    콘셉트 쪽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애니팡 시리즈는 주로 동화풍 판타지나 우주 여행, 시간 여행 등이 배경으로 쓰였는데, 또 하면 신작의 새로움이 묻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 트렌드를 반영해 애니팡 친구들의 일상을 SNS에 올리는 콘셉트가 탄생했다. 사실 처음에는 사진을 찍어 앨범에 저장하는 콘셉트였는데, 너무 올드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추가된 것은 이미지 마케팅이다. 예전과 달리 모객이 힘들어졌기 때문에 이미지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가수 아이유(IU)를 섭외해 마케팅을 진행했다. 덕분에 유튜브 홍보 영상 조회수가 900만에 육박할 정도로 잘 나왔고, 타겟 유저층에 대한 홍보도 잘 이루어졌다.

    그렇게 애니팡 시리즈 최초로 1년이 넘는 개발 기간이 소요된 애니팡4가 출시된다. 준비한 콘텐츠가 많고, 고퀄리티로 만들기 위해 총 1년 5개월이 걸렸다. 결과적으로 빠른 템포의 게임 플레이와 클랜 시스템은 잘 작동했다. 애니팡 인지도와 마케팅 덕분에 초반 모객도 잘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캐주얼 게임 시장이 워낙 레드오션이기도 하고, 모객 비용이 비싸지면서 흥행력은 애니팡 2, 3보다 약화됐다. 하지만,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게임 내 광고 수익 기능이 잘 작동하면서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60~70위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이현우 이사는 애니팡4가 쉽지 않은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고 결론지었다.




    마지막으로 이현우 이사는 애니팡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배운 점을 전하며 강연을 마쳤다.

    "기획은 끝없는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획을 하다 보면 이 방향이 맞을지, 저 방향이 맞을지 선택을 해야 하고, 선택을 하면 또 새로운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심지어 정답은 없고, 정답에 가까울 거라고 생각되는 것들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답에 가까워지려면 계속 고민하고, 조사하고, 토론하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프로토 타이핑을 해보고, 플레이 테스트를 해보는 게 필수적입니다. 그러려면 좋은 동료들이 좋은 팀워크를 발휘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움이 되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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