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접근성, 효과는 미지수? 국내 게임사 트위터 활용 현황

칼럼 | 이동원 기자 | 댓글: 10개 |
에피소드 하나


지난 2월 5일. 엔씨소프트의 공식 한글 트위터(NCsoft_KOR)에 아이온 2.0 업데이트에 대한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아이온의 차기 업데이트 일정에 대한 트위터 유저들의 질문에 "2.0 업데이트가 4월에 있을 예정"이라는 리플을 남긴 것입니다.


당시 아이온은 작년 8월 추가된 1.5 업데이트가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컨텐츠가 상당수준 소모된 상태. 많은 유저들이 '할 게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특히 작년 11월, 지스타 행사를 통해 공개되었던 아이온 3.0 영상은 날씨 변화, 물 속 세상, 하우징 시스템, 탈 것 등이 공개되면서, 유저들의 '업데이트'에 대한 열망을 한껏 달궈놓았습니다. 3.0 업데이트의 징검다리가 될 2.0 업데이트가 '언제 되느냐'는 그래서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그런데 아이온 홈페이지 공지사항도 아니고 공식 인터뷰도 아닌 트위터에 갑작스럽게 일정 이야기가 올라온 것입니다. '업데이트 언제 되나'하고 목을 빼고 기다리던 유저들은 분노했습니다. 이만큼이나 기다렸는데 아직 2달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 나름 적극적인 소통을 한다는 취지였는데...



엔씨소프트 공식 트위터는 급히 진화에 나섰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 정확한 일정은 미정'이라는 글을 올려 잘못된 정보였음을 강조한 것입니다.


재밌는 부분은 모든 유저들이 기다려 마지않던 다음 업데이트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는데 이틀이 걸린 점입니다. 아이온 팬사이트를 통해 트위터에 올라온 업데이트 일정이 소개된 것은 2월 7일 밤. 다음 날 아침에야 유저들이 일정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고, 엔씨소프트는 그 후에야 트위터를 수정합니다.





▲ 결국은 이렇게...



이 사건에서 유추할 수 있는 무엇일까요. 하나는 아직 게이머 대다수는, 국민 대다수가 그렇듯, 트위터에 익숙하지도 않고 많이 이용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 그리고 엔씨소프트 정도 되는 대기업도 일정과 같은 중요한 내용의 공개에 있어서 실수를 하고 3일이 지나서야 대처할 수 있었을 정도로 트위터는 게임사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국내 게임사 트위터 활용 현황


해외에서는 수위를 다투는 소셜 서비스 트위터. 1억 명이 넘는 가입자들이 하루에 5천만 개의 '트윗(트위터에 올리는 단문 메시지)'을 생성한다고 하니 그 규모는 감히 상상을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당연히 트위터는 기업들의 중요한 마케팅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트위터는 다른 어떤 네트워크보다 '전파력'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트윗을 자동으로 한 페이지로 모아주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의 트윗을 클릭 한 번으로 수백 명에게 전파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입소문 마케팅에 이보다 더 적합한 곳은 없습니다.


위에 이야기가 나왔던 엔씨소프트도 한글 트위터를 개설하기 훨씬 전부터 plaync 라는 해외 공식 트위터를 운영해왔습니다. 성과가 있었을까요?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는 '아이온의 해외 성공에 트위터 마케팅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 게임의 홍보를 위해 개설된 트위터. 영화의 캐릭터와 줄거리에 대한 암호를 해독하는 방식의 '게임'이 진행되었다.



이런 트위터를 국내 게임사는 얼마나 활용하고 있을까요.


다른 곳 보다 빠르게 국내 트위터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나우콤의 온라인 슈팅 게임 '포트파이어(fortfire)' 였습니다. 작년 6월에 처음 트위터를 개설한 포트파이어는 꾸준한 활동과 적극적인 소통의 모습을 보여 온 대표적인 국내 게임 트위터입니다. 2월 23일까지 포트파이어가 남긴 트윗은 5398개. 이 중 90% 이상이 리플(다른 트위터 유저와의 대화)일 정도로 열심입니다.


다른 트위터 이용자의 글을 읽어보는 '팔로잉' 구독수도 914명이나 되고 포트파이어 트위터를 구독하는 '팔로워' 수도 700명이 넘습니다.


작년 11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엔씨소프트의 웹게임 무림제국(murimempire)도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운영 중인 곳입니다.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하게 운영되어온 무림제국은 팔로잉 수가 1570명으로 압도적이며, 구독자도 역시 700명이 넘습니다. 하루에 평균적으로 12개의 글을 남길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곳은 게임 내에 트위터 구독기능을 갖고 있는 이야인터렉티브의 아이리스 온라인. 작년 10월 처음으로 트위터(irisgame)를 개설했습니다. 11월에는 irisonline_dev 도 오픈해 하나의 게임이 두 개의 서로 다른 트위터를 운영하는 독특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중 오픈한 트위터는 개발팀이 운영하고 있어 업데이트 소식이나 패치에 대한 내용도 좀 더 자세하게 올라오는 차이를 보입니다.





▲ 게임 내에 트위터 기능이 탑재되어있는 아이리스 온라인



올 해 많은 신작을 준비하고 있는 엠게임도 트위터 개설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엠게임 공식 트위터(mgame_corp)와 발리언트(ValiantOnline), 아르고(argo_online)을 열었는데 가장 활발하게 운영 중인 것은 아르고 트위터입니다. 2월 초입에 개설한 아르고 트위터는 100건이 넘는 트윗을 남기며 현재도 잘 운영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엔씨소프트의 한글 트위터는 1월 말 오픈했습니다. 위의 아이온 사건이 있은 후 엔씨소프트는 한글 공식 트위터 운영방침을 새롭게 다잡은 듯, 'N씨'라는 트위터 캐릭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임회사답게 트위터 활동에 따라 캐릭터가 성장하고 레벨업도 한다는 컨셉의 캐릭터로, 얼굴만 있다가 최근에는 팔이 하나 생기면서 4레벨이 되었습니다. 위의 다른 트위터와 달리 '팔로잉'숫자는 6명에 불과해 '게임사 공식'의 분위기가 강합니다.





▲ 네이버 블로그씨가 있다면 엔씨는 N씨[∵]가 있다



이 외 넥슨의 넥슨별(nexonstar)과 넷마블의 서유기전(seoyugi)이 클로즈베타 테스트 기간 동안 잠깐 트위터를 운영했고, CJ인터넷 '비공식' 트위터가 1월 할 달 동안 트위터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송재경 대표의 신작 MMORPG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아키에이지(ArcheAge), 여러 가지 웹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게임플루(gameflu)가 트위터를 일단 개설해 차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외 게임사의 공식 트위터나 게임의 트위터는 아니지만 네오플도 트위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채용담당이라는 정확한 목적을 가진 이 트위터는 1월 25일 개설되어 현재까지 꾸준하게 운영되며 취업정보를 전하고 있습니다. 네오플 취업정보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 국내 게임사 트위터 활용 현황 (개설순 정렬. 2월 24일 조사. T/D 트윗 작성일 기준 일일 트윗수, @/T 트윗 중 리플이 차지하는 비율, RT/T 트윗 중 리트윗이 차지하는 비율)



접근성 낮지만, 효과는 미지수?


신작 게임 타이틀의 트위터를 개설해 이벤트를 통해 관심을 끌거나, 게임사의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로 사용하거나, 다양한 게이머들의 의견을 듣고 소통하는 창구로 활용하거나, 아예 게임에 트위터 기능을 도입해 유저 커뮤니티 툴로 사용하는 등 해외에서는 상당히 다양한 방식으로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국내는 아직 트위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할 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해외 트위터 운영 경험이 있는 엔씨소프트나, 트위터 기능을 게임이 가지고 있는 아이리스 온라인, 오래전부터 마케팅 도구로 활용해 온 포트파이어 정도를 빼면 아직 게임사 측에서도 트위터를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확실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트위터의 효과가 과연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위 아이온의 사례가 말해주듯 아직까지는 트위터를 통해 게이머와 소통한다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은 일입니다. 우선 국내 트위터 이용자 풀 자체가 크지 않습니다. 또 아직까지는 IT 얼리어덥터 중심으로 트위터가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게임의 타겟층과 트위터의 이용자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트위터에 할 때, 공식홈페이지 공지로 노출할 때, 게임 내에서 전달할 때, 광고를 집행할 때를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트위터를 통해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불확실해 보입니다.





▲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마이너한 소통창구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트위터를 활용하기 위해 넘어야할 문턱은 상당히 낮습니다. 그냥 트위터를 만들고, 운영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따로 비용이 들거나 광고를 하거나 할 필요도 없습니다.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입니다. 구독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적정 수준으로 소통을 하거나, 게임에 대한 반응을 체크하기 위해서 트위터를 전담해 운영할 인력이 필요합니다.


전담 직원을 두더라도, 공식적인 멘트가 되는 만큼 트위터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발언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직원이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게임과 게임사의 '이름'을 걸고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말단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를 써서 될 일이 아니죠. 대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 게임 서비스 및 개발 부서, 마케팅 및 사업부서 등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거나 혹은 각 담당부서와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위치여야 합니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주로 마케팅이나 홍보 담당, 운영팀 직원이 겸사겸사 트위터도 운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원래 해야 할 일도 빡빡한 상황에서 효과도 불분명한 트위터 관리는 추가적인 업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트위터 운영이 해당 직원의 '열정'을 담보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은 그 때문입니다.





▲ 개발팀이 직접 유저와 소통하는 아이리스 개발팀 트위터. 내부적으로 조율이 잘 되어있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 생기거나, 트위터 비사용 유저와 사용유저의 정보 격차가 생길 우려가 있다.



아마 국내 게임/게임사 트위터 활동 수준이 해외에 비할 바 못되는 것은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게다가 브랜드 이미지와도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 준비하고 뛰어들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그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게임사의 트위터 활용. 해외의 사례처럼 트위터가 게임 마케팅, 유저와의 소통창구로 중요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을까요. 트위터 나름의 존재 이유와 목적성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요. 국내 게임사의 트위터 활용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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