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웹소설 작가 박태석이 게임을 만드는 이유

인터뷰 | 강승진,김수진 기자 | 댓글: 23개 |
게임 판타지 소설 테이밍 마스터의 박태석은 일찌감치 판타지 소설을 선보이며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렇게 여러 작품으로 소설가였던 그는 테이밍 마스터를 직접 게임으로 만들며 개발자가 되었다. 아니, 그저 개발자'가' 됐다기보다는 개발자'도' 됐달까. 스토리튠즈에서는 웹소설 지망생들의 꿈을 키우는 아카데미 강사이자 이사이고 여전히 소설가이며 스튜디오 기반 웹소설의 기획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작품을 넘어 웹소설 '재능 삼킨 마법사'까지 게임으로 출시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시작은 독특하다. 단순히 웹소설의 게임화를 넘어 스튜디오 방식으로 제작, 시작부터 웹툰과 게임화를 함께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작가 박태석은 어떤 가능성, 어떤 생각으로 게임 개발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1. 작가 박태석, 대표 박태석, 그리고 개발자 박태석

박태석 작가는 소설 테이밍 마스터로 유명하지만, 현재는 웹소설 전문 아카데미 스토리튠즈에도 속해있고 게임 개발사 스튜디오 LB의 대표로도 이름을 올려 게임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몸이 몇 개라도 되는 걸까. 대표에 이사. 그리고 작가까지. 어떻게 그를 부르는 게 좋을까?

박태석 대표(박태석)- 상황에 따라 다른 거 같아요. 스토리튠즈에서는 이사이자 강의를 하고 작가로 잘 알려졌지만, 오늘은 게임으로 인터뷰하러 나왔으니 대표로 말하려고요.

강승진 기자(강승진) - 스튜디오 LB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으신 건가요? 소설 속의 게임 회사 이름이기도 하던데.

박태석 - 맞아요. 소설에도 나오는데 이게 레이지 브로스(Lazy Bros.)의 약자예요. 게으른 형제라는 뜻이죠. 그런데 온전히 게으르다, 놀기만 한다는 느낌보다는 느긋하다는 느낌이 더 강해요. 바쁘게 뭘 하기보다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면 더 좋겠다는 의미에서요. 틀에 박히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담았고요.


2. 게임 '재능 삼킨 마법사'

강승진 - 그럼 오늘은 대표님으로서 나오신 거니까 게임 얘기를 먼저 들어봐야 할 거 같아요. 게임이랑 소설은 확실히 다른데 스튜디오 LB는 어떻게 시작하신 건가요?

박태석 - 제가 원래 작가 출신이잖아요? 그런데 이전에 게임 업계 쪽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강승진 - 게임 쪽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었던 거네요.

박태석 - 기획자로 그리 오래 일한 건 아닌데 그래도 워낙 게임을 좋아하기도 했고, 어릴 때부터 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게임 개발은 장벽이 높잖아요? 아무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본도 많이 들고. 그런데 제가 잘하는 게 글을 쓰는 거고, 그 당시에 마침 웹소설 쪽에서도 게임 판타지라는 장르가 유행하고 있었거든요.

강승진 - 딱 테이밍 마스터네요.

박태석 - 네. '제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글로 한번 써봐야겠다'라고 해서 쓴 게 테이밍 마스터였고 그게 좀 잘 됐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또다시 욕심이 나고 결국에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게 됐죠.

처음에는 테이밍 마스터라는 소설을 게임으로 만들어 줄 업체들을 찾아보고 또 제가 투자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방향도 고려했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제가 직접 해보자고 생각하고 설립한 게 지금의 스튜디오 LB인 것 같습니다.





강승진 - 그럼 스튜디오 LB의 신작인 '재능 삼킨 마법사' 게임 특징 좀 소개해주세요.

박태석 - 장점이라고 해야 하나. 차별점이라고 한다면 최근 모바일 게임들이 대부분 오토 플레이 위주로 나오고 있는데 저희는 수동 플레이를 중심으로 다뤘어요. 물론 편의성 요소가 없는 건 아니에요. 소탕이라던가 이런 기본적인 편의 요소는 넣고... 좀 더 조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원작의 특징인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했고요.

강승진 - 사실 마법이라는 요소는 다른 게임에 당연히 구현되어 있기는 한데 '재능 삼킨 마법사'는 그 부분을 완전히 강화시켜 둔 느낌이에요.

박태석 - 보통 게임들은 클래스를 고르거나 캐릭터를 고르면 거기에 맞는 마법들이 정해져 있잖아요? 혹은 스킬이라던가. 저희는 이런 스킬들을 다양하게 주고 이걸 수집하고 조합해서 쓰도록 만들었어요. 좀 캐주얼한 핵앤슬래시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강승진 - 출시가 한 달 정도 된 걸로 알고 있어요. 2월 말 즈음?

박태석 - 원스토어 쪽은 좀 일찍 출시했어요. 대충 1월 말 정도였고, 지난 2월에는 구글플레이에 출시를 했죠. 저희가 서비스에 마케팅도 하고요.


김수진 기자(김수진) - 그러면 이제 어느 정도 초반 피드백이 쌓였을 거 같은데 인상적인 유저 반응이나 집중해서 개선해나가려고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박태석 - 이게 테이밍 마스터 때도 들었던 이야기인데 제 게임 성향이 하드하다 보니 게임 자체도 쉽지가 않은 편이에요. 이게 그냥 게임이 '어렵다'라는 느낌이라기보다도 복잡하다고 해야 하나. 모바일은 캐주얼하고 간단하게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저희 게임은 모바일 게임보다는 콘솔 게임처럼 기획도 복잡하게 되어 있어서 어려움을 많이 느끼시는 것 같아요.

테이밍 마스터때도 이런 피드백을 받아서 나름 라이트하게 만들려고 했는데 제가 메인 기획을 잡다 보니 이번 '재능 삼킨 마법사'도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좀 더 이해하기 쉽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선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강승진 - 어떻게 보면 나중에 보여 드릴 깊이 있는 콘텐츠 부분은 확실히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네요.

박태석 - 깊이 파는 요소를 재밌어하시는 분들은 이런 게임 성향을 좋아하시는 편이에요. 실제로 마니아층이라고 할 만한 유저분들이 재밌어하시는 부분도 봤고요. 그런데 모바일 게임 유저분들은 라이트한 플레이어 비중이 높잖아요. 그런 쪽으로도 개선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일 좋은 게임은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하면 할수록 깊이 있게 파고들 요소가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강승진 - 대형 게임사는 그래픽이라든가 콘텐츠 양으로 승부를 보기가 쉬워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인력이 적은 게임사는 그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특별한 무언가를 게임 특징으로 내세우는데 '재능 삼킨 마법사'의 가장 큰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박태석 - 스튜디오 LB도 10명이 조금 넘는 정도예요. 그래서 콘텐츠의 종류나 수는 적습니다. 대신 깊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있어요. 잠깐 하고 마는 그런 수준이 아니라 아까도 말했듯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요소로요. 예를 들어 이번 게임 같은 경우에는 마법이 거의 100가지 정도 나오는 데 유저들이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연구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려고 했어요.

강승진 - 기본 공격이라던가 모든 공격이 마법으로 대체되어 있는 느낌이었어요.

박태석 - 기본적으로 움직임이 멈췄을 때는 자동 공격 마법이 나가는데 평타라고 하죠. 이걸로 움직이고 멈추면서 카이팅도 할 수 있고 오른쪽에는 조작 버튼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요. 마법사가 콘셉트기도 하니까 이걸 재밌게 만들려고 했죠.

마법마다 캐스팅이라는 게 있는데 캐스팅 시간이 마법마다 다 다르고 강력한 마법은 좀 더 오래 마법 캐스팅을 하고 날려야 하는 방식입니다. 더블 캐스팅도 가능하거든요. 두 가지 마법을 동시에 캐스팅해서 그걸로 또 다른 조합을 만들 수도 있고, 그런 점에서 다른 게임과 차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수진 - 게임을 오래 서비스하다 보면 PvP라든가 콘텐츠 확장도 필요할 텐데 이런 부분의 고민도 있으실 거 같아요.

박태석 - 인력도 그렇고 저희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다 준비해두고 게임을 출시한 건 아니에요. 기회비용이라는 게 있듯 지금 상황에서 선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먼저 구현해 출시를 해놓은 상태이고요. 다양한 콘텐츠 기획이나 개발 일정이 준비되어 있어요. PvP나 길드전 같은 콘텐츠도 준비되어 있고 당장 다음 주만 해도 추가 콘텐츠 출시가 예정되어 있어요. 그런 식으로 콘텐츠 수를 늘려나가면서 계속 운영할 생각입니다.


3. 웹소설과 웹툰, 그리고 게임까지 처음부터

강승진 - 사실 이번 작품은 게임 외적으로도 독특한 시도가 이루어진 작품으로 알고 있어요. 웹소설을 게임으로 만드는 걸 넘어 처음부터 게임이나 웹툰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둔 작품이라고 들었어요.

박태석 - '재능 삼킨 마법사'의 가장 큰 특징은 스토리튠즈에서 개발한 IP인데 개인 작가가 쓴 작품이 아니에요. 웹툰이 스튜디오 형식으로 여러 명이 작업을 해서 하나의 콘텐츠가 나오잖아요? 그런 비슷한 맥락으로 스튜디오 형식으로 제작된 소설이에요. 저희가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는데 스튜디오 형식 작품의 프토로타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이 작품 기획에 참여했었는데 처음 하는 시도인 만큼 게임도 출시하고 웹툰도 가보고. 그런 것들을 아예 처음부터 기획하고 준비해보자는 계획이 담겼어요. 소설조차도 게임 개발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썼기 때문에 게임에 넣을 만한 소재들, 그런 것들을 신경 써가며 작업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강승진 - 이렇게 협업 단계로 작업이 이루어지다보니 게임하고 연결되는 부분에서의 어려움은 없겠네요.

박태석 - 서로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제가 직접 디렉팅까지 한 건 아니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기획 단계에 참여를 해서 스토리에 대한 데이터는 있어요. 다 같이 일하는 거고 협업도 더 용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승진 - 이런 부분은 테이밍 마스터 때와는 확실히 다르겠네요.

박태석 - 훨씬 더 수월해졌죠. 그때는 저도 초짜였고 다른 직원분들도 서로 손발을 맞춰보지 않은 상황이어서, 경험치가 달랐죠. 이미 시행착오를 거쳤던 부분에 대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은 점도 있고요. 테이밍 마스터 때는 런칭하자마자 서버가 떨어지고 그랬어요. 대신 개발자분들은 다들 시니어 급에 능력이 있고 전보다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어요.





4. 소설이 가진 스토리, 게임만이 주는 재미

강승진 - 소설과 웹툰만 해도 타깃층이 확 갈리잖아요. 여기에 게임은 또 다른 영역이고요. 물론 다 즐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부분도 꽤 고심하셨을 거 같아요.

박태석 - 고민이 필요한 부분인 게 맞는데 사실 구체적인 고민은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까요(웃음)? 정확하게는 콘텐츠마다 타깃층이 조금씩은 달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이게 같은 작품으로 이어져 있긴 해도 결국에는 각각의 콘텐츠가 그거 하나만 해도 재미있고 좋은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고 봤어요. 굳이 모든 콘텐츠의 타겟층을 같은 걸로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승진 - 원작 팬. 그러니까 소설 팬들을 기준으로 삼으면 새로운 팬을 끌어모으기 힘들고. 그렇다고 너무 새로운 것에만 집중하면 원작 팬들은 그런 부분에서 소홀하다고 느낄 거 같은데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잡아나가셨나요?

박태석 - 소설이랑 게임은 그게 다른 거 같아요. 무슨 말이냐면 소설이 웹툰화 되는 경우가 많으니 이걸 예로 들면 소설, 웹툰 모두 소비자한테 제공되어야 하는 방향성이 같아요. 둘 다 스토리를 제공하는 거예요. 좀 더 쉽게 말하면 웹툰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스토리죠.

강승진 - 그건 소설도 마찬가지고요.




박태석 - 이렇게 소설과 웹툰은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게 같죠. 그런데 게임은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플레이의 재미잖아요. 그걸 고민하다 생각한 게 원작의 스토리 그대로 가져오는 게 아니라 일부러 같은 유니버스라는 느낌을 내는 방향으로 했어요. 완벽히 같은 세계관에 같은 스토리가 아니라 세계관은 공유하면서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다루려고 했어요. '재능 삼킨 마법사' 같은 경우도 더 후대의 이야기를 다루거든요.

그렇게 했을 때 장점은 원작을 모르는 사람도 얼마든지 재밌게 게임을 즐길 수 있죠. 또 원작을 알면 거기에 또 재미 요소들이 있으니까 게임을 좀 더 음미하며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죠.


김수진 - 소설 속의 내용을 일부러 그대로는 안 넣으신 거네요.

박태석 - 원작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걸 게임화해서 잘 된 작품이 있긴 해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게임들 있잖아요. 게임 자체도 좋은 잘 만들었고 저희 같은 소규모 회사랑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큰 자본력과 그걸 받쳐주는 기술력이 들어가서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야기적인 부분에서 보면 그냥 원작의 스토리를 잘 따라가고, 그걸 너무 잘 표현해놨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이미 원작을 봤으니 그 내용이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김수진 - 맞아요. 다 아는 내용을 또 보여주는 정도잖아요. 애니메이션이나 웹툰화까지 됐으면 몇 번씩 같은 내용을 보는 걸 텐데.

박태석 - 이게 과연 게임으로서 옳은 방향인가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물론 그런 연출을 저희가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이런 스토리를 게임에서 원하는 걸까 많이 생각했어요. 그래서 '재능 삼킨 마법사'도 게임을 전격적으로 시작해요. 서론이 막 길지 않아요. 뭐가 맞다 틀리다라는 건 아니지만, 그게 제가 생각하는 원작 기반 게임 방향성이었어요.

김수진 - 세계관 정도만 공유하는? 어떻게 보면 스핀오프라는 표현에 가깝겠네요.

박태석 - 원작의 캐릭터는 중요해요. 가장 중요한 게 이야기가 달라도 원작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또 원작의 캐릭터, 그리고 원작만이 가지는 재미를 느끼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 스토리를 그저 그대로 옮기는 게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세계관도 유니버스 방식으로 한 거고, 좀 비틀기도 하고 시간대를 다르게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강승진 - 원작 팬이 보면 '아, 이거구나!' 싶은 것도 있겠네요.

박태석 - 게임 자체가 재밌어야 한다는 데 일단 집중하면서도 세계관을 잘 아는 사람이 볼 때는 익숙한 것들이 많이 나오고, 원작에서 읽었던 것들을 계속 볼 수 있게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원작의 주인공이 있고 게임 주인공은 그 후손이잖아요. 원작 주인공의 연대기가 게임에 존재하거나 곳곳에 이스터에그를 만들어 두는 식이죠.





5. 창작자와 소비자의 차이를 넘는 선순환

김수진 - 이야기를 들어보면 콘텐츠 하나로 여러 갈래의 확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신 거 같아요. 장기적인 계획을 잡아두신 느낌이에요.

박태석 - 노블 코믹스. 그러니까 웹소설과 웹툰을 연계하는 게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 됐어요. 그런데 업계에서도 모두가 이게 처음부터 잘 될 거라고 보는 건 아니었어요. 제가 테이밍 마스터를 작업할 때도 소설이 웹툰으로 다시 그려지는 게 드문 케이스였어요. 그런데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됐어요. 소설이 웹툰으로 가는 게 어색하지 않게 된 거죠.

아직은 원작이 있는 게임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분들도 계세요. 웹툰 원작이든, 웹소설 원작이든 크게 성공한 게임이 적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아요. 괜히 원작의 인기에 묻어가려 한다든가 이런 인식이요. 사실 이것도 여러 게임이 잘 돼서 그런 고정관념이 부서지면 선순환이 되면서 시장이 커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강승진 - 첫 단계에서는 오리지널 작품이었는데 나중에 별도의 원작 IP를 더해 출시되는 경우도 해외든, 없지는 않았죠.

박태석 - 저희는 설명해 드린 방향이 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닥을 잡은거고 또 그게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거라고도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실질적인 작가이면서 게임 개발을 하고 있으니까요. 또 장기적으로 이런 모델이 잘 됐을 때 더 창의적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내다보고 있습니다.

강승진 - 사실 출판도 하는 스토리튠즈, 그리고 게임 개발하는 스튜디오 LB가 함께 하고 있기에 더 가능성이 높은 거 같아요.

박태석 - 소설 유통도 하고 아카데미도 하면서 최근에서는 웹툰 같은 스튜디오 사업으로 확장을 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을 가지면서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그리고 이제는 원소스 멀티유즈를 고민해야 하는데 서로 머리를 맞대고 만드는 스토리가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데 최적화된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강승진 - 그럼 앞으로도 이런 스튜디오 방식의 콘텐츠를 운영하실 계획인가요?

박태석 - 집중하는 건 아니고 병행한다고 보시면 돼요. 기존처럼 아카데미도 하고 출판도 하고. 다 선순환인 거죠. 저희가 발굴한 작가분들이 데뷔를 하기도 하고 다른 출판사와 계약도 하고. 어떻게 보면 스토리 산업은 사람이 중심인 곳이잖아요?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그래서 여러 방식으로 고민을 하는데 이게 순환되는 구조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수진 - 결국 하나의 콘텐츠가 아니라 순환하고 확장되는 부분일 텐데 처음부터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 거였나요?

박태석 - 이게 엄청나게 계획적으로 모든 걸 다 시작했던 건 아니고... 그때그때 항상 제일 하고 싶었던 걸 했던 것 같아요(웃음). 좀 즉흥적일 수도 있겠지만, 큰 계획을 세워도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계획보다도 그걸 실행으로 옮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글도 그렇고 게임 개발도 그렇고 그걸 정말 하고 싶었어요.

스토리튠즈도 아카데미로의 시작보다는 친한 작가끼리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서로 글 쓰는데 도움도 받자면서 시작하게 됐는데 아카데미가 되고 출판도 하고 그렇게 됐죠. 일단 실천으로 옮기는 데 중점을 두고 거기에 맞춰서 계획을 키워나간 거 같네요.


김수진 -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다 잘 풀린 케이스인가요?

박태석 - 어휴, 그렇지도 않아요. 사실 잘 풀렸다고 하기에는 뭐 큰 성공을 한 것도 아니고.

강승진 - 그래도 확실한 가능성을 보고 시도하고 계신 것 같아요. 특히 원소스 멀티유즈에 대한 비전도 그렇고요.

박태석 - 아무래도 창작자와 소비자가 느끼는 콘텐츠의 진입 장벽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면 글을 쓰는 소설은 창작자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에요. 대신 웹툰은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게임이나 영상은 투자나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니 진입 장벽이 더 높죠.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영상이나 게임은 쉽게 보고, 플레이할 수 있지만, 소설은 진입 장벽이 높아요. 글을 보고 모든 걸 상상으로 떠올려야 하잖아요?

그래서 창의적이고 기발한 스토리는 글에서 나오고 그 스토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디렉터가 한정되고, 개발비가 많이 드는 영상이나 게임은 안정적인 작품이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 양극단에서 순환이 이루어진다면 그 한계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생기는 거죠. 그러니까 진입 장벽이 낮은 콘텐츠로 뻗어나가는 과정이 있어야 좋은 IP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능성을 봤다기보다는 그 방향성에 대한 믿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6. 게임, 콘텐츠에 대한 진정성

강승진 - 작가와 게임 개발자. 서로 다른 영역에서의 일을 함께하는 것에 대한 장점을 말했는데 업무적으로는 어떤가요?

박태석 - 당연히 힘든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하는 일이 많아서 힘든 거죠. 그래도 둘 다 제가 좋아하는 일들이고,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아직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강승진 - 느긋함이라는 회사명과는 다르게 바쁜 일정을 보내시는 것 같아요.

박태석 - 쓸데없는 자기 확신이 좀 강했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정말 잘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새로운 게임회사라는 걸 생각하면 잘 된 것도 맞아요. 만드는 게임을 제대로 출시하지 못하는 곳도 많고 또 금방 서비스를 중단하는 게임도 많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아직까지 계속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과도기라고도 생각해요. 더 버티고 열심히 해보자고요. 또 요즘에는 대기업, 아니면 인디. 이렇게 중간이 많이 없는 느낌이라 우리 규모에서 좋은 게임을 더 만들자고 다짐하고 있어요.


강승진 - 그럼 마지막으로 독자, 혹은 게이머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박태석 - 제가 뭐가 된 것도 아니고... 그냥 이런 얘기는 계속 하고 싶었어요. 게임을 만드는 것도 그렇고 창작물을 만드는 데 있어서 진정성을 담고 싶었다는 걸요. 투자를 받은 것도 아니고 제 돈으로 직접 게임사를 만든 것도 돈을 번다기보다는 게임도, 콘텐츠도 제가 너무 좋아해서 하기에 시작했으니까요. 그런 진정성만큼은 믿어주셨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