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저거 내가 꼭 써보고 싶은데"라며 마음속에 고대하던 'OMEN 45L GT22-0001KR(이하 OMEN 45L)를 써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드웨어 관련 업무를 맡는 동안 일반인을 대상으로 HP OMEN의 고성능 게이밍 데스크톱 및 노트북을 대여해 준 후, 그 경험을 전달하는 인터뷰 방식의 콘텐츠를 다룬 적이 있는데요. 기획안과 캠페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행복하게 작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당시 직접 사용해 보진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습니다.
때문에 사무실에 도착한 HP OMEN 45L을 보자마자 담당자에게 조르고 졸라서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완본체 데스크톱 하나에 왜 그리 좋아하냐고요? 인텔 12세대 i9-12900K CPU에 RTX 3080 그래픽카드를 필두로 초고사양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그렇지만 일단 예쁘거든요. 참고로 제 손을 거치는 모든 제품들에 탑재된 무지개색 RGB 효과를 흰색 조명으로 설정하기 시작한 것도 OMEN의 데스크톱을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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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 정보
OMEN 45L GT22-0001KR
CPU : 12세대 인텔 코어 i9-12900K (최대 5.2GHz, 16코어 24쓰레드)
그래픽카드 :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 10GB
운영체제 : Windows 11 Pro
메인보드 칩셋 : 인텔 Z690
저장장치 : WD BLACK PCIe NVMe TLC M.2 SSD (1TB) / 7200 RPM SATA HDD (2TB)
메모리(RAM) : HyperX Fury RGB DDR4 3200MHz 32GB (16GB x 2개)
파워 서플라이 : 쿨러마스터 800W 80PLUS Gold
상단 단자 : USB-A x2 / SuperSpeed USB-A x2 / 오디오 콤보잭 / 마이크 잭
후면 단자 : USB-C x2 / SuperSpeed USB-A x2 / USB-A x2 / 오디오 잭 x3
그래픽카드 단자 : HDMI 2.1 x1 / DP 1.4 x3
오디오 지원 : 5.1 서라운드 사운드, OMEN 오디오 컨트롤 서포트 DTS:X Ultra
RGB 효과 : CPU 쿨러 / 메모리 / 전면 팬 / 로고 / 케이스 상단
무선 지원 : 인텔 Wi-Fi6 AX 201(2x2) 블루투스 5 콤보
소프트웨어 : OMEN Gaming HUB 전용 유틸리티 지원
크기 및 무게 : 20.4 x 47 x 55.5 (cm) / 22.6kg
가격 : 3,690,000원 (22.04.26 기준, 제품 사양별로 상이)
OMEN 45L GT22-0001KR은 인텔의 최신 12세대 CPU 중 가장 고성능을 자랑하는 인텔 코어 i9-12900K와 RTX 3080의 그래픽카드로 구성된 데스크톱입니다. GT22 이하에 붙은 숫자에 따라 구성되는 부품이 각기 다르며, 0000KR의 경우엔 RTX 3090이 탑재되어 있고 0013KR의 경우에는 라이젠 9 프로세서와 RTX 3090으로 구성되어 있는 식입니다.
i9-12900K는 현존하는 인텔 CPU 중 가장 고성능을 자랑하는 최신 CPU입니다. 8개의 고효율 코어(E코어, Efficient)와 8개의 고성능 코어(P코어, Performance)로 하이브리드 구조를 갖춘 총 16개의 코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고성능이 필요한 상황에는 P코어를 주로 사용하여 빠른 작업 속도를 제공하며, 부하가 적은 작업에는 E코어를 활용하여 전력 소비와 발열을 최소화하는 재미있는 구조를 갖춘 프로세서죠.
점점 그래픽카드 단품의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공식 가격까진 아니더라도 하드웨어 골수 팬들의 경우, RTX 3080급은 100만 원대의 가격을 희망하고 있습니다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OMEN 45L에 탑재된 RTX 3080는 10GB 모델인데요. 아마 12GB 모델이 10GB VRAM의 그래픽카드와 비교했을 때 발열 및 전력효율이 좋지 않아 10GB로 탑재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10GB 제품은 12GB 모델과 비교했을 때 3~5% 정도 성능 차이가 있는데, 약간은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저장 장치는 1TB의 M.2 NVMe SSD와 2TB의 HDD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후 제품 테스트에서 수치를 공개하겠지만 순차 읽기 및 쓰기 속도는 PCIe 4.0를 지원하는 SSD, 즉 현존하는 플래그십 모델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웨스턴 디지털 사의 Black 시리즈 제품이 탑재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이는 WD Black SN850 급의 제품으로 추측됩니다. 비슷한 수준의 유명한 제품으로는 삼성전자 980 Pro, 마이크론 Crucial P5 Plus, 에센코어 KLEVV CRAS C920 정도가 있겠네요.
메모리는 'HyperX Fury RGB DDR4 3200MHz 32GB(16GB x2)' 제품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RGB 메모리는 게이머들의 로망이죠. 작년인 21년 6월경, HP에서는 게이밍 주변기기 전문 브랜드인 HyperX를 인수한 바가 있으며 그 이후 출시된 OMEN 데스크톱에는 하이퍼엑스에서 취급하고 있는 RAM이 탑재되기 시작했습니다. 게이밍 PC을 필두로 게이밍 노트북, 모니터, 그리고 다양한 주변기기까지. 게이밍 관련 분야를 위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HP의 미래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HP OMEN 데스크톱에만 탑재되어 있는 수냉쿨러도 독특합니다. 세련됐지만 깔끔한 디자인을 갖춘 해당 수냉쿨러는 유명한 PC 부품 제조 회사인 '쿨러 마스터(COOLER MASTER)'와 오멘이 협업하여 제작한 부품입니다. 기본적으로 120mm의 쿨러를 제공하지만 옵션 변경을 통해 240mm 제품까지 지원하며 유저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최대 360mm 규격의 쿨러까지 탑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쿨링 솔루션에 대해 다양한 노하우를 갖춘 전문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발열과 소음, 그리고 RGB 효과까지 삼박자를 갖춰 안정적이고 쾌적한 환경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아 참, 파워 서플라이 또한 쿨러 마스터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됐다고 하네요.
2019년에 설계된 OMEN 데스크톱과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하단 다리가 15mm로 4배 더 길어졌다는 점입니다. 기존 제품이 4mm의 발판을 제공했었는데, 더 높아진 본체 높이로 인해 공기 흐름의 효율을 향상시켰다고 합니다. 이는 곧, 오멘에서 제시하는 'OMEN CRYO CHAMBER' 쿨링 솔루션과 연계되는데요. 오멘 만의 특별한 쿨링 솔루션을 통해 공기의 흐름과 발열 제어 기능을 극대화했다고 합니다.
■ 제품 사진
제품을 살펴보며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케이스 분해가 너무 쉽다는 점이었습니다. 심할 경우, 하루에 PC 부품을 10번 이상도 탈부착하는 저 같은 경우엔 "어, 편하네" 정도의 느낌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컴퓨터 본체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게이머에겐 충분히 어필할 만한 강점이더라고요. 특히 컴퓨터 부품과 친숙한 경우에도 주기적으로 데스크톱 내부를 청소하는 것은 정말 귀찮습니다. "내일 비 안 오나?"라며 날씨를 확인해 보고 내 마음에 먹구름이 꼈다는 핑계로 청소를 미루는 게 부지기수입니다.
OMEN 45L은 측면 강화유리 파트는 물론, 전면 및 상단 필터까지 탈부착이 너무 간편했습니다. 드라이버의 위치가 잘 보여서 조립이나 분해가 편하다 정도의 수준이 아닙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탈착이 되는 굉장히 편리한 시스템이니까요.
■ 제품 테스트
OMEN 45L는 기본적으로 Windows 11 Pro OS를 지원합니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에게 Windows 11이 익숙하지 않을 텐데요. 저 또한 아직 어색하지만 막상 사용해 보니 큰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오멘에서는 전용 유틸리티인 'OMEN Gaming HUB' 소프트웨어를 지원합니다. PC의 조명 효과부터 시작하여 성능 제어, PC 구성 제품 및 성능 모니터링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자체 소프트웨어입니다. PC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게이머의 경우, 해당 유틸리티의 오버클럭 기능도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모든 게이머들이 PC 전문가는 아닐 것이라는 것을 염려하여 오멘에서는 손쉽게 성능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성능 제어 탭을 통해 데스크톱의 퍼포먼스를 올리고 싶다면 '성능' 모드를, 조용하게 즐기고 싶다면 '조용함' 모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HP OMEN에서는 OMEN Gaming HUB를 통해 자사에서 취급하는 PC를 비롯하여 모니터, 게이밍 주변기기들을 한 번에, 그리고 손쉽게 제어할 수 있게끔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만 수중에 따로 갖고 있는 OMEN 제품이 없기에 테스트 및 실험하지 못하여 아쉬웠습니다.
전용 유틸리티: OMEN Gaming HUB
게임 플레이 전, 기본적인 벤치마크
게임 테스트 - 디아블로 2: 레저렉션
지난 4월 15일에는 2.4 패치를 진행했으며, 다가올 4월 29일에 드디어 래더 시스템이 적용될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이하 디아2 레저렉션)'으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디아2 레저렉션은 게임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지도를 로딩하기 때문에 종종 끊기는 현상이 발생되어 프레임 수치만 봤을 때는 고성능의 부품 및 PC로도 성적이 썩 좋지 않은 게임 중 하나입니다.
제가 정말 다양한 조건에서 디아2 레저렉션을 테스트해 봤는데, 이번에 사용한 OMEN 45L만큼 안정적인 프레임을 자랑하는 환경은 본 적이 없습니다. 특히 4K 해상도에서도 안정적이라 놀랐습니다. OMEN 45L에 탑재된 RTX 3080 제품보다 성능이 높은 그래픽카드를 많이 만져봤는데도 말입니다. 브랜드 완본체 PC에서 자주 어필하던 호환성에 대해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더라고요.
그래픽 품질은 최고 옵션으로 설정 후, FHD와 QHD 그리고 4K 환경에서 각각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평소에도 디아2 레저렉션으로 테스트를 자주 해왔기에 지긋지긋한 카우방을 좀 벗어나 보려고 했으나, 보여드리기 좋은 사냥터에는 대부분 냉기 면역 몬스터들이 존재하더라고요. 10분을 둘러보다가 결국 다시 카우방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4K 해상도로 즐겨본 디아2 레저렉션에서는 평균 107FPS, 최저 1% 프레임은 88FPS를 기록했습니다. 4K를 감안하면 매우 안정적인 수치입니다. 특히 RTX 3080 이상의 그래픽카드로 디아2 레저렉션의 4K 해상도를 테스트했을 때, 높은 수치의 최대 프레임으로 최저 1% 프레임이 약간 상쇄되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OMEN 45L는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쾌적하게 프레임이 기록되어 신기했습니다.
QHD 환경에서는 평균 175FPS, 최저 1% 프레임은 147FPS로 측정되었습니다. OMEN 45L은 QHD 한정으로 144FPS 방어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메피런까지 했는데 아쉽게도 좋은 아이템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FHD 환경에서는 평균 220FPS, 최저 1% 프레임은 179FPS를 기록했습니다.
게임 테스트 - 엘든 링
다크소울 장르의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게이머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엘든 링'으로도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입문자가 많았던 만큼 엔딩을 본 유저들도 많아 열기가 좀 수그러들긴 했지만요. 최대 60FPS를 지원하지만 그래픽 옵션을 최상으로 올릴수록, 4K 해상도에 근접할수록 프레임 관리가 어려운 게임이기 때문에 테스트에 적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옵션은 설정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인 4K 해상도 + 그래픽 품질 최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4K 환경에서 1% 최저 프레임이 50FPS 이하라면 QHD 해상도에서도 테스트를 진행하려 했으나, 소프트웨어적으로 최적화가 이루어진 건지 아니면 OMEN 45L의 성능이 균형 잡힌 건지. 4K 해상도에서도 최저 1% 프레임이 53FPS로 유지가 되어 굉장히 놀랐습니다. 원래 이렇게 안정적인 게임이 아니었는데.. 필드를 뛰어보기도 하고 일부러 이펙트가 큰 몬스터와 접전을 해보기도 했지만 끊기지 않고 쾌적한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 마치며
다양한 각개의 하드웨어 부품들도 만나보고 완본체 브랜드 PC도 꽤 만져봤습니다만, OMEN 45L만큼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구성은 없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i9 + RTX 3090 구성이 아니었기에 최고의 성능이었다고 마무리할 수는 없겠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플래그십이란 이런 것이다!"에 충분히 만족감을 주는 제품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제가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브랜드 PC에서 어필하는 '제품 간의 호환성'이 단순 마케팅을 위한 단어가 아니었으며, 확실하게 체감이 됐다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제품이 너무 마음에 드는 데, 너무 긍정적으로만 작성하면 오히려 거부감이 있을지 몰라서 조립 PC와의 비교도 해봤습니다. 대략 50만 원 차이가 난다면 통합 A/S와 브랜드 비용을 지불한다고 생각할 경우에도 꽤 괜찮은 가격이라며 마무리를 할 참이었죠. 다만 직접 비교해 보니 가격 차이가 거의 없거나, 엄연히 따지면 OMEN 45L 쪽이 더 저렴하다는 부분이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조립 PC 판매처 중, 가장 많은 유저들이 찾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i9-12900K + RTX 3080의 구성 제품을 살펴봤습니다. 그중에 가장 저렴하며 유저 평가가 3천여 개로 반응까지 좋은 제품과 비교해 보기로 했습니다. 해당 조립 PC와 OMEN 45L을 비교했을 때, 열등한 부분은 8GB x2로 총 16GB를 제공하는 메모리와 SATA에 500GB를 지원하는 SSD및 HDD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우수한 부분은 평가가 좋은 그래픽카드를 탑재했다는 점과 메인보드의 호환성이 좋다는 점, 마지막으로 파워가 850W로 50W가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4월 3주차 기준)
단순 비교로는 약 25만 원 차이가 났습니다. 다만 이는 공평하지 않죠. 해당 옵션에서 OMEN 45L처럼 RGB 튜닝 메모리 16GB를 2개, PCIe 4.0 NVMe SSD를 1TB로, 2TB의 하드 디스크를 추가하여 옵션을 변경하니 OMEN 45L의 가격을 훌쩍 넘더라고요. 동일 구성 및 성능의 관점으로 봤을 땐 오히려 OMEN 45L가 더 저렴합니다.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립형 PC와 비교했을 때 브랜드 완본체 PC의 가격이 꽤 괜찮다는 점은 새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브랜드 완본체 데스크톱에 대해 워낙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통합 A/S와 각 부품의 호환성 및 시각적 깔맞춤이 완본체 PC의 혜택이었는데, 이제는 가격도 조립형 PC와 엇비슷하기 때문에 고사양 데스크톱에 관심 있는 게이머라면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