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무선기기를 찬양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이 편리함을 모를 적엔 '안 그래도 게임을 잘 못하는데 무선 키마헤(키보드, 마우스, 헤드셋)로 바꿨다가 실수를 더 많이 하면 어쩌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슴 한편에 두고 있었으니까요. 다양한 하드웨어를 접하다 보니 우연히 무선 게이밍 마우스를 쥐게 되었고, 그 이후로 저는 그렇게 케이블 공포증이 생기고야 말았습니다.
"키마헤 중에 딱 한 가지만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어. 넌 뭘 선택할래?"라고 묻는다면 당연지사 '헤드셋'입니다.
무선 마우스에 적응하고 나서는 어떻게 이 족쇄 같은 줄을 달고 게임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무선 키보드를 접하고 나서는 게이밍 셋업의 끝판왕은 선
처음엔 별거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배터리를 다 써버린 어느 날,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제 왼쪽 팔뚝과 헤드셋 충전 케이블과의 마찰음이 이렇게나 신경 쓰이는 존재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뿐인가요. 물 한 잔을 하러 갈 때에도, 화장실을 다녀올 때에도 헤드셋을 썼다 내려놨다 하는 그 수고스러움이 어쩜 그리 불편한지.
차곡차곡 돈을 모아서 드디어 제가 원하던 헤드셋을 살 만큼의 비상금이 모였습니다. 학창 시절 때부터 안경을 썼기 때문에 여태 만나본 헤드셋 중에 가장 착용감이 좋았던 '터틀비치 스텔스 700 Gen2' 헤드셋을 검색해 보니 제품이 두 개더라고요. 하나는 플레이스테이션 모델, 하나는 엑스박스 모델.
개인적으로 PC 게임을 가장 자주, 오래 즐기기 때문에 뭘 사야 할지 느낌이 바로 오지 않았습니다. 플스용은 플스에서만 구동되나? 엑스박스도? 그럼 PC와 모바일은 어쩌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터틀비치 스텔스 700 Gen2의 두 모델은 어떤 차이가 있을지 말이죠. 이 콘텐츠는 터틀비치가 아닌, 다른 글로벌 게이밍 주변기기 브랜드에서도 플랫폼별로 따로 취급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참고하기 좋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이 제품, 왜 좋은가?
TURTLE BEACH Stealth 700 Gen2 게이밍 헤드셋 (PS / XBOX)
구분 : 오버이어 무선 게이밍 헤드셋
주파수 응답 : 20Hz ~ 20kHz
드라이버 : 50mm Nanoclear 네오디뮴 드라이버
컨트롤러 : 볼륨휠, 마이크뮤트 모드 버튼
배터리 수명 : 최대 20시간 사용 가능
마이크 : 전방향 접이식 마이크 / 2세대 무지향성 플립
헤드밴드 재질 : 폼쿠션 합성 가죽
이어쿠션 : 메모리폼 합성 가죽
부가 기능 : 3D 서라운드 사운드 / Superhuman Hearing 기술 지원
기타 : 전용 소프트웨어 지원(Turtle Beach Audio Hub) /
안경 착용자를 위한 프로스펙스 기술 / 에어로핏 냉각젤 주입 메모리폼
처음 이 제품을 사용해 봤을 때, 안경 착용자들을 위한 'ProSpecs Glasses Relief System(프로스펙스)' 기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었습니다. 조금 쉽게 설명하면 안경다리가 위치한 이어 쿠션을 좀 더 폭신하게 조절할 수 있게 설계하여 압력을 줄이는 기술입니다.
보통 장시간 헤드셋을 사용할 경우, 목은 고사하고 귀와 안경다리가 맞닿는 그 부분이 정말 아프거든요. 게임에 집중할 때엔 잘 모르다가도 잠깐 휴식할 때 찡해오는 그 감각에 헤드셋을 벗어놓고 있노라면 다시 쓰기가 두려울 정도입니다.
제아무리 안경을 쓴다 한들, 밀폐형 헤드셋만이 주는 그 몰입감을 포기하긴 아쉽습니다. 밀폐형 헤드셋이 주는 그 게임에 대한 몰입감이 정말 좋은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집중을 깨는 것이 바로 그 통증입니다.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이어폰을 선택하거나 안경의 각도를 세워 헤드셋을 장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했지만, 터틀비치 제품을 알고 나서부터는 그 해방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밀폐형 헤드셋의 약점인 여름에도 강합니다. 공기 냉각 젤이 주입된 메모리폼 이어 쿠션을 통해 게이머로 하여금 더운 환경에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또한 터틀비치 스텔스 700 Gen2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무선 게이밍 헤드셋 중에 마이크 음질까지 평균 이상인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이즈 조절도 넉넉하여 최소 상태에서는 작게 느껴졌지만, 헤드 밴드를 최대로 늘렸을 시 군대에서 58호의 전투모를 썼던 저에게도 클 정도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며 재밌었던 부분은 게임 사운드를 들으며 통화를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이 제품을 선택한 본질적인 이유는 앞서 설명한 부분들이지만 이 기능은 게임을 즐기는 플랫폼과 휴대폰, 두 기기에 헤드셋을 연결하면 게임을 즐기다가도 끊기지 않고 전화 통화를 받거나 인게임 로딩 시 모바일로 음악 감상을 할 수 있습니다.
■ 플레이스테이션 모델 vs 엑스박스 모델, 뭐가 다른지?
PC에선 어떨까?
동일한 성능과 디자인, 심지어 가격까지 같은 터틀비치 스텔스 700 Gen2 플스 모델과 엑박 모델 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블루투스 수신기, 우리가 편히 부르는 동글이의 유무입니다. 플스 모델의 경우 별도로 터틀비치 로고가 새겨진 블루투스 수신기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엑박 전용 헤드셋을 PC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수신기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만 봤을 땐 플스 모델의 압승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플스 모델은 PC에 정확히 호환된다고 얘기하기가 다소 애매했습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거나, 마이크가 끊긴다거나의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윈도우의 소리 설정에서 사운드를 조절할 수 없는 현상이 있습니다. 즉, 물리적으로 헤드셋의 볼륨 다이얼로만 소리 조절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이에 반해, 저렴한 블루투스 수신기의 경우 1만 원도 채 되지 않을 만큼 저렴하며, 엑스박스를 구비하고 있는 게이머의 경우에는 Xbox 전용 수신기를 PC에 꼽고 사용하면 됩니다. 이쪽이 오히려 호환성 측면에서는 더 좋습니다만, 별도의 블루투스 수신기도, 엑스박스 콘솔러도 아닌 저에게는 플스 전용 헤드셋이 더 사용하기 좋았습니다. 특히 닌텐도 스위치를 자주 플레이하는 게이머로서 동봉된 블루투스 수신기 덕분에 독 모드를 한정으로 무선 헤드셋을 이용할 수 있어 제게 더 맞는다고 생각이 들었고요.
모바일에서는 어떨까?
터틀비치에서는 별도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Turtle Beach Audio Hub'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와 ios 두 기종 모두 호환하며 덕분에 음향 조절 및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두 기기 모두 모바일을 호환하며 전혀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동일한 성능 및 설정을 제공하였습니다.
■ 내 선택은 터틀비치 스텔스 700 Gen2 플스 전용 헤드셋!
저처럼 주력이 PC 게임이라 플스와 엑박 콘솔 모두를 즐기지 않는 게이머도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기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PC 게임이 주력이지만 가끔 닌텐도 스위치로 게임을 즐기며, 이상하리만큼 별도의 추가 장치를 갖추기 싫어하는 성향에 덧대어 저의 선택은 플스 전용 헤드셋입니다. 플스 없는 게이머가 플스 전용 헤드셋을 산다라니.. 뭔가 웃프지 않나요?
그렇다고 해서 엑박 모델이 열등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엑박 전용 헤드셋의 경우, 이미 집에 엑스박스를 갖고 계신 게이머라면 더할 나위 없는 제품이며 그게 아니라고 해도 저렴한 블루투스 수신기만 구비할 수 있다면 더 높은 윈도우 호환성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멀티 플랫폼 게임이 늘어남에 따라 게이밍 환경을 개선해 주는 다양한 형태의 하드웨어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올라운더 제품이야 더할 나위 없지만 문제는 가격이죠. 내가 주로 활용하는 게임 환경에 알맞은 제품을 선택하면 중급형 기기를 구매할 자금으로 고가의 성능에 준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으니 가까운 미래에 구매 계획이 있는 게이머라면 내 게임 플랫폼 영역을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