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고전 서바이벌 호러 느낌 그대로, '시그날리스'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댓글: 3개 |

지난주 13일부터 약 일주일간 진행된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는 수백 종의 출시 예정 신작들의 데모 버전이 공개됐습니다. 개발사의 규모와 장르를 막론하고 다양한 게임들이 참여한 만큼, 평소에는 소식을 접하기 어려웠던 게임들도 상당수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독일에 거처를 둔 두 명의 개발자로 구성된 스튜디오, '로즈 엔진(rose-engine)'이 개발하는 신작 인디게임 '시그날리스' 또한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참여한 출시 예정 신작 중 하나입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출시일을 오는 10월 27일로 확정하고, 게임 초반의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데모 버전을 공개하기도 했죠. 특유의 고전 서바이벌 호러 느낌을 물씬 풍기는 트레일러를 보고난 순간, 데모를 설치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레트로 스타일 그래픽, 그리고 익숙한 고전 서바이벌 호러 문법


데모를 플레이하며 확인할 수 있었던 선에서, '시그날리스'의 스토리는 난파된 우주선에서 깨어난 주인공, 엘스터(LSTR-512)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인공은 일반적인 인간이 아니라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레플리카'이며, 엘스터가 깨어난 우주선은 게슈탈트 파일럿이라 부르는 조종사와, 기체의 점검을 담당하는 레플리카가 한 쌍으로 탑승하는 형태였습니다.

우주선 내부를 살펴보던 중 주인공 엘스터는 A. 영(A. Yeong)이라는 이름의 게슈탈트 파일럿의 생체 신호가 잡히지 않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치는 외부로 나가기 위해 필요한 수트 한 벌이 사라진 것도 말이죠. 시그날리스의 데모는 주인공이 사라진 조종사를 찾으러 우주선 외부로 향하기까지의 분량을 그립니다.

우주선 내부는 공간이 많지는 않지만, 두 명의 인원이 배정되는 것 치고는 꽤나 여러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 외에도 우주선 내부를 서성거리는 기이한 생명체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주인공의 존재를 알아채면 손에 쥔 칼이나 무기를 들고 공격해 옵니다. 데모에서는 이들을 상대하며 게임의 전반적인 전투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고, 외부로 나가기 위한 보호 장비를 찾는 과정에서 약간의 퍼즐을 진행하게 됩니다. 구석구석 살펴가며 진행하면 약 30분 내외로 클리어 가능한 분량입니다.



▲ 게임플레이뿐 아니라, 메뉴의 눈동자도 과거 '바이오하자드'를 떠올립니다

시그날리스의 게임플레이는 주로 3인칭 탑다운 시점 형태로 진행되며, 전체적으로 서바이벌 호러 장르를 개척한 초기 '바이오하자드'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습니다. 맵을 탐험하며 각종 아이템을 습득하는 연출이나, 인벤토리가 한정적이라는 점, 그리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아이템을 보관할 수 있도록 수납 상자를 제공한다는 점 등이 그렇습니다.

나아가, 인벤토리 화면 구성 또한 '바이오하자드'시리즈와 매우 유사합니다. 물론 UI 배치나 구성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으나, 습득한 아이템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관찰한다든지, 합성 항목을 통해 두 개의 아이템을 하나로 합쳐 새로운 아이템을 만드는 등 기믹들은 이제는 아주 익숙한 것들이죠. 그렇기에 기존 서바이벌 호러 팬들이라면 별다른 튜토리얼 과정 없이 바로 게임을 즐기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아래는 이번 데모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단서 확인 및 아이템 합성법의 단적인 예시입니다. 메뉴의 각 기능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맛만 보여주는 튜토리얼 과정의 일부라고 할 수 있죠. 본편에서는 게임의 콘셉트와 잘 어우러지는 다양한 퍼즐 요소를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 아이템을 돌려가며 단서를 찾거나



▲ 두 개의 아이템을 합치는 등 기존 서바이벌 호러의 문법에 충실합니다

전투 또한 고전 서바이벌 호러의 감성을 충분히 불러일으킵니다. 데모에서는 기본적인 권총과 소모품 형태로 제공되는 전기충격기가 등장하며, 우주선 내부에 기괴한 포즈로 서 있는 생명체들을 제압하는 데 사용하게 됩니다.

무기와 보조 장비(전기충격기)는 다른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인벤토리 메뉴를 통해 장착할 수 있으며, 탄약은 R을 눌러서 재장전할 수 있지만 권총과 탄약을 합성하는 것을 통해서도 보충이 가능합니다. 장비한 무기는 PC 기준 오른클릭으로 조준할 수 있고, 적을 공격해 쓰러진 적은 다가가 발로 밟아 마무리할 수도 있죠. 이 정도만 해도 4편 이전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겁니다.

그래도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과거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보다는 적을 조준하는 것이 상당히 편리하다는 것입니다. 시점이 달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적을 제대로 조준하면 나타나는 빨간색 상자를 통해 적에게 공격이 유효할지 아닌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과 주인공 사이에 특정 오브젝트가 있어 공격이 유효하지 않을 때는 빨간 상자에 X표시가 생기기 때문에, 아까운 총알을 허무하게 낭비하는 상황이 없도록 도움을 줍니다.

또한, 행동불능에 빠진 적들이 맵을 탐험하는 도중 부활(?)하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이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게이머들을 놀라게 했던 이유중 하나로, 이미 해치웠다고 생각한 적도 갑자기 벌떡 일어나 공격해올 수 있기에 긴장을 놓을 수 없죠. 게다가 예기치 못한 교전으로 총알을 낭비하게 되면 이후 곤란한 상황에 닥칠 수도 있습니다. 본편에서는 여느 다른 서바이벌 호러 장르와 다르지 않게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총알을 아끼는 방법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 총알 아끼려면 마무리는 발로 하는게 좋습니다


특유의 분위기가 기대감 돋우는 신작 서바이벌 호러




정리하자면, 데모를 통해 체험해 본 '시그날리스'는 과거 서바이벌 호러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바이오하자드'가 처음 선보인 핵심 메카닉을 잘 녹여낸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이 게임만이 가진 독창적인 게임플레이 요소는 찾기 힘들었지만 말이죠. 어쩌면 제한된 시간 안에 대중에게 게임의 전반적인 느낌을 보여줘야 하는 데모의 특성 상,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부분만을 강조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체험판의 주된 목적이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핵심 게임플레이를 보여주고, 곧 출시될 본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것이라면, '시그날리스'의 이번 데모는 적어도 저에게는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게임플레이는 짧았지만 클래식한 서바이벌 호러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고, 데모의 엔딩은 앞으로 주인공 엘스터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거든요. 게다가 전부 픽섹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놀라운 디테일의 그래픽은 트레일러로 보는 것보다 직접 할 때 더 빛이 났습니다.



▲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당히 디테일한 픽셀 아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짧게는 15분, 길어 봐야 30분 분량의 데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시그날리스'의 데모 버전은 핵심 게임플레이 외에도 게임이 이끌어갈 전반적인 분위기 또한 전달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주인공이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탈출하면서 데모가 끝이 날 것 같았지만, 이후에도 몇 장면이 더 있더라고요. 마지막이 궁금하시다면 직접 데모를 플레이하거나, 위에 있는 전체 영상에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디스토피아 배경의 미래, 그리고 '레플리카'라 불리는 인간형 안드로이드 주인공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떠올리게 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모토코를 닮은 여주인공, 공상과학 장르를 좋아하는 팬에게는 선물세트같은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직 자세한 세계관은 물론, 주인공의 행보를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지만, 부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끌고 가는 작품으로 출시되기를 바라봅니다.

참, 이번 데모는 영어와 독일어만을 지원하지만, '시그날리스'의 스팀 상점 페이지에는 한국어 인터페이스와 자막도 지원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부디 출시와 함께 한국어로 게임플 플레이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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