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게임이 없어" 언제부턴가 입에 붙어버린 이 문장. 붙다 못해 아예 버릇이 되어 버렸다. 일상의 권태로움, 삶의 피곤함에서 벗어나고자 실행한 스팀의 게임 목록을 아무리 뒤져봐도 해답을 못 찾고 이내 변덕을 부려 유튜브로 시간을 죽이는 게 대부분이다. 친구와 피시방을 가도 수십 가지가 넘는 게임 목록만 하염없이 둘러보다 결국 스타크래프트 같은 국민 게임으로 빠져 버리니 말 다 했지.
한때는 나도 좀 친다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었는데. FPS 게임만 대략 1만 시간 정도는 했으니까. 십 대 때만 하더라도 가열차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들기고 상위 티어를 향한 뜨거운 열정은 온데간데없이 차갑게 식어 굳어버렸다. "나이가 들어도 총 게임은 절대 놓지 않을거야"라는 확고한 의지는 유성처럼 빛을 잃고 방황기를 맞이했다. 강하게 중독될 만큼 재밌는 FPS 게임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그렇게 2년쯤 됐을까. 결국 재밌는 신작 게임을 기다리기보다, 이전에 일찌감치 그만뒀던 게임을 하나하나씩 다시 해보기로 했다. 지속적인 소통과 업데이트로 최근 인기 게임 차트에서 '역주행' 하고 있는 발로란트가 첫 번째 타겟이다. 하지만 이게 웬걸, 손이 굳을 대로 굳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물론 유저들의 전체적인 실력이 상향된 것도 있고.
머리 속으로는 신들린 무빙과 샷발, 슈퍼 플레이가 그려지지만 손이 안 따라준다. 이게 말로만 듣던 에이징커브인가? 혹은 장비 문제인지 다른 핑곗거리라도 찾아본다. 전자는 생각하기도 싫다. 어느덧 30대가 보이는 나이지만 왠지 이건 곧 죽어도 인정하기 싫단 말이지.
그간 FPS를 쉬며 게임에 적합한 제품들은 재택근무에 어울리는 녀석들로 바꾼 것도 한몫한다. 먼저 모니터. 색상 표현은 엿장수에게 바꿔 먹고 주사율과 응답속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제품을 썼었는데 지금은 60Hz로 만족하면서 쓰고 있다. 화면 크기도 24인치로 게임용이었지만 근무 환경에 작다 느껴져 34인치 울트라와이드 모니터로 바꿨다.
모니터는 고사하고 마우스는 더 가관이었다. 이전에 사용하던 묵직한 마우스를 처분하고 가볍고 싼 마우스를 들여놔서 그런지 적절한 마우스 감도 설정에도 트래킹 시 에임이 위 아래로 떨리는 스무딩 현상이 발생하더라. 그렇게 하루 이틀 정도 게임을 하다가 결국 새 마우스를 알아보게 됐다.
각 잡고 다시 FPS 장르를 하려니 쉽지 않다. 옛 기억을 더듬어 이전에 사용하던 장비들로 다시 구성해도 현역으로 쓰이는 녀석들이라 큰 상관은 없다만 2년이라는 공백기 동안 기술의 발전으로 새 제품들도 나왔으니 초심으로 돌아가 기초부터 본다는 느낌으로 알아봤다. 역시 장비가 먼저다. 비록 레벨1 초보 계정이지만 장비만큼은 프로게이밍으로. 동네 뒷동산을 올라가도 히말라야 파카를 입고, 옥탑방에서 주택가를 촬영하더라도 최고급 DSLR로 찍는다는 느낌으로.
1. 마우스 외형
마우스 그립은 디자인을 제외한 마우스의 첫인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마우스를 쥐었을 때 묘하게 동질감이 들거나, 익숙함이 느껴진다면 사용자가 주로 사용하던 마우스와 비슷한 외형을 가졌을 확률이 높다. 마우스 외형은 크게 대칭형과 비대칭형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대칭형은 마우스 왼쪽, 오른쪽 높낮이가 일치하며, 양손잡이가 사용함에 있어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 특징이 있다. 비대칭형은 일반적으로 오른손 잡이 기준으로 왼쪽 고저가 높다. 성능 면에 있어서 "어떤 외형이 월등하다"기 보다 호불호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관절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칭형 디자인은 공처럼 생긴 둥근 물체를 대칭으로 쥐는 걸 생각하면 되고, 비대칭형 디자인은 방망이나 채를 쥘 때의 나선형 그립을 띈다. 인체의 관절 구조처럼 선천적인 요소 외에도 오랫동안 마우스를 써오며 생긴 습관이나 파지법에 따라 선호가 갈린다.
그립법 역시 취향의 영역이다. 그립법은 크게 팜그립, 클로그립, 핑거그립으로 나뉘며, 팜그립(Palm)은 마우스를 덮다시피 하는 파지법으로 손가락 전체 마디와 손바닥 절반 이상의 면적이 마우스에 닿는다. 클로(Claw) 그립은 손끝에 힘을 줘 끝마디만 마우스에 닿도록 한다. 그 모양이 흡사 동물이 발톱을 세운 것처럼 보여 클로 그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핑거그립은 손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한 파지법이다. 물론 마우스 디자인에 따라 손에 닿는 면적이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각 그립법마다 장단점이 확실하다. 손에 닿는 면적으로 인해 정확도, 클릭 속도, 피로도, 상하 및 좌우 에임 수행 등 퍼포먼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그립법 역시 정답이 없으므로 굳이 적응기를 거쳐가며 자신의 기존 그립법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용자가 유의해야 할 사항은 '마우스 크기'이다. 제품 크기가 작다면 마우스 패드에 손가락이 닿는 등 방해가 되며, 반대로 크다면 마우스를 놓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키보드 기능키(F1~F12)로 손 크기를 측정하는 게 보편적인데 정확한 마우스 선택을 위해 손바닥 길이, 손가락 길이 등 보다 자세히 잴 필요가 있다.
2. 유선과 무선
무선 마우스 등장 초창기 때만 하더라도, 연결 안정성과 반응성 부문에서 게이밍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지속적인 개발로 이제는 무선인지 유선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무선 마우스는 말 그대로 선이 없어 간섭이 일어나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렇다 보니 기존에 유선을 고집하던 프로 게이머들도 우후죽순 무선 마우스로 넘어가는 추세다. 무선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배터리 수명이나 가격이 있겠지.
선 유무에 따른 체감이 적은 유저는 딱히 퍼포먼스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 유선 마우스를 사용하거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품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선을 공중에 고정시키는 번지대가 있으며, 마우스 고무 선을 파라코드를 적용하여 저항력을 최소하고 마우스 무게 중심이 변하는 것을 막아준다.
몇몇 프리미엄 모니터에는 베젤 하단에 자체적으로 번지대를 탑재한 모델들이 출시되기도 한다.
3. 무게
마우스 무게는 게이밍 퍼포먼스가 천차만별로 갈릴 정도로 제품 선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80g대의 무게가 경량 마우스로 취급되던 과거와 다르게, 최근엔 50g 대 전후의 무게의 제품도 있어 선택의 폭이 매우 넓어졌다.
특히 마우스 무게는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사용자의 감도에 따라 마우스 가동 범위가 다르므로 적당한 무게를 찾아야 한다. 또한, 사용자의 파지법이나 손목을 주로 이용하는 소위 '손목에임' 혹은 팔을 쓰는 '팔에임'에도 영향이 있다.
사용자 입맛에 맞게 제품에 무게추를 더해 무게를 늘리거나 마우스 상판 혹은 클릭부 플라스틱 커버에 구멍을 벌집 모양으로 뚫는 타공형 마우스가 있으니 제품 선택에 앞서 참고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가장 현명한 건 사용자가 직접 써보는 것.
4. 센서
마우스는 기기 하단에 보이는 센서를 통해 빛을 내고 반사된 패턴을 감지소자가 읽어 움직임을 나타낸다. 그렇기에 마우스의 심장부라고도 칭하는데 마우스는 내부에 장착된 센서에 따라 CPI, IPS, 폴링레이트 등 성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표와 같이 마우스 센서는 수십 가지나 된다. 센서 제조업체 픽스아트(PixArt) 기업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며, 게이밍 업체들과 협업하여 고성능 센서를 내놓기도 한다. 가끔 게이밍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센서를 개발하거나 튜닝하는 경우도 있다.
CPI란 흔히 쓰이는 DPI와 동일한 뜻을 가지고 있다. DPI(Dots Per Inch)는 마우스가 1인치(2.54cm) 움직일 때 찍힌 픽셀 수를 뜻하며, 디스플레이와 연관된 마케팅 용어이다. IPS는 마우스를 최대 속도로 움직였을 때 센서가 감지할 수 있는 거리다. 즉, IPS 값이 지나치게 낮으면 빠른 이동을 감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
폴링레이트는 마우스와 PC 간의 정보를 주고받는 주기를 뜻하는데, 1000Hz 폴링레이트 마우스를 1초 동안 1cm 움직였다면 이동한 거리 방향으로 마우스 포인터가 총 1천 번 위치함을 말한다. 1초에 144장의 그림을 뿌리는 144hz 모니터를 떠올리면 더욱 쉬울 것이다.
따라서 빠른 움직임과 정밀한 입력을 위한 FPS 게임에서는 그에 걸맞는 최상위 성능의 센서를 찾는다. 물론 등급이 나뉘긴 하나 준수한 게이밍 마우스의 센서만 하더라도 충분하며, 그 이상으로는 인간이 체감하기 매우 힘든 수준이고, 전력 효율 면에서 개선을 이룬 후속작들이 많기에 최상위권은 개인 취향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단, 폴링레이트 사양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높은 폴링레이트의 마우스를 사용하고 있다면 마우스와 PC 간의 주고 받는 정보량이 많아지기에 CPU 점유율이 치솟는다. 당장 작업 관리자를 켜고 마우스를 이리저리 흔들면 CPU 점유율이 올라가는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CPU 사양이 높지 않거나 안정적인 게임 프레임을 원하는 유저라면 1000Hz 폴링레이트도 충분하다.
5. 그 외
추가 버튼 활용에 따라 게임을 더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마우스 추가 버튼은 DPI 조절이나 다양한 키를 할당할 수 있어 은근히 유용하다. 게이밍 마우스는 대개 좌측에 2개의 추가 버튼을 지원한다. 이를 활용한 기자의 경우는 Q 스킬을 마우스 추가 버튼으로 키를 바꿔서 WASD 이동 중 스킬 사용이 용이하도록 변경했다.
추가 버튼이 걸리적 거리거나 해당 기능을 아예 쓰지 않는다면 커버를 씌워 엄지 손가락 파지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게이밍 마우스 선택에는 정답이 없다. 앞서 설명한 요소 외에도 클릭 스위치, 내구도, 마우스 피트, 전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호환성, AS 등 마우스 선택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FPS 장르에서 마우스는 모니터에 이어 게임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결정에 신중을 가해 본인 손에 맞는 마우스를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