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하스스톤에서 마블스냅으로 돌아온 미소 천사, 벤 브로드

게임뉴스 | 박영준 기자 |


▲ 회사 작업실에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벤 브로드 (출처: 벤 브로드 트위터)

벤 브로드(Ben Brode), 블리자드 게임이나 하스스톤을 즐겨 했다면 익숙한 이름이다. 벤 브로드는 워크래프트를 원작으로 한 CCG '하스스톤'의 개발 시절부터 참가했던 주요 개발진 중 한 명으로 여러 방송 매체나 오프라인 행사장, 인터뷰 등에서 하스스톤 개발팀의 마스코트로 꾸준히 등장해왔다. 이러한 행보는 18년 4월, 그의 공식 퇴사 소식이 갑작스레 공개되기 전까지 진행되었다.

팬층이 두터운 블리자드 게임들에서 메인 디렉터나 마스코로 활약했던 개발자들은 유저들의 기억에도 오랫동안 남게 되는데, 벤 브로드는 좀 더 특별하다. 하스스톤 유저 사이에서는 '그립습니다. B.B'라는 말이 많이 쓰일 정도이니 말이다. 사실 벤 브로드에 대해 모든 유저가 호감을 느끼고 있진 않으며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유저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밈(Meme)이 사용되고 있고, 그를 그리워하는 유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미 블리자드를 퇴사한 지 4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렇게 꾸준한 인기를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며 비단 블리자드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 업계를 통틀어 보아도 이와 비슷한 사례는 흔치 않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이런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지금부터 벤 브로드가 어떤 사람인지 간략하게 소개해보겠다.



▲ 벤 브로드는 평소 매더게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찐 카드 게임 덕후다. (출처: 벤 브로드 트위터)



■ 하스스톤 개발자 시절의 벤 브로드

지금의 벤 브로드는 많은 유저에게 호감 이미지를 남겼지만 사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질타를 받았으며, 하스스톤을 하는 유저 대부분이 욕을 했을 정도로 민심이 좋지 않았었다. 하스스톤 패치 주기가 몇 개월에 한 번 진행되었던 데다, 밸런스 패치도 적극적이지 않았던 탓에 특정 메타가 장기간 고착화되어 많은 유저가 불만을 토로했으며, 특히 인터뷰나 SNS에서 밝힌 밸런스 관련 발언이 유저 사이에서 큰 반발을 샀었다.

싸늘했던 여론은 벤 브로드가 메인 디렉터로 승진한 이후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갖가지 편의성 패치와 신규 시스템 추가로 유저의 반응을 긍정적으로 끌어낸 것이다. 유저 친화적인 업데이트, 밸런스 패치와 함께 마스코로서의 활동도 활발히 진행함으로써 평가 뒤집기에 성공했다. 물론 아직도 반감을 품은 유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스스톤 최고의 디렉터였다며 그를 그리워하는 유저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쓸데없는 첨언일 수도 있지만, 벤 브로드 특유의 푸근하면서도 익살스럽게 웃는 상이 여론을 돌리는 데 크게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당장 구글에 벤 브로드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세상 밝게 웃는 모습으로 찍힌 사진만 보일 것이다. 인터뷰는 물론 개인 SNS에 올린 사진조차 대부분 방긋 웃는 모습으로 찍혀있는데, 이런 밝은 미소가 그의 호감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 한때 메타 고착화에 큰 역할을 했던 장의사. 지금은 야생에서만 볼 수 있다. (출처: 하스스톤 홈페이지)



■ 블리자드 퇴사 후의 행보

지난 18년 4월, 그는 갑작스레 퇴사 소식과 함께 오랫동안 몸 담가왔던 블리자드를 떠났다. 당시 블리자드의 원년 멤버이자 메인 디렉터였던 핵심 개발자들이 퇴사하는 소식이 연달아 들리기 시작했던 시기였기에 벤 브로드의 퇴사 소식도 당연히 큰 화젯거리가 되었다. 벤 브로드는 새로운 회사 설립을 돕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공지를 올렸고, 이를 본 유저는 퇴사한 전 블리자드 직원이 모여 새로운 게임을 만들 것으로 기대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18년 7월, 자신의 SNS를 통해 '세컨드 디너'라는 새로운 회사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당시 세컨드 디너라는 신생 회사에 대해 공개된 정보가 없었기에 무슨 회사인지, 어떤 게임이 개발되는지 추측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전 하스스톤 주요 개발자인 마이크 슈바이처, 용 우, 해밀턴 추, 조마로 킨드레드와 함께 설립했다는 소식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세컨드 디너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블리자드의 주요 개발자들이 합류하는 영상을 줄줄이 업로드하며 유저의 관심과 기대를 계속 끌어모았다.

19년 1월 4일, 벤 브로드는 세컨드 디너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해 약간의 정보를 공개했다. 우선 몇 년간 영화 시장을 장악했고, 게임으로도 익숙한 마블 IP를 이용한 신작을 개발 중이라는 것이다. 또한 넷이즈로부터 투자받아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 중임을 밝혔다. 마블은 수백의 히어로 IP를 가지고 있다 보니 정확히 어떤 히어로가 등장하는지, 무슨 장르의 게임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약간의 힌트로 많은 히어로가 참전하는 게임임을 암시했다.



▲ 당시 세컨드 디너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었던 벤 브로드의 근황 (출처: 세컨드 디너 유튜브 채널)



▲ 초기 멤버인 벤 브로드와 마이크 슈바이처, 용 우, 해밀턴 추, 조마로 킨드레드 (출처: 세컨드 디너 유튜브 채널)



▲ 이후 개발자 합류 축하 영상도 따로 촬영해 유튜브에 올렸다. (출처: 세컨드 디너 유튜브 채널)



■ 벤 브로드, 다시 한번 카드 게임으로

21년 12월, 벤 브로드는 6개월 뒤 공개할 신작을 기대해달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게시했으며 세컨드 디너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주요 개발자들의 입사를 축하하는 영상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이후 22년 5월, 게임 트레일러와 플레이 장면이 담긴 신작 '마블스냅'에 대한 영상을 공개했다. 하스스톤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마블 IP를 이용한 새로운 카드 게임을 개발한 것이다.

마블스냅은 마블 IP를 이용한 CCG 장르 게임으로 벤 브로드와 전 하스스톤 주요 개발자들의 노하우가 집결된 게임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기존 카드 게임에 대한 고정 관념을 크게 타파했다. 우선 카드 게임임에도 한 판이 3분 내외로 끝나는 플레이 타임이 큰 강점이다.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하스스톤도 이렇게 빨리 끝내기 어렵다. 과연 어떤 방법을 통해 획기적으로 플레이 타임을 대폭 줄일 수 있었을까.

기존의 카드 게임들은 대부분 상대와 자신의 턴을 번갈아 가며 진행하므로 플레이 시간이 길어진다. 하지만 마블스냅은 양측의 유저가 동시에 턴을 진행하는 방법을 채택해 불필요한 플레이 타임이 줄였다. 또한 6턴이라는 짧은 턴 수도 플레이 타임을 줄이는 데 크게 일조했다. 구역 효과를 적용하더라도 최대 7턴까지만 플레이할 수 있어 게임 한 판의 플레이 타임이 짧은 것이다.



▲ 시그니처인 밝은 미소와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마블스냅을 소개하는 벤 브로드 (출처: 마블스냅 유튜브 채널)



▲ 게임은 구역 효과를 제외하면 최대 6턴으로 진행된다. (출처: 마블스냅 유튜브 채널)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벤 브로드는 한 번 더 카드 게임의 틀을 과감히 깨버렸다. 바로 게임의 단순화다. 보통 카드 게임은 몇십 장의 카드로 덱을 꾸려야 한다. 카드의 종류가 많은데다, 카드별 적합한 시너지, 조합, 덱별 파훼법 등의 여러 요소를 알아야 게임을 즐길 수 있어 공부가 많이 필요한 장르다. 하지만 마블스냅은 이를 더욱 단순화시켜 신규 유저의 입문 난이도를 낮췄다.

마블스냅의 덱은 12장의 카드로 구성되며, 동일 카드만 아니라면 덱을 꾸리는 데 제한이 없다. 카드 게임 좀 해봤다 싶으면 한 덱의 카드 수가 12장밖에 안 되냐고 놀랄 것이다. 유희왕은 최소 40장, 하스스톤은 30장인 점을 고려하면 정말 적은 수의 카드만 필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신규 유저의 입문 난이도를 대폭 낮춰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카드 게임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물론 이렇게 입문 난이도를 낮추게 되면 필연적으로 게임의 깊이가 낮아지는 위험성이 따른다. 게임의 깊이, 즉 다양한 전략을 만들 수 없으면 분명 높은 티어의 메타가 고착화되는 상황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벤 브로드는 새로운 시스템을 하나 더 추가해 마블스냅이 단순한 메타 싸움이 되는 것을 방지했다. 바로 구역 시스템이다.

마블스냅에서 게임을 시작하면 총 세 개의 구역이 무작위로 등장한다. 각 구역에는 최대 4장의 카드만 놓을 수 있어 한 게임당 최대 12장의 카드를 놓을 수 있다. 구역마다 고유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한 번에 모든 구역이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총 세 턴에 걸쳐 하나씩 공개되는 방식이다. 구역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한 데다, 턴이 지날 때마다 하나씩 공개되어 끊임없는 심리 싸움을 불러일으킨다.



▲ 한 덱에 카드 수는 12장. 카드 게임 장르치고 매우 적은 편 (출처: 마블스냅 유튜브 채널)



▲ 카드 효과뿐만 아니라 세 구역의 고유 효과도 잘 파악하는 순발력이 중요하다. (출처: 마블스냅 유튜브 채널)

물론 여러 상황에서 쓰기 좋은 준 필수 급의 카드가 있긴 하지만 그 카드가 항상 만능인 것은 아닌데다 상성이 좋지 않은 구역이 나오면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이렇듯 세 개의 랜덤 구역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메타가 굳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심리전과 카드의 즉각적인 활용이 중요해지도록 구축한 것이다.

벤 브로드와 그의 동료들은 10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하스스톤을 개발하며 갈고 닦았던 카드 게임 개발 노하우를 모두 응축해 새로운 카드 게임을 창조해냈다. 모두가 가볍게 즐기기 쉬운 게임성과 복잡하지 않은 메커니즘은 기존의 카드 게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노하우가 집대성된 마블스냅은 다가오는 10월 18일(화)에 정식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만약 무거운 게임에 지쳤다면 잠시 익숙하고 반가운 얼굴이 가득한 마블스냅을 플레이해보는 건 어떤가.



▲ 카드 게임 장인들의 새로운 도전. 마블스냅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기대된다. (출처: 마블스냅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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