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재밌는 고전 게임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고전 명작 게임들은 출시 수십 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게임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게 대부분인데요.
사보타주 스튜디오의 신작 '씨 오브 스타즈'는 유명한 고전 게임 중에서 JRPG인 '크로노 트리거'에 깊게 영감을 받은 게임입니다. 시간을 조작하는 컨셉부터 게임의 구조적인 부분까지 흡사한 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크로노 트리거의 작곡가 미츠다 야스노리가 객원 개발자 참여해 그 시절의 감성까지 담아냈죠.
그 결과, 고전 JRPG 감성을 알고 있는 세대라면 씨 오브 스타즈는 곧바로 추억 여행을 떠날 정도의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반면, 최신 게임으로서의 신선함, 색다른 재미가 부족하고 당시 감성을 모르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게이머까지 관통할 정도의 포용력을 기대할 순 없었습니다.
게임명: 씨 오브 스타즈
장르명: JRPG
출시일: 2023.08.29
리뷰판: 1.0.4개발사: 사보타주 스튜디오
서비스: 사보타주 스튜디오
플랫폼: PC, PS, Xbox, NSW
플레이: PC
북미의 전통 RPG가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그려나가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 시작된 JRPG는 게임 속 캐릭터 그리고 세계의 서사에 집중합니다. 이미 완성된 캐릭터 그리고 스토리에 플레이어가 빙의해서 그들의 경험을 체험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따라서 JRPG는 스토리의 퀄리티가 타 장르보다 더더욱 중요합니다. 재미없는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큼 진 빠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씨 오브 스타즈는 세계관의 최고 악당인 골육술사가 뿌린 악의 근원에 맞서 싸우는 두 명의 극점의 전사의 모험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그들 중 한 명이 되어 세계의 파멸을 막기 위한 여정을 떠나고 다양한 사건을 마주치게 되죠.
이야기의 중심에는 항상 두 명의 극점의 전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들은 특별한 존재고 각자의 사명을 갖고 있음을 게임 속에서 계속 묘사해주죠. 이러한 특별함과 게임 속 여러 사건을 비추면서 점점 흥미를 자극하기 시작합니다. 왜 이들이 그렇게 특별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알기 위해서라도 게임을 계속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게임 속 진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중이 높은 소꿉친구 가를과 주변 동료들이 한 명씩 추가되면서 이야기에 다채로움을 선사합니다. 등장인물이 많아지면 서로의 영역을 넘다가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습니다만, 각 캐릭터는 각자의 역할이 있고 게임 속은 그 범주를 결코 넘지 않는다는 점이 괜찮았습니다.
간혹 게임 속 흐름에서 살짝 어긋나거나 엉뚱한 모습에 분위기가 깨지는 구간이 있긴 합니다. 다만, 이런 구간은 해당 캐릭터의 특징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로 보여지는 경우가 많아서 어색함을 넘어서는 불편함으로 다가오진 않습니다.
스토리가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준다면 모험 시스템은 게임을 풀어나가는 과정 자체를 즐겁게 해주는데 도움을 줍니다. 씨 오브 스타즈는 두 가지의 모험 방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작은 도트 모양으로 필드를 돌아다니는 것과 지역에 입장했을 때 일반적인 화면으로 전환되는 방식이죠. 과거 J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탐험 방식을 떠올리면 됩니다.
필드 탐험을 먼저 살펴보면 필드는 진행 과정에 따라서 순차적으로 해금되는 방식이지만 몇몇 지역은 필수가 아닌 선택적으로 골라서 갈 수 있도록 해둔 게 특징입니다. 초반에는 갈 수 없었지만 이후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어떤 아이템을 얻게 되면 진입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기본적인 구조는 선형 방식이지만 생각보다 자유롭게 모험을 다닐 수 있습니다.
지역 탐험은 선형 방식으로 목표를 향해 일자로 된 길을 나아가는 방식입니다. 그 과정에서 잠시 샛길로 돌아가 숨겨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데요. 앞으로 가는 길은 결국 하나 뿐이라 다시 이전의 길로 돌아가야 합니다. 숨겨진 아이템은 재화나 장비로 이뤄져 있습니다. 상점에서 팔지 않은 악세서리를 얻을 수 있으므로 팀의 전력을 강화하고 싶다면 꾸준히 맵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게 중요합니다.
앞서 일자 맵이라고 말했지만 과정 자체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고 재밌는 편입니다. 그저 앞에 놓인 길을 따라서 걷기만 하는 게 아니라 뛰어 넘거나 기어 올라가는 파크루 액션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파크루 액션은 대충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싶은 곳에는 다 되기 때문에 확실히 탐험하는 맛을 나게 해줬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은 약간의 퍼즐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막혀있는 길을 가기 위해선 어딘가 숨겨진 레버를 당겨야 하는 간단한 방식이죠. 퍼즐 자체의 난이도가 높지 않고 여러가지 아이템을 얻을수록 가진 것을 활용해 풀어야 하므로 이 또한 지루하지 않은 탐험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로 느껴졌습니다.
씨 오브 스타즈에서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전투입니다. 턴제 방식의 전투는 전략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만 플레이어가 전투에 영향을 주는 컨트롤 요소가 전무하다 보니 정적이고 잔잔해서 지루하게 느껴지기 쉽습니다.
특히, 전투가 반복되는 상황일수록 이러한 지루함이 배가 되는데요. 이를 타파하기 위해 이 게임은 심볼 인카운터 방식에 타이밍 공격, 타이밍 막기 등의 조작 요소와 록 게이지와 콤보 등으로 전략적 선택을 추가해뒀습니다.
쉽게 풀자면 전투 중 타이밍을 맞춰 버튼을 입력하면 추가 보너스 행동을 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공격 뿐만 아니라 방어를 할 때도 적용되는데요. 더 강력하게 때리거나 덜 아프게 맞으니 보다 효율적인 전투를 원한다면 타이밍을 맞춰서 입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마다 알맞은 타이밍이 있지만 게임 내에서 해당 타이밍이 언제인지 정확히 알려주진 않습니다. 플레이어가 눈치껏 보고 적절한 타이밍인 것 같을 때 눌러야 하죠. 연속으로 타이밍을 맞출 때마다 강력해지는 스킬도 있으니 결국 경험을 통해 숙련도를 쌓아가야 합니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전투의 긴박감과 집중력이 높아지게 되죠. 사실 타이밍 액션이 필수는 아닙니다. 그냥 맞았을 때 10이 깎였다면 타이밍 막기 시 7이나 8이 깎이는 수준이죠. 그래서 개발자들 역시 단지 보너스의 일종으로 생각하라는 식으로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만약 타이밍 액션이 어렵다면 일반적인 턴제 게임처럼 즐겨도 무방합니다.
타이밍 공격이 피지컬 요소라면 록 게이지는 뇌지컬 영역입니다. 적들은 스킬을 쓰기 전, 머리 위에 특정 표식이 뜨는데요. 캐릭터마다 해당 표식과 관련된 속성 공격을 갖고 있으며, 정확한 속성으로 공격하면 적의 스킬 시전을 강제로 취소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일반 몬스터부터 보스 몬스터까지 적용되므로 록 게이지만 방해해도 전투를 훨씬 수월하게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콤보, 부스트 등 다양한 전투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사실 씨 오브 스타즈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시스템은 고전 JRPG에서 한 번씩 등장했던 것들입니다. 대표적으로 심볼 인카운터 방식은 크로노 트리거에서 볼 수 있고 타이밍 공격과 방어는 마리오 RPG에서 사용됐죠.
이미 검증된 시스템 여러 개를 하나의 게임 속에 넣었는데 각자의 시스템이 잘 어우러져서 잡탕이 아니라 하나의 훌륭한 요리가 된 셈입니다. 많은 게임이 그대로 가져오는 것도 못해서 평가가 하락하는 것을 되짚어본다면 충분히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라고 생각됩니다.
전체적으로 정리하면 씨 오브 스타즈는 과거의 명작을 현대 스타일로 해석하면서 각 시스템을 조화롭게 버무린 게임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고전 JRPG 스타일의 향수가 곳곳에 남겨져 있어 이쪽 장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게임을 싫어할 이유가 거의 없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는 게임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고전 JRPG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진 못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게임 그 자체만 두고 본다면 고전 명작과 비교를 할 수 없겠죠.
결국 과거를 답습해 현대적인 느낌으로 잘 완성한 것은 훌륭하나 씨 오브 스타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참신함으로 연결되진 않았습니다. 같은 고전 스타일의 JRPG지만 본인만의 색을 확실하게 보여줬던 '옥토패스 트래블러'를 생각한다면 이 점이 더욱 아쉽게 다가옵니다.
게임의 템포가 너무 느린 것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스토리와 전투가 천천히 흘러가니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전투는 초반부터 중반까지 쓸 수 있는 스킬이 단 2개 뿐이며, 이마저도 한 번 쓰면 마나를 채우기 위해 일반 공격을 더 자주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게임에서 전략적 요소로 내민 록 게이지도 스킬을 쓰지 못하면 취소할 수 없는 게 대부분이라 결국 공격에 당해야 하니 어딘가 전투의 불합리성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전투 시스템을 다양하게 준비해뒀지만 정작 제대로 활용하려면 후반까지 가야 합니다. 하면 할수록 재밌는 것은 맞지만 그 간격을 좁히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고전 JRPG 팬 입장에선 씨 오브 스타즈는 추억을 곱씹어보는 완성도 좋은 작품으로 다가옵니다. 초반의 지루함만 버틸 수 있다면 이후에는 게임의 스토리, 전투 양면에서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해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