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작다, 그래서 친근하다 - 게임스컴 아시아

포토뉴스 | 김규만 기자 |



여러 해외 게임 행사들과 비교하면, '게임스컴 아시아'는 비교적 최근 신설된 신생 이벤트입니다. 독일 쾰른에서 개최하는 유럽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의 아시아 허브 행사로 2020년 처음 그 시작을 알렸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개최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따라서, 코로나19에서 자유로워진 올해 본격적으로 개최한 '게임스컴 아시아 2023'에 대한 기대 또한 남달랐습니다. 더구나 요 근래 아시아의 용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만큼 앞으로의 성장 또한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죠.

물론, 기대만큼 우려 또한 없지 않았습니다. 사실, 10월은 전 세계 게임 업계의 달력을 살펴봤을 때 그다지 메리트가 있는 달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8월 게임스컴을 통해 신작의 시연이 모두 이뤄진 이후, 2달 간격으로 새로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개발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는 일이며, 또 연말 출시 시점을 앞두고 막판 스퍼트를 내는 회사들은 행사에 참가할 여유조차 없을 테니까요.

실제로 처음 방문한 게임스컴 아시아에 대한 첫 인상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는 것이었습니다. 선텍 컨벤션 센터의 4층 홀은 대체로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플레이엑스포 B2C관 정도의 크기였는데, 이것을 반으로 나눠 한 쪽은 B2B관으로, 나머지 한 쪽을 B2C관으로 활용하는 듯한 모습이었죠. 플레이엑스포에 방문한 경험이 있다면 어느 정도 크기로 다가올지 쉽게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크기가 중요하지 않다'고 누군가 했던가요. 취재차 이곳저곳 방문한 뒤에는 다른 대형 이벤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게임스컴 아시아'만의 매력이 슬쩍 보이는 듯 했습니다. 작은 만큼 서로에게 친근한, 끈끈한 '정' 같은 느낌 말입니다.



▲ 선텍 컨벤션 센터 3층의 모습, 밑으로 어마어마한 쇼핑몰이 있는 게 코엑스와 닮았습니다



▲ 아무리 첫 날(비즈니스 데이)이라지만 사람이 너무 없나 싶었는데



▲ 제가 그냥 일찍 왔던 것이었습니다...



▲ 엔터테인먼트 존(B2C)의 부스 조감도, '정말 작구나' 하는 느낌



▲ 첫날인 비즈니스 데이에는 B2C관은 오픈조차 하지 않았죠



▲ 다양한 부스에서 저마다 미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 언제나 아침을 깨우는 공짜 커피 줄은 각별한 법



▲ 이웃 나라 태국에서도 전용 부스를 통해 게임을 소개하러 왔고



▲ 전시장 한 편에서는 참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 세션 또한 진행됐죠



▲ 별도로 마련된 컨퍼런스 존에서는 또 다른 강연을 들을 수도 있었습니다



▲ QR코드로 접속해 질문을 남기면



▲ 화면에 바로 박제해(?)주는 신통한 질의응답 시스템!



▲ 어느 덧 시간이 흐르자 점점 많아지는 참관객들



▲ 중앙에 마련된 휴게 공간은 미팅으로 지친 다리를 쉴 수도 있도록 마련됐습니다

여느 행사에서 방문한 B2B관과 비교하면, '게임스컴 아시아'의 B2B관에는 정말 책상과 의자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부스 주변으로 참가사들의 미팅을 위한 공간이 부족하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었죠. 비즈니스 미팅 공간, 비즈니스 미팅용 카페, 점심에는 밥도 주는 비즈니스 미팅용 식탁에다, 심지어 붙어있는 컨퍼런스 존 좌석 또한 둥그렇게 모여 앉는 느낌으로 설치했죠. 강연이 진행되지 않는 동안에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앉을 곳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참가한 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빈도도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좌석이 확보되지 않는 일부 행사에서는 미팅을 위해 별도로 인근 카페를 이용하는 등의 방법을 쓰기도 하지만, 선텍 컨벤션 센터의 경우 전시장 밖에도 여러 편의 시설이 존재해 대화하는 데 불편함은 적어도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B2B 행사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한 참관객의 경우 "게임플레이나, 신작에 대한 소개보다는 오히려 행사 전체가 B2B에 집중한 듯한 느낌"이라는 소감을 전했고,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온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 기념 사진은 못 참지



▲ 못 참지!

이튿날부터 열린 B2C관 또한 여느 행사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으레 게임쇼라면 참관객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시연대가 많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게임스컴 아시아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나 봅니다. 대형 게임의 시연대가 가득 들어찬 대신, 이동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소규모 게임 위주의 부스 구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이번 행사의 간판을 맡은 캡콤은 달랐지만요.

B2C 전시관 왼쪽 한편을 거의 전부 사용한 캡콤은 이곳에서 '스트리트 파이터6'의 토너먼트 대전을 진행했습니다. 실력에 자신 있는 사람들로부터 참가 신청을 받아 대진표를 완성하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진행하는 e스포츠 행사를 마련한 것이죠. 일반 참가자는 물론 스폰서를 받고 있는 팀에 소속된 유명 프로 선수들 또한 자리를 빛내기도 했습니다.

전날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만난 한 개발자는 자신이 스트리트 파이터의 열렬한 팬이라며, 자신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경기가 있으니 얼른 들어가봐야 한다고 2차도 만류하고 서둘러 호텔로 돌아갔죠. 그런데 첫 상대에게 뼈아픈 패배를 겪었다고 하네요.



▲ 꽤나 본격적인 토너먼트 대회로 자리를 빛낸 캡콤



▲ 전 세계 격겜 매니아들이 모인 잔치가 열렸습니다



▲ 춘리 PC라니 너무 이쁘고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점은, 인디 게임 부스에 꽤나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캡콤이 토너먼트 부스 뒤로 만들어 놓은 각종 게임 시연대보다도 왕래가 많은 편이었죠.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인디 게임들이 꽤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관심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인디 게임들이 모인 부스에서는 BIC와 펄어비스, 게임문화재단 등이 지원하는 BIGEM(이하 빅잼) 사업에 선정된 국내 인디 개발사들의 작품 또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B2C관에 다섯 스튜디오, B2B관에 하나의 스튜디오를 합해 총 여섯 곳의 개발사가 자신들의 게임을 해외 이용자들에게 선보이는 시간을 가졌죠.



▲ 언제나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던 인디 게임 공간






















이제 막 개최를 시작한 행사인 만큼, 사실 게임스컴 아시아의 규모가 작은 것은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12개가 넘는 전시관을 통째로 활용하는 본토의 게임스컴을 기대하기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죠. 이번 취재는 앞으로 '게임스컴 아시아'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함께, 앞으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자리잡을 계획인지 그 잠재력을 확인하는 데 의미를 두고자 했습니다.

전 세계 여행객이 뽑은 최고의 공항 1위 자리를 쉽사리 내어주지 않는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은 아시아의 항공 허브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공항의 시설이 그만큼 좋기에 이룰 수 있는 성과였겠지만, 유럽에서 오기에도, 또 동북아시아에서 오기에도 적절한 위치에 있는 지리적 이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 보면, 보다 친근한 분위기에서 전 세계 개발자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나아가서는 다양한 비즈니스를 성사시키는 것이 앞으로 게임스컴 아시아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과정에서 게임 업계에 관심이 있는 지망생 등 일반 참관객과도 더 많은 접점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분명 색다른 특징을 가진 글로벌 행사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작지만, 그만큼 친근했던 '게임스컴 아시아'는 분명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행사였습니다.



▲ 보드게임 존도 있다! 작지만 알찬 구성



▲ 작은 규모에서 오는 친근함은 분명 게임스컴 아시아의 매력일 것입니다



▲ 큰 음악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가 봤더니



▲ 게임쇼에서 랩 공연이라니,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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