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작 훼손 없다, 더 나은 퀄리티 보여줄 것" 가가브 트릴로지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13개 |



30~40대 올드 게이머에게 있어서 최고의 영웅전설 시리즈를 하나 꼽으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영웅전설3, 4, 5를 아우르는 가가브 시리즈를 꼽을 겁니다. 니혼팔콤의 전성기를 이끈 작품이자, 오늘날 영웅전설 시리즈의 근간을 구축한 시리즈로 오늘날 궤적 시리즈로 대표되는 영웅전설 시리즈임에도 여전히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정도죠.

그렇기 때문일까요. 오래전부터 가가브 시리즈의 리메이크는 올드팬들이 바라마지않던 일이었습니다. 고전 게임들이 리마스터 될 때마다, 그리고 영웅전설 시리즈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언제가 돼야 가가브 시리즈도 리메이크될 수 있을까 바랬을 정도였죠.

그랬던 가가브 시리즈가 파우게임즈를 통해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이하 가가브 트릴로지)'라는 이름의 모바일 버전으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이 지난 2월 전해졌습니다. 반가운 한편, 모바일 버전이라는 점에서 걱정도 된 게 사실인데요.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이번 지스타에 '가가브 트릴로지'가 시연 버전으로 출품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바일 버전으로 재탄생한 '가가브 트릴로지'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그리고 어떤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파우게임즈 이종주 PD를 만나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파우게임즈 이종주 PD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 파우게임즈에서 '가가브 트릴로지'를 개발 중인 이종주라고 합니다. 이전에도 몇 개의 수집형 RPG를 개발한 적이 있는데요. 넷마블에서 세븐나이츠 프로젝트를 7년, PD로는 4년간 일했었고 이어서 그랑사가 PD로 1년 정도 일했습니다. 물론 수집형 RPG만 개발한 건 아닙니다. DK온라인 개발에 참여하는 등 여러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파우게임즈에는 작년 8월 입사했으며, 입사 직후 바로 '가가브 트릴로지'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습니다.


Q. 세븐나이츠에 이어 그랑사가까지, 수집형 RPG에 대한 노하우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 사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집형 RPG라고 하면 하나의 장르로 묶어서 설명하곤 하지만, 초창기 수집형 RPG와 현재의 수집형 RPG는 시스템이나 트렌드가 여러모로 다릅니다. 그래서 여전히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그럼에도 제가 그나마 잘하는 게 수집형 RPG인 만큼, 이번에 '가가브 트릴로지'를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집형 RPG로 개발하게 됐습니다.


Q. 현재 개발 진척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 한 50% 정도 온 것 같습니다. 다만, 절반만 남았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게임을 개발할 때 보통 핵심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 정말 오래 걸리거든요. 그런 핵심 시스템 구축이 끝났다는 의미에서 50%로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남은 50%는 핵심적인 시스템이라는 뼈대에 콘텐츠라는 살을 붙이는 과정으로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파우게임즈라는 게임사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행보로 보입니다. 전작들을 보면 MMORPG였는데 '가가브 트릴로지'는 수집형 RPG지만, 싱글플레이 측면이 강하니까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제 의지가 컸던 것 같습니다. 킹덤이나 프리스톤테일M의 경우 대표님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장르가 MMORPG였기에 그렇게 한거였는데 마침 파우게임즈도 장르의 다각화를 노리던 시점에서 제가 입사한 것과 맞물려서 '가가브 트릴로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Q. 자체 IP를 쓴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가가브 시리즈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 아무래도 수집형 RPG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캐릭터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체 IP로 한다면 일일이 만들어야 하니 그런 부분에서 공수가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애니나 웹툰 IP를 찾았는데 최근에는 먼치킨물이라고 하던가요. 주인공 혼자서 다 쓸어버리는 그런 장르가 많더라고요. 이런 작품들은 캐릭터가 많아도 별로 부각되지도 않아서 수집형 RPG에는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때부터가 고비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랑그릿사M을 하면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랑그릿사처럼, 고전 게임 IP를 활용하면 어떨까 했었죠. 그렇게 찾다가 나온 게 가가브 시리즈였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재미있게 즐긴 작품인데 이걸 왜 인제야 떠올렸을까 싶었죠.

그리고 검토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점점 확신이 됐습니다. 시나리오는 말할 것도 없고 BGM 역시 좋기로는 정평이 났으니까요. 어레인지하면 되겠다 싶었죠. 마지막으로 캐리터풀이 좀 걱정됐는데 가가브 시리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를 세어보니 100명이 넘더라고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본격적으로 '가가브 트릴로지'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Q. 팬층이 두터운 IP인데, 니혼팔콤이 파우게임즈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솔직히 말해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다만, 대표님이 나름대로 친분이 있기도 하고 저희 회사가 그동안 만든 게임의 성과, 그리고 수집형 RPG에 대해서는 나름 잔뼈가 굵은 PD가 만든다고 하는 점 등을 어필한 게 주효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Q. 모바일 버전이자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원작과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 먼저 스토리 진행 순서가 다릅니다. 영웅전설3가 가장 먼저 나왔지만, 시대순으로 가장 뒤거든요. 그래서 '가가브 트릴로지'는 시대순으로 4→5→3 순서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이외에도 수집형 RPG인 만큼, 다른 작품에 등장한 캐릭터나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도 파티에 편성해서 싸울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 스토리에서는 못 쓰게 하는 등 어느정도 제한을 둘 생각입니다.



▲ 원수같은 베리어스를 뽑을 수도 있다


Q. 그렇다는 건 혹시 하얀마녀 게르드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건가요.

= 일단 니혼팔콤으로부터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상태여서 할 수는 있겠지만, 워낙 상징적인 캐릭터라서 고민입니다. 신비로운 분위기가 매력 포인트인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원작에서도 얼굴에 음영을 넣는 등 철저하게 숨겼는데 우리가 캐릭터로 내놓는다? 원작 팬 입장에서 본다면 반갑기는커녕 원작 훼손으로 여겨질 수도 있어서 고민 중입니다. 현재로서는 등장 확률이 낮습니다. 얼마나 부담되는지 어떤 성우를 쓰면 좋을지도 부담이 될 정도입니다.



▲ 신비로운 분위기가 특징인 하얀마녀 게르드


Q. 준비한 100여 종의 캐릭터를 다 추가하고 원작의 스토리를 다 업데이트한 뒤에는 어떻게 될까요.

= 그때부터는 설정으로만 등장한 캐릭터들이 추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리건이 대표적인데요. 가가브 시리즈 연표를 보면 본편의 수백 년 전 엘 필딘의 전사 미리건과 기룡 알브레히트가 템페스트를 쓰렸다던가 검제 자무자와 싸웠다고 하는 등 여러 일화가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원작에는 기록으로만 나왔던 캐릭터를 추가한다든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토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니혼팔콤으로부터 가가브 시리즈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확장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상태인 만큼, 설정상으로만 존재하는 그런 에피소드들이 추가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리건을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라던가 푸른 민족과 붉은 부족의 전쟁, 가가브 시리즈의 진 주인공으로 여겨지는 미첼을 주인공으로 미첼 연대기(가제) 등이 대표적이겠네요.

단순히 원작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리메이크에 준하는 게임으로서 원작의 감동을 계승하는 한편, 원작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할 생각입니다.


Q. 모바일, 수집형 RPG여서 그런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 모바일 게임사가 짊어져야 할 원죄이자 숙명인 것 같습니다. 물론 유저분들이 걱정하는 이유에 대해서 공감도 하고 이해도 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추억에 대한 부분인 거겠죠. 가가브 시리즈에 대한 추억이 '가가브 트릴로지'로 훼손될까 봐 걱정하시는 걸 텐데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부분인 만큼,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Q. 고전의 리메이크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애착이 강해야 할 것 같은데 가가브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뭔가요.

= 개인적으로는 3편을 가장 좋아합니다. 처음 접한 작품이기도 하고 지금도 게르드가 등장할 때의 BGM을 들으면 어렸을 때 3편을 처음 접했던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Q. 가가브 시리즈로 묶이지만, 아무래도 시스템적으로 저마다 차이가 있었습니다. '가가브 트릴로지'는 어떤가요.

= 3편과 5편의 전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전투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냥 놔두면 알아서 전투를 진행하는 그런 건 아니고요. 자동전투이되 플레이어가 어느 정도는 개입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영웅전설5의 공명마법 같은 게 대표적이겠네요. 자동으로 전투를 진행하되 공명마법을 쓴다던가 공략이 필요할 경우에는 유저가 개입하는 식입니다. 여기에 더해 가가브 시리즈는 아이템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가가브 트릴로지'에서도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써야 하는 등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Q. '가가브 트릴로지'를 개발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투 시스템입니다. 수집형 RPG에서 가장 중요한 게 캐릭터풀이라면 다음으로 중요한 게 바로 전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전략성, 조합의 재미라고 할 수 있는데요. 너무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문제고, 너무 쉬우면 굳이 덱을 짜야 할 필요를 못 느낄 수 있어서 문제가 됩니다. '가가브 트릴로지'는 초반에 알아야 할 게 좀 있지만, 너무 어렵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그 부분만 넘어가면 다양한 조합이 나올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스토리의 재해석 역시 간과할 수 없었습니다. 재해석이라고 하니 원작을 훼손할까 봐 걱정하실 수도 있는데 그런 식의 재해석은 아니고요. 원작에서는 짧은 연출이나 대사 몇 줄로 지나가는 그런 부분을 유저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플레이를 확장하는 식으로 재해석할 생각입니다.





Q. 시연 버전을 최초로 출품한 건데 현장 반응은 어떻던가요.

= 먼저 인터넷에서의 반응부터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기대 반 우려 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려하는 의견의 반 이상이 그래픽에 대한 얘기였는데요. 유저분들이 기대한 그래픽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스타 일정에 맞추다 보니 그랬던 거고요. 퀄리티에 대한 건 저희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으로 출시까지 계속해서 올릴 계획으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스토리는 대부분 괜찮게 봐주신 것 같고요. 이번 지스타에서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아마 많은 부분이 개선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개발만 하다 보면 자아도취에 빠져서 우리 게임의 어디가 잘못되고 있는지 놓칠 때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 같습니다.


Q. 이동 모션이나 조작감에 대한 부분도 당연히 개선되겠죠?

= 개발자 토크에서도 말했지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자 합니다. 원작인 가가브 시리즈에서도 4방향 애니메이션으로 대각선 이동을 하거나 해서 원작 고증이라는 측면에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출시 시점에서는 8방향 애니메이션이 추가될 예정이며, 이동 모션이나 조작감 역시 개선될 거라는 점 약속드립니다.





Q. 아무래도 큰 화면으로 즐기고 싶은 유저가 많을 것 같은데 PC 버전도 준비 중인지 궁금합니다.

= 킹덤이나 프리스톤테일M처럼 전용 클라이언트로 PC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Q. 끝으로 '가가브 트릴로지'를 기다리고 있을 올드 팬들을 위해 인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저 역시 올드 팬으로 누구보다 영웅전설 시리즈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플레이도 많이 했고 연구도 많이 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요. 유저분들이 걱정하고 있을 부분에 대해서 저 역시 인지하고 있습니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테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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