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스포츠協, 이제는 비전을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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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스 김경현 기자]프로게이머, 동요의 움직임 우려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출시가 임박했다. 오는 27일 출시를 앞두고 있는 스타2는 지난 11일부터 우리나라에서 출시 전 마지막 비공개 베타테스트를 시작했다.


스타2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 대단하다. 출시 전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지난 2월부터 시작한 비공개 베타테스트는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북미, 유럽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베타테스트 버전의 게임으로 각종 토너먼트 대회가 성황리에 열리는 보기 드문 현상도 발생했다. 특히, 스타2 베타 버전을 이용한 중국의 e스포츠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세계적인 열풍과는 달리 e스포츠 종주국을 자처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지금까지 e스포츠의 비주류 업체였던 곰TV의 주도로 스타2 베타 대회가 몇 차례 열렸고, PlayXP 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회가 열렸다. 은퇴한 스타크래프트, 전-현직 워크래프트3 게이머들이 중심이 되어 게임단 형태의 클랜이 조직되는 등 여러가지 움직임이 포착되기는 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e스포츠를 주도하고 있는 '프로게임단'의 연합체인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와 세계적 수준의 게임 전문 케이블 채널인 온게임넷, MBC게임은 그 어떤 움직임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협회는 '협회 사무국' 뿐만 아니라 협회에 소속된 모든 프로게임단 및 이사사를 포함한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잘 알려진 것처럼 협회 주도의 한국 e스포츠는 블리자드와 '지적재산권' 협상을 하지 못한 상태다. 블리자드는 이미 그래텍-곰TV에게 블리자드가 만든 모든 게임에 대한 '서브 라이센스' 권한을 넘겨줬다. 법적으로라면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블리자드 게임을 통해 토너먼트, 방송,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는 업체는 그래텍-곰TV 뿐이다.


지난 5월, 한국 e스포츠의 최대 화두였던 '지적재산권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팬들이야 스타리그, MSL, 프로리그를 별다른 문제 없이 즐기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 상황은 '폭풍 전야'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조용한 지금 이 시기에 협회와 그래텍의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미디어에 철저하게 비밀로 하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협회와 그래텍의 협상 움직임은 전혀 포착되고 있지 않다.


이제는 협회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다. 누구의 말, 주장, 권리가 옳다, 그르다를 가려 달라는 것이 아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은 출시도 되지 않은 스타2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 자신의 직업인 스타크래프트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사명감이 더 컸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들이 동요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포착되고 있다. 프로게이머들이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스타크래프트만 연습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도 협회와 블리자드의 지적재산권 분쟁에 대한 소식을 모두 듣고 있고, 몇몇 적극적인 선수들은 기자들에게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고 묻기도 한다.


스타2의 출시가 임박했고, 프로리그 09-10 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하는 프로게이머들이 존재한다. '스타2가 출시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스타2를 미리 해봐야 하지 않느냐?', '스타2가 나와도 스타1을 계속 할 수 있느냐?' 등 사석에서 구체적인 질문을 해오는 프로게이머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프로게이머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은퇴를 한 선수들 중 대다수는 이미 스타2 베타테스트를 통해 세계적인 고수의 반열에 들어섰다. 외국 게이머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는 정보는 어렵지 않게 입수할 수 있다. 프로게임단에 소속된 위치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타2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프로게이머들이 아직까지는 대다수지만, 협회의 지적재산권 협상 소식이 더 이상 들려오지 않자 불안해하는 선수들도 존재한다.


송병구, 김택용, 이제동, 이영호 등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향후 입장을 정하는데 신중함과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스타2 출시 이후에도 협회가 스타2를 이용한 e스포츠 대회를 진행하지 못한다면 팀에서 입지가 불안한 선수들이 이탈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프로게임단에서 이들을 계속 붙잡아 둘 수도 있겠지만, 스타2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현재의 '프로게이머' 신분을 포기하는 선수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니, 분명히 존재한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협회는 사무국 회의를 통해 이미 10-11 시즌 운영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2010년 하반기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드래프트 평가전'도 진행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협회와 블리자드&그래텍의 지적재산권 협상은 진척이 없다. 블리자드와 그래텍이 유예 기간으로 정한 8월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MBC게임과 온게임넷은 개인리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곰TV와의 협상 의지를 밝혔고, MSL과 스타리그는 별 문제 없이 새로운 시즌을 개최했다. 그러나 양 방송국과 곰TV의 협상 역시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의 칼자루를 쥔 곰TV 역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곰TV는 권리를 행사하고 싶어도, 리그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조치를 취했을 시 팬들의 반응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중계권 사태 때 '개인리그 보이콧'을 선언한 협회와 게임단을 향해 쏟아진 팬들의 거센 비난과 냉담한 반응을 근거로 리그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권리 행사는 심사숙고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협상이 되지 않아도 협회가 차기 시즌 프로리그를 강행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프로리그 강행은 가능할지 몰라도 협회가 스타2를 이용한 리그를 개최할 가능성은 제로다.


어떻게든 차기 시즌을 개최한다고 가정하자. 현재의 프로게이머들이 아무런 동요 없이 프로리그에 참여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스타2가 세계 및 한국 시장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협회는 스타2가 흥행하지 않을 가능성에 도박을 거는 것인가? 만약, 스타2가 전세계적으로 흥행하고 북미, 유럽, 중국 등에서 대규모 대회가 개최된다면 그 쪽으로 이탈하려는 프로게이머들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을까?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서 흘러나온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현재의 상황을 불안해하고 있는 프로게임단 관계자, 프로게이머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그래텍이 무리한 조건을 요구하기 때문에 협상이 되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오지만 단지 그 때문에 협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제는 '협회 협상력의 부재'를 비판할 수 밖에 없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협상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협회가 그래텍&블리자드에게 양보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단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다,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다 등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프로게이머들은 바보가 아니다. 프로게임단에 소속된 '피고용자'의 위치이기는 하지만 소속된 곳에서 앞 길을 제시해주지 못한다면 이들은 자신의 앞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에는 승부 조작 사태로 인한 프로게이머 '처우 개선'에 대한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협회는 이 같은 여러가지 이슈에 발빠르게 대응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프로게이머들이 현재의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느낄 요소는 '지적재산권' 외에도 더 있다는 뜻이다.


e스포츠 최고의 축제인 '프로리그 광안리 결승전'은 약 한 달 정도 남았다. 프로리그와 한국 e스포츠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고요한 수면 아래에서는 심상치 않은 '조류'가 발생하고 있다. 아직 일부일지는 모르지만 흔들림이 감지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는 정말 협회가 프로게이머, e스포츠 팬들에게 진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다.


jupiter@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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