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성향에 따라 자기만족을 위해 명품을 선택한다, 시작은 대부분 글로벌 인플루언서의 데일리 룩, 혹은 어렸을 때부터의 목표, 해당 브랜드의 가치관에 끌려 소위 튀는 것 혹은 시즌 상품에 현혹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결과론적으로 대부분 스테디셀러에 귀결된다. 이유는 결국 타인의 시선 혹은 가격이 가격인지라 쉽게 질릴 수 있는 유채색은 부담스럽다는 타협이 원인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튀는 제품, 즉 시즌 상품도 살 사람들은 산다. 근데 보통 스테디셀러 한두 개는 이미 확보하고 있는 상태로. 언젠가 어떤 여성에게 들은 말인데 누군가의 흰색 샤넬 백이 예뻐 보이기 앞서 그 사람의 방 안에 몇 개는 있을 명품백이, 아니 그보다 먼저
급작스레 가격을 1/3로 줄이고 0을 하나 없앤 얘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사무실에도 소위 '명품 의자'지만 한물 간 녀석이 있다. 바로 '시크릿랩 TITAN EVO 2022'. 의자 좀 아는 인벤 가족분들이라면 "어, 그거 요즘도 평가 좋은 의자 아니야?"라고 하실 수 있겠다. 기능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지만 디자인이 앞서 언급한 시즌성 상품, 그것도 연도까지 찍힌 녀석이다. 무려 2021 롤드컵을 기념하여 출시한 '시크릿랩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2021 에디션'이다.
예쁜데 뭐가 문제야?
아마 2021년이라는 것...?
물론 굉장히 예쁘다. 역대 시크릿랩에서 출시한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롤드컵 에디션을 살펴보면 순백의 하얀색 베이스는 2021 에디션뿐이다. 상판에 흰색으로 자수되어 있는 대회를 상징하는 연기 비슷한 모양도, 서브 색상으로 청량한 파란색을 선택한 것도 깔끔한 디자인에 한몫 한다.
▶ '시크릿랩 TITAN EVO 2022 롤드컵 2021 에디션'이 궁금하다면? 기사 바로가기
하지만 2024년인 오늘의 현실은 냉정하다. 뭐 어느 신발 브랜드의 인플루언서 협업의 한정 제품은 따따블이 뭐야, 0이 세 개는 더 붙던데. 양보해서 롤드컵을 너무 사랑하는 바선생 팬의 입장이라면 조금은 얘기가 달라질 수 있겠으나, 2021년은 객관적으로 크게 기념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것. 시크릿랩 얼라이언스 에디션도 사무실에서 좀 보고 있노라면 익숙해지던데 이 녀석만큼은 한 번씩 앉아보고 "어, 의자 좋네" 하곤 시크릿랩 의자 본연의 퀄리티만 만끽한 후 다들 자리로 돌아가더라. 흰색이라 부담스러워서 그런가.
그러던 어느 날, 굉장히 창의적인 소식을 하나 접했다. 바로 시크릿랩 스킨즈(Secretlab Skins). 사실 들은 지 꽤 오래됐는데 제품 개발 기간과 국내 상륙이 조금 늦어짐에 따라 실물 영접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쉽게 얘기하면 시크릿랩 의자에 옷을 입히는 개념이다.
시크릿랩 스킨즈
차에 탈부착 가능한 랩핑이 되는 세상이라면?
물리적인 문제는 논외로 하고, 국민 차 브랜드에서 탈부착이 가능한 형태의 공식 호환 스킨을 출시한다면 불티나게 잘 팔리지 않을까. 출근길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심심한 도로가 좀 더 다채로워지지 않을까. 탈부착이 되는 만큼 세차나 관리도 간편할 것 같고. 그런 관점에서 '시크릿랩 스킨즈'는 소비자 친화적인 액세서리임에 틀림없다.
첫 번째로, 모종의 이유로 다소 파격적인 디자인의 시크릿랩 의자를 선택한 유저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될 수 있겠다. 뭐 예를 들어 사이버펑크를 너무 기대하고 있어서 시크릿랩 의자까지 구매했는데 게임 출시 직후의 반응이 좋지 않아 숨기고 싶다는 뭐 그런 사연이 있었다거나.. 앞서 언급한 롤드컵 2021 에디션을 사무실에 합류시킬 수 있는 촉매제 역할도 확실하겠고.
반대의 경우도 적용될 수 있겠다. 질리지 않고 실내 인테리어와 어느 정도의 시각적인 통일감을 위해 차분한 색상을 선택했는데, 종종 환기를 하고 싶다거나 이사를 가서 집안 분위기가 다소 달라진 사람들에게는 부담 없는 도전정신을 일깨워주는 도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는 시크릿랩 의자는 5년이라는 장기간의 A/S 정책과 뛰어난 제품 퀄리티만큼이나 아무래도 가격대가 있는 제품이다 보니, 가죽 vs 패브릭 취향 싸움에서 보통 전자가 이기곤 한다. 패브릭 소재는 아무리 생각해도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 취향과 약간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 잘 사용하기 위해서 가죽 소재의 시크릿랩 의자를 선택한 사람들도 시크릿랩 스킨즈를 통해 패브릭을 경험할 수 있다.
스킨즈를 입혀보자
롤드컵의 팬, 고매니저와 함께
사무실에 동화되지 못하는 시크릿랩 롤드컵 2021 에디션. 스킨즈와 함께라면 어우러질 수 있을까? 제품 색상은 시크릿랩 색상 중 호불호가 가장 적을 것 같은 '차콜 블루'로 선택하여 진행했다. 시크릿랩 측에서는 해당 제품을 모던한 시그니처 색상뿐만 아니라 게임 IP의 다채로운 디자인으로도 제공하고 있으니, 관심 있다면 구경해 보는 것도 재밌겠다.
제품 장착에 앞서, 시크릿랩 스킨즈는 시크릿랩 TITAN EVO 2022에 맞는 사이즈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때문에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시크릿랩 의자가 어떤 사이즈인지에 대해 구매 전에 꼭 확인이 필요하다.
시크릿랩 스킨즈를 입히려고 스튜디오로 들어가는데, 무언가 비난의 시선이 느껴져 뒤를 돌아봤다.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고매니저였다. 고매니저의 가슴에는 롤드컵 로고가 수놓아져있었다.
마치며
의자를 두 대 살 순 없으니
시크릿랩 스킨즈는 기존 시크릿랩 사용자를 위한 소비자 친화적인 액세서리다. 시크릿랩 의자를 구매하는 데에 있어 "관리가 어려울 것이다"라는 생각에 가죽 소재를 선택한 그 누군가에겐 너무나도 단비 같은 신제품. 또한 기존 패브릭 소재와는 다르게 간편하게 물세탁이 가능하다는 점도 한몫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 의자처럼 보일 수 있다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점도 좋았다.
배부른 소리일 수 있으나, 하이엔드 게이밍 의자답게 시크릿랩 의자는 도통 망가지질 않는다. 사용한 지 3년이 넘었는데.. 안 망가져서 할 수 있는 말이긴 한데 인생에 있어 가끔은 환기가 필요한 법인데 몇 년 된 가전제품처럼 어느 날은 든든하다가도 어느 날은 바꿔버리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 시크릿랩 스킨즈는 이 감정을 잘 해소해 주는 제품 아닌가 싶다.
시크릿랩에서 지원하는 시크릿랩 스킨즈 공식 가이드 영상에서는 정말 간편하게 입히길래 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타이트하게 들어맞아서 3분보다는 더 걸린 것 같다. 입힐 때는 사실 조금 짜증이 났는데, 쫀쫀하게 입혀진 옷을 보니 기분이 좀 나아지더라. 원래 이런가 싶어 조금 찾아보니 시크릿랩 측에서는 다림질을 하여 장착시키는 것도 권하고 있더라.
다만 문제는 가격. 30만 원 초반 대에 육박하는 시크릿랩 스킨즈는 60만 원 대 의자 반값에 해당하는 가격에 취급되고 있다. 시크릿랩 의자에 너무나도 만족하는 팬들이라면 혹은 제품을 직접 보며 앉아볼 수 있다면 수긍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다소 진입장벽이 높은 가격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의자 두 대를 고려하기엔 공간적으로도, 지갑적으로도(?) 여유롭지 않다는 것.
다만 개인의 만족감을 생각했을 때 수요는 충분히 있을 것 같다. 명품 시계, 롤렉스 공식 제품으로 서브마리너 스킨이 반값인 500만 원 수준으로 나온다면? 오히려 팬들은 반길 것이다. 자국 남는 스크래치 방지용 투명 스티커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타협과 함께 말이다. 이 시장은 재밌게도 논데이트 + 500만 원 해도 콤비 모델보다 저렴하다. 물론 논데이트를 제값에 살 수 있는 행운이 먼저겠지만 시크릿랩 의자는 인터넷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