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케이프 "확률 대신 정교한 전술에 초점 맞췄다"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턴제 전술 게임의 금자탑 엑스컴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외전인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가 출시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그사이 수많은 턴제 전술 게임들이 빈 왕좌를 노리고 등장했지만, 대부분은 엑스컴의 위상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고 사라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엑스컴의 개발사인 파이락시스 게임즈의 마블 미드나잇 선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엑스컴의 개발사, 그리고 마블 IP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만든 엑스컴의 위상을 뛰어넘는 데 실패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게임이 등장했다. 스핏파이어 인터랙티브의 신작 '케이프'가 그 주인공이다. '케이프'는 빌런들이 승리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 턴제 전술 게임으로 빌런들에게 맞서 싸우기 위해 모인 신참 히어로들의 여정을 담고 있다. 수많은 턴제 전술 게임들 속에서 '케이프'는 과연 어떤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을까. 스핏파이어 인터랙티브의 케이드 프랭클린(Cade Frankli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모건 자핏(Morgan Jaffit)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만드는 이 독특한 게임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케이드 프랭클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좌), 모건 자핏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우)


엄폐, 확률 요소 없는 턴제 전술 게임 '케이프'
영웅들은 숨지도 피하지도 빗맞히지도 않는다

Q. 먼저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케이드 : '케이프'의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케이드라고 한다. '케이프'는 스핏파이어 인터랙티브에서 만든 첫 게임이며, 이전에는 여러 게임의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모건 :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스핏파이어 인터랙티브에서는 '케이프'의 시나리오와 개발 등을 맡고 있다.


Q. '케이프'는 어떤 게임인가. 케이프라고 하면 보통 어깨에 걸치는 망토를 의미하는데 코믹스 히어로들을 상징하는 망토를 의미하는 명칭인 건가.

케이드 : '케이프'는 슈퍼빌런들이 승리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 턴제 슈퍼히어로 전술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젊은 슈퍼히어로 팀을 모아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으며, 슈퍼빌런들의 부당함에 맞서야 한다.

게임의 타이틀이기도 한 '케이프'에 대해 설명하자면 예상한 대로 슈퍼히어로들을 의미하는 용어인 게 맞다. 본편에 등장하는 젊은 슈퍼히어로들은 코스튬 역시 제각각이지만, 20년 전 패배한 영웅들은 모두 밝은 색깔의 스판덱스와 망토를 입은 고전적인 슈퍼히어로 복장을 하고 있었어서 그 당시 사람들은 그들의 복장 때문에 그들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케이프라고 불렀고 그게 우리 게임에서는 슈퍼히어로들을 묘사하는 일반적인 용어로 남았다고 할 수 있다.



▲ 이전부터 활동해 온 히어로들을 보면 여러모로 스테레오 타입의 복장을 입은 걸 볼 수 있다


Q. 아무래도 턴제 전술이라는 장르로 인해 엑스컴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단적으로 말해서 엑스컴과는 다른 '케이프'만의 특징, 차별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케이드 : 좋은 질문이다. 턴제 전술 게임인 만큼, 우리 게임 역시 엑스컴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세세하게 살펴보면 엑스컴과는 다른 점 역시 많다.

엑스컴의 경우 다들 알 테지만, 정면에서 맞서 싸우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엄폐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여기에 감나빗이라는 밈으로도 유명한 확률 요소가 더해져 전략성을 극대화한 게 특징인데 '케이프'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확률 요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엄폐에 중점을 둔 엑스컴과 정면에서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근접 전투와 팀업 및 스마트한 위치 선정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적을 일반인과 초능력을 지닌 빌런 2가지 타입으로 나눔으로써 전술적인 요소를 더했다. 깡패나 군인 등 일반인은 맨손일 때는 크게 위협적이지 않지만, 각종 무기로 슈퍼히어로들을 위협한다. 이들을 상대할 때는 하나씩 처리하기보다 먼저 무장 해제시키는 식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건 빌런들이라고 크게 다를 게 없어서 위치 선정과 팀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Q. 턴제 전술이라는 장르는 분명 매력적인 장르지만, 최근 들어서 엑스컴의 뒤를 잇는 그런 게임이 나오지 못한 느낌이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케이드 : 엑스컴이 턴제 전술이라는 장르에 있어서 환상적인 게임이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중요한 순간에 병사들이 목표를 맞출 수 있을지, 그리고 병사들이 언제든지 소모품처럼 영구적으로 죽을 수 있다는 사실, 자원이 부족한 기지에서 무엇을 언제 업그레이드해야 외계인의 침공에 대비할 수 있을지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깊이감을 자랑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원론적인 얘기겠지만, 결국 엑스컴만큼의 깊이, 재미를 선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Q. 방금 답한 것처럼 확률 요소는 게임의 전략, 전술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럼에도 '케이프'는 확률 요소를 아예 배제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케이드 :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엑스컴은 어떤 면에서는 에이리언과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는 부분이 있다. 한 발 한 발이 중요하며, 병사들은 취약하고 죽음은 언제든 병사들을 찾아온다. 그렇기에 턴제임에도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케이프'는 턴제 전술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하는 게임이지 않나. 그런데 히어로들이 전장을 가로질러 목표에 도달해 펀치를 날리는데, 상대가 일반인임에도 확률 요소로 인해서 빗맞힌다면 전혀 히어로답지 않지 않겠나. 이는 슈퍼히어로라는 캐릭터성을 망치는 요소라고 판단했다.

엄폐도 마찬가지다. 히어로들은 숨지 않는다. 그들은 선두에 서서 항상 적과 맞서 싸운다. 그런 히어로다운 요소들을 살리고자 확률 요소와 엄폐를 전면에 배제했다. 그렇다고 엄폐가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 파세트라고 해서 크리스털을 만드는 히어로가 있는데 이 능력을 활용해 시야를 가린다거나 할 수 있다.





Q. 슈퍼히어로들이 패배한 이후의, 암울한 시기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쓴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모건 : 크게 2가지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단순한 이유지만, 빌런들이 승리한 상황에서 히어로들이 다시금 모여 팀을 재건하고 힘을 되찾는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여기에 더해 한창때의 원숙한 슈퍼히어로들이 주인공일 경우 스토리를 전개하는 데 있어서 좀 어색한 부분이 많을 것 같았다. 예를 들자면 난다긴다하는 슈퍼히어로들이 한창 활동하고 있는데 새로운 동료가 합류한다는 점도 그렇고 그들이 성장한다는 요소 역시 뭔가 어색하지 않겠나. 수년간 활동한 히어로인데. 그래서 햇병아리 히어로들이 활약하고 성장하는 부분을 표현하기 가장 적합한 시나리오를 짜다 보니 지금의 형태가 됐다.


Q. 확률 요소가 없어서 전투가 너무 단순해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확률이라는 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변수로 작용해서 예측할 수 없는 재미를 주기도 하지 않나.

케이드 : 확률 요소가 일종의 변수로서 재미를 주기도 한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케이프'에서는 확률 요소가 없어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확률 요소가 없다는 건 얼핏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보자면 어떤 불가능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운 좋게 그걸 깰 수 없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팀 구성에 대한 이해와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일종의 퍼즐과도 같은 느낌을 줘서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할 거로 생각한다.

그리고 '케이프'에도 확률 요소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적들은 플레이어의 통제 밖에 있을 뿐 아니라 특정 미션이 전개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플레이어가 즉흥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도 있다.





Q. 적과 아군의 턴을 구분하는 대신 캐릭터마다 턴 순서가 독립적으로 부여된 형태던데 이 역시 전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요소인가.

케이드 : 그렇다. 턴이 구분될 경우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지 않나. 반면, '케이프'에서는 플레이어가 턴 순서를 고려해서 유리하게 플레이하는 게 가능하다. 예를 들어 머큐리얼은 궁극기를 쓰면 같은 턴에 여러 번 행동할 수 있는데 잘하면 다음 순서인 적들을 처치해 적 턴을 건너뛸 수 있다. 이외에도 히어로에 따라 팀업 능력을 써서 아군의 턴 순서를 앞당기거나 반대로 적을 느리게 하고 혼란시켜 덜 행동하게 만듦으로써 수적 열세인 상황을 뒤집어야 한다.

이처럼 개별적인 턴 순서 조작은 각 전투에서 모든 행동의 전술적 가치를 높여준다. 그렇기에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따라 게임을 즐기는 방식 역시 전혀 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주의해야 할 건 이게 플레이어에게 유리하게만 작용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반대로 적의 무기와 능력으로 인해 아군의 턴이 뒤로 밀릴 수도 있다.


Q. 초능력자들이 주인공인 만큼, 다양한 능력들을 엿볼 수 있었는데 해당 능력들을 선정한 기준이 있을까.

모건 : 아무래도 우리 게임에서 흥미로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인지 여부가 중요했다. 동시에 그 능력을 통해 캐릭터에 대해서 무언가를 전달하고자 했는데 예를 들어 초고속 능력을 가진 히어로의 경우 불사 능력을 가진 히어로와는 세상을 다르게 보지 않겠나. 이처럼 캐릭터성을 살리는 동시에 게임의 메커니즘을 살릴 수 있는 능력들을 고려해 선정했다.





Q. 게임의 전체적인 플레이 타임은 어느 정도인가.

케이드 : 플레이어의 실력이나 게임의 난도에 따라 극적으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의 플레이 시간을 추정하는 건 항상 어려운 것 같다. '케이프'는 캐주얼, 보통, 하드코어 3가지 난도 설정을 제공하는데 보통 난도로 플레이할 경우 대략 25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Q. 본편에서 20년 전 히어로들이 빌런들에게 패배한 '대격돌'에 대해서 몇 차례 언급되는데 혹시 DLC나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될 여지는 없을까. 메인 스토리의 원인이 된 사건이다 보니 궁금해지더라.

케이드 : 내부에서도 대격돌은 실제로 어땠을지 단순히 과거의 사건, 설정으로 남기는 게 아니라 인게임으로 구현하면 어떨지에 대한 얘기가 오가기도 했는데 흥미로운 사건이지만, '케이프'의 메인 스토리는 히어로들의 재건, 부활인 만큼, 결국 설정으로만 남기기로 결정했다. 일단은 '케이프'를 정제하고 가능한 최고의 게임으로 만드는 게 먼저다.



▲ 빌런들이 차지한 도시의 현실은 암울하기에 그지없다


Q. 플레이어블 캐릭터, 그러니까 히어로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아울러 전투에 나서는 캐릭터들은 4명으로 제한되는데 난도를 위해 일부러 이렇게 한 건가.

케이드 : '케이프'에는 총 8명의 히어로가 등장하는데 이들을 어떤 식으로 조합하면 좋을지 플레이어가 연구했으면 하는 마음에 4명으로 제한했다. 히어로들은 저마다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팀업이라고 해서 서로 협력해 서로 상호보완하는 게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파세트의 경우 크리스털을 만들어 아군을 보호할 수도 있지만, 동료가 적을 공격할 때 공격에 크리스털을 추가해 더 많은 피해를 입히게 할 수 있고 순간이동 능력을 지닌 리바운드는 팀업으로 동료를 먼 거리로 옮길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거나 위기에 빠진 동료를 구할 수 있다.


Q. 너무 많아도 문제지만, 반대로 수가 애매할 경우 쓰던 캐릭터만 쓰는 그런 경우도 있지 않나.

케이드 : 그런 건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인 만큼, 우리가 강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특정 캐릭터 조합만 계속 쓰는 것보다 캐릭터 조합을 연구해 다양한 캐릭터를 쓰는 게 여러모로 유리한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어떤 미션에서는 적들이 능력을 발휘하기 전에 멈추고 제거해야 하는데 이럴 때는 머큐리얼이 유리한 만큼, 되도록 머큐리얼을 데려가도록 하는 식으로 다양한 상황을 준비해 최대한 많은 캐릭터가 골고루 쓰이도록 만들었다.





Q. 엑스컴의 경우 각 대원을 육성하고 장비를 맞추는 식의 매니지먼트 요소 역시 하나의 재미를 선사했다. 반면 '케이프'는 레벨과 스킬 외에는 그런 매니지먼트 요소가 옅은 것 같다.

케이드 : 엑스컴의 경우 불특정 병사나 분대를 육성하다 보니 매니지먼트 요소가 강할 수밖에 없는데 '케이프'는 캐릭터의 능력이나 개성 등이 정해져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매니지먼트 요소가 들어갈 틈이 없었다. 매니지먼트 요소가 없는 대신 '케이프'는 미션을 통해 전술적인 요소를 즐기는데 좀 더 초점을 맞췄다.





Q. 오랜만에 등장한 턴제 전술 게임인 만큼, 기대하는 유저들도 적지 않을 듯한데 한국 유저들을 위한 한마디 부탁한다.

케이드 : 스튜디오의 첫 게임이기도 하고 팀원들이 함께 오랫동안 작업해 왔기 때문에 유저들이 '케이프'를 어떻게 생각할지 우리 역시 기대가 크다. 신작 턴제 전술 게임을 기다려온 유저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목표로 개발한 만큼, 많은 기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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