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3등신일 때 빛나, '이스 메모와르: 펠가나의 맹세'

몇 번을 반복해도 즐거운 아돌의 모험을 현세대 기기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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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팔콤 주식회사에서 개발한 액션 RPG '이스 메모와르 -펠가나의 맹세-(이하 이스 메모와르)'가 23일, PS4와 PS5 플랫폼을 통해 정식 출시됐다. 이스 메모와르는 지난 2005년 PC로, 5년 후에 PSP 버전으로 발매됐던 '이스: 펠가나의 맹세'에 HD 리마스터 및 신규 요소를 더해 한층 업그레이드한 신작이다.

목소리 없이 나레이션만 존재했던 원작과 달리 주인공 아돌 크리스틴에게 성우 보이스가 추가된 것은 물론, 총 30명 이상의 인게임 캐릭터에게 보이스 이벤트가 부여되어 시리즈 최고로 평가받는 스토리를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됐다. 출시 이후로 거의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고전이지만, 팬들에게는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인 셈이다.

관심이 있는 게이머라면 이미 지난 2023년에 출시된 스위치 버전을 통해 즐겨봤을 터이지만, 2006년 아루온 게임즈가 정식 서비스했을 당시의 빛바랜 기억만 가지고 있는 올드 게이머의 시선으로 새롭게 재단장한 '이스 메모와르'의 매력을 직접 살펴보았다.



게임명: 이스 메모와르 -펠가나의 맹세-
장르명: RPG
출시일: 2024.05.23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팔콤
서비스: CLE
플랫폼: PS, NS
플레이: PS4


PS4와 PS5에서도 한국어로, 현세대기로 다시 즐기는 명작 RPG




결론만 먼저 요약하자면, '이스 메모와르'는 이스 시리즈나 펠가나의 맹세를 한 번도 플레이해보지 않은 이들, 그리고 이미 원작을 통해 한 차례 게임을 즐겨본 경험이 있는 이들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수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곧 40주년을 맞이하는 긴 역사의 고전 RPG 시리즈에 제로베이스로 입문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너그럽게 쳐줘도 리메이크 타이틀인 '이스 이터널'로 입문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보이는데, 전투 스타일이 이후 시리즈와는 크게 다른 '몸통 박치기'인데다가 현세대기로는 한국어 정발도 이루어지지 않아 사실상 관심이나 애정이 없다면 접하는 것 부터가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현대 게이머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 기능으로 무장한 '이스 메모와르'는 시리즈 입문작으로서 최적화된 타이틀이 된다. 붉은 머리 모험가 아돌의 장대한 모험기 중 상대적으로 초반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정식 한국어화가 이루어졌으며, 약 20년 전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하는 동안 낡은 게임이라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도록 다양한 신규 요소와 편의성 업데이트가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에 출시된 시리즈 최신작 '이스Ⅹ: 노딕스'를 포함하여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고 있는 신규 이스 시리즈들과 액션의 방향성도 같으므로, 고전을 먼저 접한 뒤 시리즈의 오늘을 따라간다는 차원에서도 이스 메모와르는 좋은 입문작이 된다고 볼 수 있다.



▲ 이스 Ⅰ&Ⅱ는 근본 중의 근본이나, 시리즈를 모르는 이들에게 권하기에는 너무 오래됐고, 제약도 많다



▲ 3D 맵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검술 액션이라는 점에서 현재 전개되고 있는 최신 시리즈와 괴리감도 적다

이야기는 19세의 젊은 모험가 아돌 크리스틴이 막역한 동료 '도기'의 고향인 펠가나 지방에 방문하면서 펼쳐지는 모험을 다룬다. 이스 시리즈의 이야기 대부분은 특정 지방에서 펼쳐지는 모험을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엮여놓은 것으로, 사실 어떤 작품으로 입문하더라도 이야기의 줄기를 따라가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 모험을 좋아하는 참견쟁이 주인공이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도무지 거절할 줄을 모르는 아돌의 사람 좋은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다가오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잔뜩 등장하는 것도 시리즈의 오랜 전통 중 하나다.

아돌은 펠가나 지방에 닥쳐온 이변에 대해 알게 되고, 문제의 근원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플레이어는 이 과정 중에 주민들을 위협하는 다양한 마물들을 사냥하고, 약 15종에 달하는 강력한 보스들과 전투를 치르게 된다. 탐험에서는 불, 바람, 전기 속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팔찌를 획득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하면 마물과의 전투 외에도 퍼즐, 플랫포머 액션 요소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간단한 조작으로 다양한 액션을 펼칠 수 있으며, 한 순간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전개되는 스피디한 액션이 '이스 메모와르'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 매 작품마다 매력적인 히로인이 등장하는 것도 이스 시리즈의 전통



▲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한정된 초반부터 칼박자를 요구하는 빠른 액션을 즐길 수 있다

사실 앞에서 언급한 것들은 '이스: 펠가나의 맹세' 원작부터 작품이 갖추고 있던 매력들이다. 리마스터 버전인 '이스 메모와르'는 여기에 필드 이동과 전투 속도를 1.5배, 2배로 더 빠르게 설정할 수 있는 '하이 스피드 모드', 추락으로 인한 맵 이동 걱정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Not Fall' 옵션, 게임 오버시 맵 진입 상태로 다시 게임을 이어갈 수 있는 오토 세이브, 보스전 난이도가 너무 어렵게 느껴질 때 난이도를 낮춰서 도전할 수 있는 추가 선택지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이 더해졌다.

게임에서는 다음 보스전으로 이동하는 길 찾기 구간에서의 레벨링 과정이 필수로 발생하는데, 이때 요구하는 장비와 레벨 수치가 큰 폭으로 뛰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시 온 길을 되돌아가다가 너무 강해져 버린 잡몹들의 공세에 어이없이 죽어버리게 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곤 했는데, 이때 이전 세이브 포인트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정말 큰 스트레스 요소가 됐다. 세이브를 깜박 잊기라도 했다면 그때까지 반복 사냥으로 획득한 경험치가 전부 물거품이 돼버렸고 말이다.

펠가나의 맹세 원작의 이러한 부분이 게이머의 성향에 따라 다소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조리하고 어려운 구성이었기에,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오늘날의 기준에 맞춰 대폭 손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하드 난이도로 1회차를 진행하는 동안 부조리하게 느껴지는 죽음으로 같은 구간을 반복하는 경험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아도 됐기에 정말 쾌적하게 느껴졌다.

이외에도 1회차 클리어 이후에 해금되는 나이트메어와 인페르노 난이도를 포함하여 총 6개 난이도가 제공되므로, 단순히 스토리를 즐기고 싶은 이들부터 극한의 액션을 만끽하고 싶은 이들까지 취향에 맞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돋보인다.



▲ 하드 난이도로 시작해도 기분좋은 긴장감만 느끼며 스토리와 전투를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 충분한 편의성 요소가 더해지니, 스토리에 더 몰입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액션에 찍힌 방점. 세월을 거스르지 못한 비주얼은 감내해야




앞에서 언급하지 않고 애써 외면했던 포인트가 있다. 바로 게임의 3D 비주얼 부분이다. 팔콤은 이스 I & II 리메이크 이후 '이스6: 나피쉬팀의 상자'부터 3D 맵과 캐릭터를 활용한 새로운 비주얼을 이스 시리즈에 차용했고, 이때의 비주얼 컨셉은 이후 몇 개 시리즈까지 계속 이어졌다.

3D 맵에 3D 모델을 2D 스프라이트로 변환한 캐릭터 모델링은 초기 리메이크 시리즈의 2D 느낌을 잘 살려 당시에도 게이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고, 20년가량의 세월이 흐른 지금 봐도 크게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독특한 매력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때의 비주얼이 반영된 나피쉬팀의 상자, 펠가나의 맹세, 그리고 '이스 오리진'을 가장 애정하는 이스 시리즈로 기억하고 있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팬보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더라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한 3D 보스 모델링만큼은 조악하게만 느껴진다. 게임을 처음 플레이할 당시엔 크게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이지만, 리마스터를 통해 텍스처 품질이 깔끔하게 다듬어져서 그런지 3D 보스와의 전투 비주얼은 기억 속의 그것보다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편의성과 액션 요소에서 크게 빠지는 부분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만, 보스의 3D 비주얼 면에서는 어느 정도 고전 게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 3D 보스와의 전투는 타점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

물론 비주얼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는만큼 동시에 플러스 요소도 존재한다. 모든 캐릭터 컷신에 새롭게 제작된 리파인 버전, 그리고 클래식 버전 일러스트가 함께 제공되므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쪽을 선택해서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같은 장면이지만 일러스트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므로, 2회차 이상 플레이를 할 때도 새로운 느낌으로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음악 명가 팔콤'답게 다양한 BGM 음원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도록 선택지가 제공되며, 세이브 데이터를 만들 때를 제외하고 단 한 순간도 로딩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깔끔한 최적화 덕에 게임 시작부터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는 그 순간까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몰입해서 플레이할 수 있었다.



▲ 위쪽이 클래식, 아래가 리파인 버전의 일러스트



▲ 같은 장면이라도 선택한 일러스트 스타일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

아쉬운 부분을 찾을 때 하나 더 언급해야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RPG 장르치고는 다소 짧게 느껴지는 볼륨이다. 이스 메모와르는 전투 중심의 액션 게임이기에, 보스를 공략하는 과정에서 반복 도전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절대적인 게임 볼륨은 아주 짧은 편이다. 실제로 하드 난이도로 1회차 플레이를 하는 동안 어려운 보스를 만날 때마다 10번 이상 재도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클리어 시간은 7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원작과 달리 레벨링 과정에서 실수로 죽더라도 오토세이브가 되기 때문에 '억지 볼륨 늘리기'가 없어진 덕분이기도 하지만, 만약 스토리 중심으로 게임을 즐기기 위해 더 쉬운 난이도를 선택했다면, 클리어 시간은 이보다 더 짧아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장대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는 정통 RPG를 기대했다면, 이부분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짧은 볼륨이 아쉬운 이들을 달래주기 위한 추가 요소도 있다. 바로 불필요한 전개를 모두 자르고 전투의 핵심인 보스 전투만 모아서 즐길 수 있는 타임어택과 '보스 러시' 모드다. 난이도별로 별도의 기록이 남으며, 각 난이도를 클리어할 때마다 본편에서는 플레이할 수 없었던 새로운 보스와의 전투도 해금되므로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파고들기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특전을 선택하여 더 어려운 난이도로 본편을 반복하며 트로피 헌팅을 즐길 수 있는 '뉴게임+'도 제공되므로, 플레이 형태에 따라 게임 볼륨은 10시간 이상으로 늘어날 여지가 있다.



▲ 핵심 콘텐츠인 보스전만 모아서 즐길 수 있다. 클리어하면 특별한 보상이 해금된다



▲ 본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러스트도 해금되니, 다양한 방식으로 '2회차'를 즐겨보자



이스 메모와르를 플레이하며 붉은 머리 모험가 '아돌'에 애정이 생겼다면, 다음엔 아돌의 이전과 이후 행적을 따라가는 식으로 정말 다양하게 이스 시리즈를 즐길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4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장수 IP인 만큼 쌓인 전작들의 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CLE)가 팔콤 게임의 현지화와 유통을 담당하면서 정식 한국어화는 물론 한일 동시 발매까지 간간이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이니, 앞으로 전개될 이스 시리즈를 따라가며 즐기는 것 역시 전망이 밝다. 너무나도 좋아하는 시리즈임에도 공식 한국어가 없어 눈물을 삼켜야 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몇몇 게이머들에겐 여전히 '모션과 그래픽이 제자리걸음'이라는 날이 선 평을 받고 있지만, 그간 여러 타이틀을 통해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분명 격변의 순간 역시 찾아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번엔 리마스터 타이틀이었지만, 팔콤이 다음 이스 시리즈 최신작에서는 꼭 그래픽 면에서도 호평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현세대 기기로 즐기는 3등신 아돌의 모험
  • '음악 명가' 팔콤의 시리즈 최고 명곡수록
  • 편의 기능 완비로 액션 초보자도 OK
  • 원작 느낌 맛볼 수 있는 추가 옵션 제공
  • 세월이 그대로 느껴지는 3D 모델링
  • 하드 기준 스토리 1회차 볼륨 7시간

리뷰 플랫폼: PS4 (출시 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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