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멀티버서스' - 캐릭터 파워는 인정, 현지화 개선 시급해

게임소개 | 김규만 기자 |



지난 2022년, 혜성처럼 등장해 오픈 베타부터 북미를 강타한 무료 대전 액션 게임 '멀티버서스'가 오는 28일 글로벌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 영화를 보고 자라온 서구권 청년들은 물론,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한 게임에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멀티버서스'는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클로즈 베타 테스트 때에도 스팀 플랫폼에서는 5만 명의 동시 접속자를 기록했고, 그 기록은 오픈 베타 시작 일주일만에 15만 명으로 뛰면서 스팀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게임 4위에도 이름을 올렸죠. 한 리서치 기업은 당시 콘솔을 포함한 '멀티버서스'의 전체 이용자 수가 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2023년 6월까지 약 1년이 조금 되지 않는 시간동안 오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멀티버서스'는, 그간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취합하며 게임을 담금질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후 1년 뒤, 정식 출시를 앞둔 게임의 모습은 어떤지 워너브라더스 게임즈의 지원을 받아 사전 체험을 즐겨볼 수 있었습니다.



'멀티버서스'의 극명한 강점: 미디어 공룡의 역대급 캐릭터 풀

먼저, 슈퍼맨, 원더우먼, 조커 등 DC 코믹스 세계관 속 영웅들은 물론, 왕좌의 게임, 톰과 제리, 스쿠비두,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 릭 앤 모티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IP의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멀티버서스'의 큰 장점입니다. 사전 체험 빌드에서 확인할 수 있던 전체 로스터는 오픈 베타 시점보다 소폭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조커는 물론이요,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 그렘린 과 같은 명성이 자자한 호러 영화 속 등장인물도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20일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정식 출시 후 처음 진행되는 시즌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 '빌런'들에 초점이 맞춰 있습니다. 조커를 비롯해 '메트릭스' 시리즈의 스미스 요원 등이 로스터에 참전하게 되는 것도 그 일환이죠. 생각보다 훨씬 거대한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캐릭터 풀은 지금도 놀라울 정도지만, 앞으로 장기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더 많은 캐릭터들이 게임에 참전하게 될지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내로라하는 캐릭터 라인업!

난투형 게임을 표방하는 만큼, 각 캐릭터들이 가진 능력을 잘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체험 빌드를 통해 확인해 본 바로는 저마다 매력을 가진 기술을 구사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지만, 각 캐릭터의 커맨드 조합이나 기술표를 직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워 적응이 필요한 부분도 보였습니다.

'멀티버서스'에 참전하는 캐릭터들이 저마다 IP에서 자신만의 매력을 한껏 뽐낸 이들인 만큼, 이들이 사용하는 기술들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수준에서 기획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왕좌의 게임' 속 아리아 스타크는 암살 조직인 '얼굴 없는 자들'의 일원으로, 게임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얼굴을 바꾸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잡기 형태의 공격으로 상대를 적중시키면 잠시 상대 캐릭터로 변하며, 그들의 기술을 모방할 수 있죠.

원더우먼의 경우 전반적으로 검과 방패를 든 견고한 플레이를 보여주며, 상징과도 같은 무기인 '진실의 올가미'를 사용해 적이나 아군을 자신에게 끌어오는 면모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릭 앤 모티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가진 매드 사이언티스트(?) 릭 또한 마찬가지로 아이코닉한 순간 이동 포털을 사용한다든지, 미식스를 소환해 적을 공격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요.

다만, 캐릭터들의 기술이 너무나도 특색이 있기 때문에 몇몇 상황에서는 밸런스가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원더우먼처럼 적에게 근접해야만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상대로, 화성인 마빈의 광선총은 그 경직 수치도 어마어마해 쉽사리 접근이 불가능하죠. 이러한 기술의 유불리는 여러 차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체득하지 않으면 초반에는 학습하기 어려운 구조처럼 느껴졌습니다.



▲ 저마다 기술적인 상성이 있지만



▲ 순간에 역전하는 즐거움 또한 존재합니다


여러 캐릭터 아우르는 멀티버스 스토리, '균열' 모드에 다 담았다

체험 버전에서 확인할 수 있던 모드는 2:2 또는 1:1 대전, 그리고 NPC를 상대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가는 '균열' 등이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균열'은 멀티버서스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면서 각종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장치로, 출시 이후 핵심적인 역할을 할 모드로 보였습니다.

균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난투형 게임' 특유의 일반적인 대전의 양상은 장르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매시 브라더스' 시리즈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스매시 브라더스를 경험해 본 플레이어라면 큰 어려움 없이 게임의 규칙을 파악할 수 있고, 곧장 상대를 맵 밖으로 날려버리기 위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편입니다.

이는 맵부터 카메라 시점(1:1 모드에서 대전 격투에 가깝게 줌을 당기는 것 등)에 이르기까지 적용되는 사항입니다. 맵의 경우 게임에 참전한 여러 IP들, 가령 왕좌의 게임이나 루니툰즈, DC 코믹스 등 테마가 어루러진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상대방의 낙사를 유도하는 발판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 형태죠. 물론, 맵마다 여러 가지 기믹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는 있었습니다.

결국 '멀티버서스'의 전투 매커니즘적인 차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만화, 그리고 영화 속 캐릭터들의 특징적인 기술에서 기인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톰과 제리가 핀과 제이크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이 게임에서밖에 볼 수 없는 진귀한 광경이니까요.



▲ 장르가 장르이니만큼 '난투'가 핵심 콘텐츠지만

한편, '균열' 모드는 상대 플레이어와의 계속된 대전에 지친 이들을 위한 안식처이자, 동시에 게임의 이모저모를 알려주는 튜토리얼로서, 그리고 스토리를 진행하고 매 시즌 새로운 콘텐츠를 안겨주는 등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드입니다. 출시 후 첫 시즌에서 만나볼 수 있는 조커의 여정 또한 잠시 엿볼 수 있었죠.

PvE 전투를 통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형태인 '균열'의 구조는 얼핏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형태의 모바일 게임들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칸칸이 나뉜 스테이지는 각각 특징과 만나게 될 적, 그리고 클리어 할 때 획득할 수 있는 보상이 명시되어 있고, 때로는 여러 갈래 중 하나를 선택해 나가면서 진행을 하게 되는 형식입니다.

각 스테이지는 저마다 특징적인 규칙도 존재했습니다. 매번 상대방을 링아웃 시키는 것이 클리어 목표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때때로 배트맨의 거처인 배트 케이브에서 과녁을 명중시키는 미니게임을 진행한다든지, 제한 시간보다 많은 풍선을 터뜨리는 등 여러 즐길 거리를 통해 콘텐츠의 분량을 확장하려는 시도도 엿보였습니다.



▲ 균열 모드를 통해 시즌 별 스토리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정식 출시가 코앞인데... 완성도 낮은 현지화는 개선 필요



▲ 번역 퀄리티 뿐 아니라, 심지어 번역이 안 된 문장이 난무합니다

화면을 가득 메우는 다채로운 캐릭터들은 분명 '멀티버서스'가 가진 장점이지만,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이번 체험 빌드에는 안정성이나 현지화 측면에서 상당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점이 아쉽습니다.

지난 23년 6월까지 계속된 오픈 베타 테스트 당시 '멀티버서스'는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제한으로 플레이 자체가 힘든 게임이었습니다. 현재도 스팀 상점 페이지가 지역 제한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글로벌 동시 서비스를 예고한 5월 28일 시점 제한이 해제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체험 빌드에서 한국어를 공식으로 지원하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었지만, 사용된 폰트나 번역 퀄리티는 빈 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튜토리얼 단계부터 일부 대사가 미번역된 상태로 표시되거나, 엉성한 번역 퀄리티 탓에 배트맨이 전혀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부분 등은 전반적인 게임 몰입도를 크게 저해하는 원인이 됐습니다.



▲ 북미 시장 인기는 압도적이지만, 국내 게이머 감성에 부합할 수 있을지도 걱정되는 부분

게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북미 권역에서 특별히 많은 인기를 가진 측면이 있고, 이들의 유머가 국내 이용자 정서와 잘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비춰 봤을 때, 현지화에 대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벅스 버니의 상징과도 같은 대사 "What's up, Doc?"은 벅스 버니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에 캐치할 수 있지만, "무슨 일이야 선생?"이라고 번역된 문구는 그 '맛'이 덜한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원문의 감성을 100%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현지화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전반적인 퀄리티는 어느 수준 이상으로 선보이는 것이 국내 이용자들의 '멀티버서스'에 대한 긍정적인 첫인상을 심어주는 첫 걸음일 것입니다.



▲ 그렇기에 '현지화'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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