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플레이엑스포에서는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더 코마 시리즈의 개발사 드보라 스튜디오였는데요. 드보라 스튜디오는 올해 플레이엑스포에 더 코마 시리즈의 신작 '더 코마2B'와 뱀브레이스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 '뱀브레이스: 던전 모나크(이하 던전 모나크)' 2종의 게임을 출품하며, 참관객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무려 4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더 코마 시리즈의 신작, 그리고 사실상 완전 신작에 가까운 '던전 모나크'에 이르기까지 그간 드보라 스튜디오가 준비해 온 모든 것들을 이번 플레이엑스포에서 샅샅이 드러낸 모습이었는데요. 이번 플레이엑스포에 참가한 소감부터 신작 2종은 어떤 게임들인지 플레이엑스포 현장에서 드보라 스튜디오 김민호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2개의 게임을 출품했던데 어떤 게임들인지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 올해 출품한 게임은 더 코마 시리즈의 최신작 '더 코마2B'랑 뱀브레이스 IP를 기반으로 한 덱빌딩 오토배틀러 '던전 모나크' 2종입니다. '더 코마2B'는 4년 만에 후속작인데요. 얼핏 2B라고 하니 2편의 후속작이나 외전작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1편과 2편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코마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이면세계 등의 요소를 공유하는 한편, 한국식 오컬트 요소를 녹여냄으로써 기존의 더 코마 시리즈와는 다른 재미, 공포를 선사하는 게 목표입니다.
'던전 모나크'는 저희에게 있어서 아픈 손가락이라고 할 수 있는 뱀브레이스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완전한 신작입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도전하지 않았던 장르의 게임으로 덱빌딩과 오토배틀러, 그리고 디펜스 접목함으로써 기존의 덱빌딩 오토배틀러와는 사뭇 다른 전략성을 녹여내고자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만든 게임들을 보면 스토리 기반의 어드벤처가 많았는데 '던전 모나크'는 그 정반대에 해당하는 게임으로 저희가 만든 게임 중에서는 가장 게임성이 강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연필을 보면 2B 연필이 엄청 짙은데 시리즈 사상 가장 어둡다는 의미로 2B라고 한 건가요.
= 사실 그걸 의도하고 지은 제목인 건 아닌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웃음). 전작을 해봤다면 알겠지만, 주인공인 영호는 여러모로 유쾌한 친구입니다. 절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면세계에서조차 정신을 붙들고 다닐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더 코마2B'에서는 그런 영호조차도 좌절할 정도의 고난을 마주하게 됩니다.
Q. 2편의 외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2편과 3편의 교두보가 아닌 1편과 2편을 잇는 교두복 역할의 타이틀로 구성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 일단 '더 코마2B'의 시간대에 대한 설명부터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더 코마2B'는 1편의 진엔딩 직후부터 2편까지 그 사이를 다룬 게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1편과 2편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타이틀이라고 한 건데 아마 2편을 해본 유저라면 '얘가 왜 여기에 나오지?' 싶었던 부분이 있었을 겁니다. 그 외에도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은 그런 부분이 더러 있었는데 1편과 2편을 개발하면 나름 정립된 설정이나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걸 3편을 개발하기에 앞서 어느 정도 정리할 필요성을 느껴서 '더 코마2B'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Q. 플레이 순서에 따라 2편을 하는 느낌이 다를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순서로 하길 추천하나요?
=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시간대로는 1편 - 2B - 2편 순이긴 한데 이렇게 하면 방금 설명한 것처럼 2편에서 설명되지 않았던 부분을 알게 되니 그런 부분에서 재미를 느낄 것 같고 1편 - 2편 - 2B 순으로 하게 되면 '아, 이게 이런 거였어?' 하는 식의 재미를 느낄 것 같습니다. 어느 순서로 하든 상관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었으니, 취향에 따라 즐기시길 바랍니다.
Q. 외전작이라고 하니 얼핏 플레이타임이 짧을 것 같습니다.
= 사실 '더 코마2B'를 외전작으로 봐야 할지 후속작으로 봐야 할지 좀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후속작이라고 하면 넘버링이 붙거나 전작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곤 하는데 '더 코마2B'는 넘버링이 붙은 것도 아니고 1편과 2편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일단은 외전작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다소 미묘해서 외전작이라고 했을 뿐 게임의 콘텐츠나 완성도 등은 1편, 2편과 큰 차이가 없는 만큼, 플레이타임 역시 비슷하게 가져갈 생각입니다.
Q. '더 코마2B'는 언제쯤 정식으로 만나볼 수 있을까요.
= 현재 약 50% 정도 완성된 상태로 올해 할로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더 코마 시리즈 신작인 만큼, 이번 플레이엑스포를 통해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검증할 예정인데 아직까지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서 이대로만 만들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 중입니다.
Q. 이제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더 코마 시리즈와 달리 '던전 모나크'는 사실상 완전 신작과 마찬가지인데 유저 반응은 어떻던가요.
= 확실히 더 코마 시리즈와 달리 호불호가 갈리는 면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일단 덱빌딩이나 오토배틀러에 익숙한 분들은 금방 적응하고 게임에 대해서도 기대된다면서 대체로 좋게 봐줬는데요. 이런 장르가 친숙하지 않은 분들의 경우 지켜보니 시스템에 대해서 복잡하게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출품 버전은 콘텐츠를 압축해야하다보니 튜토리얼이나 설명이 많이 빠졌는데, 저희로서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게임인 만큼, 어떻게 해야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Q. '던전 모나크'는 현재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인가요.
= 덱빌딩 오토배틀러라는 장르의 기틀이 될 시스템은 거진 완성된 상태입니다. 이제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게임의 스토리, 콘텐츠 등을 확장하는 일만 남은 상태입니다. 어떤 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될지 뒤가 궁금해지는 그런 게임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올해 10월 중 출시가 목표입니다.
Q. 두 게임 모두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데 이번 플레이엑스포에 참가한 나름의 목적이 있을까요.
= 저희 같은 작은 게임사가 이런 게임쇼에 온다는 건 크게 2가지 목적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좋은 게임을 선보임으로써 퍼블리셔를 구하는 거고 두 번째는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게 우리만 재미있게 느끼는 건 아닐지, 유저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현장에서 확인하고 피드백을 받고자 하는 거죠. 저희는 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코마2B'의 경우 유저들이 정말 이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지, 몰입할지 확인하고자 가져왔으며, '던전 모나크'는 저희가 구축한 덱빌딩 오토배틀러라는 시스템을 유저들이 의도한 대로 받아들일지, 이 새로운 시스템을 어떻게 생각할지 확인하고자 가져왔는데 대체로 만족스러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코마2B'의 경우 더 코마 시리즈를 해본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가 섞였는데도 대체로 게임에 몰입하는 걸 볼 수 있었고 '던전 모나크' 역시 유저들의 반응이 다소 갈리긴 했으나 어떤 부분을 유저들이 어려워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알찼습니다.
Q. 5명이 2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 솔직히 많이 힘들었습니다. 회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할 수도 있는데 저희가 모바일 게임을 지난 2년 동안 만든 게 있는데 아쉽게도 이 게임의 매출이 그리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회사를 접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죠. 아마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때 저희 게임의 퍼블리셔분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회사를 접을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는데 그때 퍼블리셔분이 그러더라고요.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못 만드는, 회사를 접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때 큰 도움을 받아서 다시 본격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게 됐는데 그 당시 어떤 게임을 만들지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갈렸습니다.
지금까지 만든 게임은 게임성이 부족했으니 다음 프로젝트는 게임성을 살리자는 의견과 우리가 만든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을 위해서 우리가 잘하는 걸 만들자는 의견으로 갈렸는데 그때 어느 한쪽에 집중할 필요 없이 둘 다 만들자고 결론을 내려서 '더 코마2B'와 '던전 모나크'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Q. 여러모로 모바일 게임으로 쓴맛을 본 것 같은데 그 후 아예 모바일 게임은 염두에도 없던 건가요.
= 아예 없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이제 모바일에서는 대기업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소위 대기업이라고 할만한 게임사들이 건드리지 않았던 장르들이 제법 있었는데 요즘은 대기업부터 온갖 장르에 도전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똑같은 게임을 만든다고 해봤자 대기업 게임보다 잘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우리가 자신 있어야 하는 걸 만들자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앞선 모바일 게임의 실패가 준 교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더 코마2B'와 '던전 모나크'를 기다리고 있을 유저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합니다.
= 저희는 앞으로도 저희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잘하는 것 위주로 게임을 만들 생각입니다. '더 코마3(가제)'의 경우 일단 두 게임을 출시한 후에나 개발에 들어갈 것 같으니 기다리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길 바라며, 그 아쉬움을 '더 코마2B'를 통해 해소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