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스트리밍 서비스 필수 프로그램? 그리드는 대체 뭘까?

게임뉴스 | 박영준 기자 | 댓글: 4개 |



5월 2일, 네이버가 서비스 중인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에 그리드가 적용되면서 화두에 올랐었다. 트위치는 국내 서비스 당시 그리드를 적용하지 않아 쾌적한 환경에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였으나, 이를 온전히 부담하던 트위치 코리아는 결국 적자를 기록하며 한국 사업을 철수했었다.

뒤이어 새로운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치지직은 베타 서비스 중엔 그리드를 지원하지 않았으나 점차 시스템을 가다듬은 뒤, 4월부터 그리드 도입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치지직이 그리드를 도입한다는 발표와 함께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되었다. 당장 옆집에 있는 숲(구 아프리카TV)만 해도 일찍이 그리드를 적용했는데 왜 최근에 다시 재조명을 받는 걸까. 아니 애초에 그리드라는 게 대체 뭘까. 그리고 사용자에게 끼치는 영향이 뭘까.


누구냐, 넌
그래서 그리드가 뭔데


그리드란 연산 처리나 데이터를 사용자의 여러 컴퓨터가 하나의 PC처럼 분산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하자면 스트리밍 서버가 부담해야 할 작업을 시청자의 컴퓨터에 분배해 공유해, 스트리밍 서버가 처리해야 하는 작업의 양이 줄어들어 부담이 적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망 사용료 절감이다.

트위치 코리아가 한국 사업을 철수한 이유 중 하나로 너무 높은 망 사용료를 언급했다. 실제 통신사가 나서 해당 문제에 대한 마찰을 언급했으며, 이에 계속 적자를 기록한 트위치 코리아는 한국 사업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발표했다. 숲과 치지직은 이런 망 사용료의 부담을 덜고자 그리드를 적용한 것이며 실제 전용 프로그램(그리드)을 설치하지 않으면 고화질의 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



▲ 보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가 사용자에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이지만



▲ 그리드가 설치된 컴퓨터는 데이터를 공유하고 분산하는 것


최근에 화두가 된 이유가 뭘까
시장의 확장 & 트위치에 적응이라는 조합


아프리카TV라는 스트리밍 플랫폼은 오래전부터 그리드를 적용했기에 새로운 기술에 대한 부담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치지직 그리드 소식은 왜 이렇게 화제가 되었을까. 단순하다. 트위치 코리아가 그리드를 적용하지 않았으니까. 트위치 사용자는 아무 부가 프로그램을 설치할 일도 없었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고 쾌적한 환경에서 방송을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었다.

게다가 트위치 코리아가 등장한 이후, 국내 스트리밍 시장이 급격히 커진 것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트위치를 사용할 땐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으니 그리드에 대해 알지도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치지직이 그리드라는 이상한 것을 도입한다고 하니 의문과 거부감을 가지는 소비자도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특히 치지직은 베타 당시 그리드를 적용하지 않았으나, 이후 정식 서비스에 앞서 그리드를 적용한 것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네이버 측에서는 미리 그리드 적용에 대해 언급했고, 스트리밍 쪽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을 했겠지만, 이에 대해 관심이 적었거나 잘 알지 못한 사람이라면 잘만 사용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프로그램을 설치하라고 하니 거부감이 든 것이다.



▲ 스트리밍 시장을 확장한 트위치는 그리드를 적용하지 않아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었지만



▲ 바통을 이어받은 치지직은 베타 이후 기간을 두고 도입한 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드가 컴퓨터를 망친다고?
과연 거짓일까? 진실일까?


그리드가 여러 사용자의 PC에 작업을 분배 처리하는 것이다 보니 사용자의 컴퓨터에 부담을 줘서 수명을 갉아먹는다거나, 컴퓨터의 성능이나 인터넷 속도가 떨어진다는 소문이 있다. 이게 정말 사실일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나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초창기 시절 성능이 낮은 PC에서나 치명적이었지, 상향 표준화된 요즘 PC 정도면 그리드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런 소문은 왜 퍼지게 되었을까? 그리드라는 기술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을 시절, 당시에는 획기적인 기능이었기에 사용자 간 파일을 공유하는 등 원래 목적에 맞게 사용되었다. 하지만 항상 새로운 기술이 생성되면 이를 악용하는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그리드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지나칠 정도로 컴퓨터의 성능을 갉아 먹거나, 프로그램 권한을 높게 설정해 PC를 해킹하고 바이러스나 외부 프로그램 설치, 개인 파일 공유 등 치명적인 보안 문제가 발생했다.

게다가 그리드 프로그램의 삭제 방법을 매우 어렵게 변형한 경우가 많아 개인 정보 유출과 더불어 PC 성능 저하, 해킹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도 조치할 수 없었던 당시엔 일명 '좀비 PC'가 이슈화되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오랫동안 사용한 사람 사이에선 아직 그리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남아있다.

물론 네이버나 숲처럼 대기업이라면 위와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단점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아무래도 치지직이나 숲에서 즉시 데이터를 공유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용자의 PC와 공유한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딜레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점인 컴퓨터의 성능, 수명, 보안 이슈는 다행히 단순 루머지만 어쨌든 내 PC에 빌붙는다는 찜찜함과 함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는 점, 딜레이가 발생한다는 점은 참고해야 한다.



▲ 비전문 업체의 그리드가 문제인 것이지, 신뢰도 있는 기업의 그리드라면 큰 문제는 없다



▲ 한두 개 쯤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으나, 너무 과하면 불편함을 야기한다고 보면 편하다


그럼 그리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사실 관리랄 건 없다


그리드 프로그램은 딱히 관리할 게 없다. 사용자가 스트리밍 방송을 보기 시작하면 알아서 백그라운드에서 작업 중이기 때문이다. 방송을 보지 않을 때도 그리드가 실행 중인 게 찝찝하다면 프로그램을 종료한 뒤, 스트리밍 방송을 볼 때만 다시 그리드를 실행하는 것이 제일 괜찮은 방법이다.

그 외로 사용자가 손대거나 설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고 보니 웹 브라우저의 어느 확장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그리드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도 고화질 방송을 시청할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리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괜찮긴 하지만, 이 방법도 언젠가 막힐 것으로 예상한다.



▲ 그리드를 설치해도 방송을 안 볼 때는 끄면 그만이니 큰 걱정은 할 필요 없다


마치며
그리드, 찝찝하지만 한국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렇게 알아봤듯, 옛날에야 해킹이나 강제 프로그램 설치, 컴퓨터 성능 저하 같은 문제가 발생했으나, 현재는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의 그리드 프로그램만 설치한다면 소문처럼 무서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기능이다. 물론 조금 신경 쓰이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한국의 여러 현실적인 여건 속, 스트리밍 플랫폼이 버티기 위해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트위치 철수라는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듯 말이다.

그렇기에 안타깝지만 현재로써는 그리드는 거의 필수라고 봐야 한다. 만약 PC의 성능을 조금이라도 사용하는 게 싫다면 위에서 언급했듯 특정 확장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저화질로 시청하는 방법밖에 없다. 자주 챙겨보는 스트리머가 유튜브 동시 송출을 한다면 그쪽에서 시청하는 방법도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선택을 하기 바란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