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리와 퍼리 애호가를 위한 게임, 나인 솔즈

'실크송' 갈증 말끔히 달래줄 맛있는 2D 메트로배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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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캔들 게임즈의 신작 '나인 솔즈(Nine Sols)'는 공개 당시부터 주목을 모았던 작품이다. 앞서 반교, 환원 등의 공포 게임을 개발했던 개발사의 신작이기에 크라우드 펀딩에도 많은 팬들의 관심과 응원이 모였고, 2022년 첫 공개 이후 순조롭게 개발이 이뤄져 지난 5월 29일엔 스팀을 통해 정식 출시될 수 있었다.

'나인 솔즈'은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의 2D 액션 게임으로, 개발진은 '세키로'나 '할로우 나이트', '카타나 제로' 등 같은 장르의 여러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손으로 그린 것 같은 독특하고 부드러운 비주얼과 컨트롤 중심의 전투를 통해 전작들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강렬한 액션 중심의 게임 플레이를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그간 액션과 거리가 있는 작품들을 주로 만들어온 개발사가 전투 중심의 액션 게임을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걱정이 있었으나, 게임을 플레이하고 앞서 했던 생각들이 모두 기우였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인 솔즈'는 지금도 실크송 출시일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여러 2D 액션 장르 팬들의 갈증을 말끔히 해소해 줄 분명한 대체재, 아니 어쩌면 이를 넘어서는 강력한 신작임이 분명하다.



게임명: 나인 솔즈
장르명: 2D 플랫포머 액션
출시일: 2024.05.29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레드 캔들 게임즈
서비스: 레드 캔들 게임즈
플랫폼: PC
플레이: PC


전작들과는 완전히 달라진 작품의 방향성, '고난도 2D 액션'에 집중




평소 리뷰를 통해 게임에서 좋았던 점을 먼저 소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나인 솔즈'를 즐기며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들을 먼저 이야기해볼까 한다. 나인 솔즈를 시작했을 때,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일반'과 '스토리' 단 두 가지 뿐이다. 개발자가 의도한 전투와 탐험의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일반을, 액션보다 스토리에 집중하고 싶다면 스토리를 선택하라는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인 솔즈의 모든 전투는 '패링'이 기본이 되는데, 사실 적의 모션을 눈으로 보고 타이밍을 맞춰 막아내는 패링 액션이 아무리 해도 손에 익지 않는다면 아무리 스토리 모드라고 하더라도 게임 진행이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레드 캔들 게임즈의 전작 '반교'나 '환원'을 통해 애정을 갖게 된 팬들 중 액션 게임이 익숙치 않은 이들이라면, 더 쉬운 난이도 선택지가 없는 것이 다소 야속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나인 솔즈가 흔히 '소울라이크'로 불리는 여러 어려운 액션 게임들과 같은 카테고리로 나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스토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강력한 보스들은 물론, 보스가 있는 곳까지 가는 길에도 기본 공격 몇 번 만으로 플레이어 캐릭터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무시무시한 적들이 득시글하다. 레드 캔들 게임즈가 선보이는 최신작이라는 문구를 따라가기 전에, 먼저 '세키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어려운 액션 게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플레이할 필요가 있다.



▲ 장르 특성상, 정말 빠른 템포의 패링+회피 액션이 반복적으로 요구된다

두 번째로 아쉽다고 느낀 부분은 미완성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어색한 현지화와 산재한 스크립트 오류들이다. 항상 게임 시나리오로 극찬받았던 레드 캔들 게임즈의 신작답게 '나인 솔즈'에서도 주인공의 숨겨진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심오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때 계속해서 눈에 띄는 번역 오류들이 이야기에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항상 주인공과 반말로 서슴없이 대화하던 상대가 갑자기 어색한 문법의 높임말을 쓴다거나, 항상 오라버니라고 불러주던 여동생 캐릭터가 갑자기 '형' 호칭을 사용하고, 대사의 스크립트가 빈칸으로 표시되고, 가끔 한국어 대신 영어 설명이 그대로 출력되는 식이다. 개발사 역시 이러한 오류들이 빈번하게 노출되는 것을 인식했는지 출시 이후에 네 번의 패치를 진행하며 스크립트 오류를 포함한 크고 작은 문제들을 수정하고 있으나, 한국어 빌드에서 나타난 문제들은 출시 후 약 1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대부분 남아있는 상태다.

만약 스토리에 몰입하기 위해 액션의 재미를 어느정도 포기하고 스토리 모드로 게임을 시작한 게이머라면, 이러한 오류들을 마주했을 때 느끼게 될 아쉬움의 정도 역시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에 반교나 환원에 이어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 나인 솔즈를 플레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개발사의 패치가 전개되는 상황을 잠시만 더 지켜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상황이다.

이외에는 다른 워프 포인트로 빠르게 이동하는 '신유' 기능을 오직 거점인 사계각 노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점, 작은 건물이나 방에 진입할 때도 매번 화면이 전환되며 3~4초 정도의 로딩이 발생한다는 점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졌으나, 플레이 경험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 스토리에 몰입하고 있을 때 발생하는 오류들이 몰입감을 헤치는데, 이런 상황이 꽤 빈번하다



▲ 이야기 전개가 고조되는 순간에도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소울라이크와 메트로배니아, 그리고 '퍼리' 장르 팬들을 위한 탁월한 선택



▲ 특정 보스전에서는 '제로투'를 추는 고양이 수인을 볼 수 있다

이전 문단에서 나인 솔즈의 아쉬운 점을 먼저 나열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요소들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전부 만족스러운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에 게임의 스토리를 깊이 있게 파고들기엔 다소 장애물이 있을 수 있으나, 포커스가 '액션'에 맞춰진 게이머들이라면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고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매력을 갖추고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인 솔즈는 '조작의 재미'가 확실한 게임이다. 전투의 기본이 되는 '패링' 이외에도 일반 공격과 차지 공격, 적의 빈틈을 노려 강력한 대미지를 주는 부적, 적과의 거리를 벌려 대미지를 무시하는 점프와 회피, 먼 거리에서 적을 요격하는 활까지 다양한 조작이 존재하고, 이것들이 모두 다른 버튼에 할당되어 있다. 복잡한 기믹을 연달아 사용하는 보스전에서는 이 모든 조작을 상황에 맞게 전부 활용해야 하는데, 다운 이후의 무적시간 같은 것이 일절 존재하지 않으므로 조금만 반응이 늦어도 적의 공격을 연달아 맞아 순식간에 꽉 차 있던 체력이 전부 사라지곤 한다.

적 캐릭터의 모션을 주의 깊게 보면서 매번 달라지는 상황에 3개 이상의 조작을 순간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성공적으로 반응하면 체력이 전혀 닳지 않은 상태로 적을 공략할 수 있는 등 위험에 따른 보상도 확실한 편이다. 이때의 성취감이 확실하기에, 어려운 구간에선 자연스레 수십차례에 이르게 되는 재도전 속에도 흥미를 잃지 않고 게임 플레이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 초보자들을 가로 막는 첫 번째 통곡의 벽 '절전', 무한반격 활용법을 숙지하면 쉽게 공략할 수 있다

스토리를 클리어하려면 각 지역의 지역보스전을 제외하더라도 총 9번가량의 시나리오 보스전을 필수로 거쳐 가야 하는데, 이때 아무리 도전해도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은 고비가 한 번씩 찾아오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보스의 모든 기믹을 하나하나 눈에 익히고 분명한 타이밍을 익히는 수밖에 없지만, 나인 솔즈는 이때의 난관을 헤쳐갈 수 있도록 여러 돌파구를 마련해 두었다. 필드의 적들을 잡아 레벨을 올리거나, 떨어지는 금을 모아 장비를 강화하는 식이다.

물론 레벨을 올리더라도 공격력이나 체력 수치가 바뀌지는 않지만, 이때 획득하는 스킬 포인트를 활용하여 스킬을 하나 더 갖추는 것만으로 전투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동시에 플레이어가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합해서 장착할 수 있는 '옥석', 체력 회복 수치와 원거리 공격 횟수를 늘리는 장비 업그레이드, 최대 HP를 늘리는 독약 조달 등 다양한 스펙 강화 수단이 제공되므로, 일반적인 로그라이크 장르가 너무 어렵게 느껴졌던 이들도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도전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 레벨을 올려 해금할 수 있는 강력한 스킬들이 준비되어 있다

게임 진행도에 따라 하나씩 차례로 해금되는 추가 능력을 활용하여 밀도 있게 구성된 넓은 월드맵을 탐험하는 메트로배니아 요소도 나인 솔즈의 게임 플레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초반엔 이동할 수 없는 구간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후반에 여러 이동기와 특수기를 갖추고 나면 여러 지역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져있는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지도 정보를 획득한 후에는 각 지역에 남아있는 아이템 갯수도 월드맵을 통해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1회차 게임 플레이에서도 게임 내에 마련된 모든 지역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알차게 즐길 수 있었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1회차 플레이를 하는 동안은 얌전히 스토리만 차례차례 따라가고, '월드 맵 100% 달성' 업적은 스토리 후반부로 밀어두라는 점이다. 마지막 스토리에 진입하기 바로 전까지 다른 서브 스토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으며, 한번 방문했던 노드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신유'와 이단 점프인 '종운보'까지 전부 해금한 뒤에 맵을 돌아보면 길이 막혀서 헛걸음할 걱정이 없으니 돌아보기도 한결 편해지기 때문이다.



▲ 맵에는 다양한 퍼즐이 존재하고, 이것들을 하나씩 찾아 해결하는 탐험의 재미가 가득하다

앞에서 여러 스크립트 오류 탓에 이야기에 몰입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나인 솔즈는 스토리 전개와 연출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 만화의 컷 분할을 활용한 연출이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기도 하고, 한 폭의 풍경화 같은 아름다운 맵 비주얼과 컷씬 연출을 동시에 활용하여 지루할 새 없이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탠딩 일러스트와 함께 출력되는 대사 스크립트 오류 몇 가지를 제외하면, 사실 스토리와 연출은 나인 솔즈의 장점 중 하나로 언급할 수 있는 부분에 가깝다. 공포 게임 개발사의 저력을 십분발휘한 듯한 다양한 공포 연출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 중 하나다.



▲ 만화책을 읽는 것처럼 컷 분할로 전개되는 연출은 물론,



▲ 애니메이션 컷신을 삽입하는 등, 다양한 연출을 활용한 것이 돋보인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1회차 플레이의 풍부한 볼륨이다. 나인 솔즈에서는 맵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숨겨진 요소를 찾고 스토리를 따라가며 즐기는 것만으로도 약 20시간 이상의 플레이 볼륨이 기본적으로 보장된다. 수집물의 수집, 콘텐츠 달성 여부와 선택지에 따라 달라지는 두 가지 엔딩이 존재하는데, 각각의 엔딩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여기에 보스나 강적을 공략하기 위해 수십번 반복하며 도전하는 시간까지 모두 더하면, 일반 모드 1회차 총 플레이 타임은 대략 30시간가량이 된다.

충분한 플레이 볼륨과 퀄리티를 갖춘 AAA급 게임이 제작되고 유통되기 위해 게임 타이틀에 약 '9만 원' 이상의 가격이 책정되어야 한다는 게임 업계 관계자의 주장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30시간 이상에 달하는 플레이 볼륨을 갖춘 웰메이드 액션 게임이 정가 3만원 돈에 판매된다는 것은 게이머에게 있어 놀라우면서도, 동시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나인 솔즈는 액션이면 액션, 분량이면 분량, 여기에 '퍼리' 장르의 애호가들이 선호할만한 매력적인 캐릭터와 비주얼까지 알차게 갖춘 게임이 됐다.



▲ 콘텐츠 달성도에 따라 서로 다른 두 개의 엔딩을 볼 수 있다



▲ 공포 게임 개발사다운 여러 호러 연출을 감상하는 재미도 각별하다



나인 솔즈를 플레이하고 대만의 인디 게임 개발사 레드 캔들 게임즈의 저력은 어디까지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인디 개발사가 지금까지 만들던 것과 다른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것부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이들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더 높은 완성도의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만약 다음 차기작으로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성격의 리듬 게임, 또는 RPG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기대감을 품고 기다릴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어떤 이들은 시장에 이미 나와 있는 훌륭한 선례들을 답습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할 수 있겠으나, 도교 신앙과 사이버펑크의 색채를 버무려 기존의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관을 그려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인 솔즈는 단순히 도전에 그치지 않고 '소울라이크 액션', 그리고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게임을 좋아하는 팬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할 수 있는 작품성까지 갖춘 작품이니, 조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빠른 액션을 선호하는 게이머라면 꼭 직접 플레이해 보길 바란다.












  • 보스 공략의 재미 더하는 상쾌한 패링 액션
  • 도교와 사이버펑크 버무린 신선한 세계관
  • 밀도 있는 월드맵 구성과 탐험의 재미
  • 25시간 훌쩍 넘기는 든든한 1회차 볼륨
  • 미완성인 현지화와 산재한 스크립트 오류
  • 액션 초보자에겐 쉽지 않은 전투 난이도

리뷰 플랫폼: PC (출시 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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