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F수첩] 여름의 시작에서 만난 '글로벌 게임 이벤트', SGF

칼럼 | 김수진 기자 | 댓글: 1개 |



여름의 시작과 함께 미국 LA에서 막을 올린 서머게임페스트 2024. 유튜브 시어터의 SGF 킥오프쇼를 시작으로 쇼케이스에서 선보였던 게임 일부를 미디어 대상으로 선보이는 비공개 이벤트 SGF 플레이데이까지 4일에 걸친 장정이 끝이났다.

그리고 인벤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SGF 측으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았다. SGF가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그 초반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였던 만큼, 회사의 전폭적 지원 하에 (하필 내가) 2년 연속 미국 LA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렇게 2년을 경험한 SGF는 뭐랄까, 참 독특한 행사, 아니 이벤트 주간이라고 보는 게 맞는 듯 하다. 나름 E3와 게임스컴 등 글로벌 대표 게임쇼들을 경험해봤지만, SGF는 그런 거대 게임쇼들과는 완전히 그 성격 자체가 다르다.



▲ 유튜브 시어터에서 2년 연속 진행된 SGF 킥오프쇼



▲ 퍼스트 디센던트 트레일러의 현장 반응은 매우 좋았다



▲ 킥오프쇼에서도, 플레이데이 현장에서도 볼 수 있었던 츠지모토 료죠

오프라인 쇼가 아니라,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여름 기간의 긴 쇼케이스들에 집중한 '이벤트 모음'이다. 괜히 이름이 '서머 게임 페스트'인게 아니다. 킥오프쇼를 시작으로 온라인으로 수많은 쇼케이스들이 진행되고, 그 중 일부 게임사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개별 쇼케이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SGF 킥오프쇼에 이어지는 플레이데이 역시 일반적인 게임 행사가 아니라, 비공개로 이루어지는 네트워킹 행사에 가깝다. 북미 현지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킥오프쇼에서 선보인 일부 게임을 시연하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준비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미디어들이 모여든 기간에 맞춰 큰 게임사들은 개별 비공개 오프라인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한다.



▲ 플레이데이 행사장의 외부는 이런 느낌



▲ 그리고 HQ는 이런 느낌이다

플레이데이의 경우, 최근 성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다양한 팝업 행사장들의 모음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작은 개별 건물들이 여러개 모여 하나의 행사장을 이룬다. 보여줄 것이 많은 게임사들은 그 건물들을 하나씩 차지해 자체 부스를 꾸리고, 그 중 가장 큰 건물은 플레이데이의 본부 역할을 하면서 게임사들의 작은 시연 부스 겸 테이블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이 행사장 전체는 거대한 비공개 네트워킹 장소로 변모한다. 입장 자체도 원하는 대로 들어올 수 있는 게 아니라, SGF측에서 초청을 받아 등록한 미디어나 크리에이터만 할 수 있다. 다만 현장에 부스를 마련한 게임사들이 일부 인원을 초대하는 건 가능하다.

이렇게 초청 후 참석을 확정지어 리스트에 등록된 미디어에게는 약 2달에 걸쳐 수많은 부킹 메일들이 날아오게 된다. 참여 게임사들은 미디어의 규모나 소속 국가 등을 확인하고 자신들의 게임을 소개하기에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플레이데이 기간 동안 시연이나 인터뷰, 핸즈오프 등의 약속을 잡는다. 아무래도 이 기간이 제일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메일함으로 날아오는 수많은 부킹 메일 중에서 내가 관심있는 게임, 그리고 한국 시장에서 관심이 있을만한 게임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하나하나 시간 약속을 잡아야 하기에 다른 일정과 겹치지 않도록 특정 어플을 사용하는 곳들을 제외하면 평균 10회 가량의 메일을 주고받아야 한다.



▲ 예약을 확정한 곳의 반 정도, 2달 가량 정말 많은 곳들이 메일을 보낸다

여기까지 본다면, 그냥 평범한 비공개 게임 시연 행사가 아닌가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분명 게임을 시연할 수 있는 부스들이 마련되고, 그 중에는 최초로 데모를 선보이는 게임들도 꽤 있다. 그러나 이 행사는 그냥 주어진 시간동안 혼자 게임만 해보고 다음 부스로 이동하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게임사들이 시연 버전을 가져오는 이유는 기사나 영상, SNS 등으로 노출되고자 함도 있으나,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얻고 또 다른 약속, 다음의 약속을 잡고자하는 목적도 있다. 실제로 작년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던 몇몇 회사는 그 이후 진행된 게임스컴이나 도쿄게임쇼 등에서도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고, 올해도 행사 등록을 하자마자 바로 메일을 통해 참석 의사를 물어왔다. 그리고 반대로, 북미 지사가 참여하는 게임사들의 경우 한국보다 현지 매체들에게 집중하기 위해서 초청 메일 자체를 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 게임 시연 시 개발자와 1:1로 앉아 대화를 나누며 플레이할 수 있다

또한 현장의 분위기 역시 일반적인 시연 중심 행사와 완전히 다르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 부스를 찾으면, 개발자가 옆에 앉아 1:1로 게임에 대해 설명하고, 시연 도중 생기는 질문에 바로바로 대답하는 방식으로 세션이 진행된다. 그리고 그 시연과 대화의 과정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당일 세션이 종료되고 메일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애셋들이 공유된다.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몇 달에 걸쳐 30분단위로 예약을 잡다보니, 인기있는 게임의 경우 순식간에 일정이 풀로 잡혀버린다. 미리 메일을 통해 약속을 잡지 못한 게임들은 현장에서 비는 시간을 확인하고 추가 예약을 할 수 있는데, 인기 게임이나 게임사는 이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거대한 네트워킹 행사답게, 이벤트장 곳곳은 수많은 이들이 게임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소리로 가득하다. 아무래도 처음 시연 버전이 공개되는 게임들도 일부 있기에 그런 경우 순식간에 여러 명의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게임의 느낌과 장단점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올해는 아무래도 팬텀 블레이드 제로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들려온 편이다.



▲ 플레이데이 양일 파티를 주최한 EA와 넷플릭스 부스

행사장은 모든 '업무'일정이 종료되는 시간이 되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파티장으로 변한다. 매일 다른 게임사가 파티를 주최하며, 마지막날은 SGF 공식 클로징 파티가 열린다. 이 자리는 좀 더 프리한 분위기이며, 세션동안 자신의 부스에 있던 개발자들도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뭐랄까, 오직 플레이데이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물론 영어 회화가 매우 좋은 편은 아니기에 현지 기자나 개발자들과 완벽히 편안한 대화는 어렵지만, 그들이 하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다른 나라들의 상황 등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참 귀한 일이 아닌가 싶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렇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더욱 그렇다.



▲ 곳곳에서 다들 편안하게 게임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올해 SGF 킥오프 쇼케이스는 라인업이 조금 아쉽다는 평가가 있었다. 뭔가 완전한 신작의 정보가 나온 것도 아니고, 깜짝 정보가 공개된 것도 없어서다. 하지만 플레이데이는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참여하는 게임사도 조금 더 늘어났고, 행사장도 작년보다 한층 더 정리된 편이었다. 그리고 넥슨이 플레이데이에 참여하면서 한국 기자로서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플레이데이의 규모가 거대해져서 오프라인으로 E3를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는 글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SGF 자체가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 집중하는듯 하고, 실제로 플레이데이 역시 온라인 쇼케이스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다. Xbox나 유비소프트 등이 플레이데이 대신 자체 온라인 쇼케이스에 이어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물론, 게임 기자의 입장에서는 E3가 사라지며 비어버린 6월에 새로운 게임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는 것 만으로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 올해 플레이데이 현장에 참여한 넥슨의 시연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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