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아직은 좀 더 정제가 필요한 난장판 '아수라장'

게임소개 | 윤홍만 기자 | 댓글: 11개 |

한때 게임업계를 휩쓸었던 배틀로얄의 위세도 이제는 예전만 못합니다.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해 '포트나이트'의 배틀로얄 모드, '에이펙스 레전드' 등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이렇다 할 신작들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죠.

슈터를 기반으로 한 배틀로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쿼터뷰 기반의 배틀로얄도 마찬가지죠. 어떻게 보자면 더 힘든 상황으로 사실상 님블뉴런의 '이터널 리턴'을 제외하면 신작은커녕 살아남은 게임도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새롭게 쿼터뷰 배틀로얄 장르에 도전장을 내민 게임이 있는데요. 디자드가 개발 중인 난투 배틀로얄 '아수라장(修羅場)'이 그 주인공입니다.

지난 12월 한국과 일본, 대만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CBT를 통해 게임성을 검증한 '아수라장'은 이번 오픈 베타 테스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게임을 알릴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요.

보는 맛, 듣는 맛, 그리고 제일 중요한 싸우는 맛에 이르기까지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준 '아수라장'입니다. 난투와 배틀로얄, 쉽게 섞이지 않을 이 두 요소를 '아수라장'은 어떻게 섞었을지, 그리고 난투 배틀로얄이라는 장르적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취급되는 '배틀크러쉬'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오픈 베타 테스트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귀여운 첫인상, 비주얼은 합격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건 비단 음식에만 한정된 얘기가 아닙니다. 보기 좋은 게임은 하기도 좋은 법이죠. 수집형 RPG에서 능력치가 별로인데도 매력적인 외모로 사랑받는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외모가 곧 성능인 법. 이처럼 게임의 그래픽, 비주얼은 그 게임에 애착을 품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아수라장'의 비주얼은 여러모로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오픈 베타 테스트에서는 총 12명의 캐릭터(아수라)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저마다 개성 넘치고 보는 맛이 있었죠. 이는 단순히 캐릭터 외형만의 얘기가 아니었는데요. 일본어 더빙 역시 대체로 준수한 퀄리티여서 게임을 하면서 여러모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줬습니다.




이펙트 역시 딱히 흠잡을 만한 데가 없었습니다. 가끔 화려한 연출을 보여주고자 이펙트 등을 너무 과하게 해서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도 '아수라장'은 딱 적당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개성적인 스킬 연출은 물론이고 궁극기 연출, 그리고 적을 처치했을 때 날아가는 연출에서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등 딱 필요한 수준으로 정제된 느낌을 안겨줬죠.

카툰 렌더링이나 서브컬처 스타일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비주얼에 대해서는 안 좋은 말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연출로 인한 보는 맛과 개성적인 일본어 더빙으로 인한 듣는 맛 모두 훌륭한 편이었습니다.



▲ 아직은 몇 개 없지만, 스킨 퀄리티 역시 대체로 만족스러운 편



난투 배틀로얄에 대전 격투 느낌 한 스푼




난투 배틀로얄이라는 장르적 특징 때문일까요.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수라장'은 여러모로 '배틀크러쉬'와 흡사한 느낌이었습니다. 공격과 회피, 점프 등의 행동을 할 때마다 스태미나가 소모되기에 무턱대고 쓰면 안 된다는 점부터 자기장 대신 위험구역의 발판이 떨어진다는 점, 심지어는 체력이 다 떨어져 그로기 상태일 때 적을 공격해서 날려버린다는 점까지 판박이였죠.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플레이 감각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파밍과 강화 요소, 그리고 아이템의 쓰임새까지도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었죠. 똑같은 장비 아이템을 먹으면 해당 장비가 강화되고 여기에 더해 다양한 소비형 아이템을 이용해 전투를 전략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 역시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 소비형 아이템은 아끼지 말고 팍팍 쓰도록 하자

이렇게만 놓고 보면 '아수라장'은 얼핏 비주얼을 제외하면 '배틀크러쉬'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렇다고 마냥 같았던 건 아니었습니다. 게임의 플레이 감각에서 약간 차이가 있었는데 '배틀크러쉬'가 경쾌한 난투를 지향한 느낌이라면 '아수라장'은 마치 대전 격투를 떠올리게 하는 심리적인 수싸움 요소를 녹여냄으로써 좀 더 정제된 난투를 지향하는 느낌이었죠.

정제된 난투라고 하니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복잡한 건 아닙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마구잡이로 뒤섞여 싸우는 와중에도 상태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인데요. 어떤 캐릭터는 스킬을 쓰면 슈퍼 아머 상태가 되는데 이럴 때는 무턱대고 공격하면 오히려 휘말려 들 수 있으니 슈퍼 아머를 부술 수 있는 스킬을 쓰거나 하는 식의 전략이 요구됩니다. 반격기를 지닌 캐릭터라면 상대의 공격을 유도해서 반격기를 날려 흐름을 뒤집는 것도 가능할 정도죠.




대전 격투 요소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캐릭터 저마다 다양한 콤보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만했죠. '아수라장'의 캐릭터 조작은 다른 MOBA와 비교하면 간소한 편입니다. 일반 공격, 특수 공격(반격, 강공격), 고유기(스킬), 점프, 궁극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어떻게 조합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콤보를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수 공격이 적을 공중에 띄우게 하는 캐릭터라면 특수 공격 - 점프 - 3연속 일반 공격으로 단숨에 반피를 깎을 수도 있죠. 이외에도 일반 공격이 느린 봉술가의 경우 일반 공격 - 고유기 - 일반 공격 - 고유기 - 일반 공격을 쓰는 식으로 해서 콤보를 이을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콤보에 더해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얼마든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대전 격투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죠.

회피와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할 경우 발동하는 회심의 일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은 교전 중 어쩌다가 발동하는 경우지만, 익숙해진다면 상대의 공격을 유도한 후 쓰는 것도 가능하죠. 더욱이 공중에 뜬 상태에서는 대부분 무력해지는 만큼, 잘만하면 흐름을 뒤집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아수라장'은 난투를 지향함에도 제법 전략적인 요소들이 눈에 띄었죠.



▲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할 경우 발동하는 '회심의 일격'



게이머가 '난투'에서 원하는 건 '난장판'이 아니다




타이틀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아수라장'은 시도 때도 없이 난투가 벌어지곤 합니다. 배틀로얄 장르로서는 TTK가 상당히 빠른 편이죠. 하지만 이게 마냥 좋았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배틀로얄이라는 장르는 결국 최후의 1인, 1팀이 되어서 승리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런 배틀로얄 장르에서 A와 B가 싸우는데 난입한 C가 이기는 것만큼, A와 B 입장에서 이보다 더 뒷목을 잡을 상황은 없을 겁니다. 단순히 뒷목을 잡고 끝나는 게 아닌 불쾌함을 유발해 게임을 접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죠.

슈터 기반의 배틀로얄은 그나마 이런 난입에서 다소 자유롭습니다. 장비 파밍에 따라 어느 정도 격차가 갈릴지언정 플레이어 실력이 더 중요하기에 헤드샷으로 한 방에 쓰러뜨리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쿼터뷰 기반의 대전 배틀로얄들은 다릅니다. 한방에 처치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이터널 리턴'을 비롯해 '배틀크러쉬' 등 쿼터뷰 기반 대전 배틀로얄 게임들은 이런 불쾌한 경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안전장치를 만들곤 합니다. '이터널 리턴'의 경우 상대 팀을 전부 쓰러뜨리면 '터미네이트'라고 해서 우리 팀의 체력과 스태미나를 거의 최대치에 가깝게 회복시켜서 난입한 제삼자가 무조건 유리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배틀크러쉬'는 적을 15m 이상 날릴 경우 기력의 40%를 즉시 회복하는 기력 구슬이 생성되는 기력 회복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다양한 상황에서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정리하자면 '이터널 리턴'과 '배틀크러쉬'의 이러한 안전장치들은 난전이 난장판이 되지 않도록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게임들과 비교하면 '아수라장'이 추구하는 난투는 아직 여러모로 아쉬운 모습이었습니다. 난전이 벌어질 경우 정정당당히 맞붙는 것보다 기다렸다가 난입하는 게 이점이 더 큰 느낌이어서 개선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건 이뿐만이 아니었는데요. 후반부 성장 차를 메우기 위한 시스템 역시 필요해 보였습니다. 배틀로얄 장르에서 초반 스노우볼이 중요하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 없겠지만, 그럼에도 많은 게임들이 후반부 이러한 성장 차를 메울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하곤 합니다. 초반 플레이가 꼬이더라도 극복할 수 있도록 한 건데요. '아수라장'은 아직 그런 부분에서 미흡하다고 느꼈습니다. 장비는 운 좋게 좋은 장비를 얻는다거나 할 수 있지만, 체력과 대미지 등 기본 스탯을 올려주는 '데이터 조각'은 오직 교전을 통해 상대를 쓰러뜨려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데이터 조각의 경우 초반에는 크게 체감되지 않지만, 대여섯 개 이상 먹게 되면 그때부터는 성장 차가 크게 발생해 장비 차가 어지간히 크지 않는 이상 제대로 된 교전이 성립되지 않을 정도였던 만큼, 후반부 데이터 조각으로 인한 성장 차를 메울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정리하자면 '아수라장'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난투 배틀로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뿐더러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인한 보는 맛은 물론이고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싸우는 맛 역시 확실했죠.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아수라장'의 숙제는 명확합니다. 이번 오픈 베타 테스트에서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일만 남은 것이죠. 그나마 다행인 건 다른 게임들이 걸어왔던 길인 동시에 해결한 문제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지난 12월 진행한 CBT 피드백을 바탕으로 한층 더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온 '아수라장'인 만큼, 이번 오픈 베타 테스트에서의 피드백을 통해 다음에는 완벽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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