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요버스는 20일, 자사의 신작 '젠레스 존 제로'의 출시에 앞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시연회를 진행했다. '젠레스 존 제로'는 호요버스 특유의 카툰렌더링 그래픽과 액션 노하우를 도시적인 감성의 새로운 스타일로 녹여낸 작품으로, 2022년 최초 공개 이후 2년 동안 세 번의 테스트를 거쳐 완성도를 높여왔다. 그리고 오는 7월 4일 PC, 모바일, PS5로 정식 출시를 앞둔 '젠레스 존 제로'가 세 차례의 테스트 피드백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미리 확인해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신규 지역 '루미나 광장'의 추가였다. 그간 '젠레스 존 제로'는 최후의 도시 뉴 에리두라는 설정을 강조해왔지만, 새로 개발 중인 구역과 일상적이고 소소한 거리인 6단지 외에 대도시의 면모가 부각되는 곳이 없어 단조로운 느낌이 있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번화가 '루미나 광장'은 여러 도시들의 랜드마크와 특성을 한 곳에 혼합,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최후의 현대적인 도시라는 느낌을 은연 중에 확인할 수 있었다. 역에서 내리면 스크램블과 109가 연상되는 빌딩은 시부야에서 모티브를 딴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강변은 상하이 황푸 강 인근의 느낌에,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를 연상케하는 디자인의 다리와 여러 도시의 랜드마크가 연상되는 빌딩들의 실루엣까지 본격적으로 '도시'라는 배경을 어필하고자 하는 시도가 엿보였다.
이와 함께 '뉴 에리두'라는 도시의 일상적인 모습과 비일상적인 면을 다양하게 보여주고자 하는 설계들이 추가됐다. 저번 테스트에서 치안국 소속 '주연'이 새롭게 등장한 것처럼, 이번 시연에서는 뉴 에리두의 치안을 관리하는 조직들이 점차 전면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퀘스트, 의뢰로만 이야기나 보상이 흘러갔지만 이제는 일상에서 나 혹은 여러 비상 사태 등으로 치안국이 나서야 할 상황들이 비교적 자주 발발한다. 이 상황에서 유저가 시민의 선의로 도움을 주면서 보상을 얻거나, '뉴 에리두'의 또다른 이면의 이야기를 탐색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전에는 6단지 안에서 다 해결할 수 있던 콘텐츠들도 다른 지역에 배분하면서 '뉴 에리두'라는 도시를 좀 더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게끔 했다. 캐릭터 강화 재료를 획득하는 VR 시뮬레이터는 루미나 광장의 HIA 클럽으로 옮겨갔으며, 주간 로그라이크 콘텐츠인 제로 공동과 나선 비경 느낌의 시유 방어전은 전초기지에 할당됐다.
이러한 공간의 분리는 어찌 보면 편의성이 떨어지는 요소로 보이지만, 방어전이 펼쳐지고 있는 전초기지의 모습에서 '뉴 에리두'에 닥쳐온 위기가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간 실물을 직접 외부에서 볼 일이 거의 없어서 어떤 느낌인지 몰랐던 '공동'이 도시를 파괴하고 자리잡고 있는 구역이기 때문이었다.
젠레스 존 제로의 분위기는 밝은 편이지만, 실제 세계관을 들여다 보면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가깝다. 근미래, '공동'이라는 재난 때문에 최후의 도시 '뉴 에리두'만 남아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그 도시를 중심으로 문명을 복원하는 한편, 그곳에도 닥쳐오고 있는 '공동'을 조사하고 이 현상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다. 다만 주인공인 와이즈와 벨 남매는 정부 소속이 아닌, 비합법적으로 공동 탐사를 진행하는 이들을 외부에서 서포트하는 '로프꾼'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정도로 위험한 전선에 뛰어들지는 않았다. 기업들의 음모나 갱단이 엮인 사건 등도 풀고 특수 요원인 11호와 함께 반군의 신뢰를 얻는 첩보 작전에 뛰어들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사이드였을 뿐 뉴 에리두라는 도시 자체를 위협할 만한 무언가에 전면적으로 부딪힌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이번에 전초기지에서 보게 된 '공동'은 사뭇 달랐다. 구체와 사건의 지평선 같이 생긴 띠 같은 것이 감싸고 있는 공동은 마치 블랙홀 같은 느낌에, 그 주변에 잔해들이 둥둥 떠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 위력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다만 빌드에서 스토리 파트는 이미 다 클리어가 된 상태라, 그 구간까지 어떻게 가게 됐나 일련의 과정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전에는 그 위험한 구역을 왜 탐사하고 주기적으로 소탕해야 하는지 그저 페어리의 설명이나 텍스트로 들어온 의뢰에 의존해서 H.D.D로 들어갔던 것보다 좀 더 생생하게 그 콘텐츠가 무엇인지 체감이 됐다. 그런 만큼, 정식 출시에서는 이와 관련된 파트가 스토리로 풀리면서 '뉴 에리두'의 모습을 더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색다른 느낌의 신규 진영 '칼리돈의 자손들'의 캐릭터도 최초로 등장했는데, 이들이 본편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도 주요 포인트 중 하나로 추측된다.
이렇게 새로 선보인 요소 중 일부는 원신, 스타레일 등 호요버스의 전작에서 보았던 내용을 변주한 느낌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각 지역의 냥냥이 치안관이 주는 과제를 달성해 스티커를 모으고 보상을 얻는 것은 스타레일의 '꿈세계 여권'과 유사했다. 중간에 고장난 방부를 고치는 것은 스타레일에서 보여준 회로 퍼즐을 간소화한 버전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부담감을 더 낮추기 위한 시도들이 엿보였다. 일일 퀘스트 달성도도 제로 공동 한 번 플레이로 끝내거나 혹은 카페, 오락실 등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끝나는 등 '숙제'에 소모되는 시간을 줄였다. 그리고 어지간한 재료들은 잡화점에서도 데니로 구매, 재료를 얻기 위한 소위 뺑뺑이를 줄이게끔 유도했다. 아울러 일종의 유물인 '디스크'도 자신이 원하는 파츠를 좀 더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레코드점에 부위까지만 정할 수 있는 '중급 조율'에 트랙 종류를 고를 수 있는 '고급 조율'까지 추가했다.
전투의 기본 메카니즘은 이미 세 차례의 CBT를 거쳐서 완성도를 높인 만큼,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일반 공격과 강공격, 회피 후 특수기, 특수 공격, 궁극기, 교체 후 패링과 지원이라는 핵심 시스템을 활용해서 맹공을 퍼붓고, 적의 공격을 회피 혹은 교체해서 패링이나 지원 사격으로 콤보를 쭉 이어나가는 소위 '퀵스왑' 액션의 손맛은 이미 테스트 때 완성이 되어있었기 떄문이다.
강공, 방어, 이상, 격파, 지원 등 각 역할군은 속성을 누적해서 속성 이상을 일으키는 것에 특화된 '이상', 적을 그로기시키는 것에 특화된 '격파' 정도만 부가 설명을 들으면 나머지는 딜러, 탱커, 서포터 이렇게 치환해도 무방했다. 여기에 물리, 에테르, 불, 전기, 얼음 다섯 개의 속성마다 속성 대미지를 누적시키면 속성 이상이 발동하는데, 이 상황에서 다른 속성으로 속성 이상을 발동시키면 '혼돈' 상태가 되며 추가 피해를 주는 것이 '젠레스 존 제로'의 속성 시스템의 핵심이다.
이 부분은 이미 지난 테스트에서 소개가 됐지만, 이번 시연에서는 이를 좀 더 확실하게 체크할 수 있도록 개선된 사항이 눈에 띄었다. 속성 피해가 누적된 상황과, 속성 발동 현황을 적의 체력 게이지 옆에 크게 표시해두면서 그 진도를 보고 다른 속성의 캐릭터로 태그해서 혼돈 상태를 이끌어낼지, 아니면 같은 속성 캐릭터로 피해를 누적해서 속성 이상을 발동할 지 빠르게 확인하고 주도적으로 액션을 이끌어나갈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여기에 각 메뉴를 이리저리 둘러보기 편하도록 단축키를 세밀하게 배정한 것도 눈에 띄었다. 특히 컨트롤러를 활용할 때 스타트 버튼을 누르지 않고 L1나 L2키를 누르고 다른 키를 같이 눌러서 여러 메뉴로 바로 볼 수 있게끔 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편해진 느낌이었다.
물론 '젠레스 존 제로'의 기본 틀 자체는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흔히 알던 액션 RPG라는 형태에 호요버스 특유의 그래픽과 디자인 그리고 액션의 노하우와 디테일을 담은 형태이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수집하고 그들을 팀으로 편성해서 전투에 돌입, 각자의 스킬과 회피기 그리고 태그로 '액션'을 다듬어나가는 양상 자체는 그간 여러 곳에서 선보인 액션 RPG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 스킬 구성을 단순화하면서 QTE 상황이 아니더라도 태그 콤보를 쭉 이어나가게 하는 구성으로 한층 더 빠른 속도감을 이끌어냈다. 그로기 후에 캐릭터를 교체하면서 특수기 콤보를 이어나가는 '콤보 스킬'에서는 역동적인 씬의 전환으로 박력도 추가했다.
이렇게 완성한 틀에 유저들을 배려한 편의성과, 세계관을 더욱 자세하게 보여주기 위한 디테일이 더해지면서 '젠레스 존 제로'는 어떤 이야기와 업데이트가 펼쳐질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전에도 로그라이크 요소를 더한 콘텐츠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의 스테이지로 차별화를 꾀하긴 했다. 그러나 결국 다소 밋밋하게 의뢰, 스테이지 내역만 드라이하게 텍스트로 혹은 스크린 속의 또다른 스크린으로 전달받는 기존의 형태와 다를 바 없었다.
이 구도를 스토리 그리고 세계관과 더 엮어서 '뉴 에리두'라는 공간을 좀 더 조명하고, 불편함은 최대한으로 줄인 '젠레스 존 제로'의 디테일은 사뭇 놀라웠다. 특히 호요버스 게임하면 아무래도 타 게임보다 방대한 '규모'를 내세웠던 만큼 일부 불편함은 다소 감수한 상태에서 차츰 나아지는 걸 기대하지 않았나. 그러나 '젠레스 존 제로'는 조금 더 기민하게 그런 부분을 다듬으면서 디테일을 갖춰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런 만큼 과연 이들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와 액션, 경험을 유저들에게 제공할지, 앞으로 일주일 뒤에 찾아올 그날을 기대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