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 업무가 있어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문득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게 떠올랐다. 살면서 갈 기회가 몇 번 있었을 터인데 어쩌다가 한 번도 안 가게 되었는지 막상 생각해 보면 모르겠지만, 왠지 가기 싫은 느낌이 들곤 했다. 아무래도 인터넷이나 주변을 통해 용던(용산 던전)에 대한 괴담을 들은 것 때문에 그런 것으로 추측한다.
지하로 가는 길목에 깡패들이 숨어있다가 돈을 뜯는다거나, 터무니없이 비싼 금액을 부르는 상인이라던가, 그 유명한 '손님 맞을래요'라던가. 업무로 들르는 곳과는 다른 장소의 소문이지만 저런 괴담 때문에 용산이라는 지역 자체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고 자연스레 가길 꺼렸던 것 같다. 그와 별개로 오래전부터 최신 전자 제품을 취급하는 곳이기도 해.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도 있긴 했다.
업무가 끝났을 때 곧바로 복귀하기보다는 뭔가 재밌는 거리가 없을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일이야 어차피 복귀하는 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고, 무더위 속에서 2시간이나 버스 타고 왔는데 바로 가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든 것도 있다. 과거에 전자 제품의 성지라 불렸던 곳답다고 할까, 잠깐만 돌아보았는데도 유명 브랜드나 최신 제품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었다.
단순 PC나 게이밍 기어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구경하기 어려운 특이한 것도 있었다. 마치 키덜트를 위한 하나의 놀이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가볍게 돌아다니며 꽤 눈에 밟히는 곳들을 일부 찍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