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검은 신화: 오공', 직접 체험해본 느낌은?

게임뉴스 | 윤홍만 기자 | 댓글: 16개 |

작년 게임스컴 최고의 화제작에 오르기도 했던 게임 사이언스의 신작 '검은 신화: 오공'이 출시까지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도쿄 미디어 투어를 개최, 미디어를 대상으로 검증에 나섰다.

작년 게임스컴과 항저우에서 한 차례 시연을 진행한 바 있는 '검은 신화: 오공'이지만, 이번 데모 빌드는 이전에 진행한 시연 빌드와는 여러모로 달랐다. 전투 시스템을 선보이는데 주안을 뒀던 게임스컴 시연 빌드와 달리 데모 빌드는 전체적인 레벨 디자인과 성장 요소 등을 확인하는 데 좀 더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비를 비롯해 스킬을 어느 정도 익힌 상태에서 다수의 보스에 도전하던 게임스컴 시연 빌드와 달리 이번에는 1장 맨 처음 시점에서 어떤 스킬도 익히지 않은 상태로 시작됐다.


​​비주얼과 액션, 연출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데가 없다




지난 게임스컴 시연 빌드와 다른 사소한 차이점은 또 있었는데 한국어 자막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만, 한국어 자막 지원이 취소됐다던가 그런 건 걱정할 필요 없다. 개발자에게 물어보니 데모 빌드를 제작하면서 누락됐을 뿐이라며, 정식 출시 버전에는 제대로 한국어 자막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드디어 마주한 '검은 신화: 오공'의 첫인상은 더없이 훌륭했다. 4K 해상도에 아마도 최고 옵션으로 추정되는 시네마틱 옵션 그래픽의 인게임 퀄리티는 여러모로 컷신과 연출이 가미된 트레일러 못지않았다. 아니, 최신 빌드라는 점에서 어떤 부분에서는 트레일러보다 더 좋아 보이기까지 했다. 캐릭터 모델링부터 광원, 텍스쳐, 전체적인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데모 빌드임에도 딱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특히 만족했던 건 손오공을 비롯해 요괴들의 질감. 짐승이기에 하나같이 털투성인데 자칫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이런 질감도 훌륭하게 구현했다. 오히려 너무 좋아서 되려 최적화가 제대로 됐을지 걱정될 정도였다.




이번 데모 빌드 시연을 통해서는 스테이지 구조, 전투 시스템과 성장 시스템, 끝으로 보스전을 통해서 보스의 약점과 기믹의 존재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 신화: 오공'의 스테이지는 오픈필드 형태다. 일자식 구성이 아닌 만큼, 스테이지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음만 먹는다면 상당수의 요괴들을 무시하고 보스에게 직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채집 요소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 신화: 오공'의 채집 요소는 '엘든 링'과 흡사한 편이다. 일반적인 식생과 달리 채집할 수 있는 버섯이나 식물 등의 약재, 광물은 반짝거려서 한눈에 봐도 채집 요소라는 걸 알 수 있으며, 이외에도 요괴들을 처치하고 가죽이나 뿔 등을 얻는 식이다. 아쉽게도 데모 빌드는 1장, 그것도 극초반이었기에 채집물로 뭔가를 만드는 기능이 해금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를 확인할 순 없었다. 이에 대해 지켜보던 개발자가 약재를 조합해 호리병을 보조하는 형태의 물약이나 공격력, 방어력을 강화하는 물약 등의 소비템을 만들거나 광물이나 요괴의 가죽 등은 장비를 강화하는 데 쓰인다고 설명했다.

1장에서 만나는 늑대나 개구리 등의 요괴는 매우 쉬운 편이다. 약공격으로도 쉽게 경직돼서 회피를 쓰지 않고도, 그냥 마구잡이로 공격해도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었다. 물론 모든 요괴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강적으로 추정되는 일부 덩치가 큰 요괴들은 몇 대 쳐야 경직이 발생했는데 이 역시 어렵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검은 신화: 오공'의 전투. 그 진면목은 보스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액션 RPG를 표방하고 있는 '검은 신화: 오공'이지만, 전투 시스템은 많은 부분에서 소울라이크의 영향을 받은 모습이다. 횟수 제한이 있는 회복템(호리병), 공격과 회피를 할 때마다 스태미나가 쓰이기에 전투 중 자원에 신경 써야 한다는 점, 강력한 보스를 상대로 패턴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플레이어가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 이르기까지 여러모로 친숙하다.

다만, 판박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인왕 시리즈나 와룡, 블러드본 등이 소울라이크라지만 원조와는 차별화된 전투 템포 등을 선보인 것처럼 '검은 신화: 오공' 역시 소울라이크의 기준이 되는 전투 시스템을 바탕으로 여기에 자세 시스템과 도술, 둔갑술 등 다양한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했다.

자세 시스템의 경우 얼핏 인왕 시리즈의 상단, 중단, 하단 자세 시스템이 떠올랐지만, 살짝 달랐다. 자세에 따라 공격력과 공격 속도, 모션 등에 차이가 있던 인왕 시리즈와 달리 '검은 신화: 오공'은 어떤 자세든 상관없이 약공격 모션은 동일하다. 자세에 따라 달라지는 건 강공격 뿐이다. 다만, 이 역시 다른 액션 RPG와는 사뭇 다르다. '검은 신화: 오공'의 강공격은 평타라기보다는 스킬에 좀 더 가깝다. 무엇보다 강공격에는 콤보가 없다. 그렇기에 '검은 신화: 오공'의 보스전은 약공격을 하면서 조금씩 보스의 체력을 깎다가 빈틈을 노려서 강공격을 날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 속박술 등 다양한 도술과 둔갑술은 전투를 한층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눈여겨봐야 할 건 자세에 붙는 스택에 대한 부분이다. 약공격을 적중시키거나 잔상이 남으면서 적의 공격을 완벽하게 회피하면 자세 게이지가 차는데, 그렇게 채운 스택을 써서 강공격을 강화할 수 있다. 강공격은 단순히 공격력이 강한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보스의 그로기 게이지를 쌓는데도 강공격만한 게 없다. 특히 머리를 내려칠 경우 몇 방 만에 보스를 넘어뜨릴 수 있을 정도다. 즉, '검은 신화: 오공'의 보스전은 약공격과 회피를 통해 게이지를 채워서 스택을 쌓은 후 빈틈을 노려서 강화된 강공격을 날리는 식으로 흘러간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적으니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하지 않던가. 강력한 만큼, 강공격은 빈틈 역시 크다. 그렇기에 무턱대고 썼다간 오히려 안 쓰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보스와의 거리부터 보스가 어떤 패턴을 쓸지를 고려해 그에 어울리는 최적의 자세를 즉각적으로 판단해서 써야 한다. 보스의 빈틈을 노려서 머리를 칠 최적의 타이밍이라면 강타 자세로,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거나 카운터를 노린다면 기둥 자세로, 정확히 약점을 노린다면 찌르기 자세를 쓰는 식이다.




자세 게이지를 채우는 방법은 더 있다. 강공격 키를 누르고 있으면 자세 게이지를 충전시킬 수 있는데 충전된 스택은 시간이 지나도, 자세를 바꿔도 그대로 유지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보스와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 자세 게이지를 채우고 빈틈을 노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도술과 둔갑술은 근접 위주로 흘러갈 수 있는 전투에 변주를 주는 요소로서 존재감을 내비쳤다. 가장 먼저 얻게 되는 속박술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토지신으로부터 전수받는데 초반에 얻는 도술임에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보스전에서는 속박술로 멈춘 후 머리를 노려서 강공격을 날려 그로기 게이지를 쌓는 식으로 전투가 흘러갔다.



▲ 광지를 쓰러뜨리고 무기인 '적조'를 얻게 되면 광지로 둔갑할 수 있게 된다

도술이 인(印)을 전수받는 형태라면 둔갑술은 특정 요괴를 쓰러뜨려서 얻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얻게 되는 둔갑술은 광지(Guangzhi)로 둔갑하게 되면 해당 요괴가 지닌 강력한 능력을 쓸 수 있게 된다. 광지의 경우 불이 붙은 쌍날검을 휘두르는데 보스전에서는 속성치를 누적시켜서 화상 상태로 만들어 체력을 크게 깎는 식으로 활용됐다.

둔갑술의 또 다른 특징은 아예 별개의 존재가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둔갑한 상태에서 체력이 다 닳아도 변신이 풀리고 끝이다. 사실상 목숨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만 적으면 변신이 엄청나게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당연히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광지를 예로 들자면 점프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본모습일 때와 비교해서 회피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으로 일장일단이 있는 모습이었다.

소울라이크의 정교한 공방을 추구하는 한편, 해당 장르의 전투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혹은 거부감을 느끼는 플레이어들을 위해 마련한 요소들이 아닐까 싶었다.




지난 게임스컴 시연 빌드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성장 요소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미리 말하자면 이 부분은 소울라이크가 아닌 정통 RPG에 가깝다. 일단 '검은 신화: 오공'에는 재화이자 경험치 역할을 하는 소울 같은 게 없다. 재화와 경험치는 별개이며, 죽더라도 소울 같은 걸 떨구지도 않는다. 적들을 처치하면 경험치를 얻게 되고 100%가 되면 알아서 레벨업하는 방식이다.

레벨이 오르면 스킬 포인트를 얻게 되는데 플레이어 취향에 따라 각종 스킬을 해금함으로써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었다. 기둥 자세는 5레벨, 찌르기 자세는 20레벨에 해금할 수 있으며, 약공격 위주로 플레이하겠다면 약공격 공속이나 공격력 등을 강화하는 스킬들을 우선적을 해금하고 강공격 위주로 플레이하겠다면 이동 중 차지를 가능하게 해주거나 강공격을 강화하는 스킬들을 우선적으로 해금하는 식이다. 레벨이 오르고 해금한 스킬들이 많아질수록 액션의 바리에이션이 늘어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체력을 비롯해 근력, 지능 등의 스탯을 올리는 요소는 확인할 수 없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화톳불로 대표되는 휴식 포인트가 아니더라도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언제 어디서든 상관없이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을뿐더러 언제든 초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쾌적하게 느껴졌다.



▲ 휴식 포인트인 사당에 가지 않더라도 언제든 스킬 레벨을 올리거나 초기화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2022년 월드 프리미어 트레일러)

플레이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고민한 부분은 또 있다. 이런 류의 하드코어 액션 RPG에서 죽음은 친숙한 존재다. 보스전에서 대여섯 번은 기본이고 많으면 20~30번 넘게 죽을 때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짜증 나는 건 죽는 게 아니다. 죽은 이후다. 부활 후 휴식 포인트에서 다시 보스한테 가는 그 과정, 그리고 떨군 소울을 먹으려고 신경 쓰는 그런 상황이다. 소울의 경우 그냥 무시하면 된다지만, 이게 또 쉽지 않다. 보스전이고 자시고를 떠나서 한참 모은 소울이 눈앞에 있는 눈에 밟힐 수밖에 없다.

'검은 신화: 오공'은 이를 단순하게 해결했다. 앞서 소울이 없다고 한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따로 떨구는 것 없이 경험치의 일부가 깎이는 게 전부다. 계속 죽는다고 해서 레벨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0%가 될 뿐이다. 개인적으로 소울라이크를 꽤 좋아함에도 소울에 알게 모르게 집착하다 실수한 경우가 으레 있었던 만큼, 차라리 게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이런 방식도 나쁘지 않게 여겨졌다.

부활 포인트 역시 중요한 요소다. 하드코어 액션 RPG에서 어려운 보스는 어찌 보면 필연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반복적인 죽음, 도전, 그리고 고난 끝에 보스를 쓰러뜨렸을 때 극한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플레이어가 죽고 보스한테 가는 과정 그 전부를 즐긴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귀찮게 여긴다. 처음 한두 번은 모를까 이게 수십번이나 반복하면 지루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잡몹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 보스룸까지 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검은 신화: 오공'은 이런 지루한 과정을 과감하게 없앴다. 모든 보스가 그런 건 아니다. 스테이지에서 만나게 되는 선택형 보스에게 죽으면 휴식 포인트에서 부활했지만, 메인 보스에게 죽을 경우 보스 바로 근처에서 부활해 빠르게 보스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플레이어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개발진이 고심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 보스의 약점(머리)을 칠 경우 그로기 게이지를 더 쉽고 빠르게 누적시킬 수 있다

메인 보스인 '붉은 수염의 용' 보스전을 통해서는 약점과 기믹 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약점이라고 해서 뭔가 엄청난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거나 하는 그런 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약점은 그로기 게이지와 연관된 부분에 가깝다. 대표적인 약점으로 머리를 들 수 있는데 이번 시연에서 만난 보스 대부분이 강공격으로 머리를 칠 경우 청아한 소리와 함께 그로기 게이지가 크게 쌓이면서 경직되는 모습을 보여줘 중요한 공략 포인트가 될 것으로 느껴졌다. 그렇다고 약점만 공략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게 또 쉽지 않다. 머리를 노린다는 건 기본적으로 보스의 코앞에서 싸운다는 것으로 공격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건 약공격으로 자세 게이지를 쌓고 빈틈을 노려서 강공격으로 약점을 노리는 거지만, 도무지 빈틈을 노리기 힘들다면 그냥 뒤를 노려서 약공격으로 착실히 체력을 깎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믹은 약점 공략에서 이어지는 요소다. '붉은 수염의 용'을 자세히 보면 등에 항아리가 달린 걸 볼 수 있는데 그로기 게이지가 쌓여 쓰러질 경우 이 항아리를 칠 수 있게 된다. 이때 항아리를 부수면 보스의 체력을 한 번에 30%가량 깎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2번 정도 쓰러뜨리고 그때마다 항아리를 부수면 잡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번 데모 빌드에서는 피격 판정에 문제가 있었는데 보스가 넘어질 때마다 항아리를 공격했음에도 제대로 부서지지 않아 불합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 항아리는 약공격으로는 쉽게 부서지지 않아 강공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에 대해 지켜보던 개발자가 항아리를 부수려면 강공격을 해서 빠르게 부술 필요가 있는데 현재 데모 빌드는 항아리의 체력이 높게 설정되어 있으며, 피격 판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피드백이 있었다면서 제대로 때렸는데도 항아리가 부서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고 개선을 약속했다.

이번 시연은 성장 요소와 보스에 따른 기믹, 그리고 약점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유의미한 시연이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게임스컴과 달리 1장 맨 처음부터 시작한 거여서 손오공이 자랑하는 온갖 도술과 둔갑술을 쓰지 못하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검은 신화: 오공'이 추구하는 전투와 성장 시스템, 액션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마침내 해본 '검은 신화: 오공'은 올해 최고의 기대작 반열에 오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식 출시까지 이제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도 더없이 훌륭하지만, 아직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다. 앞서 언급한 피격 판정 등에 대한 부분이다. 다만,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심각한 그런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소울라이크를 좋아함에도 최근 들어 소울라이크에 조금씩 지쳐가는 입장에서 '검은 신화: 오공'은 여러모로 딱 맞는 게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개발자 인터뷰] 과연 어떤 게임일까?
'검은 신화: 오공', 장르에 대해 개발자가 답하다




약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데모 빌드 시연을 끝마친 후 게임 사이언스 관계자와 짧게나마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드코어 액션 RPG로서 여러모로 친숙하면서도 '검은 신화: 오공'만의 특색있는 전투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 게임 사이언스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던 시연인 만큼, 이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개발사 사정으로 인해 인터뷰이의 정보는 공개할 수 없는 점 양해바랍니다.


Q. 강타(Smash), 기둥(Pillar), 찌르기(Thrust)로 자세가 구분되어 있어서 인왕 시리즈가 떠올랐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많이 다르더라. 이렇게 구분한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이라고 하면 원작 소설에서도 거의 적수가 없는 그런 존재 아닌가. '검은 신화: 오공'에서는 전성기의 힘을 잃은 상태이지만, 그럼에도 앞을 막아서는 요괴나 신선들을 상대로 하면서도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리고 손오공이라는 캐릭터의 액션을 가장 잘 살리고자 자세 시스템을 넣게 됐다.

손오공을 강력하게 해주는 건 또 있다. 손오공하면 도술이나 둔갑술 역시 빼놓을 수 없지 않나. '검은 신화: 오공'에서 플레이어들은 다양한 도술과 둔갑술, 그리고 자세를 조합해 자신만의 방식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원하는 방식으로 대선(代仙)을 즐기길 바란다.



▲ 거리를 빠르게 좁힐 수 있으며, 약점을 노리는 데 특화된 찌르기 자세


Q. 약공격으로 스택(게이지)를 채우고 그렇게 채운 스택을 소비해서 강화된 강공격을 날리는 방식이던데 어딘지 특이하더라. 일종의 리듬이나 공격 템포를 만들기 위한 요소인 건가.

= 맞다. 플레이어가 좀 더 리드미컬하게 '검은 신화: 오공'의 액션을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만들었다. 아마 특이하다고 하는 게 다른 게임의 강공격과는 쓰는 방식이 달라서 그런 걸 텐데 다른 게임들은 약공격과 강공격을 구분해서 각각 버튼을 연속해서 누르면 콤보를 쓸 수 있지 않나. '검은 신화: 오공'은 좀 다르다. 강공격을 쓰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 첫 번째는 약공격 콤보를 끝까지 이어 나가는 것으로 마지막에 강공격을 날린다. 두 번째는 강공격 키를 키를 눌러서 발동하는 방식으로 이때 스택이 어느 정도 채워진 상태라면 스택을 써서 강화된 강공격을 날릴 수 있다.

방식을 구분한 이유는 플레이어들의 취향이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원하는 대로 강공격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붉은 수염의 용' 보스전을 해봤으니 알겠지만, 보스를 때려눕힌 다음 약점인 항아리를 부수는 식으로 전투가 진행되는데 그냥 무턱대고 때린다고 보스가 쓰러지지 않는다. 머리를 노려서 그로기 게이지를 축적해야 하는데 이때가 바로 강공격이 활약할 순간이다. 다만, 무턱대고 쓰자니 강공격 모션이 너무 길게 느껴질 수도 있기에 앞서 설명한 것처럼 방식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얼핏 안전하게 약공격으로 치고 빠지는 식으로 플레이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을 수도 있는데 약공격이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최대한 붙어서 싸워야 하는 만큼, 보스 패턴에 익숙해야 할 뿐에 강공격까지 콤보를 잇기가 쉽지 않다. 반면, 강공격 키를 누르고 있으면 게이지가 채워지는데, 이렇게 채운 스택을 써서 강공격을 날리면 좀 더 빨리 그로기 게이지를 축적시킬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공격 범위도 대체로 긴 만큼,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이 방식 역시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강공격 모션이 제법 긴 만큼, 무턱대고 썼다간 오히려 안 쓰느니만 못해서 적의 빈틈을 제대로 노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그렇다고 딱히 두 가지 방식을 무조건 구분해서 플레이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니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자유롭게 '검은 신화: 오공'을 즐기길 바란다.



▲ 특정 자세를 고집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최적의 자세로 바꿔가면서 싸울 필요가 있다


Q. 필드에서 약재부터 광물까지 다양한 것들을 채집할 수 있던데 게임 플레이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다.

= 약재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게임 플레이를 보조하는 요소로 쓰이는데 호리병과는 별개로 체력을 회복시켜 주는 소비템을 만들 수 있다거나 능력치를 강화하는 약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이외에도 일부 약재는 특수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Q. 장비에 등급이 있던데 같은 장비라도 옵션이 랜덤으로 붙는 방식인 건가. 그리고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공속 특화, 치명타 특화 식으로 자유롭게 빌드를 짤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 장비에 붙는 옵션은 전부 고정된 형태로 특정 옵션이 붙은 장비가 나올 때까지 파밍을 한다든지 하는 건 불가능하다. 등급 역시 마찬가지다. 필드에서 채집하거나 요괴를 처치하고 얻은 재료를 써서 장비를 강화해 등급을 올리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특정 능력을 극대화한 그런 류의 빌드를 짜는 건 불가능하지만, 장비에 따라 세트 옵션이 다른 만큼, 그 부분에서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공속이 빠른 게 좋다면 저 장비 세트를, 강공격을 더욱 강화하고 싶다면 다른 장비 세트를 입는 식이다.


Q.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액션 RPG와 달리 헛손질이 거의 없는 느낌이다.

= 의도한 부분이다. 우리 게임도 그렇지만 액션 RPG에서 거리감이라는 건 피격 판정과 맞물려서 엄청나게 중요한 요소이지 않나. 그렇기에 대부분 피격 판정을 정교하게 만든다. '검은 신화: 오공' 역시 마찬가지인데 문제는 이 거리감이라는 게 화면상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 거리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분명 이 정도 거리라면 맞아야 할 텐데 빗맞히는 그런 상황이 은근히 많이 생긴다. 우리 게임은 그런 걸 최소화하고자 공격할 때 여의봉의 피격 판정을 다소 유동적으로 함으로써 아슬아슬하게 빗맞히는 그런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설명하면 휘두르는 대로 다 맞으니 너무 쉬운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비유하자면 종이 한 장 차이로 빗맞히는 그런 일이 없도록 했을 뿐이지 보이는 것보다 한참 먼 거리에서 맞힌다거나 그런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Q. 어딘지 여의봉이라는 걸 의도한 시스템인 것 같다.

= 의도한 건 아니다(웃음).


Q. 지난해 게임스컴과 항저우에서 시연을 진행한 바 있는데 인상 깊었던 피드백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개선했는지 듣고 싶다.

= 일단 긍정적인 건 우리 게임의 플레이 방식이나 전투 시스템에 대해서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만족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가 의도한 대로 플레이어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제대로 만들었구나 싶었다.

다만, 미흡해서 지적받은 부분도 있었는데 디테일에 대한 부분이다. 아무래도 개발 프로세스상 디테일한 부분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텍스쳐 퀄리티를 통일한다거나 식생을 더욱 풍부하게, 실감 나게 배치하는 그런 부분인데 알다시피 이런 부분들은 개발자 입장에서는 쉽게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후순위로 두는데 시연하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눈에 띄니까 전체적으로 미완성된 느낌을 받는 것 같다. 플레이어들이 처음으로 게임을 즐기는 상황인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는데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점은 반성하고 있다. 물론 출시를 앞두고 그런 부분들은 최대한 개선했고 앞으로도 출시까지 더욱 개선할 계획이다.

한편, 이외에도 '붉은 수염의 용' 보스전에서 등에 달린 항아리가 생각보다 잘 안 부서지는 등 특정 보스전에서의 기믹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점 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칫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으로 이런 건 우리가 추구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개선 중이다.

이번 미디어 투어를 진행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출시까지 이제 2개월이 채 안 남은 상황인 만큼, 이곳 도쿄를 비롯해 런던, LA, 중국 등 여러 지역에서 60여 개의 미디어와의 만남을 통해 제대로 개선됐는지, 혹여 더 개선할 부분이 남았을지 확인하고자 이렇게 미디어 투어를 진행하게 됐다.



▲ 디테일한 부분은 출시까지 계속해서 개선할 예정이다


Q. 매력적인 보스, 보스전은 그것만으로도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는데 '검은 신화: 오공'에 등장하는 보스는 몇 종류인가.

= 데모 버전은 게임의 1장에 해당하는데 1장에서만 10종이 넘는 보스가 등장한다. 민첩한 보스부터 거대한 보스, 공격력은 강력한데 약점이 눈에 띄는 보스까지 다양하다. 1장 자체가 일종의 튜토리얼을 겸하는 만큼, 다양한 타입의 보스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온갖 다양한 보스를 만날 수 있으니 많은 기대 바란다.


Q. 일반적인 소울라이크와 비교했을 때 호리병이나 스태미너 등 자원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적은 것 같다. 이렇게 설계한 이유가 궁금하다.

=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장르에 대해서 소울라이크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검은 신화: 오공'은 처음부터 액션 RPG로 설계한 게임이다.

자원 관리에 대한 부담을 적게 한 이유는 단순하다. 더 많은 플레이어가 우리 게임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자세부터 도술, 변신 등 전투를 보조하는 다양한 요소를 넣은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손오공이라는 캐릭터성을 살리기 위한 요소인 한편, 플레이어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너무 어렵다면 좀 더 쉽게 게임을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 넣었다.

그렇다고 너무 쉬우면 그것도 문제다. 라이트 유저라고 해서 그냥 무턱대고 쉬운 게임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 않나. 감각적인 부분이라고 해야 할까. 어렵지만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한편, 하드코어 유저들이 바라는 건 라이트 유저와 또 다르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정교한 공방을 주고받는 액션, 그런 걸 추구하지 않나.

하드코어 액션 RPG로서 '검은 신화: 오공'은 결국 라이트 유저를 위한 낮은 진입장벽을 갖추는 동시에 하드코어 유저들 역시 만족시킬 정교한 액션을 추구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았지만, 지난 시연에서의 피드백을 보니 마침내 달성한 것 같다.





Q. 한국에서도 '검은 신화: 오공'을 기대하는 유저가 많다. 한국 유저들을 위해서 한마디 부탁한다.

= '검은 신화: 오공'을 기다리는 한국 유저 모두 오랜 시간 기다려준 점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팬들의 관심은 항상 우리에게 큰 격려와 모티베이션이 된다. 출시까지 이제 2개월도 채 남지 않았는데, 지금까지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유저들이 기대한 만큼,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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