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는 자사 최대의 행사이자 최신 기술을 공개하는 '유나이트' 개최 일주일 전인 지난 12일, 런타임 요금제를 취소했다. 런타임 요금제를 발표한지 1년 만의 일이다.
그 1년 동안 유니티는 여러 격변을 겪었다. 리치텔로 CEO의 사임 후 화이트허스트 임시 CEO가 취임하고, 연도별 버전 표기 대신 다시 '유니티6'로 넘버링 체제로 복귀를 예고했으며, AI에 눈여겨보고 여러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5월 매튜 브롬버그 CEO가 새롭게 취임, 4개월 만인 유나이트 2024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대중들과 유니티를 사용하는 개발자들 앞에 각오를 전할 예정이다.
그 전에 과감한 한 수를 던지면서 존재감을 보인 브롬버그 CEO, 과연 그는 앞으로 유니티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 인벤에서는 한국 매체 중 독점으로 유나이트 2024 직전 브롬버그 CEO를 직접 대면, 유니티를 이끌 그 철학을 들어볼 수 있었다.
Q. 이번 유나이트에서 본격적으로 유니티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와 만나게 될 텐데, 소감이 어떤가? 또 지난 5월 취임 이후로 어떻게 지냈나 궁금하다.
= 말 그대로 취임한지 100일 조금 넘은 시점인데, 벌써 이렇게 중요한 행사를 맞이하게 됐다. 이러한 자리에 오게 되어 영광이고,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것에 전념하고 다시금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개발자들과 커뮤니티로부터 좀 멀어진 느낌인데, 그렇기에 나 자신이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매우 특별한 것 같다. 왜냐면 유니티 사용자들, 질문자와 응답자들, 그리고 창작자들끼리 만나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는 라이브 이벤트 등등 유니티 커뮤니티야말로 유니티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나이트는 매우 중요한 자리이고, 그 자리에 선 것이 정말 멋지다고 말하겠다.
Q. 유나이트 시작 1주일 전에 런타임 요금제 전면 철회를 발표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이를 단행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
=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개발자들의 좋은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 고객들, 개발자들, 크리에이터들은 런타임 요금제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 말은 우리가 그들이 바라는 파트너가 될 수 없다는 것이기도 했다.
취임 이후를 이야기하자면, 그 시기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마다 모두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 "유니티가 훌륭한 엔진이 되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런타임 요금은 싫다"는 것이었다. 많은 개발자들이 유니티 엔진이 제공하는 기능에 공정한 가치를 지불하고 싶어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원치 않는다는 의견이 공통적이었다. 고객과 파트너들이 불만족스러워하는 만큼, 그에 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
이제 우리는 런타임 요금을 전면 철회하면서 그 문제를 뒤로 하고, 유나이트 2024, 그리고 유니티6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세 가지 순간이 우리가 파트너들과 다시 연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
Q. 이번 유나이트 2024에서 MWU 선정작을 비롯해 유니티로 만든 여러 게임들이 소개될 텐데, 주목하고 있는 작품을 꼽자면?
= 이번 메인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공개하게 될 '덴 오브 울브즈'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유니티6로 개발 중인 멀티플레이 협동 슈터로, 놀라운 그래픽은 물론 혁신적인 게임플레이를 선보일 작품이다. 또한 유니티6를 사용해서 선보일 첫 대형 게임 중 하나다. 매우 유망한 팀이 만들고 있는 기대작으로, 이번 유나이트 키노트에서 공개되는 만큼 직접 확인하기를 바란다.
Q.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여러 키워드가 게임 업계에 새로이 등장하고 있지 않나. 이러한 분야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유니티가 앞으로 이와 관련해 어떠한 움직임을 보일지 궁금하다.
= 나 스스로는 AI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AI를 활용해 개발자들이 게임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게임 개발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게임을 출시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이다. AI를 통해서 이를 개선한다면, 개발자들에게 가장 가치 있는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Q. 그러고 보면 유니티는 뮤즈, 센티스 등 AI의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AI 기술이 콘텐츠 제작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리라 보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 뮤즈와 센티스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앞으로 AI가 콘텐츠 제작에 굉장히 큰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비중이 계속 커지리라고 본다.
유니티는 창작 툴인 만큼, 그 창작을 위한 3D 자산이 어디에서 오든, 어디에서 만들어지든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한 애셋을 통합하고 제어해 인터랙티브한 경험을 구축하는 과정, 그것이 우리가 전문적으로 다루어야 할 분야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AI가 유니티에 미치는 큰 영향은 게임 제작을 더 쉽게, 그리고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AI로 무얼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AI를 활용해 게임 개발자들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Q. 유니티는 그간 “우리는 창작자가 많아지면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철학을 보여주지 않았나. 그 방향은 계속 유지될까? 또 앞으로 유니티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지 그 비전도 궁금하다.
= 그 말대로 우리의 핵심 목표는 개발자들이 더 쉽게, 더 훌륭한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더 안정적이면서 더 퍼포먼스가 뛰어나고, 지원도 잘 되는 유니티 엔진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당면 목표다. 우리는 사람들이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그에 맞는 도구와 기술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Q. 오랜 시간 동안 게임 업계에 몸담지 않았나. 그간 여러 트렌드의 흐름을 보았을 텐데, 가장 놀라웠던 경험은 무엇인가? 또 유니티가 유저들에게 그러한 경험을 어떤 측면에서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 게임 산업에서 언제나 인상 깊었던 것은,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개발자들이 혁신을 통해서 이를 극복하고 더욱 나은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지금 게임 제작과 마케팅에 드는 비용이 그 어느 때보다 비싸고, 하드웨어 교체 주기도 늦어지고 있으며, 경제 상황마저도 좋지 못하긴 하다. 그렇지만 게임 업계의 모두는 이 도전을 극복하면서 이 자리에 왔다. 게임 개발자들은 더 나은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으로 도전하고 있으며, 플레이엉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고뇌하고 달려왔다. 그렇게 하면서 이 사업을 성장시켜왔다. 그러한 개발자들의 노력이 이어지는 한 게임 산업에는 항상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으며, 유니티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성취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Q. 그간 유니티가 여러 솔루션을 인수합병하면서 외연을 확장해왔는데,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지 혹은 유니티 자체의 내실을 다질지 그 방향성이 궁금하다.
= 내부 역량 강화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 이미 우리는 엄청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다른 것을 급하게 인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최고의 엔진을 제공하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가지고 있는 도구와 서비스를 잘 통합하고, 제공하고 있는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과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핵심이라 하겠다.
Q. 일각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이 ‘개발’을 배워야 하는 분야에 점점 접근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좀 더 쉽고 직관적으로 크리에이터들의 접근성을 높일 전략에 대해 어떻게 강구하고 있나?
= 두 가지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첫 번째는 앞서 말한 것처럼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더 나은 교육 자료를 만들어 유니티를 처음 사용하는 개발자들이 더 빨리 학습할 수 있도록 돕고, AI를 여러 분야에 활용해서 엔진의 복잡성을 줄이고 쉽게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우리가 더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접근, 다시 연결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유니티 직원들이 개발자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시간을 투자하고, 디스코드 및 여러 커뮤니티 채널을 통해 개발자들과 직접 소통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의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하고, 엔진 버그 등을 빠르게 수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
Q. 코로나19 이후 유나이트가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왔는데, 아직 북미와 유럽권 위주로 진행되는 것 같다. 아시아권에서도 유나이트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또 아시아권에 방문할 계획이 있나 궁금하다.
= 물론이다. 이미 중국 시장을 위한 유나이트 상하이를 진행하긴 했지만,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도 유나이트를 열고자 한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다.
Q. 유니티의 앞으로의 장단기 목표를 설명하자면?
= 이제 유니티6의 출시가 몇 주 앞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 전념을 다하고 있다.
유니티6는 여태까지 나온 유니티 중 가장 안정적인 버전이고, 최고의 성능을 보여줄 것이며, 이전보다 더 나은 지원을 보여줄 것이다. 업데이트에서도 유니티6로의 전환뿐만 아니라 큰 릴리즈 사이에 SDK 업데이트, 기능 추가, 버그 수정 등을 더욱 폭넓게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두 달 이상 철저히 테스트한 이후 출시하는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서 유니티6를 더욱 안정적으로 다듬어나갈 것이다. 또한 앞으로 수년 동안 유니티6를 기반으로 미래의 작업을 진행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커뮤니티와 고객들과 다시 연결고리를 굳건히 다져가리라 생각하고 이에 집중하고 있다.
Q. 그 말처럼 올해 ‘유니티6’로 또 한 번의 혁신을 보여줄 예정인데, 그 핵심이 무엇이라고 보나?
= 가장 먼저 렌더링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이다. GPU 상주 드로어 기술을 활용, 이전 버전보다 CPU 퍼포먼스가 1.5배에서 4배까지 향상된다. 멀티플레이어 지원 또한 한층 더 강화된다. 멀티플레이어 센터라는 기능이 핵심인데, 이는 개발자들이 더 쉽고 빠르게 멀티플레이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통합 서비스를 에디터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웹GPU 지원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여러 개발자들이 요구해왔던 분야인데, 마침내 이를 통해 웹 환경에서 퍼포먼스가 훨씬 좋아질 것이다.
Q. 유니티는 엔진, 기술의 업데이트뿐만 아니라 여러 서비스에 필요한 지원, 솔루션까지 제공해오지 않았나. 그러한 흐름도 유니티6 이후로도 쭉 이어질까?
= 그것이 유니티의 특징이기도 하다. 우리가 독특한 점은, 게임 개발의 모든 라이프 사이클을 지원하는 유일한 회사라는 점이다. 프로토타이핑부터 게임 출시, 운영, 신규 플레이어 유입, 광고 수익화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고자 했으며, 그것을 다 한 곳에서 해낼 수 있는 것은 우리뿐만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모든 분야에서 고객들의 경험을 개선할 수 있도록 여러 데이터를 토대로 개선, 더 많은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Q. 유니티를 사용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 유니티를 계속 사용해주셔서 감사하다. 우리는 다시 훌륭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 헌신하고자 하며, 게임 개발 과정을 더 쉽고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또한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통해서 개발자들의 야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