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게임도 많지만 어려운 게임은 더 많습니다. 개중에 가장 사람 미치게 만드는 건 될 것 같은데 계속 안되는, 아슬아슬하게 꾸준히 실패하는 게임이죠. 사실 게이머가 계속 실패하고 욕하면서도 패드를 붙잡고 있게 만드는 게임들이 진짜 명작이긴 합니다.
캡콤의 몬스터 헌터(MONSTER HUNTER)라는 게임이 그렇습니다. 거대한 몬스터를 오직 자신의 준비와 실력으로 맞서 싸워 사냥에 성공하는 쾌감은 비할 게임이 딱히 없습니다. 그야말로 '빅게임 헌터', 특히 장비보다 본인의 숙련과 노하우에 의한 영향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캐릭터가 아니라 게이머가 레벨업하는 게임'이라는 별명이 딱 어울립니다.
몬헌 팬들에게는 희소식이죠? 25년 2월 28일에는 시리즈 신작 '몬스터 헌터 와일즈(Monster Hunter Wilds)'가 출시될 예정입니다. 미리 공개된 사양 보니 부쩍 걱정이 들어서 올해 말에는 컴퓨터와 모니터를 미리 바꿀 예정입니다. 성공한 일류 헌터가 되기 위해서는 본 게임에 앞서 좋은 장비 마련이 우선이니까요.
컴퓨터와 게임 구매가 평범한 게이머들이 생각할 수 있는 준비라면, 개인적으로 준비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창때는 한번 앉으면 10시간이고 20시간이고 붙박이로 게임을 즐겼는데, 요즘에는 한 2시간 넘어가면 헌터가 수레에 타는 것보다 제가 먼저 침대로 쓰러지는 게 빠릅니다.
동그랗고 작은 스툴에 앉아도 서너 시간 거뜬히 게임하던 시절이 가끔 그리워지지만 지나간 세월 돌릴 수는 없으니 자본주의의 참맛을 누려보는 쪽으로 바꿨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게임을 할 때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갖추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의자를 고를 때도 가격이 좀 되는 제품들을 선택합니다.
아직 한창인 게이머라면 그냥 적당한 의자 쓰셔도 됩니다. 아직 허리와 목 디스크가 멀쩡할 테니. 다만 몬헌 와일즈를 기다리며 좋은 의자를 자의던 타의던 찾아야 하는 분이라면 이참에 흑룡 밀라보레아스의 가호를 받아보는 건 어떨까요?
개인적으로는 결국 혼자서는 끝까지 토벌하지 못했던 몬스터기도 해서 더욱 애착이 갑니다. 직접 사냥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의자에 앉으면 적당히 푹신하고 안락해서 숙적을 자본주의의 힘으로 토벌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색깔도 흑룡의 검은색에 '본 인 퍼플' 보라색이 적절히 섞여서 차분하고 고급스러우니 어디에 놔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옆에 남자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람보르기니 의자도 좀 끌리긴 하는데 전 내년 2월 28일부터 빅게임 헌터로 살아가야 할 숙명이니 흑룡 의자로 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