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테일즈 오브 시리즈가 30주년을 맞이한다는 소식은 상당히 감회가 새롭다. 그 옛날 PS2 시절, 게임샵 아저씨에게 RPG 좋아하면 무조건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2는 해보라는 추천을 받으면서 처음 접했던 게 엊그제 같다. 보통은 1편을 안 하고 해도 되냐고 물어볼 테지만, 파이널판타지처럼 서로 안 이어질 수도 있겠거니하고 그대로 집어들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플레이하고 한동안 1편을 하고 싶은 나머지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이후에 나온 테일즈 오브 시리즈들을 알음알음 접해왔다.
지난 2010년 PS3로 국내에 출시됐던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f'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에 대사집을 훑어보고 어리숙한 일본어 실력을 굴려가면서 플레이했는데, 그간 매번 전투 시스템이 달라진 테일즈 오브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으로 바뀐 케이스였던 게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15년이 지나 PS는 물론 PC, Xbox,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리마스터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원작이 출시되고 얼마 후에 학군단에 들어가 장학금 타겠다고 몸만들기와 학점따기에 들어가서 게임에 소홀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나 하는 한탄과 함께.
게임명: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f 리마스터
장르명: 액션 RPG
출시일: 2025. 1. 16.
시연 버전: 프리뷰 빌드개발사: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PC, PS, Xbox, 닌텐도 스위치
플레이: PS5
미리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f 리마스터'를 해보면서 이렇게 중언부언 늘어놓은 이유는 간단하다. '리마스터'인 만큼 모델링이나 디테일이 그 시절에서 아주 크게 바뀌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편안한 느낌이었다. 테일즈 오브 시리즈는 보통 JRPG 생각하면 떠오르는 턴제 전투가 아니라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나 대전 격투 액션이 떠오르는 빠른 템포의 전투가 특징이지 않던가.
특히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f'는 기존 테일즈 오브 시리즈와 달리 공중 없이 상대의 측면이나 후방으로 도는 어라운드 스텝으로 살짝 피하면서 빠르게 콤보를 이어가는 전투를 채택한 게임이다. 그렇게 휙휙 지나가는 화면에서도 글리치나 자글거리는 것 없이 안정적으로 그 감성을 유지한 것을 보면서 신경을 꽤나 썼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시연 버전은 아스벨 일행이 스트라타의 암석 사막을 지나 수도 유 리베르테에서 대통령을 접견하고, 대휘석을 조사하기 위해 유적으로 들어가서 탐사하는 과정까지 약 1시간 분량이 공개됐다. 원작에서는 퀘스트 단서를 찾아다니다가 길을 헤맸던 기억이 있기에 과연 1시간으로 다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리마스터 버전은 그래픽뿐만 아니라 편의성까지 다각도로 개선해서 가능했다.
우선 메인 시나리오의 목적지가 더 자세하게 표시됐다. 이전에 마을 밖 필드에는 대강이나마 미니맵이 있고 목적지 표시가 있긴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메인 시나리오 목적지는 아예 커서로 방향과 거리까지 확실하게 알려주는 식으로 개선됐다. 사실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f'의 미니맵은 너무 축척이 작아서 나침반을 보고 대략적으로 방향을 파악하며 나아가는 정도였다. 그마저도 마을에서는 미니맵도 없어서 여러 번 돌아다니면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 외우지 않으면 헤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f는 시간이 지나면 수행하지 못하는 이벤트도 있으니, 빠르게 이벤트 지점으로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 부분은 특별하게 모래시계 마크로 표시, 시간 제한 이벤트를 우선적으로 찾아갈 수 있게끔 했다. 각 이벤트까지의 거리까지 표기된 만큼, 소요 시간까지 유저가 대략적으로 계산해서 효율적인 동선을 설계한 것도 체감됐다.
여기에 게임플레이를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옵션도 돋보였다. 자잘한 전투는 피해갈 수 있는 인카운트 오프는 물론, 경험치 획득량을 높여주거나 아이템 획득 확률 업, 크리티컬 확률 업 등 여러 가지를 그레이드로 교환하는 그레이드 샵이 처음부터 열려있었다. 원래는 1회차 클리어를 하고 난 뒤에 열리는 기능이지만, 처음 하는 유저 혹은 기존에 해봤던 유저 각각 자신의 스타일대로 맞춰 플레이할 수 있게끔 선택의 여지를 준 것이다.
얼핏 봐서는 고전적인 캐릭터들이 투닥투닥 금방 전투를 끝내는 것처럼 보이는 이 게임이 그런 선택의 여지를 준 이유는 간단하다. 전투 페이즈를 그렇게 빠르게 끌고 가지 못하면 고스란히 반격당해서 드러눕기 쉬운 게임이기 때문이다. 심플 난이도로 할 때는 한두 대 맞아도 별 문제가 없지만, 조금만 난이도를 높여도 몬스터들의 반격을 허용하는 순간 일행들의 체력이 훅훅 깎이는 게 보인다.
처음에 잡몹전을 할 때는 지속적인 연계로 공세를 유지, 빠르게 전투를 끝낼 수 있긴 하다. 그렇지만 공격에 'CC'라는 자원을 다 소모하게 되면 가만히 있기 때문에 회피, 방어에 대한 이해도도 필요해졌다. 회피, 가드로 CC를 채우고 이 CC를 소모해서 적에게 맹공을 퍼붓는 빠른 공방이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f' 전투의 핵심이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각 캐릭터마다 각자 아츠기와 버스터기에 따라 다른 스타일로 전환해서 싸울 수 있는 것이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f'의 콤보 액션의 묘미였다. 주인공 아스벨의 아츠기는 납도한 상태에서 빠르게 콤보를 쌓는 격투술을 펼치는 스킬이 중심이 되고, 버스트기는 발도한 뒤 한 방 한 방을 크게 날리는 참격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각자 스타일에 따라 근/원거리를 오가거나 공격/회복 등 역할이 아예 바뀌는 경우도 있어서 상황에 따라 빠르게 캐릭터를 교대해서 스타일을 맞춰주거나 혹은 미리 작전으로 역할을 배정해두는 전략도 필요한 것이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f'의 후반부 전투였다.
그 부분까지 확실하게 맛보기엔 한 시간은 다소 짧은 시간이었다. 게다가 테일즈 오브 시리즈는 여러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셀링 포인트인데, 그 매력을 전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난이도를 높여서 플레이한 순간, 잠시 방심하는 사이에 누구 하나가 비명횡사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특유의 템포가 다시금 생각났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가드와 회피도 해야 하고, 비오의까지 활용해야 하는 보스전까지 떠올려보면 처음 이 게임을 접하게 될 유저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다양하게 준 것이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현세대의 화려한 그래픽에는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 옛날 손맛 있는 전투를 구현하기 위해 고민해왔던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f'는 세월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은 특유의 재미를 선보이고 있었다. 이를 현세대의 기종으로 즐길 수 있는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f'는 2025년 1월 16일 콘솔, 17일에 스팀으로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