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잔' 매출 신경 안 쓴다, 퀄리티 인정받는 게 최우선"

인터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14개 |

넥슨은 오늘(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4에 메인스폰서로 참가,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비롯한 4종의 신작을 시연했다.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던전앤파이터 IP를 기존의 벨트스크롤 액션이 아닌 하드코어 3D 액션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반역의 누명을 쓴 주인공 카잔이 광전사가 되어 복수를 위해 여정을 떠나는 과정을 담아냈다.

게임스컴, TGS 등 해외 대형 게임쇼 출전, FGT, 테크니컬 테스트 등을 통해 특유의 손맛을 검증받고 2025년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카잔'. 과연 이번 국내 시연 현장에서 어떤 피드백을 기대하고 있으며, 앞으로 남은 과제가 무엇일지 네오플의 윤명진 총괄 PD와 이준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응했다.



▲ 네오플 이준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좌), 윤명진 총괄 PD(우)


Q. 초심자, 혹은 더 하드코어한 유저를 위한 모드 세분화 계획은 없나.

윤명진 = 이 게임에서 우리는 ‘카잔’이라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우리가 원하는 방향성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시연을 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하는 유저들이 보이더라. 그래서 조금 쉬운 옵션을 하나 추가해서 내부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이지 모드일지 스토리 모드일지, 어떤 식으로 할지 아직 확정은 아니다.

이전의 답변과 다소 달라진 느낌인데, 그간 여러 피드백을 거치면서 약간의 난이도 허들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는 유저들이 꽤 있는 것 같더라. 그런 분들도 도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다. 다만 피드백을 훑어보면 난도를 낮추지 마라, 스태미나만 조금 개선하면 될 것 같다 등등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조정 자체는 많이 하지 않았다. 약간의 능력치 조절만 해도 확연히 차이가 느껴지는 터라 이리저리 테스트하면서 조율 중에 있다.


Q. 게임스컴부터 시작해 여러 게임쇼에 출품했는데, 국가별 유저 반응이 궁금하다. 또 지난 10월 테크니컬 테스트에서 어떤 피드백이 가장 인상 깊었으며, 이를 어떻게 개선하고 있나 궁금하다.

윤명진 = 나라별로 반응 차이가 크진 않았다. 그보다 재미있던 건, 오전 컨퍼런스 때도 잠깐 얘기하긴 했지만 전세계적으로 "비비큐를 살려내라"라는 의견이 오고 댓글도 달리더라. 이를 보면서 프로젝트 비비큐 개발 중단이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준호 = 즉석에서 여러 가지로 감각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는데, 우리 게임의 첫인상이 이렇다는 걸 알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그리고 TCBT에서도 피드백을 받았는데, 기술적인 시각에서든 또 여러 가지 시각에서 현장보다 더 깊이 있는 분석이 나오더라. 첫인상과 심도 있는 피드백까지 여러 가지로 수집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개선해서 더욱 좋은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

윤명진 = TCBT에서는 영상 업로드가 허가되지 않았나. 그 전까지 어렵다는 얘기를 듣다가 유튜브 영상으로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반격으로만 잡는다거나, 한 대도 안 맞고 잡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현장 테스트가 아닌 집에서는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지 모드를 없애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 그런 차원에서 피드백을 좀 더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 TCBT 리뷰는 물론 여러 유저의 영상이 올라오면서 더 심도 있는 피드백을 거치고 있는 단계다


Q. 네오위즈의 최지원 디렉터가 골드행은 꼭 경험했으면 한다는 말도 하고,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도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많은 우려가 있지만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하지 않았나. 이렇듯 업계가 점차 콘솔 게임에 힘을 싣는 분위기로 바뀌는 상황에서, 윤명진 대표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

윤명진 = 그간 온라인 게임을 오래 만들다가 이번에 패키지 게임을 처음 만들게 됐는데, 대다수 국내 개발자들이 저와 비슷한 상황 아닌가 싶다.

물론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온라인 게임이 없었던 터라, 패키지 게임부터 시작하긴 했다. 그러다 온라인에서 같이 모인다는 또다른 즐거움을 알게 됐고, 자연히 온라인 게임쪽에 끌렸다. 그렇다고 해도 게임 유저라는 측면에서 돌아볼 때, 재미있는 게임에 대한 나 자신의 견해가 바뀐 건 아닌 것 같았다.

패키지 게임 개발에 들어서면서 그 둘이 너무도 다르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라면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기승전결을 만들기 어렵지 않나. 그렇지만 콘솔 게임은 다르고, 그것이 콘솔 게임 개발의 매력인 것 같다.

패키지 게임은 만들어서 완성하고 출시했을 때, 더 이상 평가를 뒤집을 기회가 없다는 부담감은 정말 큰 것 같다. 기껏해야 데이원 패치 정도? 그 안에서 한 번에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쏟아내서 풀어내야 한다.

이를 이제 경험하고 있는 차원에서 앞서 두 분의 말이 정말 와닿는다. 그리고 해볼만한 도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한 번 시작해서 끝까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그리고 만들고자 하는 걸 깊이 있게 하는 정도를 넘어 아예 끝까지 한 수에 다 쏟아낼 경험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다음에 할 도전이 온라인일지 패키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카잔을 제작한 것은 그런 측면에서 정말 좋은 경험이 되리라 확신한다.


Q. 지스타 현장 출품한 작품 중 가장 빨리 출시될 기대작인데, 어느 정도 성과를 기대하고 있나?

윤명진 = 그간 들어온 질문 때마다 항상 같은 답을 했는데, 어떤 매출이나 수치적인 부분은 집중하지 않고 있다.

각 분야별로 다른 목표가 있다. 아트 측면에서는 카툰렌더링으로 카잔의 처절함과 암울함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다, 게임 디자인에서는 어렵지만 합리적인 패턴과 레벨 디자인을 보여주고 싶다 등등. 물론 이 게임이 오픈월드가 아니라 재미 없다 혹은 기대한 장르가 아니라 재미가 없다는 평이 있겠지만, 그것은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게 아니기에 어쩔 도리가 없다.

우리가 잘 만들고 싶은, 보여주고 싶었던 액션과 컨트롤 그리고 도전의 재미, 깊이 있는 세게관과 복수와 우정의 이야기를 유저들이 얼마나 심도 있게 봐줄지 등, 그런 것을 성공의 척도로 보고 있다. 유저들이 이런 부분을 봐준다면 성공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실패일 것이다.





Q. 유혈 표현이나 이런 것들이 어색하지 않고 다크한 분위기를 잘 자아냈는데, 카툰렌더링 작품에서 레퍼가 적은 느낌인데도 잘 구현해냈더라 이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

윤명진 = 이미 잘 알려졌듯 '카잔'은 비비큐 개발이 중단된 상태에서 그 인력들이 같이 합류한 작품이다. 그 시점에 비비큐에서 이미 이런 부분이 연구가 되고 있었다. 나는 밝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인데, AD가 고어, 그로테스크한 부류를 정말 좋아하더라. 그래서 AD가 카툰으로 이런 어둠, 깊이를 표현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그렇게 둘이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카툰에서 어두운 표현을 보여주는 방안에 대해 합의점을 냈다. 그 과정에서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많이 참고했고, 캐릭터는 좀 더 카툰틱하게 만들되 배경을 실사풍에 가깝게 밸런스를 잡아가는 제안을 했다. 그 결과물이 생각하기에 나쁘지 않았고, 그 톤을 바탕으로 계속 조율해나가면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다른 게임과 차별화된 시각적 임팩트도 있고, 독창성도 있어서 잘 된 선택인 것 같다.


Q. 보스전 경험이 정말 괜찮았는데, 그 전까지의 레벨 디자인이 보스전보다는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개선의 방향성을 설명한다면?

이준호 = TCBT 이후 정말 많은 변화가 있는 상황이다. 일단 현 단계 상황을 말하자면, 게임스컴, TGS, 지스타에서 들어온 피드백은 물론, TCBT에 반영되지 않았던 피드백까지 고도화하면서 폴리싱하는 단계다. 피드백이 들어오기 전에 이 방향이 맞을까? 고민했던 부분들이 많이 피드백을 받은 만큼, 출시 버전에서는 많이 개선될 것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보스전가지 도달하는 과정을 더 매끄럽게 다듬고 있다. 파밍, 성장 부분이 많이 부족했는데 현 개발 단계에서는 여러 가지로 보완을 한 상태라 완성도가 이전 대비 많이 올라온 상태다.





Q. 던전앤파이터 원작을 보면 오즈마, 스카사 관련 이야기를 더 풀어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다음엔 원작의 어떤 이야기를 풀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윤명진 = 아직 다음 이야기를 말씀드리긴 곤란하다. 다만 카잔으로 결정할 때를 생각하면, 그때 록시와 아간조도 후보에 있었다. 원작의 중요 캐릭터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카잔이 됐는데, 카잔 증후군이 던파의 시작과 연결된 부분이라서 이를 풀어보고자 한 것이었다.

그 다음에 어떤 장르로 누구의 이야기를 풀지 모르겠지만, 던전앤파이터에는 정말 다양한 캐릭터들이 제각각의 이야기를 깊이 담고 있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앞으로를 기대해주셨으면 한다.


Q. 개발 로드맵에 스토리 DLC나 치장 같은 요소도 포함이 되어있나?

윤명진 = 후속작이나 DLC 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다. 최초 공개 당시에 프로젝트 AK였는데, K는 카잔이고 A는 아라드 크로니클 이런 식이었다. 즉 연대기처럼 풀어나가는 게 시초였고, 그런 차원에서 다른 캐릭터로는 어떻게 게임을 만들어볼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그렇지만 현재는 카잔의 퀄리티를 최고로 높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출시 직전후로 해서 그 고민을 점차 풀어나가지 않을까.






Q. 엔딩까지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 또 숙련된 유저 기준으로 플레이타임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한다면?

윤명진 = 정확하게 숫자로 말씀드리긴 어렵다. 워낙 난이도가 높기도 하지만, 숙련도가 높은 게이머를 지켜봤을 때 즐기는 스타일이 다 제각각이더라.일부러 안 깨고 100% 분석할 때까지 한다거나, 그냥 스피드하게 간다거나, 혹은 대사 하나하나 다 읽는다거나 등등. 너무 다양한 터라 시간으로 정확히 말씀드리긴 힘들다

우리의 지향점을 말하자면, 같은 비용을 내서 즐길 때 플레이타임이 더 길다거나 혹은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그런 식으로 느끼게끔 일구어나가는 것이다.


Q. 카잔이 2025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데, 마케팅 계획은 어떻게 잡고 있나?

윤명진 = 우리는 전적으로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그 부분을 답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Q. 최근 PS5 프로가 출시됐는데, PS5 프로의 여러 신기능에 어떻게 대응하고자 하나 궁금하다.

윤명진 = 현 시점에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 그간 해왔던 것을 최고의 퀄리티로 당장 준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무언가를 더 얹을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Q. 반격기가 TCBT에서 세 가지가 있었는데, 반격기를 맞추는 것 자체가 판정이 까다롭기도 하고 모호한 느낌이더라. 이 부분에서 실제 피드백은 어떻게 받았으며, 어떻게 개선하고 있나?

이준호 = 버스트 카운터를 말하는 것 같은데, 일단 앞서 말한 세 가지 모두 다 타이밍 자체는 같다. 다만 각자 리스크에 따라서 리턴을 다르게 줬다. 직전 가드는 조금 타이밍이 안 맞아도 가드가 되니 보상이 적고, 회피나 카운터는 실패하면 공격을 고스란히 맞으니 리턴을 많이 주는 식이다. 그리고 버스트 카운터는 특별한 상황에서 카운터를 발동하면 가능하니, 리턴을 상당히 높게 책정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TCBT에서도 회피보다 가드 타이밍이 좀 이상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재검토를 했는데, 이벤트 발생 후 액션으로 이어지는 단계에서 타이밍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걸 재확인했다. 다만 기기나 모니터 세팅 같은 디테일에 따라 타이밍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 부분까지 우리가 다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공격을 당했다고 해도 타이밍을 다시 잡고 회피, 가드, 카운터를 맞출 수 있도록 했다.


Q. 게임스컴 이후 지스타까지 동일한 빌드를 시연했는데, 두 보스의 클리어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

윤명진 = 현장에서 한 번에 바로 깨는 사람은 없었다. 클리어한 사람도 여러 차례 시연을 해서 깨더라. 3, 4회차에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패턴이 눈에 익어서 깨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만 해도 굉장히 잘하는 케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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