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ON] 월드오브워크래프트, 20년 비주얼 유지의 비결

게임뉴스 | 정재훈 기자 |



2024년 11월 14일, 부산 벡스코 컨퍼런스홀에서 진행된 지스타 컨퍼런스(G-CON)에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남종모 선임 아티스트가 연단에 올랐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그는, 강연에서 블리자드가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과정, 그리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20년 가까이 라이브 서비스를 이어오면서도 꾸준히 좋은 비주얼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남종모 선임 아티스트

먼저, 그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철학 중 하나인 'Learn & Grow'에 대해 설명했다. 배우며 함께 성장한다는 이 문구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임직원들에게 적용되는 철학으로, 말 그대로 일을 함께 하면서 지속적인 교육과 연구를 병행해 실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아트 스타일은 업계에서도 뚜렷한 입지를 지닐 정도로 호평받는 부분이다. 훌륭한 시인성과 상징성, 그리고 독특한 매력이 드러나는 블리자드 게임의 아트 스타일은 게임의 다른 부분들에 대한 평가와 관계없이 늘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오버워치'의 여러 단편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준 톤 또한 많은 팬들의 호응을 받았다.

그리고,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아트 팀은 말 그대로 '일을 하며 배운다'.

매주 진행되는 스케치 미팅은 물론, 실제 모델을 섭외하거나, 실제 동물을 데려 와 그림을 연구하고, 때로는 미술계 거물들의 일타 강연을 통해 직접 배우기도 한다. 이와 같은 아트 클래스는 비단 아트 팀 뿐만 아니라 블리자드 내 모든 직원이 원할 경우 수강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직군의 직원이 아트 팀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남종모 아티스트는 말했다.



▲ 강연이나 야외 드로잉은 물론



▲ 실제 대장장이들을 초청해 질감에 대해 공부하기도 한다

그렇게, 꾸준한 학습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아티스트들이 수행할 다음 과제는 '철학'을 지키는 것.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아트 스타일은 다섯 가지 기조를 지키며 만들어지는데, 그 다섯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상징성과 대담함




모든 결과물은 알아보기 쉬운 모양으로 만들어져야 하고, 보는 순간 이것이 무엇인지를 각인할 수 있는 상징성을 지녀야 한다. 더 나아가면 '실루엣'만 보고도 대상이 무엇인지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면서도 특징이 부각되어야 하는데, 실제 남종모 아티스트가 보여준 실루엣은 보는 순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팬이라면 어떤 무기이고, 어떤 캐릭터인지 파악할 수 있다.



▲ 실루엣만으로도 구별 가능한 무기들

컬러 배정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한데, '마법'의 경우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오래 플레이한 게이머라면 마법의 이펙트 색상만 보고도 해당 마법이 어떤 카테고리에 속하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보라색은 비전 마법, 녹색은 지옥 마법을 대표하듯 말이다. 컬러 코드와 상징성을 드러내는 다른 예시는 '무한의 용군단'인데, 필름의 네거티브 톤과 같은 색상을 사용함으로서 이들이 순리에 역행하는, 부정한 세력임을 드러낸다.



▲ 색상만으로 마법 카테고리나 특정 세력 구분이 가능하다


2. 과거에 대한 존중을 통한 미래의 정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비주얼을 유지하면서 아트 팀이 가장 중요시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과거의 톤과 색상, 특징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스타일로 구현하는 것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몇 번의 '비주얼 대격변'을 거쳤는데, 이 과정을 통해 수많은 구형 모델을 신형 모델로 대체했다. 하지만, 변화를 주었음에도 그 대상이 무엇이었는지 혼동하진 않을 선에서 변화를 주었다. 특징적인 부분이나 눈의 색상, 풍기는 분위기나 감정 묘사 등을 유지하는 형태로 말이다.

20년 간 이어지는 서비스에서 가장 오랫동안 구버전 모델링을 사용한 캐릭터는 바로 '코볼트'. 코볼트의 경우 오리지널부터 '용군단'까지 같은 모델링을 사용해왔는데, 내부 전쟁에 이르러 새로운 모델링을 받았다. 2004년 기준 한 캐릭터에 쓰인 폴리곤은 1천 개가 안 되는 수준. 현재는 1만 개 이상의 폴리곤이 캐릭터 하나에 쓰인다.



▲ 계속 변화했지만, 중요한 요소들은 유지된 '드라이어드'


3. 판타지에 대한 포용




블리자드의 모든 아트워크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어떤 문양이나 질감 등을 쓸 때도, 이 요소가 왜 이렇게 만들어졌고, 어째서 쓰이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남종모 아티스트는 이 과정을 '내부 전쟁'에서 새롭게 등장한 '토석인'을 예시로 설명했는데, 토석인의 형태를 만들기 전, 토석인의 문화나 여가, 성격,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덕목, 생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을 미리 설정한다.

이는, 게이머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미적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세계 자체에 몰입하는 과정을 돕기 위한 것이다. 토석인을 플레이할 때 게이머가 직접 토석인 사회의 일원으로서 느낄 수 있도록, 혹은 토석인들과 동료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들의 문화나 생태를 살펴볼 수 있도록 말이다.



▲ 토석인에 대한 설정 중 일부


4. 큰 그림에 대한 인식




여기서 말하는 큰 그림은 어떤 한 요소에 대한 아트를 넘어 게임이 완성되었을 때 이것이 다른 결과물들과 어떻게 어우러질지를 고려하는 것이다. 남종모 아티스트는 '용군단'의 최종 보스인 '피락'을 디자인했던 경험을 통해 이를 설명했는데, '피락' 자체를 디자인하기 전 이미 배경과 이펙트팀에게 피락이 머물 장소가 어디인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게이머들과 조우하게 될 지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아티스트는 이 모든 '다른 요소'들, 배경과 이펙트를 넘어 서사와 사운드, 상황과 설정까지 고려해 작업을 해야 해당 작업물이 너무 도드라지거나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일반적인 경우 설정에 따라 배경과 이펙트 팀의 작업물이 나오고 이에 맞춘 아트가 만들어진다.



▲ 작업 전 남종모 아티스트가 확인한 피락의 둥지

하지만, 때로는 아트가 '큰 그림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얘가 '나스리아 성채'의 첫 번째 네임드인 '절규날개'다. 절규날개의 아트를 담당한 아티스트는 '박쥐는 눈보다 귀를 쓰니까', 그리고 '더 흉악해보이기 위해' 눈을 가리는 형태로 캐릭터를 디자인했는데, 이를 본 개발진이 절규날개에 반향정위와 같은 스킬을 넣어주며 원래 기획을 엎고 아트를 그대로 설정에 반영했다.



▲ 아트가 그대로 기획에 반영된 '절규날개'


5. 플레이어의 시각에서 바라보다




마지막 기조는 바로 작업물을 플레이어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 아트 결과물에 아무리 많은 함의와 상징을 담는다 해도, 이것이 플레이어에게 발견되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다. 어디까지나 게이머의 입장에서,보는 순간 파악할 수 있고 또한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내는 것은 블리자드의 아티스트들에게 항상 요구되는 소양이다.

최근 추가된 구렁에서 얻을 수 있는 룩변 아이템이나, 교역소에서 판매하는 아이템들이 이에 해당한다, 딱 봐도 재미있을 것 같고, 한 번 더 시선이 끌리는 요소들을 고안하고, 만들어내는 것 또한 블리자드의 아티스트가 가져야 할 소양 중 하나다.



▲ 돌아다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는 구렁 보상 룩변 아이템들

남종모 아티스트의 강연은 이렇게 다섯 가지 기조를 모두 설명하면서 마무리되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그는 지난 20년 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사랑해준 게이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나아지고, 변하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보여드리겠다 덧붙이며 강연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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