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PD, "게임 개발 속 AI, 시기상조지만 도입은 필연적"

게임뉴스 | 박광석 기자 |


▲ 넥슨게임즈 김용하 총괄 PD

금일(15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진행된 지스타 국제 게임 컨퍼런스 ‘G-CON 2024’에서 넥슨게임즈의 김용하 총괄 PD가 ‘AI 시대의 이차원 게임 개발‘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용하 PD는 현재 넥슨게임즈 IO 본부에서 ‘블루 아카이브’와 ‘프로젝트 RX’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최근 미호요의 공동 설립자인 차이하오위가 'AI 기술이 도입되면, 게임 개발자들은 전직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이 게임 업계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AI의 시대가 도래하면 게임 개발자들은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에 많은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 이날 김용하 PD의 강연이었다. 업계 최전선에서 실제로 AI를 활용하여 게임을 개발 중인 그의 강연에 정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였고, 강연이 진행된 지콘 강연장에는 좌석 사이 통로 공간까지 빽빽하게 채워질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그는 이번 강연을 통해 이차원 게임 개발의 주안점을 짚고, AI 발전이 게임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전망했다.


■ ‘이차원 게임’ 개발의 핵심, "차별화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

김용하 총괄 PD는 먼저 ‘서브컬처 게임’이라는 장르의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 김용하 PD는 “일부 비슷한 특성을 공유하고 있더라도 캐주얼 게임이나 실사풍 게임은 서브컬처 게임으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며, ”열광적인 팬덤을 가진 게임은 의미상 서브컬처에 해당되지만, 모두 서브컬처 게임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김용하 총괄 PD는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애니메이션풍 비주얼 스타일’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에서 서브컬처 게임이라는 표현 대신 '이차원 게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차원 게임’ 개발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차별화된 세계관, 매력적인 캐릭터를 꼽았다. 김용하 PD는 “플레이어가 몰입할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게임 세계관의 설정과 스토리의 맥락,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구상하여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AI의 빠른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퀄리티는 부족”

지난 2022년 '챗 GPT'의 등장은 전 세계적인 충격을 안겼으며, 이후 생성형 AI 기술의 급속한 성장이 이뤄졌다. 특히 이미지와 음악, 음성 대화 생성 분야는 이미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특정 목적만을 수행하는 AI를 넘어, 인간과 유사한 학습, 이해, 추론 능력을 지닌 인공 지능인 '인공 일반 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의 출현도 논의되고 있다.

AGI가 등장하면 게임은 물론, 모든 엔터테인먼트 업계까지 위험하게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김용하 PD는 여기서 "최고의 AI 감독이 최고의 AI 배우들로 내가 좋아할 만한 내용의 영화를 매번 새롭게 생성해서 보여주는 것을 상상해 보라"며, SF 영역에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 정말 수년 안에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아직 게임 개발에 AI를 본격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무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정밀도에 미치지 못하거나 세부 조정이 어려워 고품질의 작업물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AI 학습 및 운용에 투입되는 비용이 너무 많아, 일반 기업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이다. 김용하 PD는 ”AI가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인력을 곧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아직 실무에 전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 작업자의 창의력을 지원하는 도구로서의 ‘AI’

김용하 PD는 실제로 '블루 아카이브'의 개발 과정에서 AI 기술의 접목을 시도했던 사례들을 하나씩 소개했다. 캐릭터 일러스트의 중요 영역과 컷 이동시 무게 중심을 지정하여 캐릭터 소개 애니메이션을 자동 생성해 보았으나, 실무 피드백을 반영할 수 있는 툴을 제작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한다. 또 제작 음성 데이터를 입력하면 입 모양 애니메이션을 생성하는 AI 솔루션을 적용, 블루 아카이브 캐릭터 ‘아로나’의 립싱크 애니메이션을 생성하는 기획을 마련하기도 했다.

김용하 총괄 PD는 “게임 개발뿐 아니라 모든 직군에서 AI를 점차 업무 영역에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이차원 게임의 세계관과 캐릭터 표현에도 AI가 도입될 여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무엇이든 쉽게 만들어내는 시대에는 오히려 고유 가치를 가진 IP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게 된다”며 “반복적인 업무는 AI에 맡기고 작업자의 창의력과 시야를 밝혀 작업 커버리지를 넓히는 것이 가장 유효한 전략이다”라고 강연을 끝맺었다.

이날 김용하 PD가 진행한 '‘AI 시대의 이차원 게임 개발‘ 강연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AI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나, 게임 개발은 현재의 기술에 기반해야 한다.
2. 창작자를 서포트하는 관점에서 AI를 도입해야 한다.
3. 이차원 게임의 핵심인 세계관 표현과 캐릭터 상호작용에도 AI를 적용할 여지가 많다.
4. 개발 조직은 AI 개발 캐파를 고려해야 한다.

김용하 PD는 'AI 시대에 과연 개발자가 멸종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아직 여지가 남았다고 생각한다며,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일찍이 대응하고 준비하기 위해 'IO본부'를 설립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넥슨게임즈는 지난 8월, 서브컬처 게임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IO본부를 신설한 바 있다. IO본부에는 블루 아카이브의 라이브 개발을 담당하는 MX스튜디오와 신작 '프로젝트 RX'를 개발하는 RX스튜디오가 속해있다. 두 스튜디오에는 약 200여명의 개발자가 소속되어 있고, 김용하 PD는 IO본부의 본부장으로서 두 타이틀의 개발을 총괄 중이다.

끝으로 김용하 PD는 세상을 캐릭터로 채워 현실에 이세계를 강림시키거나, 직접 이세계에 다이브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포부를 가지고 IO본부를 운영 중이고, 재능있는 동료들의 합류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세계 다이브를 위해 더 많은 '사람 동료'가 필요한 상황이니, 넥슨게임즈의 IO본부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하며 발표를 마쳤다.

이날 강연 이후에는 사전에 등록된 참관객들의 질문에 답하는 짧은 질의응답이 진행되기도 했다. 먼저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떤 인사이트를 길러야 할까'라는 질문에 김용하 PD는 "개인 작업으로도 쓸 수 있는 대화형 AI 같은 것들이 많이 있으니, AI와 대화하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강화해 보고, 여러 AI를 사용해 보며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을 키워보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두 번째로 'AI 캐릭터와 본격적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파장이 있을까'라는 질문엔 "현재도 AI 버튜버들이 정말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간 유튜버가 가장 많이 AI에 대체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될 정도"라며, "이외에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강연 이후에 여느 때처럼, 김용하 PD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팬들로 긴 행렬이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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