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2 - 최적화만 빼면 내 맘 속 GOTY

압도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지만, 기술적 문제가 발목을 세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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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해커의 개발사 협박, 막판에 닥친 출시 연기까지. 우크라이나 게임 개발사 GSC 게임 월드가 '스토커2'를 완성하기 위해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낸 그들은 마침내 모든 팬들이 고대하던 신작을 출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07년, 첫 번째 작품으로 세상에 나온 '스토커'는 특유의 '현실적'(이상 현상과 괴물이 나오지만, 핵폭발 때문이라 생각하니 그럴듯하지 않나요?)인 세계관으로 많은 팬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게임은 시리즈를 거듭하며 나아갔지만, 마지막 작품이 나온 뒤로 15년도 넘는 시간이 흐르고 말았죠.

평화로운 국가에서도 게임 개발은 쉬운 일이 아닐진데, 닥쳐 온 국가 재난 상황에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GSC 게임 월드는 지금껏 보여주고 싶고,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스토커2'에 담았습니다. 정말로, '스토커2'는 GSC 게임 월드의 야망을 담은 작품이었습니다.



게임명: 스토커2: 초르노빌의 심장부
장르명: FPS
출시일: 2024. 11. 20.
리뷰판: 리뷰용 빌드
개발사: GSC Game World
서비스: H2 Interactive
플랫폼: PC, Xbox
플레이: PC(Steam)

*본 리뷰는 미디어용 베타 빌드를 활용해 작성되었습니다.

분위기 하나로 압도하는 경험
심리스 오픈 필드로 마주하는, '존(ZONE)'의 무서움




'스토커2' 이전, 시리즈 최신작이 15년 전에 출시된 만큼 게임은 여러모로 발전된 부분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심리스 오픈필드로의 변화입니다. 여러 작은 구역을 넘나들 때마다 로딩창이 함께했던 전작들과 달리, '스토커2'는 약 60제곱 킬로미터(개발사에 따르면)에 달하는 나름 방대한 오픈 월드로 꾸며졌죠.

로딩 스크린이 사라지면서 게임의 몰입감이 크게 증가한 측면도 있지만, 세계관의 핵심이 되는 '존'의 무서움 또한 배가되었습니다. 그리고 크게 발전한 비주얼이 이 부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전작을 한 번이라도 플레이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존'은 아주 무시무시한 구역입니다. 실제로도 존재하는 '초르노빌 금지 구역'에 약간의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만들어진 이 곳은 괴물과 방사능, 이상 현상으로 가득한 공간이 되 었죠. 때문에 거대한 장벽을 두르고 외부로부터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이 곳에서 살며 돈 되는 물건은 뭐든지 챙기는 것이 바로 '스토커'입니다.



▲ 에미션때 밖에 있으면? 죽습니다



▲ 실내를 차지하려는 적들과 대치하게 되는 것도 꽤 인상적

'스토커2'의 심리스 오픈월드, 그리고 시시각각 변화는 기상 효과는 '존'의 무서움을 굉장히 그럴싸하게 담아냅니다. 지금은 화창하던 날씨가 느닷없이 번개 폭풍으로 변할 때도 있는데, 이 때 주의하지 않으면 주변에 있는 이상 현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게 십상입니다.

시리즈 대대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미션' 또한 건재합니다. '블로우 아웃'이라고도 부르는 이 현상은 간헐적으로 존 전체에 걸쳐 일어나며, 아주 빠르게 하늘이 검붉은 색으로 바뀌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 하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에미션 도중 실외에 있다면 죽음을 면치 못하기 때문에, 언제나 기상 상황을 살피며 탐험을 해야 합니다.



▲ 소리랑 들으면 진짜... 압도적인 풍경입니다

뿐만 아니라, '스토커2'의 심리스 오픈 월드는 말 그대로 심리스입니다. 첫 게임 시작이나, 세이브파일 로딩할 때를 제외하곤 로딩 스크린을 볼 필요가 없죠. 드넓은 들판에 있다가 버려진 벙커를 수색할 때도, 반대로 지하 기지에서 밖으로 나올 때조차 로딩 스크린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두 지역, 들판과 지하벙커 사이에는 큰 비주얼적 차이도 존재합니다. 평지만 걸을 때는 전혀 무섭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지하에 발을 디디는 순간 달라지는 분위기는 정말 짜릿합니다. 손전등 없이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간, 솜털까지 곤두서게 만드는 사운드, 실제로 플레이어의 목숨을 위협하는 뮤턴트까지. 존 전체를 위험한 지역처럼 느끼게 만드는 데 이런 요소들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한 가지 더, 개발진이 A-LIFE 2.0이라고 밝힌 AI 시뮬레이션 또한 존 전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요소입니다. 플레이어의 개입 없이도 게임 속 NPC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시뮬레이션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존에서 서로 싸우는 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적대 세력이든, 돌연변이 괴물과의 대립이든 말이죠.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어느 한쪽 편을 들어줄 수도 있고, 아니면 둘 중 하나가 이길 때까지 기다렸다 나머지를 몰살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너무 얍삽해 보여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것이 존이니까요.



▲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공간이 심리스, 아주 칭찬해



▲ 히에엑


밥을 못먹는데, 선과 악이 무슨 소용?
당신의 선택이 곧 당신의 길이 되는, 진정한 '스토커'의 길

사실, '스토커' 시리즈의 게임플레이는 상당히 간단한 편입니다. 적어도 전작들은 그랬죠. 커다란 대주제의 메인퀘스트도, 여러 분기 엔딩도 존재하지만, 플레이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부분은 존 안에서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탐험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토커2' 또한 이 점을 잊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정교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초반 튜토리얼 부분만 끝나고 나면, 플레이어는 정말 원하는 대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 만나는 NPC를 따라가는 것도 방법이며, 그 NPC가 알려준 대로 스토커들이 주둔하는 마을에 가볼 수도 있겠죠. 둘 다 내키지 않는다면? 마음대로 이곳 저곳을 둘러봐도 좋습니다.



▲ 싸우다 총알 끼는 모션도 너무 좋죠

이러한 '생존' 요소가 플레이어에게 더 잘 느껴지게 하기 위해, '스토커2'는 다양한 아이템과 기믹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식량이 없으면 배고픔 게이지가 서서히 줄어들고, 에너지 드링크는 줄어든 스태미나를 급속히 채울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합니다. 출혈에는 붕대가 필요하고, 줄어든 HP는 구급상자로 보충할 수 있죠. 몸에 쌓인 방사능 수치는? 보드카 한 병 먹으면 말끔하게 내려갑니다.



▲ 상호작용이나 선택지가 늘어나 '탐험' 할 맛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스토커2'는 일반적인 생존 게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위와 같은 내용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바로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상대방'에 대한 인식을 게임 초반부터 상당히 강조하는 모습입니다.

다시 말하면 NPC와 상호작용 파트는 확실히 15년 전 전작들에 비해 많아졌고, 또 개선되었습니다. 마을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가며 생존에 필요한 배급표(존에서 사용되는 재화)를 얻을 수 있고, 오픈 월드를 탐험하는 동안에도 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을 마주할 경우 플레이어에게는 일종의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비폭력적인 선택을 할지, 아니면 일단 이마에 총알을 박아볼지 말이죠. 먼 옛날, 첫 번째 '스토커'의 한 NPC는 제게 "존에선 누구도 믿지 말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말을 잘 지키며 저는 후자를 선택해 왔습니다.

이 또한 다른 오픈월드, 포스트 아포칼립스 게임들과 '스토커' 시리즈가 갖는 차별점이기도 합니다. '스토커2'에선 플레이어가 내린 어떤 선택에 대해 UI나 툴팁으로 그것이 선한 행동이었는지, 악한 행동이었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또, 누가 이 행동을 기억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알려주지도 않고요. 온전히 플레이어가 감수해야 하는 행동이면서, 동시에 플레이어에게 더 많은 자유를 선사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플레이어 외에는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분위기, 어쩌면 GSC 게임 월드가 '스토커2'의 오픈 필드에서 추구한 핵심적인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실제로 접한 바로는 꽤나 잘 구축해 놓기도 했고요.



▲ 살려주면 퀘템을 주겠다고? 고~맙다 야

NPC와의 상호작용은 메인 스토리에서는 더욱 빛을 발하는 편입니다. 비교적(?) 심리스하게 연결되는 컷신들은 전작에서는 꿈도 못 꾸는 기술이죠. 덕분에 메인 퀘스트 진행에 몰입감이 더해졌고, UI가 다소 개선되어 어느 것이 메인 퀘스트인지, 또 사이드 퀘스트인지 구분이 편해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과거와 달리, 신참 스토커들에게도 상당히 환영받을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 선행인지 아닌지 게임이 알려주지 않습니다. 당신의 삶을 살면 됩니다 (찡긋)


그래도 신참에겐 따뜻합니다
...10여 년 전과 비교해 보면 말이죠



▲ 대충 살자, 모닥불만 보면 앉고 보는 '스토커'처럼

자꾸 옛날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15년 만에 후속작이 나왔으니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GSC 게임 월드가 여러분이 전작을 모두 다 플레이해보길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전작 스토리에서 꽤나 먼 이후의 스토리를 그리고 있기도 하고요.

제 어린 시절. 그러니까 '스토커'라는 게임을 태어나 처음 접했을 땐 도대체 뭘 하는 게임인지 알 수 없어 금방 흥미를 잃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시절에도 튜토리얼같은 퀘스트는 존재했지만, 일단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았고, 전반적인 시스템이 직관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무턱대고 밖에 나갔다가, 불가를 서성거리던 밴딧의 샷건을 맞고 바로 게임오버 화면을 보기 일쑤였죠.

하지만, '스토커2'는 다릅니다. 스토리 흐름상 자연스러운 튜토리얼 구간을 제대로 갖추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상현상 파훼법과 아티팩트를 얻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습니다.



▲ 튜토리얼 없으면, 신참들은 아티팩트 찾는 것도 모른단 말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 '스토커'를 시작해보려는 게이머에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는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스토커'에는 튜토리얼 이후에도 배워야 할 게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튜토리얼 내용이 익숙할 경우 대부분은 게임 속에서, '존'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것들이죠.

바로 이것이, GSC 게임 월드가 생각하는 '스토커' 시리즈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메인스토리만 빠르게 따라가서 엔딩을 보는 것도 좋지만, '스토커'는 존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자유롭게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존을 탐험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죽이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죠.

그리고, 현실 세상이 전쟁통인 와중에도 개발진은 플레이어의 경험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은 모두 게임 속에 녹여두었습니다.


다 좋은데, 게임을 할 수 있어야지
다소 심각할 수 있는 최적화 문제, 구매는 조금 기다려 보는 것도



▲ 게임은 재밌습니다, 할 수 있으면 말이죠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것들은, 미디어 베타를 통해 '스토커2'를 즐겼던 '좋은 점'들입니다. 그리고,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정말 좋은 점밖에 보이진 않았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던' 동안에는 말이죠.

개인적으로 겪은 최적화 문제는, 비슷한 사양을 보유한 다른 기자는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한 만큼 플레이어의 PC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겪은 문제점에 입각해, '스토커2'의 최적화 문제를 짚고 넘어가 볼까 합니다.

일단, '스토커2'는 RTX 3080 GPU 기준으로도 1440p 해상도도 힘들 정도로 높은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거의 20분 가까이 걸리는 '셰이더 컴파일링'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그 전에는 메뉴를 들어갈 수 없으니 게임의 해상도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죠. 인고의 시간 끝에 셰이더 컴파일링 작업이 99%에 도달했을 때, VRAM 용량이 작으니 게임을 끄겠다는 메시지를 볼 때면 이마에 손이 저절로 짚어지곤 했습니다.



▲ 처음엔 무슨 술 잘못 마셔서 생긴 효과인줄 알았다니까요

일반적으로 셰이더 컴파일링은 맨 처음 진행할 때 많은 시간이 걸리고, 이후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점점 그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리뷰를 진행하는 동안 매번 20분 이상 걸리는 컴파일링 작업을 겪어야 했으며, 잘 되던 게임도 껐다가 다시 켜보면 VRAM 부족 증상을 호소하면서 작동조차 되지 않았던 적이 더 많습니다.

게임 도중에 스크린샷(스팀 플랫폼 기준 F12)이라도 한 번 찍어볼까 하면? 그대로 프리징에 걸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게임이 꺼지면 위에 겪었던 일을 다시 반복하는 과정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경험의 직접적인 원인은 제 PC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PC로 지금까지 여러 최신 PC 게임들을 리뷰해 오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치명적인 버그를 '스토커2'를 플레이하는 지난 며칠 동안 다 겪어본 것도 사실입니다. 게임을 하다가 크래시가 났는데, JIRA(이슈 추적 및 프로젝트 관리에 사용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로그인창이 뜨는 경험, 어디서 해볼까요.

물론, 위같은 상황은 정말 극단적인 예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제 PC보다 사양이 낮은 이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며, 3080으로도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라면 플레이어가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로 '스토커2'의 게임플레이는 오픈 월드 FPS 팬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즐길 수 있을 몰입도를 지녔습니다. 전작의 팬이든, 그렇지 않든, 심리스 오픈 필드인 '존'이 보여주는 압도적인 기상 효과는 분명 엄청난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위같은 각종 버그와 최적화 문제를 웃어 넘길 수 있는 배짱을 가지지 못했다면, 한동안은 일단 지켜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최적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을 때, 다시 게임을 찾는다면 분명 인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최적화 문제도, 존(ZONE)의 매력을 퇴색시키지는 않았습니다. 안심하시길.
  • 심리스 오픈 월드가 보여주는 압도적인 풍경
  • 어디서든 싸움이 끊이지 않는 역동적인 필드
  • 선악을 구분 않는 자유도 높은 선택지
  • 다소 심각한 최적화 문제
  • 과거를 답습한, 살짝 예스러운 게임플레이
  • 후반으로 갈수록 단조로워지는 생존 요소

리뷰 플랫폼: PC (리뷰용 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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