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타임 12시간짜리 영화,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영화의 외전작이 아닌 영화의 계승작이라 불러주오

1
80년대를 대표하는 모험활극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어드벤처 게임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이하 그레이트 서클)'이 오는 9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출시 전부터 여러모로 화제를 몰았던 '그레이트 서클'인 만큼, 한창 원작 영화를 즐겨봤던 팬들로서는 여러모로 기대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게이머들의 시선은 다소 복잡하다.

영화나 코믹스 등 원작의 IP를 활용한 게임이 없던 건 아니다. 아니, 많았다. 하지만 과거 영화의 흥행에 편승해서 영화를 그대로 게임으로 가져오려고 했던 시도는 대부분 실패했다. 말 그대로 영화의 하위 호환 격인 게임으로 만드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후 원작 IP를 활용한 게임들은 대부분 재해석이 들어가곤 했다.

'그레이트 서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소 복잡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레이트 서클'은 철저하게 원작을 따르고 있다.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인디아나 존스(이하 인디)가 주인공으로 등장할 뿐 아니라 스토리 역시 영화의 연장선에 있다는 걸 드러냄으로써 게임으로서의 외전작이 아닌 원작 영화의 계승작이라는 걸 계속해서 주지시킨다. 과거 원작 영화의 인기에 편승하고자 한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처럼 영화를 따라 하려다가 실패한 걸 생각하면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과연, '그레이트 서클'의 이러한 원작을 계승하고자 하는 시도를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누군가는 원작의 계승작으로서 평가할테고 누군가는 그럼에도 결국 게임인 만큼, 영화의 외전작으로서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평가할 수밖에 없다. 영화와 게임, 각각의 영역에서 '그레이트 서클'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본 리뷰는 미디어용 프리뷰 빌드를 활용해 작성되었습니다.



게임명: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장르명: 1인칭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4. 12. 9.
리뷰판: 프리뷰 빌드
개발사: 머신게임즈
서비스: 베데스다
플랫폼: PC, Xbox
플레이: PC(Steam)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원작의 계승작이다
캐릭터부터 스토리, 감성의 영역까지 모든 걸 계승했다



▲ 원작 팬이라면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는 그 장면도 완벽하게 구현했다

'그레이트 서클'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원작 영화의 계승작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단순히 원작의 인기에 편승하고자 하는 그런 게임이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는 본편 이전 시간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1편과 2편에 대한 이야기가 더러 등장한다. 매리언과 헤어진 부분을 꼬집는다든가 2편에 대한 내용이 담긴 쪽지나 유물 등으로 게임은 이러한 각종 장치를 통해 원작의 계승작임을 끊임없이 주지시킨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요소로는 프롤로그를 들 수 있다. 게임은 소위 인디아나 존스 1편에 해당하는 '레이더스'의 첫 장면으로 시작된다. 정글 속 숨겨진 신전을 찾아서 황금 우상을 찾는 그 장면이다. 모험활극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서막을 여는 그 장면으로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게임과 연결함으로써 원작 영화와 '그레이트 서클'이 별개의 작품이 아닌 이어져 있다는 걸 보여준다. 단순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연결점을 보여준 셈이다.



▲ 인디의 영원한 연인, 매리언에 대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섬세한 오브젝트 묘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레이트 서클'의 각종 오브젝트들은 마치 영화 속에 등장했던 것들을 그대로 게임으로 구현해 놓은 듯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현장감을 살린다는 의미에서 '그레이트 서클'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그레이트 서클'은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오브젝트까지 정교하게 구현함으로써 플레이어에게 마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현장감을 선사한다.

영화의 계승작이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그레이트 서클'이 영화 같은 게임이라는 그런 의미는 아니다. 무엇보다 시점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영화는 3인칭 시점에서 바라보는 형태를 띠고 있는 만큼, 영화의 계승작이라고 했으면서 1인칭이라는 게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레이트 서클'이 1인칭을 가져온 이유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완벽한 몰입을 위해서다.




1인칭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압도적인 경험, 그리고 몰입감을 들 수 있다. 이는 3인칭, 쿼터뷰, 탑뷰 등은 줄 수 없는 1인칭만의 장점으로 공포 게임이 1인칭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공포라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트 서클'도 마찬가지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인디의 시선으로 게임을 진행하고 행동부터 감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을 공유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인디에 몰입하게 된다. 어떤 면에서는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고 할 수도 있다.

가장 와닿는 건 미니맵, 지도를 볼 때다.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화면 한쪽에 미니맵을 배치함으로써 플레이를 멈추지 않고도 자신이 어디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하지만, '그레이트 서클'은 다르다. 몰입감, 일체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요소인지 '그레이트 서클'에는 미니맵이 없을뿐더러 일일이 플레이어가 인디의 시선에서 지도를 펼치고 봐야 한다. 불편하지만, 이 역시 플레이어를 한층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 일일이 지도를 봐야 하는 게 불편할 수도 있지만, 몰입감을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 영화를 볼 때는 저렇게까지 수첩을 뒤적일까 싶었는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물론 여기에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애초에 태생부터 영화와 떼어놓고 볼 수 없는 '그레이트 서클'인 만큼, 3인칭이 아니라는 점은 출시 전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철저히 영화적 관점에서 만든 게임이라면 3인칭으로 하는 게 더 좋지 않았냐는 것이다. 제작진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인디를 3인칭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장 기본적인 건 시네마틱 컷신이다. 제아무리 1인칭이 몰입감을 극대화한다지만, 전달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영화라는 요소와는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다. 영화의 계승작을 표방한 '그레이트 서클'에 있어서 이는 여러모로 뼈아픈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아쉬움을 게임은 시네마틱 컷신을 통해 해결했다. 3인칭으로 진행되는 시네마틱 컷신은 글자 그대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 구도부터 연출, 연기까지 과장이 아닌, 진짜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3인칭 전환은 또 있다. 장애물을 뛰어넘거나 난간을 붙잡고 이동할 때와 같이 1인칭의 경우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에서는 3인칭으로 전환됨으로써 인디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답답함을 해소해 준다. 그림자에 대한 부분도 놓칠 수 없는데 조명부터 횃불이나 라이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디를 비추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인디를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시점 외에도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은 많다. 카메라 구도부터 연출,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테마곡이라고 할 수 있는 더 레이더스 마치(The Raiders March)를 비롯한 음향, 그리고 인게임 플레이와 시네마틱 컷신을 넘나들면서 등장하는 원작의 클리셰(슬랩스틱과 유머코드)까지, 그야말로 영화에서 보던 모든 것들이 녹아들었다고 할 수 있다.



▲ 어딘지 예스러운 슬랩스틱이지만, 이 또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스토리를 이끄는 캐릭터들 역시 마찬가지다. 뛰어난 언어 능력, 유머 감각, 그리고 유일한 약점인 뱀에 대한 것까지 작중 인디의 모습은 그야말로 원작의 인디를 그대로 옮겨놓은 수준이다. 게임에서 파트너로서 함께하는 지나 역시 마찬가지. 왈가닥 느낌의 생기 넘치는 모습은 1편의 히로인이자 인디의 영원한 연인, 매리언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인디의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악역 에메리히 포스다. 주인공을 돋보이게 해주는 요소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악역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최근 영화나 게임에 등장했다면 냉철한 악역의 모습을 보여줬을 에메리히 포스지만, '그레이트 서클'에서는 80년대 영화에 등장할 법한 악역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장되고, 가끔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간간이 보여주는 광기 어린 모습을 보노라면 명실상부 인디와 함께 스토리를 이끄는 주역으로서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 우스꽝스럽지만, 가끔 보여주는 광기 어린 모습은 인디의 맞수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가 아닌 정통 어드벤처 장르임에도 '그레이트 서클'은 게임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글자 그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원작 영화를 분석하고 이를 게임으로 재구성한 덕분으로 마치 러닝타임만 12시간짜리인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완벽한 원작의 계승작, 별개의 게임으로 봐도 재미있을까?
준수한 게임 플레이, 하지만 밋밋한 액션은 아쉬워




영화를 보는 감각을 선사한다고 한 '그레이트 서클'이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게 있다면 이건 영화가 아니라 게임이라는 점이다. 영화와 게임은 시점부터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면 바로 경험에 대한 걸 꼽을 수 있다. 영화는 감독이 의도한 장면, 연출 등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거기에 시청자가 개입할 수 있는 요소는 없다.

최근에야 넷플릭스의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처럼 특정 선택지가 등장하고 시청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전개가 달라지는 그런 것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실험적인 콘텐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대다수의 영화, 드라마 등의 영상 콘텐츠는 감독이 의도한 내용을 전달하는 걸 목표로 한다.

하지만 게임은 다르다. 디렉터 등 개발진이 짜놓은 스토리를 따라간다는 측면에서는 다소 결이 비슷할 수 있지만, 그걸 단순히 전달받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조작함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는 원작 영화와 '그레이트 서클'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몇 번이고 언급한 것처럼 '그레이트 서클'은 원작 영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스토리 전개부터 변장해서 적들로부터 유물을 되찾거나 퍼즐을 풀고 방해하는 적들을 때려눕히는 것까지 거의 모든 것들이 원작의 향취로 가득하다.



▲ 잠입을 의도한 구간도 귀찮다면 그냥 무대포로 돌파해도 된다

그럼에도 '그레이트 서클'을 마냥 영화와 같은 관점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도 아닌 정통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이라는 점이다. 당연히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의 형태부터 플레이 감각에 이르기까지 원작 영화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원작에서라면 변장해서 쉽게 넘어갈 수 있을 상황을 게임에서는 개발진이 의도한 대로 변장해서 넘어가거나 그조차도 번거롭다면 무대포로 밀고 들어가서 방해하는 적들을 죄다 때려눕히고 여유롭게 나올 수도 있다. 이는 분명한 게임만의 장점이다.

다만, 아쉽게도 이러한 게임만의 영역,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한다는 부분에 있어서 '그레이트 서클'은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레이트 서클'의 인게임 플레이를 대략적으로 분해하자면 크게 3개의 파트로 구분할 수 있다. 탐험(퍼즐), 전투, 그리고 잠입이다. 일단 모든 부분이 어설프다는 건 아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할 수 있는 탐험 파트는 더없이 훌륭하다. 다양한 퍼즐이 마련되어 있어서 시종일관 즐거움을 선사할 뿐 아니라 힌트를 모으는 과정도 여러모로 쾌적할뿐더러 퍼즐을 풀어서 새로운 정보를 얻고 그 결과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퍼즐 파트는 흠잡을 데가 없다. 직관적일뿐더러 스토리 전개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건 퍼즐의 난이도다. 보통 복잡한 퍼즐로 난도를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레이트 서클은 정반대다. 거의 떠먹여 주다시피 했는데 오히려 이런 부분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원작도 그랬지만, '그레이트 서클' 역시 스토리 전개를 위해 필요한 장치로서 퍼즐이 존재하는 만큼, 괜히 어렵게 만들어서 막히게 하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깔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낮추는 게 오히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됐다.

인게임 플레이 파트 중에서도 탐험이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이유는 또 있다. 전투, 잠입과 달리 탐험은 개발진 정해진 방식대로 풀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이 게임보다는 영화에 좀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반면, 전투와 잠입은 철저히 게임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아쉽다는 건 이러한 것들이 그렇게까지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 애초부터 '그레이트 서클'은 툼 레이더나 언차티드 같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라기보다는 정통 어드벤처에 가깝다. 이는 단순히 게임만의 얘기가 아니다. 원작 영화에서도 나치나 소련을 상대로 싸우는 모습이 왕왕 등장하긴 하지만, 일부에 불과하고 일대일에서나 이기는게 대부분이다. 고고학 교수로서 제법 주먹이 매운 편이지만, 딱 그 정도로 적들에게 제압당하는 장면 역시 많다.

이는 인디의 캐릭터성, 그리고 영화의 콘셉트와도 연관이 있다. 애초부터 인디는 총을 난사해서 적을 쓰러뜨리는 그런 류의 슈퍼 히어로가 아닐뿐더러 영화 역시 액션 영화라기보다는 모험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면이 있다. 당연히 원작의 계승작을 표방한 '그레이트 서클'이니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니, 자유로워선 안 된다. 그랬다간 재해석이 아니라 원작 훼손이라며, 손가락질받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레이트 서클'의 전투는 냉정히 말해서 그다지 재미있는 편은 아니었다. 재미없게, 못 만들었다는 그런 얘기가 아니다. '그레이트 서클'의 전투는 다방면에서 원작에 충실하다. 병이나 공구로 나치의 뒤통수를 칠 때의 청아한 울림부터 고간을 칠 때의 반응, 주먹이 내리꽂혔을 때의 타격감에 이르기까지 개발진이 얼마나 많이 원작을 보고 이를 게임으로 구현하려고 했는가 느껴질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액션이 제법 다채로운 걸 알 수 있다. 가드부터 패링, 좌우 펀치, 모아서 날리는 강공격, 부위별로 채찍을 휘두를 때의 반응, 그리고 회피에 이르기까지 여느 1인칭 액션 게임 못지않지만, 굳이 이것들을 그렇게까지 쓸 필요가 없다는 게 문제다. 적들이 몰려오거나 해도 그냥 적당히 잘 막고 주변에 떨어진 도구들을 주워서 싸우기만 해도 대부분 이기며, 도구가 없더라도 막고 치는 것만 잘해도 한 번에 3~4명은 거뜬히 상대할 수 있다.



▲ 제법 정교한 전투 시스템을 구현해 놓았지만, 실상은 막싸움인 경우가 많았다

이건 보스전도 마찬가지다. 제법 맷집이 있다는 걸 제외하면 적이 공격할 때 막을지 아니면 회피할지 정도의 차이가 있다 뿐이지 잡졸들을 상대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찰진 손맛에 제법 미소가 지어지지만, 이것도 한두 번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막고 치는 게 전부이니 쉽게 질릴 수밖에 없다.

채찍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진 상황이라면 채찍으로 적의 손을 쳐서 무기를 떨구게 하거나 발목을 낚아채 넘어지게 하는 등 다양한 액션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처음에만 흥미롭지 어느 순간 무덤덤하게 느껴진다. 이전 체험기에서는 제법 흥미롭게 느껴졌던 전투가 본편에서는 이전만큼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총기는 말할 것도 없다. 보통 다른 1인칭 게임에서는 액션을 책임지는 총기지만, '그레이트 서클'의 총기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기본 무장은 리볼버뿐이고 적들이 떨군 총을 챙겨서 나중에 쓴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탄약 역시 마찬가지. 권총류는 10발 남짓, 소총이라고 해봤자 20발 정도가 최대치여서 총으로 적들을 쓸어버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 총 쏘는 느낌마저도 원작에 충실하다. 다만, 그게 플레이 측면에서 재미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심지어 공격력도 이게 정말 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낮다. 몇 발을 맞아도 쓰러지지 않는 적들을 보면 혹시 쟤들이 주인공인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총기의 단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안 그래도 약한데 총소리를 듣고 적들이 몰려올 수도 있어서 어지간하면 안 쓰는 게 더 낮다.

잠입 요소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흔히 잠입 요소가 훌륭한 게임이라고 한다면 적의 AI가 뛰어나고 플레이어에게는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는 식이지만, 이는 잠입 액션 게임에나 어울리는 방식이다. 모험활극을 표방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그리고 '그레이트 서클'과는 어울리지 않기에 여러모로 느슨하게 만든 면이 있다. 문제는 많이 느슨하다는 점이다. 대충 눈앞에 지나가는 걸 놓치는 건 그렇다 쳐도 발각되더라도 잠깐만 숨어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붕어처럼 잊어버린다. 물론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애초에 잠임 액션 게임이 아닌 만큼, 퍼즐과 마찬가지로 느슨하게 설계된 걸 테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 잠입할 때 일일이 옷을 갈아입는 등 제법 신경을 쓴 편이지만



▲ 들켜도 그냥 달라붙는 적 몇 명을 때려눕히고 유유히 빠져나오면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인게임 플레이가 초반부터 끝까지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원작에 충실하니까'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이건 너무 밋밋한데?'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따라다닌다는 점에서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원작 팬이라면 100% 만족
그렇지 않다면 호불호가 갈릴지도?




결론을 내리자면 '그레이트 서클'은 게임을 좋아하는 원작 영화의 팬이라면 100% 만족할 만한 그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여겨지는 1인칭마저도 게임의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본다면 흠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퍼즐을 비롯한 모험 요소와 스토리를 이끄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물론이고 카메라 구도부터 각종 연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에 가깝다. 각종 클리셰는 말할 것도 없다. 액션이나 잠입에 대해서는 다소 밋밋한 게 사실이지만, 이마저도 어떤 면에서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답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는 가히 완벽하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식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런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레이트 서클의 비밀을 쫓는 과정부터 모든 것이 밝혀지는 대단원에 이르기까지 영화 못지않은 짜임새를 자랑한다. 다소 잔인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기승전결 무엇 하나 아쉬울 게 없는 스토리여서 어떤 면에서는 4편과 5편보다도 훨씬 완성도가 높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이쯤 되면 비유가 아니라 진짜 계승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 시네마틱 컷신을 비롯해 게임을 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원작 팬 입장에서 볼 때의 얘기다. 딱히 원작에 대한 추억과 팬심이 없는 플레이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정통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완성도 높은 시네마틱 컷신, 연출 등에서 만족하는 플레이어도 적지 않겠지만, 툼 레이더나 언차티드 같은 모험물의 원조로서 비슷한 느낌을 생각했다면 단조로운 전투에 실망할 수도 있다. 물론 액션을 뺀 정통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원작의 향취가 가득한 연출 등을 기대했다면 분명 '그레이트 서클'은 만족할 그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그레이트 서클'은 단점보다도 장점이 더 많은 어드벤처 게임으로 볼 수 있다. 모든 게 완벽한 그런 게임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 역시 취향의 영역에 더 가깝다. 어떻게 해야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다울지 개발진의 고민이 녹아든 결과물로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험과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정통 어드벤처 게임을 즐기는, 그리고 원하는 플레이어라면 분명 '그레이트 서클'은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인디의 다음 모험을 게임으로 하루빨리 만나길 기대해 본다
  • 게임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원작 영화의 감성
  • 복잡하지 않고 쾌적한 퍼즐, 레벨 디자인
  •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
  • 다소 밋밋한 전투와 잠입 시스템
  • 풀 프라이스 대비 짧은 플레이타임

리뷰 플랫폼: PC (프리뷰 빌드)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