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칼럼 | 강승진 기자 | 댓글: 1개 |
한때는 세계 최고의 게임 컨퍼런스이자 28년의 기록을 끝으로 막을 내린 E3. E3를 진행한 ESA(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 미국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가 새로운 컨퍼런스의 출범을 알렸다.




2026년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인터랙티브 이노베이션 컨퍼런스(Interactive Innovation Conference), iicon이 그 주인공이다. E3의 끝을 알렸던 ESA는 왜 새로운 컨퍼런스를 여는 것일까?


E3 수준의 대형 게임사 합류 예고된 iicon, 하지만 핵심은 기업
ESA는 iicon의 출범과 함께 가장 먼저 첫 이벤트에 참가하는 회사를 공개했다. 아마존 게임즈, 디즈니, EA, 에픽게임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스퀘어에닉스,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유비소프트, 워너 브라더스 게임즈 등이다. 사실상 현재 글로벌 게임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혹은 과거 시장을 주도했던 ESA 회원사들이 다수 합류하는 셈이다.

하지만 iicon은 E3처럼 일반적인 관객을 유치하는 행사는 아니다. 일반 관람객을 받기 전의 E3처럼 미디어나 게임 인플루언서를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도 아니다. 이 행사의 목적은 산업 전반의 리더, 혁신적인 위치에 있는 이들을 위한 네트워크가 핵심이다. 이벤트 이름처럼 인터랙티브 콘텐츠 산업의 혁신을 담당하는 리더들의 B2B 행사에 가깝다.




행사의 성격과 이름에서 보듯, ESA의 목적은 비교적 뚜렷하다. 혁신 기술과 비즈니스 측면의 중점을 둔 산업행사다. 그래서 게임을 넘어 영화, TV, 음악 같은 미디어 콘텐츠 뿐만 아니라 스포츠, 의료, 교육, 금융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고, 그 통합을 이야기한다.


E3 폐지 과정에서 요구됐던 ESA의 변화
ESA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

E3는 2020년 전 세계적인 팬데믹 현상에 행사 취소, 온라인으로의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2023년 행사 재개는 이루어지지 못했고 2023년 12월 공식 폐지를 선언했다. 겉모양만 보면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상황 변화가 이벤트 중단과 폐지의 이유로 보인다. 하지만 E3는 그 이전부터 여러 문제를 앓고 있었다.




미디어와 업계 전문가의 행사에서 일반 관람객을 받기 시작하면서 행사 부대 수익 증진을 노렸다. 하지만 정작 찾아올 팬들이 즐길 게임을 선보여야 할 퍼블리셔는 하나둘 E3를 떠나기 시작했다.

특히 ESA는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게 E3를 바꾸지 못했다. 온라인 행사로 무게가 옮겨지며 닌텐도, 소니, Xbox 등이 자체적인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대형 게임쇼 없이도 자신들의 게임만으로 유저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게 가능해졌다.

게임스컴 같은 기존의 대형 게임쇼는 쇼의 규모를 키우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유명 쇼 프로듀서를 영입을 서둘렀다. 일반적인 온라인 쇼케이스에서는 보기 어려운 무대 연출과 카메라 워크 등을 통해 볼거리를 키우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E3는 마땅한 전략이 없었다. 반면 현장 부스 설치 등 비용이 증가하며 과거보다 비용 효율성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준비할 건 많지만, 다른 게임 쇼나 온라인 쇼케이스와 비교해 남는 게 없는 행사가 되어버린 셈이다.

사실상 동력을 잃은 ESA는 E3라는 대규모 공개 컨퍼런스를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행사 폐지로 이어졌다.


게임 넘어 함께 살아남아야 하는 게임사, iicon은 그 변화에 따라갈 수 있을까
그럼에도 업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만남의 장은 ESA 주도로 여전히 요구되고 있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에 있어서 게임은 선봉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시장 규모 역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26년에는 3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00조 원 이상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 속에서 그들만으로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을 논하긴 어렵다.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위세를 떨치는 곳도 많지만, 대형 게임사로 기억되던 곳들도 게임 몇개의 실패로 휘청거리고 있다. 여기에 개발비 증가와 인력 확충, AI 기술의 성장 등 여러 방향에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게임사들은 기술 경쟁만큼이나 협력과 기술 교환을 통한 개발 효율성 확대 역시 고민하고 있다.



▲ ESA 스탠리 피에르-루이스 대표

결국 유저에게 게임을 공개하고 시연하는 쇼케이스보다는 개발자, 퍼블리셔, 투자자, 나아가 정책을 담당하는 이들까지 서로 한 장소에서 동향과 비즈니스 전략을 교류하고자 하는 목적이 맞아떨어졌다. 나아가 회원사 중심으로의 비즈니스 공유 컨퍼런스는 E3 같은 부스 설치도, 인력 비용도 아낄 수 있다.

내부 고발을 통해 운영 문제, 작업 환경 문제가 불거졌던 ESA에겐 iicon이 E3 폐지로 곤두박질쳤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ESA의 대표였던 마이클 갤러허는 E3 방향성과 함 내부 운영 문제로 퇴임됐다. ESA 방향의 전략적 재정립을 추구하는 스탠리 피에르-루이스 현 대표는 E3의 폐지를 막지 못했던 만큼 iicon에 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E3의 운영에 있어 변화와 혁신에 둔감했던 ESA가 iicon을 통해 얼마나 혁신적인 시장 변혁을 주도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 모습은 내년 4월 27일부터 나흘간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리조트에서 진행될 첫 행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1)

새로고침
  • Ikd393225-02-12 15:58
    신고|공감 확인
    B2C 사업 접고 B2B를 하겠다는 말이군
    답글
    비공감0공감0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