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美 FTC 리포트] 게임 재화 환전형 BM 문제, 핵심은 '디지털 공정성'

기획기사 | 윤서호 기자 | 댓글: 2개 |



최근 미국, 유럽에서 일부 BM 유형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있다. 한때 서구권에서 확률형 아이템 그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던 움직임이 있었으니 그것이 드디어 본격화되는 것이라고 기대할지 모르지만, 최근 시정 요구를 한 것은 그와는 좀 결이 다르다. 확률형 아이템과 연관은 되어있지만,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부분유료화 게임을 하는 사람이면 굉장히 친숙한, 게임 내 유료 재화를 결제한 뒤 그 유료 재화로 아이템을 사는 이른바 게임 재화 환전형 BM이 이번 이슈의 수면에 올랐다.


EU-미 FTC, "게임 재화 환전형 BM, 유저가 재화 가치 오인하게 해"
이번 이슈의 발단이 된 지난 1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자료나 지난 3월 21일 EU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읽다 보면 '가상 화폐'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말을 코인류에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슥 훑어보면 그와 관련된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실제로 최초 보도 당시에는 이를 기계적으로 번역한 가상 재화, 가상 화폐라는 식으로 언급이 되곤 했다. 그렇지만 서구권에서는 버추얼 커런시 즉 가상 재화란 표현은 디지털에서 화폐처럼 사용되고 유통되는 모든 것을 통칭하는 말이고, 코인류는 이와 구분하기 위해 암호화폐라는 점에 초점을 두어서 '크립토커런시(Cryptocurrency)'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즉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블록체인 유무와 상관 없이, 실제 화폐를 게임 내 가상 재화로 환전한 뒤 그 가상 재화로 게임 내 아이템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BM 자체에 대한 지적이다.

이 문제는 그간 부분유료화 모델을 오래 전부터 자주 접했던 국내 유저들에게는 다소 의아할 수 있다. 다이아, 루비, 크리스탈 등을 구매한 뒤 그 재화를 사용해서 아이템을 구매한 모델은 다수의 모바일 게임에서 볼 수 있는 BM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온라인 게임이 대세이던 시기에도 XX캐시 이런 걸 구매한 뒤 그 캐시류로 여러 아이템을 사는 게 흔했던 만큼, 문제가 됐다는 말 한 마디로 그냥 넘어가기엔 모호하다.

서구권에서 문제삼은 것은 그 중에 전자다. 현금 재화와 환율이 1:1로 매칭하지 않는 양의 다이아나 루비, 크리스탈, 코인 등을 사용하는 최근에 자주 볼 수 있는 게임 유형이다. 그들이 이를 지적한 이유는, 소비자가 비용을 오도하게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1월 미 FTC가 호요버스의 '원신'에 지적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FTC는 보도자료를 통해 실제 화폐를 가상의 게임 재화로 교환하고, 그 재화를 뽑기 재화로 교환해서 뽑는 복잡한 과정이 유저들로 하여금 원하는 상품을 획득하는데 필요한 금액을 오도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전략이 아동과 청소년에게는 더욱 혼선을 줄 수 있으며, 일부 아동이 픽업 캐릭터를 뽑기 위해 수백 달러 혹은 수천 달러를 지출하게 만들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지난 3월 21일 EU가 지적한 승마 SNG '스타 스테이블 온라인'도 비슷한 이유에서 지적을 받았다. '스타 스테이블 온라인'도 '스타 코인'이라는 게임 재화를 구매한 뒤 스타 코인으로 말이나 커스터마이징 아이템, 보급 등을 구매하는 BM을 채택하고 있는 게임이다. 이러한 방식에 대해 EU는 게임 내 재화의 가격 및 사용 방식이 명확히 안내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실제 지출이 과다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소비자에게 직관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디지털 공정법'


▲ 지난 9월 EU 집행위원장이 서신을 통해 직접 언급한 '디지털 공정법'이 이번 이슈의 핵심이다

이러한 이슈는 올해에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EU에서 언급한 '스타 스테이블 온라인'의 경우는 작년 3월 스웨덴 소비자 협회가 신고했고, 이에 대한 조사 끝에 시정 조치가 올해 발표된 것이다. 그리고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도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과 작년 9월 '디지털 공정법(Digital Fairness Act)'이 언급되면서 점차 마련되고 있었다.

'디지털 공정법'은 2024년 9월 24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민주주의 및 정의, 법치 담당 집행위원 지명자에게 보낸 임무 서한을 통해 언급된 개념이다. 요는 디지털 환경에서 소비자의 취약성을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고, 이와 관련한 내용을 2024년 10월 3일 EU 집행위가 정리해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EU 집행위의 디지털 공정법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식적으로 발의할 디지털 공정법은 지난 2023년 9월부터 시행된 EU의 '디지털 서비스법' 제25조의 다음 단계다. 디지털 서비스법 제25조는 온라인 플랫폼 제공자가 유저의 자유롭고 정보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왜곡하거나 방해하는 방식 혹은 유저를 기만하거나 조작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인터페이스를 설계, 구성,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마련될 디지털 공정법은 디지털 서비스법보다 더 넓은 영역을 다룰 예정이다. 디지털 서비스법은 앞서 언급된 것처럼 온라인 플랫폼에 주력하고 있지만, 디지털 공정법은 전자상거래 사이트 및 앱 개발자, 디지털 광고 업체,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도 포함된다. 또한 EU 집행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작적 디지털 설계에 대한 정의도 디지털 서비스법에 명시된 것보다 더 넓게 적용되고, 소비자의 심리적 취약성을 악용하는 광고를 방지하기 위해 더 강력한 규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특히 EU 집행위는 법안 도입 취지 설명에 동봉한 디지털 공정성 적합성 평가에서 '중독성 설계와 게임'이라는 별도의 항목을 마련, 최근의 상황에 대해서 지적했다. 여기에는 이번에 문제가 된 중간 단계에 게임 재화를 거치는 구조는 물론, 확률형 아이템 등 불확실성 기반 보상이 최근 증가하면서 소비자로 하여금 실제 지출 가치 인식을 왜곡해 과소비를 유도한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관행에 대해 현재 EU에서 명시적으로 다루는 법률이 없다는 점을 언급, 현실에 맞춘 법률 개정 혹은 법률 도입을 강조했다. 아직 공식 발의가 되지는 않았지만, 이와 관련 있는 디지털 서비스법 제25조와 연계해서 일부 사례에 시정 명령을 진행하면서 도입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EU와 달리 미국은 이와 관련한 법이 확립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사례를 통해 미국에서도 이러한 디지털 공정성 개념을 점차 짚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FTC는 앞서 예시를 든 '원신'의 사례 외에도, 지난 2024년 12월 '포트나이트'에 다크 패턴으로 유저들이 원치 않은 구매를 유도했다고 지적하면서 총 7200만 달러(한화 약 1,028억 3760만 원)을 환불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호요버스에는 게임 재화가 아닌 실제 화폐로 직접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는 옵션을 제공하고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및 게임 재화와 실제 화폐의 환율 공개 등의 합의안을 제시했던 만큼, 단순 환불이나 배상을 넘어 실질적인 '행동'까지 더 퍼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2025년 게임업계 또다른 화두가 될 '디지털 공정성'


▲ BM뿐만 아니라 다크 패턴,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 여러 안건을 '디지털 공정성'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올해 서구권에서 시정 명령이 이루어진 두 건의 표면적인 이유는 게임 재화 환전형 BM이었지만, 그 속을 잘 살펴보면 '디지털 공정성'이라는 이슈가 자리잡고 있었다. 실제로 그 문제 외에도 두 건 다 공통적으로 아동 및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유튜버나 스트리머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과도하게 소비하도록 유도한 점, 시간 제한을 통한 심리적 압박 판매까지도 지적 받았다. 그리고 이 사항들은 앞서 언급한 '디지털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다.

이에 대해 EU는 더 엄격하게 '인지 편향'이라는 개념까지 언급했다. 인지 편향은 인간의 두뇌가 정보를 단순화해서 처리하려는 경향으로 인해, 합리적 판단에서 벗어난 결정이나 추론을 내리게 되는 심리적 특성으로, 빠른 결정을 도와주지만 종종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인지 편향을 유도하는 행위에 대해 EU는 시정 보도자료에서 '게임 내 유료재화 운영 핵심 원칙'까지 공개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당 원칙에서 게임 내 아이템과 게임 내 유료재화의 명확한 가격 정보 및 사전 고지 의무화, 숨겨진 비용 구조(다크 패턴) 금지 및 게임 내 유료재화 구매 강제 관행 방지, 소비자 철회권 보장 특히 미성년자의 실수 구매 보호, 어린이 등 취약 소비자 대상 마케팅의 책임성 강화까지 직접 명시하고 지속적인 점검과 법적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전한 만큼,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시정 명령 및 조치가 이어질 확률이 높다.

아직 서구권, 특히 EU를 중심으로 언급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는 아직 와닿지 않는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결은 다르지만 '디지털 공정성'이라는 핵심에 접근해나가고 있다. 작년 12월에 본회의를 통과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그 예다.

이전에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거짓으로 표기하거나 미표기한 것에 대해 게임사에 책임을 물을 근거가 부족했고, 입증 책임도 소비자에게 있었다. 그러나 게임의 구조상 소비자와 게임사 간 정보 비대칭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게임 아이템 확률을 거짓으로 표기하거나 미표기한 것에 대해 게임사가 책임을 지고, 확률 표시의 고의 및 과실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도록 입증 책임이 전환된다. 이 역시도 언급한 '불공정 상거래 관행'을 타파하고 소비자가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명확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공정성'의 문제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디지털 공정성'과 관련된 법은 실제로 적용되지 않았다. EU의 디지털 공정법은 올해 공식 발의될 예정이고,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법률 공포 6개월 뒤에 시행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그 전에 이미 다른 법안과 연계해서 디지털 공정성의 개념을 차근차근 확립해나가고 있다. 아직 관련법이 마련되지 않은 미국도 '어린이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 규칙(COPPA)'에 의거, 정보 취약층이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시정 명령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이번 이슈는 단순히 게임 BM으로 인한 과소비 방지를 넘어선 안건이다. 그만큼 소비자도, 아울러 게임업계도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다. 면밀히 보면 게임 재화뿐만 아니라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 게임 외적인 부분까지도 다각도로 언급이 됐기 때문이다. 그 핵심인 '디지털 공정성'이라는 개념에 각자 진도나 초점은 달라도 점차 접근해나가고 있는 만큼, 올해 초부터 시작된 이 이슈가 어떻게 퍼져갈지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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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절흑마25-03-2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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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000원 결제해서 게임 내 4,000 다이아로 지급받고
    현금으로 다이아를 사고 그 다이아로 유료상품을 교환해서 뽑는 복잡한 과정이 유저들이 원하는 상품을 획득하는데 필요한 금액을 오도하게 만들었다고 지적

    일부 아동이 픽업 캐릭터를 뽑기 위해 수백 달러 혹은 수천 달러를 지출하게 만들었다
    현금과 게임화폐가 1:1로 매칭되지 않아 인지편향에 걸려 과도한 돈을 쓰게 만든다

    이야 이걸 유럽에서 나서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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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지팩트25-03-2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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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ㄹㅇ 좋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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