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빌리빌리월드, 소름도 알아야 돋는다

심상치 않다는 빌리빌리월드에 직접 가봤습니다. 지난해 다녀온 기자들이 그 열기가 소름 돋을 정도라는 이야기까지 했는데 저도 좀 돋아 보기 위해 상하이로 날아갔습니다.

전시장 입구 초입, 중국 택시 기사님이 친절하게 "여기서부터는 차가 막히니 걸어가는게 빠르다"고 해서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면 전시장 입구로 향했습니다. 분명 행사장 앞에서 내렸는데 20분을 더 걷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죠.

나중에 안 사실인데 빌리빌리월드는 티켓 종류별로 출입구가 달랐습니다. 거의 행사장 반바퀴를 돌아서야 입구를 찾을 수 있었는데 덕분에 행사장 사이즈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혔습니다. 느낌상 벡스코의 4배는 넘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벡스코 전시장은 46,380㎡, 빌리빌리월드 전시장은 250,000㎡로 5배 이상 크다고 합니다.

처음이다보니 입장도 쉽지 않았습니다. 분명 티켓을 스마트폰으로 받았는데 입장하기 위해서는 별도 사이트에 들어가 얼굴 사진과 여권을 업로드한 후에야 새로 발급 받은 QR 코드로 입장하는 구조였죠. 평소에 셀카 찍을 일이 많지 않은데 그렇게 카메라로 40대의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후에야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확인한 엄청난 인파!! 와! 전시장이 정말 크구나. 아니었습니다. 여긴 그냥 통로였습니다. 전시장은 네잎클로버 형태로 1관부터 8관까지 나눠져 있었는데 7관을 제외하면 모두 전시장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부스와 부스간 간격이 지스타나 플레이엑스포와 비교해도 3~4배 더 넓어 보였는데도 각 관마다 꽉찬 관람객을 보고 있노라면 대륙의 스케일이 무엇인지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까운 2관을 들러서 잠깐 구경했는데 운이 좋게도 한국 업체 부스들이 잔뜩 모여있었습니다. 올해 첫 출전한 에피드게임즈의 트릭컬 부스부터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부스, 빌리빌리 부스에서는 MAGIC CRAFT와 콜라보한 데이브더다이버도 확인할 수 있었죠.

올해 인벤은 빌리빌리월드와 공식 미디어 파트너 관계를 맺었습니다. 현장에서 빌리빌리월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작년 보다는 규모는 더 커졌지만 참관객도 더 늘어 주말엔 더 붐빌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주최측 추산 올해 예산 참관객은 30만명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1차 티켓은 25초만에 2차 티켓은 6초만에 매진될 만큼 엄청난 열기였다고 합니다.

이틀간 빌리빌리월드를 탐방하면서 오기전 생각과 달랐던 점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빌리빌리월드는 서브컬쳐만의 행사는 아니라는 점. 이미 글로벌 게임사들이 부스를 꾸리며 AAA급 게임을 전시하고 있었고 전혀 이질감이 없었습니다. 펄어비스가 붉은사막 시연부스를 이곳에 꾸린 것도 이해가 갔습니다.

또 하나는 몇년 후 아시아를 대표하는 서브컬쳐 행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놀라울 게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행사 취지나 규모가 그렇다기 보다는 행사를 만끽하고 있는 관람객의 태도가 다른 아시아권 서브컬쳐 행사와 비교해봐도 꿀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코스프레 열기 만큼은 압도적이었죠. 행사 종료후 코스어들이 길거리, 커피숍, 식당, 호프집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밤에는 또다른 풍경이 연출되는 것도 이색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상하이 지역 뉴스를 검색하면 빌리빌리월드가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기사가 많은데요. 여행 예약 플랫폼인 메이투안 트래블(Meituan Travel)은 빌리빌리월드 기간 동안 상하이의 문화 및 관광 예약이 전주 대비 35% 급증했다고 발표했으며 상하이행 기차표 검색은 전년 대비 36% 증가, 항공권 예약도 50% 증가, 행사장 인근 호텔 사전 예약은 거의 6배 급증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모두 알다시피 중국 서브컬쳐 게임의 발전 속도는 정말 놀랍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국 업체 관계자는 "이미 격차가 너무 벌어져 따라갈 엄두가 안날 정도다"라는 말을 했는데요. 저도 도대체 어떤 원동력이 있었나 궁금했는데 올해 빌리빌리월드를 경험하고 나니 조금 의문이 풀렸습니다. 봇치 코스프레한 여성과 마인부우 코스프레한 남성이 커플 팔짱끼고 다니는 장면은 솔직히 소름 돋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