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8월 10일 출시한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가 오늘 20주년을 맞았다. 인간의 나이로 치면 20살, 이제 겨우 성년이 되는 나이지만 던파는 이미 글로벌 시장 최전선에서 20년간 싸워온 베테랑이다. 20주년은 던파라는 IP 자체에도 축복할 위업이지만, 그간 고생해온 회사 임직원과 팬들에게도 그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살아남았다면 강하다는 것" 요즘 밈이 말해주듯 던파가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수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출시 몇 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고, 한때 인기를 끌었던 게임들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던파는 위기때마다 대규모 패치를 선보이며 늘 그렇듯 '해답'을 찾아왔다.
특히 이계던전, 2차 각성, 안톤 레이드, 여프리스트, 최근 중천까지 위기때마다 분위기를 일신하는 이른바 '갓시즌'이 있었으며, 이런 모습이 20년간 던파의 인기가 유지되는 비결이기도 했다. 아울러 해외 서비스에서도 글로벌 서비스 확장과 각 지역 특성에 맞춘 현지화 전략은 던파가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IP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하나의 핵심은 던파 특유의 견고한 유저 커뮤니티다. 길드 시스템을 통한 사회적 관계 형성, 던파 관련 커뮤니티와 2차 창작물, 그리고 세대를 이어가는 팬덤은 게임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기반이 되었다.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던파는 젊은 시절 추억의 일부가 되었고, 이러한 정서적 유대감은 현재 던파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물론 현재 던파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새로운 기술력과 컨셉으로 무장한 신작 게임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지고 있으며, 싸워야 할 전선도 글로벌로 확장되었다. 또한 젊은 세대의 게임 취향 변화, 그리고 치열해진 게임 시장 경쟁은 던파에게도 새로운 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이야말로 던파가 진정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20주년은 단순한 숫자적 의미의 기념일로 넘길 일이 아니다. 던파라는 IP의 본질을 재확인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려면 지난 20년간의 발자취를 정리하고 기념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무엇보다 팬들의 세대 전환이 이루어지는 시기라는 것이 중요하다. 학창 시절 즐겼던 게임이 사회인이 된 직장인, 아이를 가진 부모가 되어서도 여전히 서비스 중이고, 언젠가는 내 아이와 함께 할 수도 있는 그런 시기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기에 팬들과 함께 기념하고 축복할 수 있는 축제 자리가 취소되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그 의미마저 조용히 지나갈 수는 없는 일이다. 던파의 그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모든 이들이 하나가 되어, 던파의 다음 20년을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오늘이 그 첫 한걸음이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