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아가는 '슈퍼로봇대전Y'

같은 자리, 하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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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로봇대전은 참 오묘한 게임입니다. 매번 그 맛이 그 맛이라는 평가가 있음에도 팬들은 PV 공개를 손꼽아 기다리고, 실망하고, 환호하죠. 전투를 보며 실망의 한숨을 내뱉기도 하지만, 대사를 따라 읊으며 감동의 탄성을 내지르기도 하고요.

그렇게 매년, 가정용과 휴대용 콘솔을 오가며 만날 수 있었던 슈퍼로봇대전이었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퍽 달라졌습니다. 지난 슈퍼로봇대전30은 전작 이후 2년 만에 출시됐고, 신작 슈퍼로봇대전Y는 4년 만에 출시된 신작입니다.

슈로대Y는 사실 언제나의 슈로대일지도 모릅니다. 시리즈의 전통을 지켜나가는데 집중하면서 외연보다는 내연의 변화에 더 치중했습니다. 20년 가까이 개선해오며 쓰던 엔진을 유니티로 교체하며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겉으로 보기에는 팬들이 즐기던 슈퍼로봇대전을 만드려고 했죠.

이어가는 시리즈 전통. 그건 기존의 플레이 방식, 지난 슈퍼로봇대전30에서 추가된 시스템의 개선, 연출의 흐름, 그리고 게임 감각입니다. 슈퍼로봇대전Y는 그런 전통을 이어가는 타이틀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변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시리즈를 어렵게 이어가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여러 과정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신경 쓰고, 변화하려는 모습을 플레이 중에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게임에 대한 평가도 플레이를 하며 '언제나 똑같은 슈로대'에서, 그래도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 슈로대'로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조금은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게임명: 슈퍼로봇대전Y
장르명: 시뮬레이션 RPG
출시일: 2025.08.28.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반다이남코 포지 디지털즈
서비스: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PC, PS, Xbox, Switch
플레이: Switch


자유로운 선택과 중심이 되는 이야기차트 하나로 바뀐 미션 선택의 새로움

시리즈 30주년을 맞아 출시됐던 '슈퍼로봇대전30'의 가장 큰 변화는 택티컬 에어리어 셀렉트 시스템을 통한 플레이어의 주도적 게임 진행이었습니다. 정해진 이야기의 순서가 아니라, 자신이 여러 미션 중 차기 행선지를 직접 선택하고, 그에 따라 로봇의 입수 시기도, 추가 무장도, 이야기의 구성도 달라지는 식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에 맞는 게임 플레이를 그리기 위해서는 미션의 숫자를 이전 작품보다 더 많이 쌓아둘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건 곧 게임의 볼륨으로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방대한 이야기와 자유도는 기존 화수 방식의 게임을 다르게 한 핵심 요소였습니다.



▲ 이번에도 이어지는 택티컬 에어리어 셀렉트 시스템

하지만 이 거대한 미션 숫자 안에서 이야기의 갈피를 잡아줄 나침반은 없었습니다. 키 미션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여러 미션 속에서 지금 어떤 이야기가 핵심이 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죠. 선택에 따른 자유도를 줬지만, 대신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빠져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미션 차트라는 형태로 이야기의 진행 상황을 도표로 만들어 풀어냈습니다. 어떤 미션이 어디서 연계되는지, 또 순서나 진행 상황은 어떤지 표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거죠.

사실 시스템적으로 보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이야기의 순서를 정리한 정도로, 크게 중요하지 않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게 이야기를 이해하고, 또 진행 스타일을 정리해나가는 데 또 한번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제 시나리오에서 중심이 되는 키 미션을 중심으로 지금 어디까지 이야기가 흘러왔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건 챕터 방식으로 이어져, 주요 구간 플레이가 끝나면 챕터가 종료되는 방식으로 이야기의 종결성과 연속성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 사이드 미션의 순서, 키 미션과의 연계와 시점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키 미션에서 벗어난 사이드 미션 역시 이야기의 흐름에서 어느 시점에 이루어졌는지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죠. 여기에 선택할 수 있는 상태의 사이드 미션, 혹은 격추수 등 특정 조건을 달성해야 하는 사이드 미션은 몇 챕터가 지나면 선택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챕터가 넘어가기 전에 특정 기체에 격추수를 몰아줘 먼저 미션을 해금할지, 아니면 플레이어가 더 명확히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전작 역시 핵심이 되는 키 미션이 있었지만, 그걸 시각화해 확인할 수 있는 미션 차트의 추가만으로 이야기의 중심으로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시스템적인 집중을 넘어, 오리지널 중심으로 다잡아간 스토리 자체의 힘도 있을 테고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함장+주인공주인공 서사까지 채운 오리지널 이야기

키미션으로 전체 스토리 흐름에 중심을 잡은 것처럼, 내러티브도 온전히 중심을 잡아 진행됩니다. 그건 이번 작품의 오리지널인 도시 전함 에어던트와 어린 지도자 에치카의 서사입니다.



▲ 주인공과 함께 작품 핵심 서사를 이끌어가는 에치카와



▲ 도시가 그대로 담긴 전함 에어던트는 마치 국가처럼 그려집니다

오리지널 함장 포지션의 에치카는 시작부터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거대 전함 에어던트를 물려받아 이를 운용하게 됩니다. 도시 하나가 그대로 전함에 담겨 에어던트는 마크로스처럼, 혹은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국가로서의 지위까지 가지게 됩니다.

정체불명의 기술, 국가를 지도하는 어린 지도자, 신비한 혈통과 비밀. 이러한 요소는 이야기의 핵심 소재로 엔딩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핵심이 됩니다.

함장 캐릭터를 이야기의 중심에 세워두는 건 슈퍼로봇대전30에서도 비슷했습니다. 연방군 소속의 전함 드라이스트레가의 함장 미츠바는 여러모로 이야기를 이끄는 핵심 캐릭터였습니다. 여기에 연방군이면서도 자신의 목적을 가지고 독자 행동하는 모습은 과거 슈퍼로봇대전의 론도벨의 역할을 오리지널 캐릭터와 전함이 가져온 부분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이런 미츠바의 모습은 론도벨을 이끄는 브라이트 노아를 오마주한 것입니다. 작품 안에서도 브라이트가 미츠바를 자신에 빗대어 설명하며 미츠바의 이야기가 자신을 투영하고 있음을 팬들에게 전하기도 했습니다.



▲ 브라이트 노아의 서사를 이어받은 전작의 미츠바처럼 에치카 역시 여러 인물상을 오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의 에치카 역시 젊은 여성 리더로서 이번 참전작의 캐릭터들을 오마주하고 있습니다. 리리나 피스크래프트나 카가리 유라 아스하, 라크스 클라인 등의 역할을 쥐어주면서, 고민하고, 성장하도록 하고 있죠. 여기에 세상 물정 모르는 특유의 캐릭터성은 비슷한 또래의 다이나제논 캐릭터 아스카가와 치세와 엮이며 크로스오버와 함께 위 여성 지도자들과는 다른 인물관으로 개성을 더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슈퍼로봇대전30의 주인공 접근법을 이어가면서도, 혈통과 비밀로 이야기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에치카의 존재는 키미션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기둥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로봇 기체 주인공의 서사 역시 함께 챙겨가는 모습으로 중심 이야기를 확장해나갔습니다.

전작에서는 함장 미츠바의 서사와 비교해 주인공의 비중이 굉장히 적었습니다. 이런 부분을 의식한 듯 이번에는 주인공을 다른 판권작 캐릭터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이야기 전면에 빠지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하기 이전 시점의 이야기를 꾸준히 언급하고, 지금과 다른 성격, 그리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복선을 계속 던져주죠.



▲ NINJA인 주인공(닌자가 아닙니다)이 에치카와 함께 서사의 중심을 다잡고 있습니다

함장인 에치카 중심으로 캐릭터가 모이고, 서사가 집중되지만, 동시에 주인공 서사가 여기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보다 다채로운 스토리 크로스오버가 이루어집니다. 이게 시스템적인 미션 차트 도입과 키미션 중심의 이야기 집중과 어우러져 전체적인 몰입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퀄리티 일관성이 아쉬운 전투 연출

글로벌 첫 판권작 V. 그리고 이후 출시된 T, X, 30, 그리고 이번 Y까지 꾸준히 언급되는 부분은 역시 연출일 겁니다. 특히 이번 Y는 첫 트레일러가 너무나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유독 큰 비판을 사기도 했죠. 물론 2차 PV, 나아가 게임 출시 이후 그나마 괜찮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수준이긴 했지만, 그래도 분명 아쉬운 이야기가 나올 부분이 있었죠. 그게 바로 흔히 말하는 '재탕', 연출 재활용이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로봇 작품이 참가하는 판권작은 매 작품 모든 애니메이션을 새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매 작품 60% 정도 연출을 재활용하고, 나머지 40% 정도에 새 판권작 연출을 집중하거나, 오랜만에 참전하는 작품의 전투 연출을 새롭게 구성하는 형태로 진행해왔습니다.



▲ 새롭게 참전한 수성의 마녀는 이번에 전투 연출을 새롭게 만들고, 추후 작품에서 조금씩 강화하고 확장하는 식으로 그려질 겁니다

이건 업계 전체에 로봇 연출을 맡을 수 있는 인물의 희소함이 이어지고 있는 게 이유로 꼽힙니다. 여기에 슈퍼로봇대전30 개발진 인터뷰에서도 적은 작품 수로 높은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었던 OG 시리즈와는 제작 방식도, 시간과 자금 여유도, 애니메이터의 풀도 부족하거니와 여기에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의 플레이 방식의 변화도 있었다고 밝혔죠.

그만큼 과거와 같이 애니메이션 하나하나 움직임을 그려 채우는 방식으로 모든 연출을 채우긴 어렵습니다. 이에 V부터 동적인 기체 움직임보다는 파일럿이나 기체 이미지를 활용한 컷인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채용됐고, 그걸 활용한 연출력은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왔습니다.

이러한 컷인 활용은 기존 슈퍼로봇대전의 아기자기함보다는 애니메이션적인 연출을 살리는 방향이라 보기에 따라서는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변화의 시도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런 점은 이전 작품의 연출을 재활용하는 작품도 다르지 않습니다. 연출을 재활용은 기존 작품에 있었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붙어넣는데요. 이 과정에서 새로운 컷인을 더하며 새로움을 더합니다. 그렇기에 막상 이전 작품과 다시 비교하면 다른 부분이 눈에 띄고, 또 그게 연출을 아쉬워하면서도 데모를 OFF로 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겠고요.



▲ 기존 작품 영상을 재활용하고 있지만, 컷씬을 추가해 연출을 강화하는 식입니다

사실 새로운 연출이라고는 해도 이미 3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슈퍼로봇대전인만큼, 이미 등장했던 로봇 연출은 과거 연출도 원작 이상의 화려함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전 작품에서 쓰인 구도, 공격 방식 등을 참고하거나 바탕 삼아 만들어 완전히 새로운 연출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요.

이건 긴 시리즈를 이어오며 쌓인 노하우일 수도 있고, 제작비와 시간의 한도 내에서 게임을 완성해나가는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걸 활용하는 연출적 퀄리티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겠죠.

이번 작품 최고 연출작으로 꼽히는 윙 건담 제로(EW)은 작품이 출시된 2D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쓰인 구도나 움직임을 그대로 오마주하기도 하고, 그 이상의 화려함을 현대적 기술로 접목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폭발 모션은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빛이 번쩍이는 순간 기체 부분에 그늘이 지는 음영 표현은 팬들이 기대하는 슈퍼로봇대전 전투 연출일 겁니다.





▲ 윙 건담 제로의 연출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분위기까지 살리면서 정말 완벽하게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일부 연출은 무성의함이 더 부각되기도 합니다. 몇몇 구간에서는 아예 세부 움직임 없이 고정된 이미지에 날아가는 이펙트만을 더해 과거 인형뽑기 수준에 그친 연출도 있습니다. 반대로 뉴건담처럼 불쾌하게 숨쉬듯 움직이게 기체를 연출한 것도 있고요. 배경과 심하게 부자연스럽게 엮여 몰입감을 떨어트리는 연출도 있습니다.

과거 아리오스의 사람으로 대표되는, 고품질 연출 제작이 가능한 한 명의 애니메이터나 연출 담당자가 모든 작품의 전투 연출을 담당할 수는 없습니다. 근래 슈퍼로봇대전이 작품마다 다른 연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겠죠. 여기에 작품 출시 시기만 해도 수십 년이 차이가 나다보니 각 시대, 해당 애니메이션에 맞는 연출 특징을 살린다는 개념에서도 이를 설명할 수 있고요.

그렇다고 작품의 스타일 차이가 아니라,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퀄리티의 전투 연출이 그대로 담긴다는 건 그저 좋게 좋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도 합니다.





▲ 같은 3D 연출임에도 작품에 비교적 잘 녹아든 다이나제논과 어색하고, 연출력도 떨어지는 마크로스

슈퍼로봇대전은 꾸준한 팬덤과 인기에 비해 초대형 프랜차이즈 수준, 혹은 수위급 판매량을 올리는 타이틀이 아닙니다. 그래서 출시 자체만으로 만족하고, 이런 연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의 영역에서 게임을 이해하면 시리즈의 발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겁니다. 개발진 역시 그저 시리즈 하나하나 연명해나가는 게 아니라, 제한된 자원에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그게 작품 안에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보다 일관된 퀄리티를 선보일 수 있는 관리 감독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고요.

이번 작품에서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쓰인 3D 연출이 더 나은 모습을 보인다면 로봇 애니메이션 업계의 변화처럼, 수준 높은 3D 연출로 퀄리티를 맞춰나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번 슈퍼로봇대전Y의 3D 연출도 연출 편차가 심했지만 말이죠.





▲ 슈퍼로봇, 3D 연출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의 라이딘과 겟타 아크
한 명이 모든 연출을 담당할 수 없다면 각각의 분위기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전투만이 슈로대가 아니다이벤트 CG의 다양함으로 살린 이야기


전투 연출에서 적극적으로 쓰인 컷인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는 캐릭터들의 대화가 오가는 어드벤처 파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글로벌 판권작에 들어서며 서서히 도입되기 시작한 이벤트 CG는 이번 작품에서 정말 다양하게 쓰이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전작에서 선보인 이벤트 CG는 사실 인기 작품, 혹은 신규 참전작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그것마저도 등장 횟수 자체는 꽤 적어 이번 미션이나 이벤트가 얼마나 특별한지 강조하는 정도로 쓰였고요. 당연히 플레이어들이 자주 접하는 주요 미션을 중심으로 등장했습니다.





▲ 렛시와 암의 대화, 이런 CG를 특정 이벤트 조건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거



▲ 작품 전체에 CG를 다수 더해놓았습니다

슈퍼로봇대전Y에서는 이러한 이벤트 CG가 사이드 미션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일부 미션은 플레이하지 않고 챕터를 빠르게 지나가면 만날 수 없게 사라짐에도 이벤트 CG를 준비해뒀습니다.

이러한 이벤트 CG는 원작의 감성을 전하고, 나아가 여러 작품의 크로스오버라는 특징을 한층 강화시켜주기도 합니다. 원작의 이벤트에는 없는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가 CG로 더해지며, 마치 새로운 하나의 작품으로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게 만드니까요. 사실 그게 슈퍼로봇대전만이 할 수 있는 특징이었는데, 이걸 그저 캐릭터 얼굴과 대화만으로 풀어나가니 온전히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고요.

이벤트 CG만이 아니라 배경, 캐릭터 CG, 페이스칩도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정 시나리오에서만 쓰일 배경이 굉장히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고, 캐릭터의 복장이나 장비, 표정, 움직임도 여럿 모습을 드러냅니다. 특히 일부는 고퀄리티임에도 짧은 시나리오, 혹은 한 장면에서만 쓰여 대사와 화면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죠.



▲ 단 한 장면을 위해 만들어진 배경 CG도 다양하고



▲한 회차 안에서도 이벤트만을 위한 복장을 착용한 스탠딩CG가 이야기를 보다 실감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러한 CG의 활용은 원작의 다양한 이야기와 어우러집니다. 특히 그동안 얼빵한 모습만 강조되던 효마의 캐릭터 묘사가 꽤 인상적입니다. 콤바트라V의 이야기는 가루다가 자신이 로봇임을 알고, 콤바트라V와 마지막 대결을 펼친 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효마는 로봇으로 부활한 가루다, 나아가 진짜 가루다의 영혼을 이어받은 로봇 가루다와 만나며 로봇과 AI에 대한 고민을 이어 나갑니다. 슈퍼로봇대전30, 그리고 이전 작품에서도 용자물이나 AI 로봇의 존재로 이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는 효마지만, 가루다와의 대결 이후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새로운 이야기를 펼칩니다.

반대로 크로스오버 부분은 게임 초반에서도 얼마나 충실하게 준비했는지 알 수 있는데요. 평소 생일을 그냥 넘기던 프레이아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주인공 일행과 생일 선물로 인공눈을 준비한 하야테. 그리고 여기에 이어 생일이 없는 강화인사 엘란의 이야기를 듣고 이날을 생일로 만들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슬레타, 그리고 눈을 보며 세뇌당해 포세이달 측에 있는 동생 올리비를 떠올리는 다바 등 여러 이야기들이 이벤트 CG와 함께 어우러져 감동을 전하기도 합니다.



▲ 효마와 가루다처럼 원작에서 끝난 이야기와 고민을 게임 본편으로까지 이끌어오기도 하고



▲ 마크로스 델타의 생일 이벤트를 수성의 마녀의 엘란과 슬레타,
다바와 올리비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크로스 오버를 그려내기도 합니다



▲ 쇼와 다바에게 정신 공격을 가하는 포세이달, 그리고 그걸 막아내는 카미유
애니메이션에서 시로코의 정신 공격에 폐인이 됐던 걸 생각하면 꽤 감동적인 부분입니다

또 중후반 꾸준히 윤과 메이의 대화를 통해 언급되던 고질라가 세계의 파국을 가져올 존재로 게임에 등장하게 됐을 때의 위압감 역시 기존의 우주적 존재의 설정과는 다른 느낌을 들게 합니다. 고질라: 싱귤러 포인트는 중후반 이전까지 지원 기체에 해당하는 로봇 제트 재규어 하나만을 등장시켰지만, 거대 적 자체의 등장에 더 집중된 참전작 선정이 왜 이루어졌는지 알게 합니다.

물론 여러 작품 이야기에 참여하는 제트 재규어가 점점 귀엽게 보인다면 그건 제대로 플레이하고 있다는 증거기도 하지만요.

이렇게 감성적인 부분이나 깊이 있는 이야기 외에도 가벼운 크로스오버, 비슷한 캐릭터들의 대화 역시 이번 작품을 더 깊이 즐길 수 있는 장치입니다. 그만큼, 어드벤처 파트가 전투의 시뮬레이션 파트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고요. 사실 여러 작품의 스토리를 완벽하게 아우르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분량을 분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최대한 노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이번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고질라: 싱귤러 포인트의 참전은 어쩌면 이 장면을 위한 것일지도. 실제로 위압감도 엄청납니다


생각할 수 있는 전략적 플레이난이도를 위해 시스템까지 바꾼 플레이

전투 연출의 만족감과 아쉬움은 교차하지만, 게임의 난이도 구성은 근래 슈퍼로봇대전 중 가장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나는 부분입니다.

슈퍼로봇대전은 근래 시리즈가 쉽다는 평가를 많이 받아왔고, 그에 따라 더 높은 난이도를 게임에 선보여왔습니다. 다만, 이 높은 난이도가 전략적인 부분에서의 어려움으로 구현되지는 못했습니다. 단순히 적의 스펙 강화, 플레이어의 정신기나 개조 제한 등 수치적인 부분으로 이를 해결하려 시도했거든요.

단순히 수치만 만졌으니 고민을 요구하는 전략보다는, 일단 운과 여러 꼼수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플레이되어야 했습니다. 여기에 기체 개별로 연속 공격이나 강화 능력을 주는 슈퍼로봇대전30의 ExC 시스템은 레벨업 아끼기, 기력 강화와 연속 공격을 통한 학살 플레이로 의미 있는 전략 플레이를 만들어주지 못했습니다.



▲ 겟타 세인트 드래곤 같은 우주적 공포 존재도 있지만, 졸개한테도 언제든 폭사당할 수 있는 난이도입니다

이번에는 단순히 수치 조정이 아니라, 게임 시스템을 아우르는 전체적인 리밸런스가 이루어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적의 명중률은 높고, 아군의 공격력은 일부 스케일 다운되어 있는데다 빔 쉴드를 가지고 있는 적들이 많아 건담 등 리얼계 유닛이 강화나 파일럿 성장 이전에 쉽게 활용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습니다.

특히 높은 난이도에서는 아군 턴에 타 파일럿의 지원 계통 정신기를 쓰지 못한다거나, 기력 상승에 일부 제한이 생기는 등 게임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죠. 지형 적응 시스템도 일부 개편이 이루어져 높은 난이도, 특히 난이도가 높은 구간에서는 충분한 성장 전에는 지형까지 신경 쓰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난이도 리밸런스는 성장에서도 이어집니다. 파일럿 육성에 쓰이던 PP와 기체 육성에 쓰이던 크레딧이 크레딧 하나로 더해지면서 자금 분배에 더욱 신경 써야 하도록 변경됐죠. 파일럿 육성도 상점에서 스킬 프로그램을 직접 구입해 적용시켜야 하는데 저력처럼 레벨이 존재하는 스킬은 스킬 레벨에 따라 요구 프로그램 숫자도 많아져 9레벨을 올리는데 20개 이상의 스킬 프로그램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상점도 초반에는 열리지 않아, 게임 초반부터 자금을 통해 과도하게 치고 나가는 플레이를 막고, 후반 성장도 어느 정도 느리고, 어렵게 만들어 플레이와 전략으로 게임을 더욱 풀어나가게 만들었습니다.



▲ 강화파츠, 스킬 프로그램, 기체 개조까지 모두 크레딧을 써 자원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물론 이런 어려운 시스템을 보조하는 어시스트의 역할을 통해 전작처럼 호쾌한 플레이도 가능해집니다. 부대 레벨에 따라 최대 9명까지 등록할 수 있는 어시스트는 각각 특정 정신기나 부가 효과를 주는 시스템입니다. 특히 어시스트를 쓰며 최대 4레벨까지 올릴 수 있는데 이 효과가 너무 좋아 잘만 쓰면 전투 향방을 뒤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습니다.

여기에 강화 파츠에 어시스트 포인트를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됩니다. 사실상 전작만큼의 폭발적인, 혹은 일방적인 전투도 얼마든지 가능하긴 합니다.

어디까지나 캐릭터 게임이라는 부류에서, 전략과 함께 자신의 강함을 더욱 드러내고 싶어하는 두 가지 플레이 사이에서 플레이어의 선택 영역에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과도한 오버 밸런스 어시스트는 다양성을 해치는 만큼,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한 구간입니다.

물론 어시스트의 또 다른 역할은 파일럿으로 출전하기 애매한 캐릭터들을 성장 울타리 안에 넣었다는 점이라 이 부분에서의 의도는 맞아떨어졌지만요.



▲ 어시스트 시스템은 유닛에게 부족한 정신기를 채워줄 수 있는 전략적 요소지만,
남발할 수 있게 되는 순간 게임의 난이도를 거의 바닥까지 끌어내리게 됩니다


편의성을 높였는데요, 낮아졌습니다변화에도 아쉬움 이어지는 UI/UX

게임 플레이 내내 플레이어가 직접 체험하는 UI/UX 부분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UI는 한 화면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깔끔하게 담아내는 방향으로 변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어떤 기기에서 플레이하냐에 따라 평가가 많이 갈릴 수 있는 부분이 됐습니다.



▲ 모든 UI는 정보를 한 번에 많이 뿌려주는 형태로 한눈에 들어오는 휴대 기기에서는 괜찮았지만
TV에서는 필요한 수치만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게 더 필요해보였습니다

닌텐도 스위치2(게임 자체는 닌텐도 스위치1 게임임)에서의 플레이는 비교적 작은 화면에 모든 데이터가 오밀조밀 모여있어 정보를 뽑아 보는 데 꽤 용이했습니다. 하지만 독 모드로 큰 화면에서 플레이하니 화면 가까이에서는 정보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눈을 돌려야 했거든요. 실제로 여러 타 게임의 UI를 다수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모바일, 혹은 휴대 기기에 어울리는 UI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스팀 버전의 경우 FHD 해상도만을 지원하기 때문에 이러한 오밀조밀 모여있는 UI에 대한 불만이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고요. 오묘한 그림자 연출에 그리드를 켜도 로봇 위치가 애매한 점도 아쉽고요.

편의성 부분도 이번 변화 과정에서 고민한 부분, 오히려 있었던 게 사라진 부분 등 아쉬운 게 없지 않습니다.

전작에서는 하나하나 찍어줘야 했던 드라이스트레가 전함 강화는 이번 작품 STG 메모리 시스템으로 변경됐습니다. 마치 POE 노드를 찍듯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또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점점 확장되는데 최종 노드만 찍으면 과정 노드는 자동으로 찍히게 바뀌었습니다. 이미 준 포인트를 취소하는 기능도 있는데 취소도 한 번에 여러 개 취소가 가능해 게임 플레이, 전투, 자금 등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STG 메모리를 자유롭게 바꿔가며 시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 STG 메모리를 한 번에 찍고, 리셋하는 등 편의성을 생각 않은 건 아닌데...
있던 편의성 요소가 너무 많이 잘려나갔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있던 커스텀 사운드의 개별 곡 세팅, 전보다 귀찮아진 퀵 리셋 버튼, 퀵 버튼의 커스텀 불가능과 일부 삭제 등 자잘한 플레이 경험이 꽤 퇴화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지난 알파 시리즈부터 20년간 조금씩 개량해오던 엔진을 유니티 엔진으로 교체하며,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빠진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기존 작품에서는 비교적 대응이 부실했던 패치 등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거대 로봇과 장난감은 언제나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우주 괴물과 악당 로봇을 무찌르는 만화 영화 속 거대 로봇은 가슴을 뜨겁게 불태우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아이는 거대 로봇의 조종사가 되어, 직접 로봇을 조종하며 정의의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갈증을 장난감으로 달랬죠. 그렇기에 방송사나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초기단계부터 완구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들어나갔습니다.

장난감을 하나하나 사모을 나이는 지났지만, 강철의 혼은 남았고, 그건 디지털로 옮겨갔습니다. 30년 이상 이어진 슈퍼로봇대전의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로봇을 직접 조작하고 성장하는 플레이는 단순히 장난감을 들고 적을 무찌르는 상상을 실현 가능케 했습니다. 또 게임이기에 가능한 여러 로봇들의 이야기가 교차했습니다.




그게 슈퍼로봇대전이고, 또 이 게임이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기도합니다. 하지만 탄탄한 팬층을 등에 업고 아무런 변화 없는 반복만을 되풀이한다면 결국 탄탄했던 팬도 오랜 벽이 무너지듯 떨어져나갈 겁니다.

슈퍼로봇대전Y는 그런 반복 속에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플레이 수시간은 해야 보일 작은 것부터, 게임의 미래를 다잡을 엔진의 변화까지. 다음 작품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더 나은 다음을 기대할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일단 그 전에 DLC 나올 때까지 엔딩 몇 번 더 보고나서 말이죠.



▲ 스토리와 직접 연결짓지 못하지만, 충분한 미션을 가져올 수 있는 DLC 역시 이제는 괜히 더 기대되기도 합니다



  •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내러티브 재정비
  • 키미션 중심 미션 정리와 크로스오버 이벤트
  • 이벤트 CG 비롯한 여러 스토리 연출 강화
  • 전략 플레이 고려한 난이도와 시스템 밸런싱
  • 좋은 작품은 만족스러울 정도의 전투 연출
  • 그래도 여전히 극심한 연출 품질 격차/재탕
  • 정보 집약 좋지만 콘솔에 안 어울리는 UI
  • 있던 것도 사라진 편의성 요소와 불편함
  • 어쨌든 후반 가면 학살 가능한 여러 시스템

리뷰 플랫폼: Switch (출시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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