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꽁꽁 숨겨졌던 스퀘어에닉스의 마지막 TGS 출품작, '로맨싱 사가3 데스티니스 유나이티드(이하 로맨싱 사가3 리메이크)'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TGS 2026에 앞서 스퀘어에닉스가 진행한 사전 행사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만큼, 자연스럽게 게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마음 한편에 기대를 품고 TGS 스퀘어에닉스 부스를 찾아 '로맨싱 사가3 리메이크'를 직접 플레이해봤다.
비주얼에 대해서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어 보인다. 원작 '로맨싱 사가3'가 1995년 슈퍼패미컴으로 출시됐으니 어느덧 31년의 시간이 흘렀다. 당시 최신형 기기, 아니 소위 '슈퍼컴퓨터'라고 부르던 장비조차 지금의 플래그십 스마트폰보다 못한 성능이었을 테니 원작과 리메이크의 비주얼을 직접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다만 리메이크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원작의 디자인과 분위기를 얼마나 잘 살렸느냐는 점이다. 원작이 도트 그래픽으로 제작된 만큼 세부적인 비교는 아트워크를 통해 살펴볼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캐릭터 디자인은 대체로 원작의 특징을 잘 가져왔다. 각 캐릭터의 성격은 물론이고 외형적인 특징까지도 비교적 충실하게 살린 모습이다.
다만 살짝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감성의 변화'라고 해야 할까. 원작의 캐릭터 디자인을 보면 유독 눈매가 날카롭다는 인상이 강하다. 물론 실제로 그런 성격의 캐릭터도 있지만, 당시의 화풍 자체가 지금보다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그런 점에서 보면 '로맨싱 사가3 리메이크'의 캐릭터 디자인은 얼핏 원작을 크게 따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잘 살렸지만, 어딘가 독기가 조금 빠진 듯한 느낌이다.

이는 뮤즈에게서도 느낄 수 있다. 원작의 뮤즈가 신비로운 분위기와 병약한 이미지가 강했다면, '로맨싱 사가3 리메이크'에서는 병약하고 청순한 모습은 여전히 유지하면서도 지나치게 약해 보이는 인상은 덜어냈다. 31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있는 만큼, 캐릭터에 대한 해석 역시 최근 트렌드에 맞춰 조금씩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원작과의 비교를 떠나 순수하게 비주얼만 놓고 보면 무난한 수준이다. 전작인 '로맨싱 사가2 리메이크'와 비교하면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비슷한 스타일의 다른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월등하게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실망스러운 비주얼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사에 가까운 화려한 AAA급 게임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원작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로맨싱 사가3 리메이크'만의 느낌은 분명하게 살아 있다.
결국 비교 대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최신 게임들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지만, 원작의 감성을 잘 살린 비주얼이냐고 묻는다면 거침없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수준이다.
스토리는 이번 시연만으로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약 20분으로 제한된 시간 안에 일반적인 스토리 모드와 시연 빌드 전용 보스전 콘텐츠를 모두 플레이해야 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 맛만 본 셈이다. 때문에 원작의 스토리를 얼마나 충실하게 따라가는지는 이번 시연만으로 판단하지 않겠다. 대신 스토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사와 캐릭터 연기, 그리고 연출에 초점을 맞춰봤다.
이 부분은 나름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캐릭터들의 연기는 생동감이 넘쳤고, 각자의 성격도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났다. 전후 사정을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스토리 모드를 플레이했음에도 캐릭터의 성격이나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제한된 시연 시간에서 자연스럽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 것은 역시 전투였다. '로맨싱 사가3 리메이크'는 원작의 전투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리메이크라는 이름에 걸맞게 현재의 게임 플레이 감각에 맞춰 재해석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진형이다. 진형은 원작에도 존재했던 요소다. 원작에서는 1인부터 최대 5인 진형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었고, 진형에 따라 공격력과 방어력, 스피드, HP 회복 등의 특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로맨싱 사가3 리메이크' 역시 이 기본적인 틀은 유지했다. 다만 1인 진형, 2인 진형처럼 별도로 구분하기보다는 5명이 배치된 기본 진형에서 캐릭터의 위치가 달라지는 방식에 가까웠다.
이번 시연 빌드에서는 프리 파이트, 데저트 랜스, 월 윈드 등 세 가지 진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리 파이트는 일렬로 서서 자유롭게 싸우는 대신 별도의 특수 효과가 없는 진형이다. 데저트 랜스는 전방에 탱커 한 명을 세우고 나머지 캐릭터를 후열에 배치해 방어에 특화된 형태다. 월 윈드는 파티 전체의 민첩성을 높이는 등 별도의 특수 효과를 제공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다. 프리 파이트처럼 별도의 진형 효과가 없는 경우에도 일부 캐릭터에게는 기초 능력치 상승 효과가 붙어 있었다. 이를 보면 캐릭터에 따라 특정 진형과의 궁합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가 바로 '번뜩임(閃き)'이다. 번뜩임은 원작의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구현했다. 적과 싸우다 보면 캐릭터가 갑자기 새로운 기술을 깨우는, 일종의 랜덤 성장 요소다.
이번 시연에서도 평타나 일부 스킬을 사용하던 중 번뜩임이 발동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강적을 상대할수록 번뜩임이 발동할 확률이 높아지는 형태였는데, 이렇게 습득하는 기술은 기존 기술보다 강력한 경우가 많았다.


시연 빌드에서는 짧게 확인하는 데 그쳤지만, 실제 플레이에서는 전투가 불리하게 흘러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을 얻으며 분위기를 뒤집는, 이른바 기사회생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RPG처럼 레벨이나 숙련도를 쌓아 기술을 배우는 방식과는 확실히 다른 '로맨싱 사가'만의 요소다. 어떤 의미에서는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만큼 원작의 감각을 거의 그대로 살렸다는 점은 반갑다. 기존 팬들에게는 익숙한 재미를, 처음 접하는 유저에게는 다른 RPG에서는 보기 어려운 성장 방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범위 공격 역시 건재하다. 원작에서는 세로열이나 가로열, 적 전체를 공격하는 기술과 술법이 존재했는데, 이 역시 '로맨싱 사가3 리메이크'에서 거의 그대로 구현됐다. 다만 '거의'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약간의 변화도 있다. 바로 범위의 폭이다.
같은 세로열 공격이라도 좁은 범위를 공격하는 기술과 넓은 범위를 공격하는 기술이 나뉘는 식이다. 단순히 '열을 공격한다'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격 범위의 폭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기존보다 조금 더 전략적인 활용이 가능해졌다.

지금까지가 원작의 요소를 그대로 가져오거나 살짝 다듬은 것이라면, 오버드라이브 게이지와 연계는 '로맨싱 사가3 리메이크'에서 새롭게 추가된 요소다.
오버드라이브 게이지는 파티 전체가 공유하는 일종의 필살기 게이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적을 공격할 때마다 게이지가 차오르고, 최대치에 도달하면 원하는 턴에 원하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연계를 발동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 아무 캐릭터와나 연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진형에서 서로 연결된 두 캐릭터 사이에서만 연계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토마스를 중심으로 좌우에 율리안과 모니카가 배치된 진형이라면 토마스와 율리안, 또는 토마스와 모니카 사이에서만 연계가 가능한 식이다.
오버드라이브 게이지라는 별도의 자원을 사용하는 만큼 위력도 상당했다. 한 번의 공격으로 두 캐릭터가 함께 공격하는 데다 연계 자체의 공격력도 높게 설정돼 있어,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이번 시연에서는 2체인까지만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굳이 '2체인'이라고 표시된 것을 보면, 이후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3체인이나 4체인 등 더 많은 캐릭터가 참여하는 연계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번 시연에서 맛본 '로맨싱 사가3 리메이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환골탈태한 비주얼과 연출을 기반으로 전투 시스템은 최대한 원작의 감각을 유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리메이크에서 이 부분은 꽤 중요한 문제다.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게임 플레이까지 크게 달라진다면, 오랜 시간 시리즈를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오히려 낯선 작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이번 시연에서 확인한 '로맨싱 사가3 리메이크'는 원작의 핵심을 유지하면서 비주얼과 연출을 현대적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을 택한 모습이었다. 원작 팬들이 기대할 법한 방향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인상이다.
물론 원작 팬만을 위한 게임이라는 뜻은 아니다. 진형과 번뜩임, 범위 공격처럼 전투 과정에서 고민할 요소가 있고, 여기에 새롭게 추가된 오버드라이브 게이지와 연계까지 더해졌다.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유저도 전투 자체에서 재미를 찾을 만한 요소는 충분하다.
다만 개인적으로 비주얼은 출시 전까지 조금 더 다듬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금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살렸다고?'라는 감탄이 나올 만큼의 한 방은 아직 느껴지지 않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 아니겠는가. '로맨싱 사가3 리메이크'는 2027년 2월 17일 정식 출시 예정이다. 아직 출시까지 약 5개월이 남은 만큼, 남은 기간 동안 지금보다 한층 더 다듬어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