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브랜드만 가져오는 속편은 그만!

칼럼 | 서명종 기자 | 댓글: 7개 |



하나의 작품이 상당한 흥행을 거두면, 속편이 만들어지는 확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영화에서도 이런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는데, 처음부터 시리즈물로 기획하여 차근차근 내놓은 영화들도 있지만, 반대로 하나의 작품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되자 2, 3, 4 등 시리즈물로 계속해서 나오게 된 작품들도 상당히 있다. 영화 관련 사이트나 블로그들을 찾아보면 잘만든 속편, 잘만든 시리즈 모음이라든가 혹은 이와는 반대로 실패한 속편 리스트를 나름대로 정리해두기도 한다.


흥행에 높은 성공을 거두어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작품이라면, 당연히 그 이름을 따서 후속작을 만들려는 욕구가 생긴다. 전작의 성공과 이름이라는 것이 주는 메리트가 상당히 있기에, 기본으로 인지도나 관심도 측면에서 이미 상당한 점수를 먹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전작의 성공이 속편의 성공을 항상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메리트는 사업적인 관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을만큼 크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잘만든 게임은 확장팩, 파워업 키트 등의 이름으로 후속작이 발매되는 것 뿐만 아니라 시리즈로 해서 오랜 세월 후속작이 나오기도 한다.






[ 4 편의 시리즈를 거쳐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 서비스되고 있는 대항해시대 ]



코에이의 삼국지와 신장의 야망과 대항해시대,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웨스트우드의 C&C, SOE 의 에버퀘스트,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 등등 강산이 변한다는 십년의 세월을 넘어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들이 있으며, 현재까지도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잘 만든 게임 작품의 후속 작품이 나온다는 것은 게이머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블리자드에서 만들지 말지도 모르는 스타크래프트 2 에 대한 이야기가 (스타크래프트 고스트가 제작중이었으나,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그간 여러번 떠돌았던 것처럼, 한번 그 맛을 본 게임은 당연히 후속작을 기다리는 게이머의 수요가 존재하게 된다.


온라인 게임에서 후속작의 대표적인 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이다. 리니지라는 브랜드는 슈퍼 브랜드로 선정되어 수상할 정도로 게임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름. 리니지의 150 년전 세계를 기본 설정으로 삼아 만든 리니지2 는, 비록 시스템이나 종족 등이 리니지와 상당한 차이점을 보여주긴 하지만, 공성과 PvP 라는 틀은 그대로 유지한 채 리니지 못지 않은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 리니지 9 의 도메인까지 이미 엔씨소프트는 확보해두었다 (후이즈 화면) ]



한때 모 언론 매체에서는 리니지 시리즈가 9 까지 계획되어 있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는데, 그 근거로 삼은 것이 www.lineage9.co.kr 까지 이미 엔씨소프트가 도메인을 확보해 두었다는 내용이다. 엔씨소프트의 MMORPG 차기작은 2007 년에 정식으로 선보일 아이온(Aion) 이지만, 2005 년 가을경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와 인벤이 가진 인터뷰에서는 리니지 3 의 개발에 막 착수했다는 언급이 있기도 해서, 앞으로 리니지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올 것은 확실해 보인다.


지금은 리니지 말고도 여러 게임들이 그 후속작을 곧 선보이거나 개발에 착수를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2006 년 12월에 클로즈 베타를 실시할 것으로 예측되는 라그나로크 2 가 있다. 라그나로크의 개발자인 김학규 대표가 지금은 그라비티를 떠나 IMC Games 에서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개발했지만, 라그나로크 라는 브랜드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이름이다.


☞ 라그나로크2 박영우 PD 인터뷰 기사 보기





[ 2006 년 12월, 클로즈 베타 예정인 라그나로크 2 의 스크린샷 ]



그 다음으로 출시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 조이온의 거상2 이다. 경제 게임으로도 유명한 거상이라는 타이틀을 그대로 잇고 있는 이 게임은 이미 두 차례에 걸친 클로즈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2006 년 12월중 마지막 클로즈 테스트를 거쳐 올 겨울방학중 오픈 베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들어 흥미있는 기사 두편이 연달이 게재되었다. 바로 RF 온라인 2 와 열혈강호 온라인 2의 개발 소식.


포트리스로 유명한 CCR 이 개발한 RF 온라인은, 2004 년의 오픈 베타 기간동안 한때 동시접속자 9만명, 23개 서버라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으나 그 이후 잦은 버그, 게이머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개발, 운영상 미숙함의 노출 등으로 인해 상당수의 게이머가 떨어져 나가고 두차례에 걸친 서버 통합을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부분 유료화로 전환하면서 서버를 8개로 늘렸을 뿐만 아니라 동시 접속자도 2만명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간 하락세를 탔던 게임이 다시 인기를 얻어가는 것이 흔치 않은 일. 예전부터 RF 온라인 2 에 대한 이야기가 가끔 흘러나오긴 했으나 공식적으로 기획 공모전을 진행하고 후속작을 개발한다는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RF 온라인 2 의 기획 공모전 포스터 ]



그리고 또 하나의 게임으로, 중급 게임포탈인 엠게임의 대표작이자, 부분 유료화 게임의 대중화에 상당한 공을 세우기도 한 열혈강호가 있다. 이 열혈강호 온라인이 2년뒤 공개를 목표로 개발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여러 게임들의 후속작이 꾸준히 나온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만큼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게임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며, 그 인기를 이어받을 수 있는 게임들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장르가 다르다 할지라도) 파이널판타지나 삼국지 등처럼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여전히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변함없는 명작의 반열에 오르는 게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게임계의 역량이 탄탄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밀려 들어오는, 그리고 2007 년부터 더욱더 밀려들어올 게임들을 보면서 아쉬운 점을 금할 수 없다. 대성공을 거둔 WoW 가 있고, 한국 시장에서 실패를 거둔 EQ2 도 있고, 나름대로 중급 성적을 거두어 꾸준히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대항해시대 온라인이 있다.


그 외에 진삼국무쌍 BB, 최근 클로즈 베타를 실시하고 있는 던전앤드래곤이 있으며, 그 외에도 스펠본 연대기, 던전앤드래곤을 만든 터바인의 또다른 작품인 반지의 제왕 온라인, EA 의 워해머 온라인 등 이름도 굵직한 해외 게임들이 2007 년 한국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나열되지는 않았지만, 한국 시장을 열심히 조사하고 준비를 하고 있는 업체들도 상당히 많이 있으리라.






[ 마지막 클로즈 테스트인 3차 테스터를 모집하고 있는 거상2 ]



문제는 이 게임들과 한국 게임들이 비교된다는 점이며, 한국 게임중 전작의 명성을 잇는 후속작품들이 과연 이런 게임들과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 그다지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해외 게임에 대한 옹호나 우월성을 따지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WoW 를 플레이해보고, EQ2 를 경험해보고, 대항해시대에서 모험을 해보고, 던전앤드래곤에서 탐험을 해본 게이머들이라면, 해외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방대한 세계관과 풍부한 컨텐츠, 해당 게임들이 내세우고 있는 독특한 특징이 무엇인지 인지할 것이다. 그리고 WoW 라는 게임이 한국 게임계에 던져준 충격이 무엇인지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시나리오와 세계관, 특히 퀘스트라는 것으로 인해 WoW 이후 런칭된 한국 게임들은 (리니지 이후의 거의 대다수의 게임이 공성전을 기본 베이스로 삼으려 했던 것처럼) 퀘스트 역시 기본으로 넣는 경향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비해 리니지의 성공 이후, 그리고 리니지2의 성공 이후 한국 게임 개발이 얼마나 질적으로 성장했는가 하는 부분을 생각해본다면, 그리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양적으로는 시장도 확대되었고 동남아나 중국 등으로 많은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양적인 성장만으로도 따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의 5년, 그리고 10년을 넘어 이끌어나갈 수 있을만큼의 기획력과 개발력이 갖추어졌느냐 하는 문제이다. 해외 유명 개발자중 한명이 "한국은 단지 5년의 유예기간을 가진 것 뿐이다" 라고 말을 한 것처럼, 기존의 게임들이 성공을 하고 있을 때 그에 걸맞는 역량의 상승을 갖추었느냐 하는 점을 따져본다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상당수의 게임들이 리니지나 리니지2에 미치지도 못하는, 아류에 불과한 게임으로 취급을 받고 있을까. 그래서 결국은 신작을 잠시 플레이해보다가 다수의 게이머들이 다시 리니지와 리니지2와 WoW 로 되돌아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을까.






[ 2006 년 12월, 클로즈 베타를 실시하고 있는 던전앤드래곤 ]



영화에서 전작이 아무리 흥행에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도, 재미없는 속편은 보지 않는다. 그래서 전작과 달리 실패한 속편이 나온 영화 리스트가 떠돌고 있는 것이다.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전작의 명성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하더라도, 후속작 그 자체의 재미가 보장되지 않으면 흥행은 절대 보장할 수 없다. 브랜드는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가 아니라 초기의 접근을 좀 더 용이하게 하는 작용을 할 뿐이며, 후속작이 재미없으면 미련없이 전작으로 돌아가는 것이 소비자의 냉정하고도 당연한 특징이다.


올 겨울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될 라그나로크 2 와 거상 2, 그리고 족히 2~3년은 기다려야 할 리니지 3, 열혈강호 2, RF 온라인 2 가 전작의 명성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의 재미가 보장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풍부한 컨텐츠와 방대한 세계관, 독창적인 시스템으로 (흥행 여부에 관계없이)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그런 게임들과 나란히 설 수 있는 게임, 그래서 (인기를 위해) 브랜드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발전된 기획력과 개발력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속편의 성공은 단지 브랜드만 잇는다고 해서 결코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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